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지난해 7월부터 8개월간 이어진 경영 공백을 마무리하고 새로운 리더십을 맞이했다. KAI는 18일 경남 사천 본사에서 열린 임시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통해 김종출 전 방위사업청 국방기술보호국장을 신임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했다. 김 신임 사장은 19일 취임식을 열고 공식적인 경영 행보에 돌입했다.
KAI의 경영 공백은 2025년 7월 강구영 전 사장이 퇴임한 이후 약 8개월간 지속됐다. 경영 공백이 생긴 주된 원인은 노동조합의 반발과 함께 정부 입김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공군사관학교 31기 출신으로 23년간 공군 장교로 복무한 뒤 중령으로 예편했다. 그 이후 2006년 방위사업청 개청 멤버로 합류해 절충교역과장, 방산수출지원팀장, 기획조정관, 국방기술보호국장 등 주요 보직을 두루 거치며 방위사업 기획과 수출 지원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았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실무 경험과 네트워크가 KAI의 미래 성장 동력 확보와 글로벌 시장 공략에 큰 힘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선임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KAI는 지난 2월 이사회에서 김 사장 선임 안건을 상정하려 했으나 노동조합의 반발로 무산됐다. 당시 노조는 “경영 전문성이 검증되지 않은 군 출신 낙하산 인사”라며 강하게 반대했다. 특히 김 사장이 과거 대선 캠프 활동 이력이 있다는 점이 부각되며 ‘보은성 인사’ 논란도 제기됐다. 다만 김 신임 사장이 직접 노조와 면담을 통해 △사업부제 폐지·본부제 전환 검토 △불필요한 태스크포스 정비 △임원 규모 축소 및 인사 기준 재정립 △자회사 구조조정 및 투자 효율화 △노사 관계 정상화 등 현안에 공감을 표하면서 갈등은 일정 부분 해소됐다.
KAI는 지난해 매출 3조6964억원, 영업이익 2692억원을 기록했으나 주요 경쟁사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현대로템 등이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린 것과 비교하면 성장세가 제한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이에 따라 김 신임 대표는 올해 매출 5조7306억원, 수주 10조4383억원이라는 공격적인 목표를 제시했다. 단기 성과의 가늠자는 차세대 한국형 전투기 KF-21 ‘보라매’ 사업이 될 전망이다. 김 대표는 오는 25일 KF-21 양산 1호기 공개 행사에 참석해 본격적인 사업 추진 의지를 보여줄 예정이다. 인도네시아와의 공동 개발 마무리와 첫 수출 성과 창출도 주요 과제로 꼽힌다.
또 소형무장헬기(LAH)의 전력화, 미 해군 차세대 고등훈련기 사업 수주, 초소형 위성 체계 개발 등 굵직한 사업들이 대기 중이다. KAI 내부에서는 “김 대표의 풍부한 방위사업 행정 경험이 조직 안정화와 수출 확대에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성과로 입증해야 하는 시험대에 오른 만큼 리더십이 곧바로 검증될 것”이라는 신중한 시각도 나오고 있다.
앞서 지난 8개월의 수장 공석 사이에서 KAI는 시장 내 존재감이 약해졌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먼저 수주 경쟁력이 약화되며 글로벌 방산 호황 속에서도 KAI는 연이은 수주 실패를 기록, 업계 내 입지가 흔들렸다. 또 납품 지연과 자금 회수 지연으로 순차입금이 1년 새 1조원 이상 증가, ‘순차입 경영’에 돌입하며 재무 리스크가 확대됐다.
공백 기간 내 시장 내 존재감도 축소됐다. KAI는 이 기간 영업이익과 매출이 감소하며 국내 방산 4사 중 유일하게 부진한 성적표를 기록했다. 경쟁사들이 CEO를 중심으로 공격적 경영을 펼친 것과 달리, KAI는 중장기 전략 방향성이 모호해지는 결과도 초래했다.
최근 KAI는 한화그룹이 KAI 지분 4.99%를 확보하며 민영화 가능성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기도 하다. KAI는 수출입은행이 최대 주주인 구조상 정부 입김이 강하게 작용해 왔지만, 민간 자본 유입이 확대되면 향후 지배구조 변화 논의가 본격화될 가능성이 있다.
김종출 신임 대표는 KAI 내부의 ‘조직 안정화’와 ‘성과 창출’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짊어지고 임기를 시작했다. KF-21과 LAH 등 핵심 사업의 성공 여부, 글로벌 시장에서의 수출 확대, 노조와의 협력적 관계 구축이 그의 리더십을 평가하는 잣대가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