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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당신은 돼지고기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습니까?


<M이코노미 이홍빈 기자> 돼지고기는 무슬림이 많은 중동 지방을 제외한 세계 각국에서 즐겨 먹는 음식이다. 구워 먹기도 하고, 삶거나 쪄 먹기도 한다. 또 다른 고기와 섞어 소시지나 햄도 만들어 먹는다. 아마 중동 지방에서 태어났거나 혹은 태어나자마자 채식주의를 선언한 사람이 아니고서야 일생에 한 번은 돼지고기를 먹어 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돼지고기에 대해 우리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 그저 정육점 주인이 내어다 주는 고기가 제일 좋은 고기다라고 믿고 있을 뿐이다. 이번 취재는 대한민국이 사랑하는 돼지고기의 비밀을 살펴보았다.

 

쫀득쫀득하면서 고소한 삼겹살에 소주 한 잔. 오늘도 힘든 하루를 보낸 아버지는 퇴근길 삼겹살 한 점과 소주 한 잔에 하루의 피로를 날려버 리며 자리를 털고 일어난다. 돼지고기는 우리나라 국민의 대표적인 단백질 공급원 육류식품으로써 오래도록 큰 사랑을 받아 왔다. 특히 돼지고기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부위인 삼겹살은 국내 생산량 이 수요량을 따라가질 못해 세계 각지에서 수입할 정도로 큰 인기다. 돼지고기 산업은 이와 같은 국민적 사랑에 힘입어 빠르게 성장했다. 2014년 기준 우리나라 전체 농립업 생산액은 472900억 원으로 이 가운데 축산 업 생산액이 188700억 원으로 약 40%를 차지한다. 특히 이 중에서도 돼지고기의 축산 생산액은 66100억 원으로 축산업이라는 커다란 산업을 견고히 지탱하고 있다. 2014년 기준 국민 1인당 한 해 주요 축산물 소비량 총 45.1kg 가운데 쇠고기가 10.8kg, 닭고기가 12.8kg 그리고 돼지고기가 21.5kg 으로 많은 국민이 돼지고기를 섭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런 돼지고기에 대해 우리가 아는 것은 전혀 없다. 그저 정육점 주인에게 삼겹살 한 근 주세요라고 말하고선 정육점 주인이 내어 주는 고기를 기다릴 뿐이다.

 

질 좋은 암퇘지만 취급 합니다

 

일반적으로 말입니더. 돼지고기의 질은 조직감, 고기의 색, 지방의 색과 밝고 어두운 정도에 의해 결정 됩니더. 수퇘지보다 암퇘지가 육질이 더 좋고예. 암 퇘지 중에서도 새끼를 낳지 않은 돼지가 육질이 더 연합니더. 고기색이 지나치게 연하면 안 좋심더. 불에 익히면 고기 양이 줄어들고 퍽퍽한 맛이 난다 아인교. 크험, 일반적으루다……, 진하고 어두운 붉은 색을 띠는 고기는 늙은 돼지고기라서 맛이 없심더, 비육이 잘된 돼지고기는 지방색이 희고 육질도 연하고 냄새가 없고예. 반면에 지방이 지나치게 무르고 색이 노란 것은 냄새가 많이 나고 퍽퍽합니더. 일반적으로……, 신선하고 어린 돼지고기는 고깃결이 곱고 탄력이 있심더.” 소설가 김옥숙의 장편소설 식당사장 장만호의 한 장면이다. 누가 그랬던가, 돼지고기는 암퇘지가 맛있다고. 그래서일까 동네 정육점을 가보아도, 동네 마트 정육 코너에도 심지어 돼지고기 전문 고깃집에서도 모두 질 좋은 암퇘지만 취급한다고 되어있다.

 

보통 수퇘지는 웅취라는 누린내가 심한 편으로 사람들이 잘 찾지 않는다. 수퇘지의 호르몬인 안드로스테논이 돼지의 지방에 축적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돼지 농가에서는 생후 2~3주가 된 어린 수퇘지의 고환 을 제거해 거세돼지로 만든다. 호르몬의 영향을 덜 받아 누린내가 적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거세돼지와 암퇘지의 근본적인 질은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실제 돼지고기 유통과정에서 유통업자들은 암퇘지와 거세돼지 가격을 나눠 거래를 한다.

 

2015년 박피 기준 암퇘지의 평균가격은 5,415/kg이고 거세돼지는 4,721/kg이다. 암퇘지와 거세돼지의 가 격차이가 kg694원이나 난다. 그렇다면 어떻게 소비자들이 구매하는 돼지고기는 모두 암퇘지일까. 분명히 거세돼지가 시장에 존재하는데 말이다. 심지어 온라인에서 거래되는 돼지고기도 암퇘지라고 검색하면 323(네이버 기준)이 검색되지만 거세돼지라고 검색하면 1건이 검색된다. 그러나 이 1건 마저도 거세돼지는 No 암퇘지만을이라며 암퇘지 판매를 광고하는 글이다. 도대체 그 많은 거세돼지는 어디로 간 것일까. 소비자들이 똑같은 가격을 내고 구매하는 돼지고기가 암퇘지가 아닐 수도 있다는 의심은 불필요한 것일까.

 

 

포털 사이트에서 암퇘지와 거세돼지를 검색한 결과

 

우리가 먹는 돼지고기가 암퇘지인지 거세 돼지인지 알아보기 위해 대한민국 축산시장의 얼굴이자 국내 돼지고기 가격을 결정하는 서울 마장동 축산시장의 관계자 A씨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본 취재는 819일에 진행되었음을 알립니다.)

 

Q. 돼지고기 가격의 등락률이 크다 왜 그런가?

A. 간단하게 설명하면 수요와 공급 때문이다. 삼겹살 등 구이고기를 많이 찾는 봄, 여름에는 찾는 사람이 많아서 가격이 오르고, 반대로 가을, 겨울은 찾는 사람이 줄어들어 가격이 내린다. 그리고 최근 폭염, 열대야가 지속되는 만큼 태어난지 얼마 안 된 새끼돼지가 잘 크지도 않고 죽기도 한다.


Q. 한우는 3년 정도 키워 도축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돼지가 상품화되기 까지 얼마나 시간이 걸리나?

A. 사료를 무엇을 먹이느냐에 따라 다른데 빠르면 3~4개월 이내 출하(110kg)할 수 있을 정도로 큰다

(*편집자 주 : 대한한돈협회에 따르면 돼지 사육기간은 평균 180(6개월)이며 사육환경이 좋은 곳이라면 사육기간을 대폭 줄이는 경우도 있다.)

 

Q. 암퇘지와 거세돼지 가격차이가 난다고 알고 있다. 마장동 축산시장에 들어올 때 두 돼지의 가격이 분류된 채 들어오나?

A. 그렇다. 마장동 축산시장 상인들이 필요한 돼지고기 양을 중도매인에 전달하면 중도매인이 축산 경매 시장에서 구매해 오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 때 들어오는 가격은 암퇘지와 거세돼지가 따로 구분되어 있다.


Q. 그렇다면 도매시장에서 거세돼지와 암퇘지를 따로 들여오는데 왜 소비자는 항상 더 비싼 암퇘지 가격을 지불하는가?

A. 암퇘지를 전문으로 취급하는 정육점(소매점)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그들이 암퇘지만 취급하는지 거세돼지를 취급하는지는 가게 주인의 마음에 달려 있다. 여기서 짚고 넘어갈 점은 실제로 거래되는 돼지 가운데 암퇘지 비율이 높지 않다는 사실이다. 말 그대로 양심을 속이고 파는 가게가 많다는 뜻이다.

 

Q. 한국육류유통수출협회의 자료에 따르면 도매시장에서 거래하는 박피 돼지 가운데 암퇘지 비율이 60% 후반대인 것으로 알고 있다.

A. 말도 안 된다. 특정 농장의 결과를 취합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마장동 축산시장에는 그 만큼 많은 암퇘지가 들어오지 않는다. 기껏해야 40마리 가운 데 2~3마리, 많으면 10% 정도가 암퇘지고 나머지는 거세돼지인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도매시장에만 암퇘지가 모자란 것이 아니라 경매시장에서도 암퇘지 자체가 부족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리고 농장 입장에서도 암퇘지 보다는 거세돼지를 선호 하는 측면이 있다. 암퇘지는 자연 생리현상을 하고 거세돼지보다 키우기도 힘들어 농장 측에서 좋아하지 않지만 찾는 사람이 많으니까 키우고 있다고 봐야한다.

 

Q. 마장동 축산시장에 들어오는 돼지고기의 하루 물량은 얼마나 되나?

A. 전국 도매시장에서 일 평균 5천두(마리)가량 잡 고 있다. 마장동이 이 가운데 60~70%를 담당하고 있으니 3천 마리 이상이라고 보면 된다. 하지만 대형마트나 기업형 공장에 들어가는 돼지 물량은 알 수 없다.

 

Q. 가끔 똑같은 가게에서 같은 가격을 주고 산 고기의 품질이 다를 때가 있다. 거세돼지와 암퇘지를 섞어 팔아서 그런가?

A. 암퇘지와 거세돼지의 육질이 차이가 나긴 하지만 먹지 못 할 정도로 심하게 차이가 나지는 않는 다. 아마도 물 돼지를 먹었을 가능성이 있다.

 

Q. 물 돼지는 무슨 고기인가?

A. 물 돼지는 일명 PSE(Pale Soft Exudative)육으로 고기의 색깔이 창백하고, 품질은 탄력 없이 흐물흐물하며, 고기 내 수분이 잘 빠져나오는 고기를 말한다. 이런 물 돼지가 생기는 원인은 온도와 스트레스 때문이다. 땀샘이 없어 더위에 약한 돼지가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체내에 젖산 축적이 증가해 pH가 낮아지게 된다. 이에 돼지 도축 시 심부 온도가 높아져 도체 냉각 속도가 저하되면서 단백질의 변성이 일어나게 되는데 이 때 PSE육이 발생하게 된다. PSE육은 가공품질이 떨어지고 퍽퍽해 햄가공공장에서도 기피하며 식당에서도 구이용으로는 사용하지 않는다. 하지만 일부 비양심적인 장사꾼들은 이런 물 돼지를 일반 돈육과 섞어 팔기도 한다.

 

Q. 전문가들은 정육점에서 파는 돼지고기의 성()을 구분할 수 있나?

A. 고기를 정말 잘 아는 사람이 아니고서야 일반 상인들도 암퇘지와 거세돼지를 잘 구별하지 못한다. 삼겹살의 결을 보고 구분한다고 이야기 하는데 사실 나도 잘 모른다.

 

Q. 마장동 축산시장 홈페이지에 보면 일일 돼지고기 가격을 확인할 수 있다. 유통되는 돼지고기 가격이 도매시장에서 결정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금액을 참조하면 되는 것인가?

A. 사실 도매시장에서 돼지고기 유통가격이 결정 되는 것은 맞지만 1차적으로 가격이 확정 되는 곳은 경매장이다. 마장동 축산시장에서 결정되는 가격은 경매 낙찰가격에 인건비와 유통비를 추가한 것이 전부다. 결국 유통 가격은 경매시작에 좌우된다고 봐야한다.

 

생각보다 심각한 거짓말

 

마장동 축산시장 관계자와의 인터뷰가 끝난 뒤 본 취재원도 잠시 동안 충격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여태껏 암퇘지라고해서 비싼 돈을 주고 먹었던 고기가 암퇘지가 아닐 가능성이 매우 높았고, 물 돼지라는 등급 외 상품도 소비 시장에서 몰래 유통되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관계자와의 인터뷰가 끝나고 마장동 축산시장을 둘러보며 돼지고기 도매점 몇 군데를 찾아가 보았다. 인터뷰에 응해준 한 돼지고기 도매상은 암퇘지와 거세돼지를 들여올 때 경매가에 따라 구분해서 들여오고 있다고 말했다. 소매상에게 판매할 때도 구분된 가격으로 판매하냐고 질문하자 약간의 편차가 있다. 암퇘지가 있으면 암퇘지만 가져가지만 없으면 거세돼지와 섞어 간다고 답했다. 이어 소매상들이 파는 돼지가 모두 암퇘지가 아닌 것이냐는 질문에 장사하는 사람들이 모두 암퇘지라고 대답 한다. 그러나 암퇘지도 고기질이 떨어지면 거세돼지에 비해 가격을 못 받기도 한다며 암퇘지과 거세돼지의 구분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고기의 신선도와 육질이 가격에 더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또 다른 도매상을 찾아갔다. 막 돼지고기 손질을 끝낸 도매상은 원래부터 돼지고기는 섞어서 팔아왔다고 이야기 했다. 그는 다 암퇘지라고 말하고 팔긴 하는데 거의 대부분 섞어 판다. 우리는 이를 자연비라 부른다라면서 거세돼지 6, 암퇘지 4할이 자연비라고 설명했다. 왜 암퇘지만 들여올 수 는 없는 것이냐고 묻자 경매장에서 돼지고기를 사 오는 중도매인 마음이다며 중도매인이 가져다 주는데로 판매한다고 알렸다. 그는 또 우리 가게는 안 그렇지만 좋은 물건이 있으면 안 좋은 물건도 있기 마련이다. 보통 2/3정도가 쓸 수 있는 고기면 나머지는 질이 떨어진다예전에는 질 떨어지는 고기를 가져가는 소매상들이 있었지만 소비자들에게 몰매를 맞은 이후, 이제는 괜찮은 고기와 함께 섞어서 가져가는 경우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털어놨다.

 

 

 

도매시장에서도 암퇘지는 귀한 몸

 

도매상과의 인터뷰에서 축산시장 관계자가 이야기 한 사실이 일부 사실인 것으로 드러났고 거세돼지와 암퇘지를 섞어 파는 이른바 자연비에 대한 존재도 확인할 수 있었다. 취재원은 이어 마장동 축산 시장 내 소매점도 방문했다. 호객행위를 하며 손님을 모으던 한 소매정육점의 직원에게 거세돼지와 암퇘지를 섞어 판매하는지 묻자 도매점에서 삼겹살이나 목살 덩어리를 들여 와 매장에서 잘라서 판매 한다고 답한 뒤 정육점에서 일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잘 모른다며 자리를 피했다.

 

별 다른 대답을 들을 수 없어 또 다른 소매상에게 찾아갔다. 연신 부채질을 하며 더위와 싸우고 있던 한 소매상에게 거세돼지와 암퇘지를 구분 할 줄 아느냐고 질문하자 거세돼지인지 암퇘지인지 우리 같은 상인이 봐서 알겠냐. 등급만 따질 뿐이지 암퇘지인지 거세돼지인지는 모른다판매 할 때는 섞어서 판매하는 것 아니냐라고 반문하며 자연비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실제 마장동 축산시장을 찾아가 여러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본 결과 도매시장을 통해 거래되는 돼지고기의 대다수는 거세돼지인 것으로 나타났고, 이 중에서도 품질이 떨어지는 고기가 소비자들이 사 먹는 고기 중간에 몰래 섞여 있을 가능성도 존재한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소비자들은 항상 비싼 암퇘지 가격만 지불하고 있었다.

 

대형마트들 역시 대부분 거세돼지 고기 판매

 

마장동 축산시장의 몇몇 관계자 인터뷰만을 가지고 모든 도매시장을 논할 수 없겠지만, 일부가게에서는 자연비라는 말을 사용하며 거세돼지와 암퇘지를 섞어 팔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도매시장이나 시장 정육점 외에 소비자들이 돼지고기를 많이 구매하는 대형 마트는 어떨까. 취재원은 국내 대형마트 3곳에 암퇘지를 판매하는지’, ‘어디서 돼지고기를 받고 있는지’, ‘가격은 어떻게 결정하는지문의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암퇘지는 가격대가 비싸 유통시장에서 구하기 힘든 것으로 알고 있다. 롯데마트에서는 거세돼지 90%, 암퇘지 10% 수준으로 사용하고 있다현재 롯데마트에서는 거세돼지와 암퇘지를 구별해서 판매하고 있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돼지고기는 중소기업 이상의 농장에서 직접 돼지를 받아 물류 센터를 통해 전국 매장으로 납품하고 있다면서 마리별로 구매 하는 쇠고기와 달리 돼지고기는 납품될 때 이미 도축된 상태로 들어오거나 세절돼 들어오기도 해 사실상 구분이 힘들다고 덧붙였지만 가격에 대해서 는 영업비밀이라며 함구했다. 이마트와 홈플러스 관계자의 대답도 롯데마트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마트 관계자는 이마트에 유통되는 돼지고기는 100% 거세돼지로, 일부 협력사에서 개별적으로 판매하는 경우 암퇘지가 있을 수 있다고 알렸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판매되는 돼지고기의 비율을 확인하기 힘들다며 계약을 맺은 농장의 상황에 따라 성비가 달라질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두 업체도 가격 책정 방법에 대해서는 입을 닫았다.

 

 

 

모두가 같은 대답 힘들다

 

대형마트 돼지고기 가격이 결정되는 과정은 영업비밀 관계상 확인할 수 없었지만, 일반 소비자들이 대형마트에서 구매하는 돼지고기가 대부분 거세돼지 라는 점은 확인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이런 불합리한 거래 사실은 업계 관행이었을까. 그리고 정부는 이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을까. 대한한돈협회와 한국육류유통수출협회 그리고 농림축산식품부에 몇 가지 질문을 해 보았다. 먼저 대한한돈협회에 돼지고기의 시장가격이 왜 들쑥날쑥한가라고 질문하자 관계자는 한국 돼지고기 시장의 경우 냉장과 냉동의 차이와 유통라인을 얼마나 거쳤는지 그리고 돼지고기의 브랜드가 무엇인지에 따라 가격 차이가 많이 난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중에 유통되는 돼지고기에 질 나쁜 고기가 섞여있는가라는 질문에 일반 소비자들이 대형마트나 정육점에서 소비하는 돼지고기는 대부분 질 좋은 돼지고기일 가능성이 크고, 일부 저렴한 등급의 비거세육 같은 고기는 학교급식이나 공공식당 등에서 소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한한돈협회 관계자는 암퇘지와 거세돼지의 최종가격과 소비자가 구매하는 돼지고기는 어떻게 구별해야하는가라는 질문에 한돈협회는 돼지고기 생산과 관련된 영역을 맡고 있으며, 암퇘지 가격이라든지 구분은 마지막 유통 단계에서 확인해 봐야한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한국육류유통수출협회에 돼지고기 가격에 대해 질문하자 해당 관계자는 돼지고기 가격의 문제는 유통이 아니라 정부가 정확한 이야기를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설명을 이어갔다. 수출협회 관계자는 돼지고기 가격문제는 생산과 유통 과정에서 잘못이 발생할 수 있지만 정부가 돼지고기 가격 책정에 대한 확실한 선을 그어두고 강제하지 않는 것이 더 문제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국내산 돼지고기 가격이 높다보니 수입산 돼지고기에게 점유율을 많이 빼앗기고 있는 상황이다면서 생산자와 소비자 중간에 끼어있는 유통업체가 중간에서 모든 욕을 먹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렇다면 왜 정부는 돼지고기 가격이나 분류에 대 한 정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않고 있을까. 농림축산식품부에 돼지고기의 성비는 왜 구별이 안 되고 있는지 묻자 축산정책과 관계자는 암퇘지와 거세돼지를 구분하는데 있어 가공 및 분리 작업에서 많은 설비와 인력이 필요하다며 현재로서는 완벽한 구분이 힘들다고 전했다. 이어 소비자가 암퇘지와 거세돼지를 확인 할 수 있도록 하는 관련 법 조항은 없는지 질문하자 관련법은 없고 오직 등급에 대한 기준만 제시 한다고 답했다.

 

결국 모든 피해는 소비자

 

마포에 사는 김두례(76)씨는 대한민국 정육점에서 거세돼지라고 파는 고기는 평생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왜 거세돼지와 암퇘지 가격을 따로 만들어서 유통하면서 왜 소비자는 항상 비싼 암퇘지 가격만내고 고기를 사먹어야 하느냐고 지적했다. 그는 또 유통과 생산 모두 문제가 있고 이런 구조 속에서는 항상 소비자만 피해자다며 정부는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질타했다. 성동구에 사는 안정숙(59)씨도 항상 마트에 가면 상인이 달라는 가격을 주고 돼지고기를 사 먹는다.

 

그런데 고기를 직접 구워보면 고기질이 차이가 많이 난다는 것을 대번에 알 수 있다어떤 고기는 정말 품질이 좋아 잘 구워지고 맛있는 반면 어떤 고기는 물을 많이 먹었는지 고기를 구울 때부터 기름이 튀어 고무장갑을 끼고 구워야 할 정도이고 맛도 다르다고 했다. 이어 수입산 돼지고기보다는 그래도 비싼 한돈을 찾는데 품질에 따른 가격 차이는 왜 없는지 모르겠다면서 소비자들이 어떤 고기가 좋은 고기인지 모를 것이라고 생각하나 본데 물 먹인 돼지고기는 구워보면 티가 난다며 투명한 유통구조 와 함께 항상 질 좋은 고기를 소비자가 구매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해 달라고 촉구했다.

 

 

 

왜 모두가 암퇘지만 판매 하는가라는 물음에서 시작된 이번 취재는 비양심적인 우리사회의 안일한 뒷면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장사라는 일이 원래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것이라지만, 소비자들에게 암퇘지와 거세돼지를 구별해 구매할 수 있는 최소한의 알권리는 보장되어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국민 모두가 즐겨 찾는 서민음식 돼지고기에 대한 장사꾼들의 놀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는 비용이라는 이유를 들어 모든 피해를 국민에게 전가해야만 하는 것일까? 언제나 그랬듯이 이번 취재를 통해서도 국내 소비자는 봉이야라는 씁쓸한 귀결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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