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후 서울 힐튼 호텔에서 자위대 창설 기념행사가 열렸다. 올해 62주년을 맞은 자위대 행사는 이번 뿐만이 아니라 2004년과 2009년, 2010년, 2012년, 2013년에도 서울의 유명 호텔에서 개최된 바 있다.
일본 대사관 측은 자위대 창설 기념행사가 서울에서 열리는 것에 대해 “기본적으로 세계 각국에서 개최하는 행사”라고 설명하며 “언론 보도에선 서울 힐튼호텔로 보도가 됐으나 구체적인 장소와 시간을 언급한 적이 없다”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이는 지난 2014년 자위대 60주년 행사 당시 국민들의 강력한 반발로 호텔 측으로부터 대관 취소를 통보받아 2015년까지 일본대사관에서 행사를 축소 개최하다 올해 다시 정식적인 행사를 진행하기 때문에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호텔 앞에는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많은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거센 항의를 펼쳤다.
6일째 단식농성을 이어가는 행위예술가 이랑 씨는 “박근혜 정부와 밀레니엄 서울 힐튼 호텔은 일본 자위대 창설 62주년 기념행사 허용을 즉각 취소하고 국민 앞에 깊이 사죄하라”고 항의하며 “일본과의 문제는 아직까지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이 많은데 누군가는 나서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단식 농성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6.25참전유공자인 민경섭 씨는 “어찌하여 남의 나라 일본이 대한민국 땅에서 자기네 행사를 개최한다는 것이냐, 박근혜 정부의 이 처사는 절대적으로 용납이 안된다“고 비판했다.
대학생 단체 평화나비의 한 학생은 “우리나라의 역사는 전쟁과 일본의 침략으로 점철되어 있어 배우는 게 즐겁지는 않았지만 그럼에도 역사를 배우는 것은 똑같은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라고 설명하며 “우리는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위해 팔찌를 팔아가며 활동하고 있는데, 정부는 자위대 행사에 참석한다”고 비판했다.
이날 행사장에는 우리나라 정부 관계자로 보이는 한 남성이 행사장에 입장하려다 시민단체 회원들에게 저지 당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정부 관계자로 보이는 남성은 “어디 소속의 누구냐”고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은 채 행사장에 입장했으며, 이어 일본군 관계자로 보이는 차량이 들어서자 분노한 시민단체 회원들이 온몸으로 차량을 막으며 진입을 막기도 했다.
한편 일본 정부는 지난 10일 치러진 참의원 선거에서 아베 총리가 이끄는 개헌세력이 승리를 거두며 전쟁 가능한 국가로 추진 중인 가운데, 자위대 창설 기념행사가 열린 서울 힐튼은 백범 김구 광장과 독립운동가 안중근 의사의 동상이 가까운 곳에 인접해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