정부는 2026년 'K-농업·농촌 대전환'을 기치로 농가 경영 안정과 미래 산업화에 역대 최대 규모의 예산을 투입하기로 했다. 또 스마트농업 확산을 위해 AI기술 활용 모델 개발에 투자를 대폭 확대하고 청년농을 적극 육성한다.
지난 4일 국회에서 열린 ‘AI농업로봇 보급확산 정책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AI 로봇을 보급하였을 때 농가들이 제대로 사용할 수 있을 지부터 짚어야 한다고 말했다.
발제에 나선 이경환 전남대학교 융합바이오시스템기계공학과 교수는 “'스마트 농업'은 농업이 스마트해지는 게 아니라, 완전히 다른 산업으로 넘어가는 문턱"이라며 “이러한 전환 단계는 민간보다는 정부가 나서서 인프라부터 깔아줘야 한다”고 짚었다.
이 교수는 "현재 농업은 AI 로봇과 데이터 기반으로 갈 수밖에 없다"며 "이건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기후와 인력, 비용 등으로 유지가 안 되는 구조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농업에서 병해충 인식·3D 농장 지도·드론 등의 자동화는 3~5년 내에 현장에 투입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교수는 "현재 거창군에서는 약 13ha 과수원 등 실제 농지에서 농업용 로봇 기술의 현장 적용성 및 효과 검증 목표로 한 다양한 농업용 로봇의 실증(현장 테스트)이 진행 중에 있다“며 ”이제는 마을·농협 단위의 공공운영 모델로 가야 된다"고 말했다. 농기계 임대사업을 AI 로봇 버전으로 해서 필요할 때 빌려 쓰되, 운영과 정비는 공공이 책임지는 체계로 만들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또 농업에서 AI 로봇은 무너지는 농업을 버텨내게 해주는 기반 시설이어야 한다며, 농식품부 혼자 끌고 갈 사안이 아니라 산업부·환경부·복지부 등이 함께 협력해야 하는 인프라 사업임을 짚었다.
◇ 기술은 농업의 현장에 와 있으나 문제는 가격
고령화가 심화되고 있는 우리 농촌에서 인력 부족 현상은 꾸준히 야기되어 온 문제다. 그렇다고 외국인으로 대체하는 데도 한계가 따른다. 이에 안정적인 농업이 가능하기 위해선 구조적인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충근 농촌진흥청 농업로봇과 과장은 이를 'AI 로봇'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그는 ”요즘 농가당 경작 면적이 늘면서 한 농가당 0.2헥타르짜리 밭을 천 개 가까이 관리하는 경우도 있다"며 "이제는 큰 기계 한 대로 농사를 짓는 게 아니라, 작은 기계 여러 대를 동시에 관리해야 하는 상황이 온 거다. 그게 바로 바로 자율주행이고 로봇 전동화”라고 설명했다.
이 과장은 “유럽(EU)에서는 농약 50%, 화학비료 20% 줄이고 유기농 비율을 25%까지 늘리겠다고 했고, 일본에서는 화학비료와 농약 사용을 50% 이상 줄이겠다고 했다. 우리도 물리적 방제와 전동 로봇화로 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일본 농림수산성(MAFF)이 정의한 스마트 농업 및 자율주행 농기계의 단계는 크게 3단계로 구분된다. 사람이 농기계에 직접 탑승해 운전은 하지만, GPS와 센서를 이용해 직선 주행이나 선회를 자동으로 수행하고, 완전 무인 자율주행으로 사람이 현장에 없어도 원격 모니터링을 통해 농기계가 스스로 농지 간을 이동하고 작업을 수행한다. 로봇 트랙터가 AI를 기반으로 장애물을 회피하며 여러 대가 동시에 협업하는 수준이다.
일본은 안전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제조자와 사용자 등 각각의 책임을 명확히 나눴다. 일본은 217개 지역에서 6년 동안 실증을 진행한 후 ‘어느 규모에서 경제성이 나오는지’를 꼼꼼히 따져서 비용의 절반을 정부가 지원한다. 미국 역시 농업 분야의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기후 스마트 농업(Climate-Smart Agriculture) 정책을 추진하며 전기 농기구 도입을 장려하고 있다.
일본은 이와 같이 자율주행을 넘어서 원격 무인 작업 단계까지 와 있다. 우리나라도 로봇 기술의 전동화 등은 환경 측면에서 양호하다는 평가 속에 농진청 중심으로 현장 시범이 진행 중이나 가격이 높다는 게 문제로 꼽힌다.
이충근 농촌진흥청 과장은 우리도 농지 구획화와 인프라 보강 등 AI로봇에 맞는 재배 방식과 품종 개량 및 표준화·안전 가이드라인 등이 필요하다“며 ”일본의 사례처럼 대규모 실증 단지가 지역별로 100개 정도는 필요하다“고 말했다.
◇ 농기계, 정부가 보급하고 토지 정리 등 전환도 필요
이주량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좌장을 맡아 진행된 토론에서는 ‘농업 현장에 보급될 AI 로봇과 관련해서 전문가들의 다양한 의견이 이어졌다.
윤남규 농촌진흥청 스마트농업팀 팀장은 “로봇 트랙터는 레벨4, 앱으로 조종하고 완전 무인 작업까지 가능하다”고 설명하며 “이와 같이 트랙터에 자율주행을 장착하게 되면 비용이 1천만 원 이상 더 비싸진다. 완전 로봇 트랙터는 농가 부담이 3~4천만원 더 늘어나게 되는데 농민들이 ‘좋은 줄은 알지만 구입이 어렵지 않겠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싼 농기계를 농가한테 사라할 게 아니라 먼저 보급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며 "이와 함게 로봇이 돌아다닐 수 있도록 토지 정리와 GPS 기지국 설치, 재배 방식 등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농업용 로봇 연구결과만 보면 거의 다 끝난 것처럼 보이나 막상 현장에서 쓰려고 하면 가격 산정도 엉망이지만 유지 보수라든가 안전, 책임 등의 문제 정립이 안 돼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양승환 한국생산기술연구원 특수목적로봇그룹 수석연구원은 “(농기계) 기술은 이미 개발됐으나 팔아야 하는 구조는 아직 아니다. 완전자율 로봇만 해도 금액이 1억원을 넘는데 구입할 농가도 없거니와 수요가 없으니 투자할 기업도 없어 악순환만 반복될 것"이라고 부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농업용 로봇이라는 품목 자체가 없는 점도 지적했다. 방제 로봇은 방제기로, 운반 로봇은 운반차로 억지 분류를 해놓고 보조금을 우회하고 있는 상황을 지적한 것이다.
양 수석연구원은 “로봇이 작물을 망치거나 사람 다치는 등의 상황이 발생되면 책임 문제가 발생할수 있는 만큼 농업용 로봇 전용 책임보험이 필요하다“며 "현재 농촌에선 드론·콤바인 임작업과 같이 전문 업체가 로봇을 임대·대행 운영하며 작업비 받는 구조로 비용 부담과 책임을 낮추는 방안을 고려해보면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AI 로봇을 전동화 보급 정책의 틀 안에서 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박재근 기후에너지환경부 탈탄소녹색수송혁신과 사무관은 “정부에서는 농업·건설·선박 등 움직이는 건 다 전동화로 가자는 흐름이 있다. 다만, 농업 분야는 통계적으로 잡히지 않아 AI 로봇으로 가는 애로사항이 있다"고 진단했다.
구매 보조금과 관련해서는 “지금도 농기계는 내연·전기 모두 비슷하게 지원되고 있다. 다만, 이해관계가 복잡해 구매 보조금이 아닌, 전기차와 같이 취득세를 감면한다든가, 각종 세제 혜택을 준다든가, 운영 단계부터 이득이 나는 구조인 총 소유비용(TCO) 기준으로 절감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농업기계는 1년에 내내 쓰는 게 아니라 조업 일수가 제한적"이라며 "개별 농가에 한 대씩 파는 게 맞는지, 공유형으로 가야 하는지, 임대와 운영 중심으로 가야 하는지 등 보급 방식을 제대로 설계하겠다"고 덧붙였다.
농업 분야의 AI 자율기계는 보급이 아닌 수출을 전제로 가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유경균 산업통상부 인공지능기계로봇과 사무관은 “국내 자율 농기계 시장은 2023년 기준으로 약 188억 정도로 아직 규모가 작지만 2021년에 73억에 비하면 2년 만에 두 배 넘게 커졌다"며 "같은 기간 전체 농기계 산업이 19% 성장한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빠른 편”이라고 진단했다.
농업 분야의 AI 자율기계를 '수출 먹거리'라고 강조한 그는 "줄어드는 농촌의 인구 문제에 대응하면서 새로운 수출 성장 산업으로 키우겠다"고 말하며 전북 김제에 시설농업 로봇 실증센터와 경북 칠곡의 무인 농기계 기술지원센터의 사례를 들었다.
김제 실증센터는 온실 환경에서 농업로봇을 실제 운영하고 가상 시뮬레이션을 통해 기업들이 데이터 쌓게 해주는 곳으로, 오는 2029년까지 제대로 된 허브로 만들겠다는 게 정부의 계획이다.
유 사무관은 "여기서는 기업들이 무인 농기계 설계·제작·시험·분석까지 원스톱으로 지원해 준다"며 "전라북도와 산업부, 그리고 기업들이 자율주행 농기계에 공통으로 쓸 수 있는 AI와 소프트웨어 뼈대를 만들고, 하드웨어는 기업이 상용화한 다음에 보급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2031년까지 오픈소스를 여러 자율주행 트랙터에 실제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농업 분야의 AI 자율기계 기술이 향상되는 데도 제도와 인프라 등 구조가 따라가지 못한 부분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문태섭 농림축산식품부 첨단기자재종자과 과장은 “AI 농업은 기계만으로 되는 게 아니라 재배, 유통, 품종, 정책까지 여러 분야가 같이 연결돼야 한다”며 "기계화에 적합한 품종은 말처럼 쉬운 게 아니다. 굉장히 긴 진화 과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자율주행 농기계와 관련해서는 “’완전 자율‘이 아니라 보조 기능부터 쌓아가는 구조가 될 것”이라며 “농기계 자율주행은 GPS 기반이 아니라 테슬라와 같은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을 내놨다.
그는 “농기계 공식 통계는 198만 대지만, 면세유 기준으로는 400만 대 가까이 된다. 농기계와 건설기계는 운송수단이 아니라서 전기차처럼 단순 비교가 안 된다. 소형 농기계는 집에서 그냥 꽂아도 되는데, 배터리 용량 커지면 제도상 전기차 충전소에 농기계 꽂아서 충전을 할 수 없다. 수소 트랙터도 마찬가지로 만드는 것보다 어디서 어떻게 충전할 거냐가 훨씬 어려운 문제”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는 임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비롯해 이원택·서삼석·송옥주·윤준병·임호선·문금주 의원 등이 공동 주최하고 한국농업기계학회가 주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