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류란 1990년대 말부터 해외에서 불기 시작한 한국 대중문화에 열광하는 문화를 말한다. 한류의 시작은 드라마였다. 1990년대 초 한국 드라마가 중국에서 인기를 끌기 시작했고, 그 여세를 몰아 2000년대 초 일본에서 ‘이브의 모든 것’과 ‘겨울연가’가 빅히트를 치면서 한류열풍이 일기 시작했다. 드라마에 이어 K팝이 귀에 쏙쏙 들어오는 ‘후크송’과 각 잡힌 군무를 바탕으로 커버댄스곡으로 인기를 끌면서 한류는 전 세계로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이제 각 나라에서는 K팝 커버댄스팀들이 아이돌 못지 않은 인기를 누리기도 한다. 한류의 전 세계 공략이 시작된 것이다.
한국의 이미지를 개선한 한류문화
문화체육관광부가 2012년 해외 9개국 3천6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해외한류 조사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최초 이미지는 1위가 한국 드라마(657명), 2위 K팝(536명), 3위 한식(522명), 4위 전자제품(504명)이었다. 그만큼 한류콘텐츠가 국가브랜드의 제고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고, 한류의 확산을 통해 국내 제품들이 해외에서 상당한 이미지 개선효과를 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류가 이처럼 인기를 끌게 된 요인은 ‘새롭고 독특함’과 한류스타의 ‘매력적인 외모’가 큰 것으로 조사됐다. 문체부의 다중응답 설문에서 응답자 중 2천21명(56.1%)은 첫 번째 인기요인으로 새롭고 독특함을 꼽았으며, 2위는 매력적인 외모로 1천876명(52.1%), 3위는 흥미로움으로 1천830명(50.3%)이었다. 그 뒤를 이어 유행선도 1천537명(42.7%), 우수한 품질 1천520명(42.2%), 뛰어난 퍼포먼스 1천502명(41.7%)이 엇비슷한 요인으로 뽑혔다. 한류를 통해 한류스타의 매력적인 외모가 부각되고 유행을 선도하게 됨으로써 한국 자체의 이미지 상승효과에도 큰 기여를 하고 있는 셈이다.
일본에서는 한류가 붐을 일으키기 전과 후에 한국인을 대하는 태도가 눈에 띄게 달라졌다. 2000년 당시 일본에 머물러 있던 세계한류학회 오인규 사무국장은 장동건과 채림 주연의 드라마 ‘이브의 모든 것’이 일본 내에서 방영되기 전에는 일본인들의 한국인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이 드라마가 인기를 끌자 한국 드라마들이 하나둘 방영되기 시작했고 일본 내에 한류열풍이 몰아쳐 ‘욘사마’, ‘지우히메’라는 신조어도 생긴 것이다.
한류는 이제 아시아를 넘어 문화의 중심지인 미국으로 향하고 있다. 중남미를 중심으로 불기 시작한 K팝 열풍은 북미대륙에서도 서서히 그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오인규 사무국장은 미국에만 한류 동호회에 가입한 회원수가 130만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2012년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필두로 한국 아이돌의 K팝이 소개되며 점점 그 수가 늘어나는 추세다. 어떤 나라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면 그 나라로 여행을 가보고 싶은 법이다. 문체부 설문조사에 따르면, 한류를 접한 후 “한국에 가고 싶다”라는 답변이 58.1%에 달했다.
급부상하는 요우커의 등장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 따르면, 2013년 외래관광객이 1천200만명을 돌파했다. 2012년에 이어 연속해서 외래관광객 1천만명 시대를 이어간 것이며, 1975년 외래관광갱 63만여명을 기록한 이래 1천800%에 이르는 비약적인 성장을 기록했다.
이에 대해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이강욱 연구원은 전 세계적으로 연간 1천만명 이상의 외래 관광객을 유치하는 관광대국의 경우 대부분 육로를 통한 왕래가 가능한 내륙국가인 점을 감안하면 우리나라의 관광성과는 크다고 밝혔다. 이강욱 연구원은 외래관광객 1천200만명이 지출한 15조4천748억원의 관광수입에 의해 약 25조5천736억원의 생산유발 효과와 19만9천625개의 일자리가 창출된 것으로 추정했다.
오인규 사무국장(세계한류학회)은 한류관광객이 연 300만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전체 외래관광객 중 25%에 해당하는 이들이 한류관광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중 중국관광객은 100만명으로 1/3에 해당하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2000년대 초반 일본의 한국드라마 열풍으로 시작된 한류관광은 일본관광객이 90%에 이를 정도로 주류를 이루었다. 그런데 3년 전부터 중국 내의 한류 열풍 확산에 따라 한류관광의 중심이 일본에서 중국으로 변화된 것이다. 중국관광객들의 씀씀이는 크기가 엄청나기로 정평이 나있다. 그래서 중국관광객들을 가리키는 ‘요우커’라는 신조어도 생겼으며, 명동 일대에는 요우커를 유치하기 위해 각 매장마다 중국어를 유창하게 사용하는 점원들이 배치되어 있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2013년 요우커의 1인당 평균 지출액은 236만원으로, 같은 기간 일본인 관광객 103만원보다 2배 이상을 소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요우커 중 지출액이 큰 관광객을 가리키는 ‘요우커 VIP’의 씀씀이는 상상을 초월한다. 외국인 관광전문 여행사 코스모진에 따르면, 30대 연령층의 요우커 VIP들의 56% 이상은 한 번 방한 시 쇼핑으로 5천만원 이상을 쓴 것으로 조사되었다. 5천만원 이상의 지출은 다른 연령대에서도 고루 분포되어 있다. 50대 요우커 VIP가 47%, 40대 44%, 60대 43%, 20대 41%이다. 30대 VIP 중에는 1억원 이상 쓴다는 응답자가 20%에 이르렀다.
코스모진 정명진 대표는 이처럼 중국관광객의 소비가 많은 이유는 “한국에서 명품과 최고급, 최상의 서비스만을 고집하기 때문에 1회 방문 시마다 지출하는 소비규모가 일반인의 상상을 뛰어넘곤 한다”고 밝혔다. 중국 ‘큰 손’들에게서 지갑을 여는 한류관광의 고급화가 또 다른 수입창고 역할을 할 수도 있으리라 판단된다.
한류를 활용한 엔터투어먼트
최근 한류를 활용한 관광이 각광을 받고 있는 만큼, 대중문화(Entertainment)와 관광(Tour)을 결합한 엔터투어먼트(Entertourment)가 새롭게 부상하고 있다. 가장 흔한 엔터투어먼트는 한류스타와의 만남이다. 롯데면세점은 이민호, 최지우 등 한류스타를 활용한 팬미팅이나 패밀리 콘서트를 통해 작년 800만명에 가까운 외국인 구매객을 확보했다. 그 중 중국인 관광객은 60%를 넘어섰으며, 월드타워점의 경우 지난해에 비해 국산 화장품 판매율이 230%나 급증했다.
롯데면세점의 팬미팅은 스타와의 만남으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다. 팬미팅 현장을 방문한 외국관광객들은 면세점과 제휴가 된 여행사의 여러 관광상품을 패키지로 체험하며 한국의 문화를 즐기고 롯데면세점에서 화장품이나 첨단IT기기 등을 구매하게 된다. 코스모진여행사에서는 이런 패키지 상품을 전문으로 하고 있다. 교환학생을 대상으로 K팝댄스를 가르치는 교실을 열거나, 드라마 ‘겨울연가’와 ‘별그대’의 촬영지인 남이섬과 쁘띠프랑스를 방문하거나, 공연스케줄을 맞추지 못한 한류팬을 위한 홀로그램 공연장 ‘클라이브’로 관광객을 유치하고 있다.
코스모진 신창식 대리는 국적과 지역에 따라 선호하는 관광장소도 다르다고 말했다. 중국관광객은 드라마에 나온 스타들의 촬영장소를 선호해서 드라미아, 남이섬, 쁘띠프랑스 등을 많이 찾는다. 동남아관광객은 드라마 촬영지와 함께 겨울을 즐길 수 있는 곳을 선호한다. 눈이 내리지 않는 지역에 살다 보니 겨울시즌에 눈을 보러 오는 관광객이 많다는 것이다. 그래서 동남아관광객들은 야외보다는 덜 추우면서도 온전히 겨울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실내 겨울테마파크인 원마운트를 방문하거나 드라마촬영지를 찾아간다. 가장 이색적인 것은 유럽이나 미주 관광객이다. 이들은 한국의 음식문화 체험을 선호한다. 음식문화가 비슷한 중국이나 동남아인들이 최신 한류문화 체험을 선호하는 것과는 다소 차이를 보인다.
지속적 수익모델 창출 요구돼
그렇지만 한류를 활용한 엔터투어먼트가 반드시 성공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2011년 경주에서 열린 한류드림콘서트의 관광상품을 맡았던 한 여행사 관계자는 지리적 불편함으로 인해 외국인관광객 유치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같은 콘서트를 서울에서 했을 때는 외국인관광객이 많이 몰려 그야말로 ‘핫’한 공연이 되었다. 그러던 것이 경주에서 열자 공항에서 멀어 접근도 쉽지 않고 언어적인 불편함 때문인지 외국인관광객들의 관심도가 떨어졌다는 것이다.
한류관광이 단발성으로 끝나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한류관광은 스타의 인기도에 좌지우지되는 경우도 많고, 모객도 단발성으로 이루어지다보니 지속적인 수익모델을 확보하지 못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한류관광열차’를 들 수 있다. 한류관광열차는 강원도와 한국관광공사, 코레일관광개발이 2012년 12월 2013년 스페셜올림픽과 2018년 동계올림픽의 성공개최와 국내·외 관광객 유치확대를 위해 야심차게 준비한 관광상품이었다.
이를 위해 단순한 관광열차 상품을 벗어나 열차 내에 이벤트와 볼거리, 먹거리를 결합한 이벤트형 철도관광상품을 내놓는다는 전략을 세웠다. 하지만 지난해 12월에 한국철도공사에 운행여부를 확인한 결과, 현재는 한류관광열차가 멈춰서 있다고 밝혔다. 그 원인에 대한 구체적인 답변은 듣지 못해 정확한 근거는 찾을 수 없었으나, 매출액에 대한 대답을 회피하는 것으로 봐서는 지속적인 수익모델 창출에 실패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한류관광에 있어서 지속적인 수익모델의 창출이 시급한 만큼, 수입구조의 개선도 하루 빨리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한류학회 오인규 사무국장은 “중국에서 인기가 높았던 ‘별그대’의 경우 중국 내 텔레비전 방영이 금지되는 바람에 인터넷으로밖에 공급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인터넷 방송국에 파는 가격이 너무 싸서 방송콘텐츠 판매를 통한 수입은 크지 않았다고 한다. 또한 배급채널의 구축도 필요하다. 상당수의 한류팬들은 드라마를 불법으로 다운받아서 시청하다보니 저작권자의 권리가 침해되고 수익구조의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한류와 관광상품의 수익구조를 개선하는 방향으로 시급히 대안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아이돌 중심의 한류에서 벗어나야
한류관광의 가장 큰 문제는 아이돌이나 인기연예인 위주의 관광이 주를 이룬다는데 문제가 있다. 한국관광공사 김종숙 차장은 한류관광이 K팝 스타나 유명 연예인을 위주로 사업이 진행되다 보니 그들의 일정에 따라 실행되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또한 스타들의 높은 개런티 또한 한류관광의 지속가능한 수익모델 창출을 막고 있다. 유명 스타의 인기에 따라 입국객수가 줄었다 늘었다를 반복하는 점도 문제다. 그 연예인의 인기가 언제까지 유지될지는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김종숙 차장은 아이돌이나 인기연예인 중심의 한류에서 벗어나 스타들이 한국의 전통이나 예술, 산업 등을 소개하는 방식을 통해, 외국관광객들이 전반적인 한국 문화에 빠져들게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에는 이런 움직임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극동지방에 사는 러시아인들은 한국에 오는 첫 번째 이유가 의류관광이다. 시베리아 지대의 사람들에게 모스크바는 멀다. 그렇다고 일본을 가자니 의료비가 비싸고 중국 의료시설은 믿지 못하는 분위기가 높다보니, 한국에 와서 의료관광을 하고 있다. 태국이나 중국에서도 한국으로 의료관광이 많은 추세다. 동남아시아나 중국인들이 동대문쇼핑몰에서 액세서리나 의류를 구매하는 것이나 미주나 유럽인들의 한글체험도 새로운 한류관광으로 주목받고 있다.
문체부가 외국인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한류의 지속기간을 ‘4년 이하’로 예상한 응답자가 66%를 차지했다고 한다. 현재 한류가 아이돌의 인기에 힘입어 탄력을 받고 있지만 이것이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특히 아이돌이나 연예인들의 인기는 한순간에 치솟았다가 급락할 여지가 많다. 그러므로 아이돌을 뛰어넘는 지속가능한 관광상품의 개발이 절실한 때이다.
Q. 세계한류학회는 어떤 단체인가?
A. 학문 분야로부터 얻어지는 지식과 전문성을 결합하여 한류연구를 발전시켜 공익증진에 기여하기 위해 노력하는 비영리 회원제 연합체이다. 이를 통해 산학간, 학제간의 커뮤니티를 구축하고 교류를 증대하며, 현실적이면서도 미래지향적인 한류의 발전방안을 개발하고 지원하는 사업을 추진하고자 다양한 학술대회와 한류연구, 간행물편찬을 진행하고 있다.
Q. 현재 전 세계적으로 한류가 어느 정도로 확산되어 있나?
A. 외교부 집계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한류팬은 2천만명에 이르고 있으며, 전 세계 150개국에 한류동호회가 있다. 한류가 인기를 끈 시기에 따라 선발, 중간, 후발지역으로 나누고 있으나, 최근에는 인터넷의 발달로 각 지역의 시간간격이 좁혀지고 있다. 그래서 한국에서 10년 전에 제작된 ‘대장금’이 인기를 끌던 중동과 같은 후발지역의 한류팬도 최근에는 일주일이면 따끈따끈한 ‘신상’ 드라마를 다 시청하는 추세다.
Q. 최근에는 한류가 아시아를 넘어 유럽이나 미국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는 것 같다.
A. 문화중심지인 미국에서의 한류 인기는 고무적이다. 현재 미국에만 한류동호회 회원수가 130만명에 이르고 있다. 유럽에서는 학생들이 교환학생 자격으로 우리나라를 찾는다. 이들에게 한국으로 유학 온 이유를 물어보면 한류문화에 매료되었다는 응답이 다수다. 특이한 것은 이스라엘에서 한류가 인기를 얻고 있는 점이다. 이스라엘TV는 매일 한국드라마를 방영하고 있다. 이는 스탠포드대학교의 한국어교수가 직접 회사를 운영하며 한국드라마를 히브리어로 번역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근엔 이스라엘인들의 한류관광도 늘고 있다.
Q. 한류관광에서 개선해야 할 점은 무엇인가?
A. 먼저 수익구조를 개선해야 한다. 중국 당국이 TV에서 드라마 ‘별그대’의 방영을 금지하면서 제작사 측은 인터넷으로만 팔아야 했던 사례가 있다. 낮은 인터넷방송 판매 비용으로 인해 회사의 수익이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그 외에도 유투브에 아이돌 가수의 뮤비가 방영되면 수입은 유투브가 가져가고 제작사 측은 남는 것이 없다. 해외팬들이 드라마를 시청할 때 불법으로 인터넷에서 다운받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수익구조의 개선을 위해서는 한류문화의 배급채널을 빨리 구축하는 것도 필요하리라 본다.
또한 한류문화의 기초체력을 튼튼히 하기 위해서는 제작환경 개선과 창의력 향상에도 심혈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최근 드라마 세트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스탭이 사망하는 사례가 있었다. 이는 한국의 드라마 여건상 뭐든지 너무 빨리, 많이 찍어내는 구조적 모순이 드러난 한 예에 불과하다. 제작사들의 일할 맛 나는 제작환경을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 전 세계에서 뮤지컬 극장이 제일 많은 나라 중 하나이지만, 창작극의 비중은 상당히 작다. 세계에 알릴 수 있는 독특하고 완성도 높은 작품을 만들기 위한 여건도 조성해야 할 것이다.
MeCONOMY Magazine January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