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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아키비스트(Homo Archivist) 기록하는 인간

 

<M이코노미 이홍빈 기자>“역사란 과거와 현재의 부단한 대화라고 했다. 과거를 통해 지혜를 얻는다는 말이다, 하지만 이 모두 기록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게다가 기록은 창()과 같아서 미래를 내다보고 설계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도 한다. 기록에 어떤 힘이 있기에 과거를 통해 지혜를 얻고 미래를 설계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말일까. 인류의 역사와 함께 발전해 온 기록 속으로 초대한다.

 

기록이란 개인이나 조직이 활동이나 업무 과정에서 생산하거나 접수한 것으로 문자, 이미지, 소리 등 거의 모든 매체 형식으로 표현되며, 경우에 따라 문서(document)와 동의어로 사용되기도 한다. 기록의 기원은 세계 4대 문명 발상지 가운데 하나인 메소포타미아에서 찾을 수 있다. 여러 학자들은 기록의 기원에 대해 기원전(B.C) 2,500년경 메소포타이마 수메르인들이 사물이나 혹은 관련된 관념을 본 떠 만든 상형문자를 사용하기 시작한 때를 기록의 시작으로 보고 있다.

 

기록이 가지고 있는 힘

 

미국 건국의 아버지라는 칭호와 함께 달러() 최고 액권에 자신의 얼굴이 새겨지는 영광을 거머쥔 벤 저민 프랭클린(Benjamin Franklin)은 기록 광()이었다. 그는 사업, 과학, 외교, 정치, 언론 등 다양한 영역에서 가희 완벽에 가까운 성취를 이뤘고, 초대 미국 헌법을 만드는데도 참여하며 그의 역량을 드러냈다.

 

이런 괴물 같은 업적을 가진 프랭클린이 이토록 많은 일을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바로 기록속에 숨어 있다. 그는 수첩을 책과 같이 소중히 여겼다. 눈 감는 그 날까지 수첩을 품에 쥐고 있었던 그는 하루 일과를 점검하고 반성할 때도 수첩을 통해 확인했고, 좋은 글귀나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떠올라도 수첩을 꺼냈다. 이 덕분에 프랭클린은 여러 분야에서 위대한 업적들을 남겼고, 미국인이 가장 존경하는 위인들 중 한 사람으로 남게 됐다. 이처럼 기록은 인간을 위대한 존재로 만들기도 한다.

 

인간의 진화와 변화의 원동력에는 바로 기록이 있다. 인간의 탄생과 죽음은 비선택적이고 유한하다. 하지만 기록은 죽음을 뛰어넘어 무한히 연장된다. 기록은 지나간 역사적 사실을 보존하는 역할도 하지만 그 기록을 토대로 새로운 미래의 씨앗으로 재탄생하기도 한다. 진화의 기록이 변화의 디딤돌이 되는 것이다.

 

기록은 시·공간에 어떠한 제약이나 제한이 없다. 인간이 만들어 낼 수 있는 무한한 상상력과 예측할 수 없는 자연현상, 진실과 거짓, 과거와 현재, 발견과 발명 등 모든 현상은 기록 될 수 있다. ()에게 창조의 능력이 있다면 인간에게는 기록의 능력이 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기록

 

기록을 남긴다는 일은 매우 힘든 작업이다. 무언가 쓰기 위해 펜을 잡고 책상에 앉으면 작은 메모지가 광활한 태평양보다 넓어 보인다. 그렇게 종이를 바라보고 있으면 머릿속도 흰 종이처럼 새하얗게 변하는 것 같다. 하물며 기록이라는 단어에 숨겨진 힘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기록을 하라고 하면 내가 어떻게...기록은 글을 잘 쓰는 사람이 해야 지라고 말하며 펜을 놓아버린다. 기록은 쉽지 않다. 하지만 누구나 할 수 있다. 위대한 인물들이 기록을 즐겨했다고 해서 꼭 그들만이 기록을 잘 하는 것도 아니다.


9살 김주현 양은 아직까지 글을 쓰는 일이 서툴다. 하지만 그 누구보다 기록에 대해 열정적이다. 김주현 양은 글이 아닌 사진으로 자신만의 기록을 남긴다. “사진 찍는 게 좋아요. 여행을 가면 항상 카메라를 들고 가서 찍어요라며 배시시 웃었다. 주현 양의 어머니 권현수 씨도 기록을 하고 있다고 자랑했다. “개인의 기록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블로그를 통해 저만의 기록을 남기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을 가르치며 생기는 여러 가지 일들에 대해서도 꼼꼼히 기록하려고 노력합니다. 사람들이 기록을 어려워하는데 흔히 쓰는 가계부도 기록 행위라 고 생각합니다라며 일상이 모두 기록이라고 설명 했다.

 

기록 올림픽, 세계기록총회(ICA)

 

지난 95일부터 10일까지 6일간에 걸쳐 서울 코엑스에서 세계기록총회가 개최됐다. ‘기록, 조화와 우애(Archives, Harmony and Freindship)라는 주제로 펼쳐진 이번 기록 총회에는 114여 개국 기록관리 전문가 2천여 명과 수만 명의 관람객이 찾았다. 이번 기록 총회는 역대 기록 총회 가운데 가장 많은 국가와 방문객이 참여하고 수많은 학술 논문을 쏟아내며 기록올림픽의 새로운 역사를 썼다


 

데이비드 프리커 세계기록총회 의장은 기록이 인간의 삶에 영향을 주는 것처럼 인간의 삶도 기록의 역사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줘왔다. 기록문화는 투명한 정부를 만드는데도 지대한 영향을 주기 때문에 사회적 정의와 기록은 때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라며 한국의 역사 흐름과 조선왕조실록만 보더라도 한국 정부와 기관에서 얼마나 기록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었고, 기술 발전과 함께 기록에 대한 중요성을 알고 있는 한국이 이번 ICA 개최국으로 매우 적합하다라고 설명하며 한국의 기록 문화에 대해 높이 평가했다.

 

대한민국 기록의 자존심, 한글

 

199710월 대한민국 국보 제70훈민정음 해례본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됐다. 세종 대왕이 만든 한글은 전 세계 문자 가운데 유일하게 만든 사람과 반포일, 그리고 글자를 만든 원리가 알려진 유일한 문자다. 또 단순한 소리의 조합이 아닌 혀의 위치나 입술 모양 등 소리가 나는 원리까지 정확하게 파악한 최고의 과학적 언어로 평가받고 있다.



누구나 쉽게 익히고 사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만들어진 한글은 자음 14개와 모음 10개의 조합으로 세상 모든 소리를 문자로 쓸 수 있는 문자다. 한글의 우수성 덕택에 현재 우리나라의 문맹률은 0.1% 수준으로 OECD 국가들 가운데에서도 가장 낮다. 영국의 문화학자 존 맨(John Mam)한글은 모든 언어가 꿈꾸는 최고의 알파벳이라고 극찬했고, 소설 대지를 쓴 펄벅(Pearl S. Buck)한글은 전 세계에서 가장 단순하며 가장 훌륭한 글자라고 찬사를 보냈다.

 

이처럼 전 세계적으로도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는 우리 한글은 문자가 없는 지구촌 소수민족들의 공식문자로 채택하도록 하는 운동도 벌어지고 있다. 2009년 인도네시아 찌아찌아족이 한글을 공식문 자로 채택했으며, 2012년에는 남태평양 섬나라 솔로몬제도의 과달카날주()와 말라이타주가 한글을 모어(母語) 표기문자로 도입했다. 이제 한글은 한반도를 벗어나 전 세계에서 기록될 문자로 거듭나고 있다.

 

국가의 소중한 정보자원인 국가기록을 책임지는, 국가기록원

 

기록관리가 지금처럼 철저히 이루어져서 현재의 기록이 후대에도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이어 주는 교두보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일이 제 일입니다라며 국가기록원 김현탁 연구사는 사명감을 불태웠다.


 국가기록원은 1969년 총무처 소속 정부기록보존소로 출발해 현재 정부대전청사, 서울기록관, 대전기 록관, 부산기록관, 대통령기록관에 이르기까지 국가의 성장과 함께 발전해왔다. 이런 국가기록원에서는 기록과 관련된 다양한 업무를 하고 있다. 우선 효율적인 기록관리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국가기록원은 행정환경의 변화에 맞춰 종이기록에서 전자기록으로, 보존에서 지식 자원화로, 비공개 관행에서 적극적 공개·열람으로 변화하고 있다. 또 기록물 수집과 보존관리도 하고 있다. 국가기록원에서는 공공기관의 30년 이상 보존가치를 지닌 기록물과 국가적으로 중요한 민간기록물·해외 소재 기록물을 수집·보관하고 있다. 수집된 기록물은 각각의 가치에 따라 광디스크(O/D)나 마이크로필름(M/F) 등 다른 매체에 수록하여 보존 및 활용하고 있다.


  

국가기록원이 소장하고 있는 주요 기록물들로는 근·현대 주요문서와 주요 도면, 행정박물 등이 있다. ·현대 주요문서로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도 등재돼 인류 기록문화 유산으로 인정받은 조선왕조실록-태백산사고본 848등이 있고, 주요도 면으로는 1905111일 처음 작성되며 우리나라 기후 변화에 대한 기상관측을 시작한 근대 일기도등이 있다.

 

인생은 짧고, 기록은 길다

 

삐뚤빼뚤한 글씨로 오늘은 맑음이라고 적어둔 일기와 부끄럽게 알몸을 드러내고도 환하게 웃고 있는 어린 시절 사진을 보고 있으면 나도 이런 때가 있었지라며 추억에 빠져들곤 한다. 일기장과 앨범을 들여다보지 않았다면 기억의 심연 속에 묻어두었을 어린 시절 자신의 모습을 떠올릴 수 있었을까. ‘인생은 짧고 기록은 길다.’ 인간과 개인의 역사는 유한하나, 인간이 남긴 기록은 무한한 역사 속에 남는다. 하찮다 여길 개인의 역사도, 거대한 국가의 역사도 우리는 모두 기록할 수 있다. 기록은 오직 인간만이 가진 능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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