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첨단 ICT 기술이 적극 도입되고 상인회의 개선노력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전통시장이 있어 화제다. 화제의 주인공은 2013년 중소기업청으로부터 문화관광형 시장으로 선정된 인천 신기시장이다. 신기시장은 SK텔레콤과 2013년 5월부터 업무협력을 통해 다양한 ICT기술을 시장 내에 도입했다. SK텔레콤은 전통시장의 지속적인 경쟁력 확보를 위한 경영혁신에 초점을 두고 사회공헌활동을 펼쳐왔다.
처음 SKT가 전통시장의 환경개선을 위해 50개 정도의 전통시장을 답사했다. 하지만 통신업체라는 이유로 물건을 팔러온 것이 아닌가라는 상인들의 의심으로 문전박대를 받기 일쑤였다. 그러다가 지난 2012년 9월에는 중곡제일시장과 업무협약을 통해 처음 ICT를 활용한 전통시장 환경개선에 나섰다. 인천 신기시장은 중곡제일시장 이후 두 번째로 SK텔레콤이 협력해 개선한 전통시장이다.
SK텔레콤 CSV운영팀 김동준 팀장은 “신기시장은 상인회 2세분들이 많아 시장혁신에 대한 의지가 강했다”고 밝혔다. 상인들이 젊다보니 젊은 고객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상인회에서도 적극적으로 노력해 왔다.
우선 인천 프로야구단인 SK와이번스의 와이번스월(Wyverns Wall)을 설치해 포토존과 선수들의 핸드프린팅, 선수들의 기증품을 전시하고 있다. 여기에 삼미슈퍼스타즈, 태평양돌핀스 등 과거부터 현재까지 인천의 프로야구단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야구박물관도 있다.
또한 SK와이번스와 연계한 전통시장 홍보도 눈에 띈다. 야구장 입장권을 가지고 신기시장을 찾으면 할인권을 나눠주거나, 야구경기장의 전광판에 신기시장 홍보광고도 올리며 고객들을 유치한다.
인천프로야구에 대한 애착이 강한 신기시장 상인회장 김종린 씨는 “인천은 야구단이 자주 바뀌다 보니 야구팬들이 가지고 있는 기념품이 드물다”고 아쉬워했다. 그래서 상인회장이 지인들을 통해 사정사정해서 얻어내는 수준이라며 시민들의 적극적인 기증을 당부하기도 했다.
신기시장이 최근 주목을 받는 것은 전통시장 내 ICT 접목이다. 신기시장을 찾아와 주차를 하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이 무인배송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은 SK텔레콤이 ICT분야 스타트업 육성프로그램인 브라보리스타트에서 뽑힌 아이템이다. 원래는 아파트나 단독주택의 혼자 사는 여성들이 쉽게 배송물을 주고 받을 수 있도록 만든 시스템이다.
SK텔레콤은 이걸 신기시장에 적용해 시장을 찾은 고객들이 무거운 짐이나 생선같은 냄새나는 물건들을 여기에 맡기면 2시간에 한 번씩 배송차량이 물건을 싣고 직접 가정집에 배송해주고 있다. 사전에 정보를 입력한 고객은 무인택배시스템에 전화번호만 입력하면 배송의 발송부터 도착까지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전통시장을 인식하길 더럽고 불편하다는 것이다. SK텔레콤 김동준 팀장은 이런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다양한 ICT기술을 접목했다고 밝혔다. 그 첫 번째는 이 무료배송시스템이고, 다음은 결제시스템의 보완이다.
신기시장 상인들은 마이샵이라는 결제프로그램을 사용하고 있다. 마이샵은 일반적인 포스기기의 결제를 수행하는 것 뿐만 아니라, 우수고객에게 할인쿠폰이나 행사정보를 문자메세지로 전송할 수 있는 기능도 있다. 여기에 고객들은 오케이캐쉬백을 통해 적립포인트도 쌓을 수 있다. 보통 0.3~0.5%밖에 쌓이지 않는 포인트를 신기시장에서는 1%를 적립해주며, 여기서 쌓은 포인트는 물론 전국 어디서나 사용할 수 있다.
신기시장이 SK텔레콤과 함께 전통시장의 불편함을 해소한 또 하나의 아이템은 ICT체험관 운영이다. 부모들이 전통시장에 오면 힘겨워 하는 것 중 하나가 아이들을 맡을 곳이 없다는 것이다. 신기시장은 이를 해소하고자 주차장 1층에 ICT체험관과 북카페를 함께 운영하고 있다. 여기에는 SKT의 교육용로봇 ‘알버트’와 ‘아띠’를 무료로 체험할 수 있으며, 추억의 게임 DDR 댄스머신도 있다. 부모들은 아이들이 시간가는 줄 모르고 게임을 하다가 부모들이 장을 보고 온지도 모르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모습을 보며 안심하곤 한다고 한다.
신기시장이 세간의 주목을 받게 된 데에는 상인회 자체의 개선의지도 한몫했다. 신기시장에서는 ‘신기통보’를 발행하고 있다. 이는 조선시대 상평통보를 응용해 신기시장에서 결제 시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한 엽전 형태의 화폐이다. 개당 500원의 가치로 판매하고 있으며 덕분에 외국인 고객도 전통시장의 상품과 신기통보를 체험하기 위해 신기시장을 많이 찾고 있다.
신기시장을 찾는 외국인들은 인천항을 찾은 페리호나 크루즈 관광객과 인천공항 환승객들이다. 모두투어와의 업무제휴를 통해 매일 오후 4시에 인천공항 환승객들이 신기시장에 온다. 그들은 신기통보를 받고 전통시장에서 주전부리 등을 사서 맛본다. 최근에는 소문을 듣고 찾아온 남대문시장상인회장단들이 신기통보를 꾸러미로 사가기도 했다.
신기시장은 시장 내 간판도 깨끗하고 교체가 쉬운 재질로 바꾸었다. 매장의 변화를 감안해 탈부착이 쉬운 자석으로 개발했으며, 깔끔하고 알기 쉬운 형상물로 매장의 특성을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이외에도 2010년부터 신기시장이 자체 제작한 꼬마소방차를 운용하고 있다. 상인들로 구성된 의용소방대는 좁은 시장 통로에도 진입이 가능한 꼬마소방차로 불을 끄며 시장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다.
신기시장 상인회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인 개선작업을 펼치고 있다. 김종린 신기시장상인회장은 앞으로 스마트스탬프를 도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스마트스탬프는 커피숍같은 곳에서 종이에 도장을 찍어주며 할인을 해주는 시스템을 스마트폰에 접목한 것이다. 고객이 물건을 사고 스마트폰을 내밀면 상인들이 도장형태의 스탬프를 찍어주게 되는데 그러면 자동으로 적립이 되는 시스템이다.
이외에도 소포장 쇼핑백을 만들어서 관광객들이 다양한 시장음식을 맛볼 수 있는 체계도 갖출 예정이다. 이처럼 신기시장은 기업과의 업무협약과 상인들의 혁신에 대한 적극적인 참여를 통해 국내 고객 뿐만 아니라, 외국 관광객들이 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전통시장으로 거듭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