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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렴한 나라 위한 '김영란법', 논쟁 왜?


[M이코노미 조운 기자] 우리나라 부패지수가 OECD 34개국 중 27위로 하위권에 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떤 대가를 바라고 공직사회에금품을 건네거나 청탁을 하는 부정․ 부패를 근절하기 위해 제정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일명 ‘김영란법’이 9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식사·선물·경조사비를 3·5·10만원으로 규정하는 기준이 경제에 극심한 타격을 입힐 거라며 반발하는 목소리가 거세다. 청렴한 나라를 위한 청탁금지법의 논쟁에 대해 취재했다.


일명 ‘김영란 법’으로 불리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하 청탁금지법)이 앞으로 3개월 후인 9월부터 전면 실시된다. 법의 시행을 앞두고 지난 5월24일 국민권익위원회가 청탁금지법 시행령 입법예고안 공청회를 열었다. 이날 자리에는 400여 명이 넘는 참관자가 몰리며 국민들의 뜨거운 관심을 반영했다. 이날 청탁금지법의 이해 당사자 대표로 나온 13인의 토론자들은 이 법의 시행이 정치, 경제, 사회 전반에 미칠 파급 효과에 대해 토론하며 찬성과 반대로 나뉘어 격론을 벌였다.


김영란법… 청탁금지법!


청탁금지법은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청렴과 결백의 상징이 된 김영란 전 대법관이 국민들의 지지를 받으며 추진한 청탁금지법은 공직사회에서 금품이나 향응을 주고받으면 대가성에 상관없이 처벌하겠다는 것을 핵심 내용으로 하고 있다. 김 전 위원장이 이 법을 추진할 당시 국민들의 대대적 분노를 산 사건이 터졌는데, 바로 ‘벤츠여검사 사건’이다.


변호사로부터 수천만원의 금품을 받고 사건 관련 청탁을 받은 여검사가 정황상 ‘대가성’이 없다는 이유로 ‘무죄’ 판결을 받은 것이다. 이 사건으로 공직사회에 암암리 잔재하는 청탁과 부패에 대한 문제를 뿌리 뽑기 위해 김영란 당시 국민권익위원장이 주도적으로 나서서 청탁금지법의 원안을 만들었다. 이후 김 전 대법관은 남편의 대선 출마로 인해 공직에서 중도 사퇴하게 되었고, 이후 김 전 대법관의 신념이 담긴 원안의 취지가 다소 훼손된 법안이 나오며 그 역시 법안이 맘에 들지 않는다고 언급하기도 했다.OECD 34개국 중 부패지수 27위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부패 정도는 어느 정도일까.


올해 초 세계적 반부패운동 단체인 국제투명성기구가 발표한 ‘2015년 국가별 부패인식조사’에 따르면 한국은 전체 168개국 중 37위를 기록했다. 특히 우리나라의 부패 지수는 2008년 이후 7년 연속 정체 상태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적으로 보면 우리나라가 상위권에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 가입한 34개국 내 순위를 살펴보면 하위권인 27위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시아권에서도 싱가포르, 홍콩, 일본, 카타르, 부탄, 대만보다 뒤지는 수치다. 이처럼 우리나라는 경제적 위상에 비해 국가 청렴도가 뒤쳐져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탁금지법 시행령 입법예고안


청탁금지법은 지난 2015년 3월27일에 제정되어 1년 6개월간의 유예기간을 거쳐 2016년 9월28일부터 시행된다. 권익위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연고와 온정주의에 기반 한 청탁이 부정부패의 시작이라 인식하고 청탁금지법을 통해 직무관련성과 대가성이 없는 경우에도 공직자등의 금품 등 수수행위에 대해 제재 가능하도록 하여 국민 신뢰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청탁금지법은 기본적으로 공직자에게 해당되는 법안이다. 여기서 공직자의 범위 안에는 헌법기관, 중앙행정기관, 지방자치단체, 시·도 교육청, 공직유관 단체 등 모든 공공기관 종사자를 포함한다. 여기에 사립학교를 포함한 각 급 학교와 학교법인 그리고 언론사가 포함되어 기존 원안보다 적용 대상기관이 확대됐다. 일부 언론에서 국회의원이 법 적용대상자에서 제외되었다고 보도했지만 국회의원도 ‘국가공무원법’상의 공무원으로 공익적 목적으로 제3자의 고충민원을 전달하는 경우 외에는 다른 적용대상자와 동일하게 규율된다. 하지만 여기서 고충민원 판단 여부가 애매한 경향이 있어 이를 어찌 판별할지에 대한 부분이 과제로 남아 있다.




법안에 따르면 공직자들은 직무 관련 여부를 불문하고 1회 100만원을 초과하거나 직무와 관련하여 1회 100만원 이하의 금품 등의 수수를 금지한다. 다만 원활한 직무수행, 사교와 의례, 부조 등의 목적으로 제공되는 식사·선물·경조사비의 경우 기준을 각각 3만원, 5만원, 10만원으로 정해 그 가액을 초과하지 못하도록 정하고 있다. 하지만 직무관련성과 대가성이 있는 경우에는 가액기준 이하여도 형사처벌 대상이며 과태료 부과 대상이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외부강의 등 사례금도 수수를 제한한다. 공공기관내 직급에 따라 장관급 이상은 50만원, 차관급은 40만원, 4급 이상 30만원, 5급 이하 20만원으로 상한액을 정했다. 직급별 구분이 없는 집단의 경우 상한액을 일률적으로 시간당 100만원으로 정했다. 또한 청탁금지법 제5조 제1항을 통해 금지되는 부정청탁 행위유형을 15개로 구체화하여 누구든지 직무를 수행하는 공직자등에게 직접 또는 제3자를 통한 부정청탁을 금지했다. 이 같은 내용을 위반했을 시 누구든지 위반행위가 발생한 공공기관 또는 그 감독기관, 감사원 또는 수사기관, 국민권익위원회에 신고 가능하다. 조사기관은 신고내용에 대하여 조사·감사 또는 수사를 하여야 하며, 그 결과에 따라 공소 제기, 징계처분 등 필요한 조치를 하고, 결과와 조치사항 등을 신고자에게 통보하여야 한다.


청탁금지법 공청회, 뜨거운 찬반 격론 이어져


청탁금지법 시행령 입법예고가 있은 후 실시된 국민권익위원회의 공청회는 이해 당사자 13인이 모여 열띤 찬반 격론이 이어졌다. 이날 공청회에서 뜨거운 쟁점이 된 것은 식사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으로 정한 기준에 대한 부분이었다. 직무수행, 사교와 의례, 부조 등의 목적으로 제공되는 식사·선물·경조사비를 일정 액수로 제한함으로 인해 피해를 입는 산업이 발생한다는 것이었다. 지난 4월26일 박근혜 대통령은 “이대로 실시될시 우리 경제를 너무 위축시키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한다”고 밝혀 청탁금지법의 시행이 애초의 의도와 달리 농축산업, 화훼, 소상공인 및 외식업계에 직간접적으로 피해를 입혀 경제에 타격을 줄지 모른다는 인식이 퍼져나갔다.


반대 측, “3·5·10 기준 경제 타격 입힐 것”


토론회에 모인 수산업, 농축산업, 외식업, 화훼산업 및 중소기업 대표들은 입을 모아 공정하고 투명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청탁금지법의 입법취지와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나 청탁금지법의 경직된 기준이 산업에 타격을 입힌다고 주장했다. 한국수산산업총연합회를 대표해 나온 임종수 사무총장은 수산업의 경우 세계 각국과 FTA를 체결하는 과정에서 값싼 수산물이 대량 수입되고 있고, 연근해 수산물 생산이 부진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청탁금지법의 시행은 수산업인들의 생산의지를 꺾고, 수산산업이 위축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임 사무총장은 5만원 이내의 선물만을 허용하는 이 법령의 시행으로 명절기간 매출액이 줄어들어 그 피해액이 1조1천196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임 사무총장은 “먹거리의 원재료인 수산물은 업무 청탁을 위한 뇌물로 사용되기 어렵다”고 밝히며 “수산물 선물세트의 경우 고수익·고품질 수산물 생산을 위한 노력의 산물인 점 등 현실적인 면을 충분히 고려해 수산물을 예외로 설정하거나, 제한 상한액을 현실에 맞게 조정해 줄 것”을 요청했다.


한국농축산연합회 김홍길 운영위원 역시 같은 목소리를 냈다. 엄격한 기준을 둔 선진국은 튼튼한 농업기반을 갖추고 있으며 여기에 정부가 특별히 보호 육성해주고 있는 실정으로 우리나라와 환경이 다르다고 주장하며 한우의 경우 선물세트의 99%가 5만원 이상인 상황에서 청탁금지법 시행으로 매출이 줄어들어 농축산업계에 큰 타격이 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 운영위원은 “지난 국민의식기준 설문조사 당시 농업계의 실정은 설명하지 않고 설문 조사를 해 국민들이 올바른 답변을 하지 못했다”고 지적하며 “농축산물은 금품으로써 한계가 있고, 받는 사람 입장에서 가액확인이 어려울 뿐 아니라 무조건 반송할 경우 신선식품이라 변질되기 쉬워 부작용이 발생한다”고 말하며 법의 실질적 시행이 어렵다고 말했다. 또 이 같은 식사, 선물제한으로 오히려 음성거래가 성행할 수 있다고 지적하며 국내산 농축산물을 금품수수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외식산업을 대표로 자리한 한국외식중앙회 민상헌 이사는 “식사 금액을 3만원으로 제한하는 청탁금지법의 시행으로 농축수산업, 외식산업, 관광산업 등 서비스산업 전반에 피해를 입힐 것이다”고 주장하며 “물가 상승률, 관광산업 등의 활성화 등을 고려해 5만원 이상 대의 가액 설정이 국가와 기업, 시민사회가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가액 확대를 요청했다.


화훼업계 대표로 나온 임연홍 한국화훼협회 부회장은 경조사에 선물용으로 화환과 난을 주고받는 것은 우리 사회 관습상 이루어지는 미풍양속으로 경조사에 보내는 꽃을 뇌물이라고 볼 수 없다고 주장하며 “화훼를 포함한 농축산물을 규제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 했다. 자영업자와 제조 중소기업을 대표로 자리한 중소기업중앙회 이원석 정책총괄실장 또한 법의 시행이 산업 전반에 침체를 야기할 수 있음으로 ‘금품’의 범위에서 농축수산물 유통, 화훼 음식 등을 제외품목으로 설정하고, 금품 허용기준 가액을 소상공인이 희망하는 허용가액인 77,000원으로 현재보다 상향 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청탁금지법으로 피해를 입을 것으로 예측되는 산업군에 종사하는 이들은 생업이 달린 일로 청탁금지법이 소비 심리를 위축하고 실제 매출액 감소로 이어져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찬성 측, “부패 척결 취지 훼손해선 안 돼”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청탁금지법이 사회의 잘못된 관행과 허위의식을 고쳐나가는데 목표를 두고있는 만큼 모법의 근간을 훼손하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의 김성돈 교수는 “경제활성화의 필요성을 내세워 처단해야 할 과거와 현실을 유지하려는 태도는 시민사회가 동의한 청탁금지법의 입법취지에 역행하는 태도”라고 주장했다. 매출 감소를 우려하는 산업들의 우려는 그만큼 우리 사회의 청탁 관행이 심각함을 반증하는 논리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고유경 수석부회장 역시 “공직자가 청탁이 동반된 금품을 받지 않음으로써 공직사회가 청렴해지도록 하기위한 청탁금지법의 여파가 생산농가에 미친다고 해서 이 법을 시행하지 않거나 완화한다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일”이라고 지적했다. 고 부회장은 “그동안 한우나 고급굴비를 선물로 받아먹던 공직자들이 일정부분 직접 구입해서 먹게 될 것이고 선물비용이 절감된 기업에서는 그 비용으로 직원들에게 선물하면 우려하는 내수경기 침체는 그리 크게 생기지 않을 것”이라며 “선물비용을 지불하지 않아도 되는 가정에서는 그동안 내 돈 주고 사먹을 수 없었던 한우를 한번쯤은 사먹을 여력이 생기니 모두에게 좋은 일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흥사단 투명사회운동본부의 송준호 상임대표는이 법의 시행으로 관련 업계가 고사하거나 경제 전반의 활성화가 위축된다는 것은 과장이라고 일축하며 언론기관과 사학 종사자가 포함돼도 전체 근로자의 10%도 안 되는 비율이라고 지적했다. 또 2015년 국민권익위원회 청렴도 조사에서 밝힌 공직자 중 금품·향응·편의를 제공받은 비율은 전체의 1.7%에 불과했으며 법을 반대하는 산업군은 이들 부패 문화에 동참하지 말고, 민간소비를 진작하는 마케팅활동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 대표는 “가액을 낮추면 낮출수록 소비는 늘 것이고, 서민
경제는 더욱 활기를 보일 것이다. 부패를 팔지 말고, 청렴을 팔면 더 더욱 행복감도 느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 기준 더 엄격해


청탁금지법 원안을 찬성하는 이들은 하나같이 해외 사례와 비교하면 우리나라의 3·5·10만원 기준은 부족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미국의 경우 공직자는 금지된 출처로부터 또는 공직자의 지위로 인해 제공되는 선물 수수를 금지하고 있으며, 1회 20달러, 연간 50달러 이하 선물은 예외로 정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국가공무원은 원칙적으로 이해관계자로부터 금전 등의 이익을 받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과장급 이상 공직자는 5,000엔이 넘는 증여 등을 받는 경우 각성각정의 장 등에게 보고 하도록 되어 있다. 이 처럼 외국의 사례는 더 엄격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시아 1위 청렴국가인 싱가포르의 경우 청탁금지법 보다 훨씬 더 엄격한 부패 방지법을 시행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뇌물을 받거나 제공한 경우, 10만 싱가폴 달러, 한화로 9천만원 이하의 벌금과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뇌물은 전부 국가에 반환하되, 불가할 경우 징역형이 추가된다. 이러한 엄격한 법적 제재로 청탁 제로를 자랑하는 싱가포르는 1인당 GDP가 2016년에 52,775달러로 세계 9위를 자랑하고 있다.


청렴할수록 국가 경쟁력도 높아



실제로 국가청렴도가 높은 국가일수록 국민소득 역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행정학회는 국가 청렴도가 1점 올라가면 1인당 국민소득이 4,713달러 늘어난다고 전망했으며 서울시립대 반부패행정시스템연구소도 청렴도가 1점 상승하면 외국인 투자관심도가 26% 상승하고, 1인당 교역이 31% 상승하며, 1인당 GNP도 25% 상승해 청렴도가 국가 경쟁력과 관련이 있다고 분석했다. 따라서 국부를 키우고 국가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청렴문화를 확산해 정직한 사회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영란 전 대법관도 인터뷰를 통해 “경기 침체로 인한 사회적 손실을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부패로 인한 손실이 훨씬 크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청탁을 받는 입장에 처하게 되는 공무원이 청탁을 거절할 수 있는 명분을 주고 싶었다”고 말하며 공직사회에 청렴결백이 자연스럽게 자리 잡을 수 있길 희망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국민 10명 중 6명, 김영란법 시행 ‘잘된 일’


우리국민들의 청탁금지법에 대한 호응도 매우 높다. 한국갤럽이 전국 성인 1천4명을 대상으로 김영란법 시행령 입법예고에 대한 설문조사를 한 결과 66%가 잘된 일이라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에 참여한 이들은 김영란법이 ‘잘된 일’이라고 응답한 이유에 대해 김영란법 시행으로 부정부패와 비리가 사라지고, 공무원, 공직사회가 변화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라는 응답이 38%로 나와 법 시행에 대한 국민적 염원이 크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국가의 경쟁력을 높이고 경제 전반을 부흥하는 방법은 무수히 많다. 완벽한 경제계획을 실시하고 천문학적 숫자의 자금을 투여하는 등의 노력이 실제로 성과를 얻기 위해서는 투명하고 깨끗한 공직사회 질서가 마련돼야 한다. 누구는 잘 봐주고 누구는 내 팽겨 치는 부정부패, 비리가 척결되기 위한 기반을 마련해 줄 청탁금지법이 우리 사회에 올바르게 자리 잡길 기대한다.


MeCONOMY Magazine June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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