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도심 하천 신천에서 발견된 ‘캐리어 시신 사건’의 가해자는 피해자인 50대 여성 A씨의 딸과 사위로 밝혀졌다. 가족 간 갈등이 살인과 시신 유기로 이어진 참혹한 사건이 됐다.
어제 오전, 대구 북구 칠성동 잠수교 아래에서 은색 여행용 가방이 반쯤 물에 잠긴 채 발견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지나가던 행인이 이를 신고했고, 경찰은 가방 안에서 A씨의 시신을 수습했다. 지문 감정을 통해 신원을 확인한 경찰은 폐쇄회로(CC)TV 분석을 통해 딸 C씨와 사위 B씨가 시신을 유기하는 장면을 확보, 같은 날 오후 두 사람을 긴급체포했다. 조사 과정에서 두 사람은 시체유기 혐의를 인정했다. 사위 B씨는 “평소 불화로 인해 장모를 폭행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경찰은 주먹과 발로 폭행이 가해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피해자 A씨는 사건 전까지 남편과 떨어져 딸·사위와 함께 대구 중구의 원룸에서 생활했다. 범행 후 두 사람은 시신을 캐리어에 담아 신천변까지 도보로 이동해 유기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현장 감식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을 통해 정확한 사인을 규명하는 한편, 금전 문제와 가족 간 불화 등 범행 동기를 집중해서 추궁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살인 사건을 넘어 ‘친족 범죄’의 심각성을 드러낸다. 전문가들은 가족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피해자가 신고를 꺼리거나 차단되는 구조적 한계를 지적한다. 실제로 A씨는 생전 가정폭력이나 스토킹 관련 신고 이력이 없었지만, 지난해 한 차례 가출 신고가 접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사건은 단순 종결됐으나 전문가들은 이를 ‘위기 징후’로 인식했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친족 범죄는 경미한 폭력이 반복되다 임계점에서 강력 범죄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경기 용인에서는 20대 아들이 70대 노모를 살해했고, 김포에서는 가족 간 갈등 끝에 세 명을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번 대구 사건 역시 누적된 갈등이 폭력으로, 결국 살인이라는 비극으로 결론지어진 사례다.
이번 캐리어 시신의 사건 현장인 신천은 시민들의 대표 휴식처다. 일상 공간이 범죄 은닉 장소로 활용되며 지역 주민 사이에서는 치안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경찰은 CCTV 영상 분석을 통해 사건 발생 10시간여 만에 피의자들을 검거했지만, 사회적 파장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가정폭력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한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피해자 보호를 위한 선제적 대응망 구축, 경찰의 개입 근거 명확화, 지자체의 능동적 복지 시스템 마련 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은폐되는 폭력의 실체를 드러내고, 공권력이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체계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또 다른 비극은 반복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