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 매출만 억대를 올리며 웬만한 중소기업을 능가하는 사업체로 키운 탤런트이자 CEO인 김종결사장. 음식점 창업의 교과서로 평가받으며 가장 성공한 연예인 CEO로 손꼽힌다. 특히 부침이 많은 음식점 창업으로 19년째 대박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김종결그의 외식사업 성공비결을 들어봤다.
70년대 히트작 연화, 아씨 등 드라마에서 주인공으로 활약하며 안방극장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던 탤런트 김종결 사장. 70년대 청춘 아이콘이었던 그는 40년이 넘은 관록의 연기를 바탕으로 여인천하, 무인시대 등의 사극에서 중후한 연기를 선보였다. 특히 여인천하에서 연기했던 김안로는 팬카페가 생길만큼 인상적인 연기로 지금까지 사람들의 입에 회자되고 있다. 지난해 봄에는 미니시리즈 마이더스에도 출연했다. 올 봄에는 또다른 사극으로 브라운관에 복귀할 예정이다.
연기자 ‘김종결’ 뒤에는 따라붙은 또다른 이름이 있다. 바로 연예계에서 ‘가장 크게 성공한 사장님’이란 타이틀이다. ‘장사의 신’, ''음식점 교과서‘란 별명이 말해주듯 그는 음식점 창업으로 웬만한 중소기업을 능가하는 규모의 사업을 일궈냈다.
김종결 사장이 운영하는 생고기 전문점 ‘주신정’은 서울 여의도 증권가가 한복판의 상가에 자리하고 있다. 이 동네 샐러리맨 사이에서는 ‘주신정 모르면 간첩’이란 소리를 들을 만큼 유명하다. 점심시간에 주신정에 가보면, 대개 홀 안은 손님들로 꽉 차 있어 발 디딜 틈이 없다. 손님들은 문밖에서 기다리며 장사진을 치고 있다.
김사장은 부업으로 음식점을 시작했지만, 지금은 부업이 본업보다 더 커졌다. 대단한 성공이다. 그의 사업 역량이 인정받으면서 지난 1999년 김대중 정부 시절 국민회의 경제대책위원으로 위촉되기도 했고, 신지식인으로 선정되는 영예를 안기도 했다.
서빙은 물론 고객신발까지 직접 정리하며 정성으로 고객을 대한다
이렇게 성공한 비결은 무엇일까? 연세대 수학과 출신의 엘리트 답게 셈에 밝은 탓에 사업에 승승장구했을까? 김사장은 손사래를 친다.
“죽기 살기로 열심히 했어요. 계산을 하면 손님이 더 잘 압니다. 진심을 담아서 열심히 고기 한 점, 반찬 한 가지라도 더 내줬죠. 진심은 통한다고 손님들이 알아주신 거죠.”
TV 화면속에서는 근엄하고 멋있는 탤런트이만, 그는 자신의 음식점에서는 오는 손님들 한 사람 한사람에게 “어서 오십시오”하며 최대한 허리 숙여 인사한다.
테이블을 오가며 직접 서빙도 하고 신발 정리도 한다. 오전 11시 30분이면 점포에 나와서 폐점 시간까지 자리를 지키고, 드라마에 출연할 때에도 저녁시간에는 반드시 점포에 나와 손님들을 일일이 챙겼다.
사장이란 이름으로 ‘폼만 잡으면’ 망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현장에 나와야 손님들의 불만도 들을 수 있고, 이를 경영에 반영해야만 이른바 고객 감동으로 이어진다고 그는 말했다. 그가 창업에 성공한 이유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햄버거 가게 불탄 후 아픔을 딛고 시작한 사업이 한식전문 주신정
사실 김사장에게 주신정은 ‘첫 번째 장사’가 아니다. 70년대 후반 당시 명동 코스모스백화점 지하에서 도자기 장사를 처음 했고, 이어 로스구이 전문점, 햄버거 가게 등을 운영한 경험이 있다. 햄버거 장사를 할 때는 가게에 불이 나 큰 손해를 보기도 했다. 그 아픔을 딛고 4개월 후인 93년 10월 새로이 주신정을 열었다.
생고기 전문점을 택한 건 우연히 떠오른 사업 아이디어 때문이었다. 창업 당시 그는 여의도에서 점심시간에 이리저리 거닐다 샐러리맨들이 새까맣게 거리로 몰려나오는 걸 목격하게 됐다. 그러자 ‘점심에는 밥을, 저녁에는 고기를 팔면 되겠다’는 사업 아이디어가 자연스레 떠올랐다.
실평수 70평의 주신정을 처음 열 때 든 돈은은 권리금․보증금 2억원을 포함해 약 3억원. 개업 1년 만에 맛있는 집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실평수 30평 규모의 옆 점포까지 인수해 더 크게 늘렸다. 확장에 들어간 추가 투자 비용은 2억원.
이 집의 메뉴는 그리 복잡하지 않다. 점심에는 찌개류, 저녁에는 생고기와 안창살․갈비살 같은 고기류가 주메뉴이기 때문이다. 사실 외식 창업의 60~70%가 이런 종류의 음식점인 게 현실이다. 남들은 쉽게 망했지만 그는 20여년 가까이 장사를 꾸준히 잘 해왔다. 이유는 뭘까? 주신정이 ‘음식점 창업의 교과서’로 평가받는 이유를 살펴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주신정의 성공 요소는 남다른 맛, 탁월한 종업원 관리, 친절 세 가지를 들 수 있다. 이는 외식 경영의 핵심 전략이다. 그는 이 사실을 일찌감치 깨닫고 소신대로 적용해 나간 것이다.
쫄깃하고 담백한 고기 맛에 묵은지 등 엄마 손맛의 토속적인 메뉴로 승부
음식점은 아무리 멋진 인테리어와 서비스가 좋아도 맛이 없으면 성공할 수 없는 것이 생리다. 김 사장은 이 남다른 맛을 처음부터 ‘나만의 특화전략’으로 내세웠다. 주신정의 고기맛은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다’는 평을 듣는다. 첫 맛은 부드러우면서도 나중 맛은 쫄깃하고 담백하다. 이는 최우수 질을 자랑하는 특등급 고기류를 공급받을 수 있는 길을 확보했기에 가능했다.
김 사장은 개업 준비를 할 당시 서울 강남의 유명한 음식점들을 두루 방문했다. 좋은 고기 공급처를 알기 위해서였다. 당시 김 사장의 이 같은 성의 때문에 모 강남 음식점 주인의 소개로 좋은 거래처를 확보할 수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처음 거래처와 함께 세 군데 공급루트를 추가로 더 뚫었다. 공급처를 네 곳으로 유지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거래처 간의 경쟁으로 고기의 질을 유지하면서 물량이 모자랄 때를 대비하기 위한 전략이다.
또 그는 고기 맛의 수준이 가만히 있는 게 아니라는 지론을 갖고 있다. 맛의 품질을 시간이 흐르면서 계속 높여야 한다는 얘기다. 그래서 그는 창업 당시부터 지금까지 주방장과 함께 특색 있는 음식점들을 찾아다니며 맛을 보고 어떻게 요리하는지 파악해 두었다. 차별화된 맛과 메뉴를 새로 계속 개발하기 위해서였다.
주신정에서 현재 생고기를 모듬, 등심, 차돌박이 등 다양한 부위를 메뉴로 내놓고 있다. 또 산지에서 직송한 간장으로 만든 간장 게장도 마련했다. 신선한 고기와 함께 먹을 수 있는 웰빙 식단인 셈이다. 고기를 먹은 다음 1000원을 추가하면 공기밥과 열무김치․된장찌개․고추장을 함께 함께 비벼 먹을 수 있도록 했다. 손님들이 고기뿐 아니라 다양한 메뉴를 통해 만족감을 얻을 수 있게 한 것이다. 이런 전략으로 손님들의 큰 호응을 이끌어 낼 수 있었다.
요즘은 김치찌개가 뜨고 있다. 6년 전 김치전골로 시작됐던 메뉴에서 파생된 김치찌개는 묵은지로 요리해 엄마 손맛을 살리면서도 뒷맛이 개운해 고객들의 인기메뉴이다. 김치찌개의 가격은 6000원. 짜장면 가격도 7000원으로 오른 곳이 많은 요즘 원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주고객층인 샐러리맨들의 주머니 사정을 고려한 착한 가격이다.
그는 점심 시간에 고기가 먹기 부담스런 손님들을 위해 김치전골․갈비전골 같은 메뉴를7000~1만원에 내놓았다. 그 덕분에 30~40대 샐러리맨들은 물론 주부․노인들까지 손님층으로 끌어들일 수 있었다.
주신정의 음식 중 특히 눈여겨 볼 게 있다. 고기와 곁들여 나오는 묵은지, 된장찌개, 열무 김치 같은 반찬들이 토속적이라는 점이다. 이미 개업 때부터 그는 이런 신토불이 반찬 식단을 준비해 왔다. 김 사장은 “화려한 반찬은 맛이 강해 고기로 손이 덜가게 한다”면서 “하지만 토속적인 반찬은 고기를 더 맛있게 느끼도록 만들어주는 효과가 있다”고 말한다.
주신정 운영의 최대 성공 비결은 단연 질 좋은 고기다. 질을 최우선으로 한 탓에 원재료와 부재료를 포함한 재료비는 전체 매출의 약 42%나 된다. 재료비 비율이 높으면 이윤이 박하다. 하지만 많이 팔면 일정 이윤을을 보장받을 수 있다. 김 사장은 이른바 박리다매 전략으로 큰 성공을 거둔 셈이다. 김사장은 이 비율의 묘수를 잘 활용한 박리다매 전략으로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
주신정의 월 매출은 억대이다. 그 중 재료비와 인건비 비중이 가장 크다. 주방과 홀을 합친 직원수는 38명이다. 여기에 임대료와 기타비 등을 제외하면 순수익은 20% 정도로 예상할 수 있다.
전 직원을 ‘멀티 플레이어’로 만드는 직원관리
김사장의 또다른 성공 비결인 ‘종업원 관리’를 살펴보자. 축구에 비유해 보면 종업원을 전원 공격 전원 수비가 가능한 멀티플레이어로 만들었다. 주방이든 홀이든 가리지 않고 모든 종업원이 어떤 위치에 있든 상관없이, 필요한 곳에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든 것이다. 덕분에 바쁜 시간에도 손님들에게 골고루 제대로 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김 사장이 이런 체제를 도입한 이유는 간단하다. 주방장의 입김을 줄이면서 서비스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여기에는 사연이 숨어 있다. 개업한 지 1년쯤 지났을 무렵 경쟁업소에서 주신정의 주방장을 빼갔다. 영업에 지장이 생기면서 그는 새로운 종업원 관리체제의 구축을 절실히 느꼈다. 따라서 그는 조업원 누구라도 주방에서 일정 부분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이 조치 이후 점포 일의 효율성이 크게 올라갔음을 두말할 나위가 없다.
주신정의 성공 비결 중에는 남다른 ‘인사관리’도 있다. 38명의 직원들에게 보너스를 비롯해 의료보험․국민연금 등 다양한 혜택을 주고 있다. 심지어는 병가에도 2개월씩 유급휴가를 줄 정도이다. 주신정이 개인사업체가 아니라 법인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면서 사람을 아끼는 김종결 사장의 인간적인 면모를 볼 수 있는 점이다. 이런 지와 덕을 갖춘 인사관리 덕분에 주신정 직원들은 10년이 넘은 직원이 대부분이다. 이직을 잘 안하기 때문이다.
주신정은 서비스업이지만 고용 시스템이 안정돼 있다. 이런 안정 덕분에 대고객 서비스는 더 나아졌고, 이는 자연스레 매출 증대로 이어졌다. 김 사장은 처음에는 개인 사업체로 시작했지만 3년 후부터 법인으로 전환했다. 연 매출이 10억원이 넘으면 법인이 세제 혜택면에서 유리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마지막 성공비결은 ‘손님들에게 서비스를 잘하는 것’이다. 전문 용어로 말하자면 ‘대고객 서비스의 극대화’다. 주신정 홀 중앙에는 ‘손님은 항상 옳습니다. 노력하는 주신정’이란 문구가 붙어있다. 금융권에 ‘친절강사’로 초청받을 만큼 서비스 정신이 뛰어난 김 사장이기에 친절에 관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는 얘기다.
그는 “‘친절에는 왕도란 따로 없다”면서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마음과 손님들 덕분에 돈을 벌 수 있다는 사실만 잊지 않으면 친절 서비스는 저절로 나오게 되어 있다”고 말한다.
이처럼 그는 겸손하게 말하지만, 잘 살펴보면 손님들에게 정말 잘한다. 우선 음식 인심이 후하다. 손님들에게 덤으로 고기를 주거나 반찬을 내주는 인심 서비스를 아끼지 않는다. 후식으로 눌은밥과 커피까지 제공한다.
이렇게 잔칫집처럼 후한 음식 인심 덕분에 한두 번 오는 손님들은 단골로 이어지기 일쑤다. 또 그는 오래전부터 ‘음식 리콜 서비스’도 실시하고 있다. 손님이 불만을 표시하면 고기가 됐든 전골이 됐든 바로 회수해 새것을 대신 내온다. 이 서비스 덕분에 손님들이 고기나 서비스 품질에 대해 불평하는 게 싹 없어졌다.
음식점 경영 19년만에 그 가치를 몇 배로 키우며 이른바 대박 신화를 창조한 김종결 사장. 체인점 요청 문의가 요즘도 심심치 않다. 하지만 그는 관리가 소홀하기 쉬운 체인점을 원치 않는다. “돈은 충분히 벌었다”고 말하는 그는 현재의 사업을 잘 유지해 손님들에게 ‘영원히 기억되는 맛집’으로 남길 희망하고 있다. 또 연기자로서도 힘이 닿는데까지 한 장면에 나와도 사람들의 기억속에 남는 개성있는 연기를 선보이고 싶다는 게 그의 바램이다.
<MBC 이코노미 매거진 3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