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은은 공기 중에도 바닷물에도 들어있다. 그러다보니 먹이사슬의 위치가 높은 동물일수록 체내 수은 농도가 높아지게 된다. 물고기도 작은 것보다 큰 것이 체내에 더 많은 수은을 함유하고 있다는 얘기다. 먹이사슬의 상위그룹에 속하는 참치에서도 메틸수은이 검출된다. 아이들이 즐겨먹는 참치캔, 이제는 알고 먹어야겠다.
얼마 전 중국의 토양 오염과 일본의 원전 방류수 유출로 인한 수질 오염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던 것이 잊혀질만하니까 이제는 참치캔에 수은이 들어있다는 보도가 나와 소비자들을 긴장하게 만들고 있다.
미국의 컨슈머리포트는 최근 임산부들에게 참치를 먹지 말라고 권고했다. 그 이유는 참치에서 메틸수은이 검출됐는데 같은 업체 통조림인데도 수은 함량이 다르고 일부 참치 통조림에서는 권고치의 2배 이상의 수은이 나와 소비자가 수은의 함량을 정확히 알 수 없고 임산부들이 계속 섭취할 경우 태아에게 치명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컨슈머리포트는 2005년 이후 나온 참치통조림 샘플 중 20%가 미국 식품의약국(FDA)가 공고한 수은 함유량 평균치보다 두 배 가까이 높고 비록 80%가 그렇지 않다고 하지만 소비자들은 시중에서 구입하는 참치캔에 들어있는 수은 함량을 정확하게 알 수 어렵다고 밝혔다.
한편 FDA에서는 지난 6월 어린이와 임산부는 생선을 더 먹어야 한다며 참치 통조림 등 생선을 매주 8~12 온스(227~340g)를 먹는 것이 좋다고 권고했다.
또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도 참치 등 생선에는 오메가-3 지방산, 비타민과 셀레늄 등 무기질 함량이 높아 어린이 두뇌발달, 성장발달과 면역력을 유지시켜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균형 잡힌 섭취가 유용하다며 생선 섭취를 권장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서로 다른 정보 사이에서 혼란스럽다.
FDA어류지침과 소비자 보호
최근 미국에서는 일부 소비자 보호단체가 소비자들이 오메가-3 지방산을 섭취하는 동시에 메틸수은에 노출되지 않도록 보호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미국 환경사업단체는 지난 1월 어류 오염물질과 영양분 데이터에 대한 어류섭취 개정안을 발표하며 미국에서 판매되는 35종의 해산물 중 10종을 평균 체중의 임산부가 일주일에 8온스 섭취하게 된다면 수은으로 인한 과도한 위험에 노출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수은 함유량이 낮은 9개 어종 중에 라이트 다랑어와 대구 통조림은 수은 함유량이 낮지 않고 따라서 임산부가 자주 이 식품을 섭취하게 된다면 수은 노출 위험이 증가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미국인이 노출되는 모든 메틸수은 중에 3분의 1이 다랑어를 통해 노출되는데 이는 다랑어에 수은이 매우 많이 함유돼 있고 미국인들이 다랑어를 자주 섭취하기 때문이다.
수은정책프로젝트와 환경사업단체는 임산부와 어린이에 대한 통조림 라이트 다랑어 권장 섭취량을 1주일에 1회 이하로 정하고 있다.
메틸수은은 발암물질
메틸수은은 세포막을 쉽게 통과하는 특성으로 인해 중추신경계에 영향을 줘 암을 유발할 수 있는 유해물질로 전 세계적으로 규제하고 있다. 각국의 어류에 대한 총 수은 및 메틸수은의 기준규격은 FAO/WHO의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에서는 포식성 어류의 메틸수은 가이드라인 수준을 1.0mg/kg, 일반어류는 0.5mg/kg로 규정하고 있다.
우리나라와 유럽연합은 이와 같은 규정을 적용하고 있는 한편 미국에서는 포식성 어류와 일반어류를 구별하지 않고 메틸수은의 함량을 1.0mg/kg로 규정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이보다 엄격한 규정을 적용하고 있는데 심해성 어류를 제외한 어류 중 총 수은 함량을 0.4mg/kg 이하로 정하고 있으며 수은함량이 이를 초과한 어류는 메틸수은 기준 0.3mg/kg을 재적용해서 적부를 판정하고 있다.
가당랑어와 날개다랑어의 수은 함유량 차이
미국에서 제조·유통판매되고 있는 참치캔에서 나온 높은 수은 함량과 국내에서 제조·유통 판매되고 있는 참치캔에서 나온 기준치 이하의 수은 함량은 왜 이렇게 차이가 나는 것일까? 미국에서는 날개다랑어를 잡아서 참치캔을 만드는 반면 국내에서는 가다랑어를 잡아서 참치캔을 만든다.
가다랑어는 날개다랑어보다 크기가 작고 그만큼 수은 함유량도 적다. 먹이사슬과 체내 누적되는 수은 함량과의 관계를 고려한다면 이해할 수 있다.
동원F&B 관계자는 “참치는 거의 천적이 없을 정도로 먹이사슬의 최상단에 위치하고 있으므로 먹이사슬을 통해 수은이 축적됐다”며 제조과정에서 들어간 것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동원F&B는 남태평양 적도 부근에서 가당랑어를 잡아서 참치캔을 만들고 있는데 입고할 때마다 샘플채취검사를 하고 있다. 메틸수은검출량은 0.045mg/kg로 기준치인 0.1ppm보다 낮다.
이와 관련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참치 등의 수은 위해성 논란과 관련해 임산부, 가임여성, 수유모는 상어, 황새치, 참치 등 섭취로 인한 영양성을 고려해 주 1회 100g 이하로 현명하게 섭취하는 것이 좋다고 밝혔다.
지난 2004년부터 2008년까지 다랑어류 134건, 새치류 103건, 상어류 36건 및 참치통조림 33건에 대해 메틸수은 함량을 조사한 결과 각각 평균 0.21, 0.20, 0.28, 0.03ppm으로 국내 기준치인 1.0ppm을 초과하지 않았다.
아울러 지난 2008년부터 2011년까지 우리나라 국민 19,019명을 대상으로 혈중 수은 농도를 조사한 결과 1인당 혈중 수은농도는 평균 3.45㎍/L로 식품의 섭취량으로 환산해볼 때 주간섭취한계량의 28% 수준이며 감소 추세에 있다. 주간섭취한계량은 평생 동안 먹더라도 유해한 영향이 나타나지 않는 체중 1㎏당 주간 섭취 한계량을 뜻한다.
방사능·중금속과 항생제 잔류여부 검사 확대
정부에서는 식품안전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를 위해 수산물에 대한 방사능검사를 지난해보다 100여 회 더 실시하고 식중독균‧중금속‧항생제 잔류검사도 확대하고 있다.
특히 연근해산 및 원양산 수산물에 대한 방사능 검사가 지난해보다 훨씬 강화된다. 국립수산물품질관리원은 지난 1월 16일 올해 수산물 안정성 조사를 지난해보다 18%, 1000여 회 이상 늘어난 7200여회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방사능에 대한 검사는 지난해 800여 회에서 100여 회 이상 늘어난다. 검사는 수산물품질관리원이 전국의 수산물 양식장과 위판·공판장 등에서 채취한 시료를 정밀 조사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방사능 검사와 함께 소비량이 많은 수산물과 식중독균에 오염될 우려가 있는 품목을 대상으로 중금속과 항생제 등의 잔류여부 검사도 지난해 보다 확대 실시된다. 국립수산물품질관리원은 이에 따라 장염비브리오 등을 유발하는 식중독균을 비롯해 메틸수은과 항생제 등 금지약품 잔류검사를 800여 회 이상 실시하기로 했다.
국립수산물품질관리원은 이미 지난해 말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유통되는 수산물은 연근해산 및 원양산을 막론하고 방사능 조사에서 오염사례가 전혀 발견되지 않고 모두 안전했던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힌 바 있다.
식품안전과 소비자의 알 권리
식품안전은 국민의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식품기업들의 도덕성 문제도 있지만 무엇보다 정부와 기업은 식품안전과 관련 소비자의 알 권리를 보장해줘야 한다. 특히 메틸수은과 같은 중금속의 경우에는 체내에 쌓이는 누적치가 중요하므로 소비자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해줘야 한다.
전문가들의 역할도 중요하다. 일반국민들이 식품안전 상태를 확인하고 싶다고 하더라도 식품안전과 관련된 실험을 직접 하기는 어렵다. 전문적인 지식과 정보도 부족할 뿐만 아니라 그럴만한 여건도 갖추고 있지 못하다. 전문가들의 실험 결과 발표에 귀가 솔깃해지는 이유이다.
이런 국민들의 기대와는 달리 식품안전과 관련 전문가들의 태도는 지나치게 소극적이다. 한마디로 전문가들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물론 전문가들이 식품안전에 대한 식품기업의 태도를 운운한다면 식품기업의 매출에 영향을 주게 되므로 미운 털이 박힐 것은 분명하다.
MeCONOMY Magazine September 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