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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전통된장 만들기 20년, 최상의 맛을 찾다!


<M이코노미 김미진 기자> 신해양도시를 꿈꾸는 전라남도 신안군은 앞바다의 섬이 1004개 있다고 해서 천사의 섬이라 불린다. 그 중에서 섬의 생긴 모양이 낙지가 발을 펴고 바다를 누르고 있는 형상을 하고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압해도. 이 곳에는 국산콩과 천일염이 만들어낸 우리 전통의 맛 섬마을 된장이 자리 잡고 있다. 옛날 선조들이 해오던 방식 그대로를 묵묵히 이어오며 맛을 보존하고자 노력해오고 있다는 ‘섬마을 된장’ 안충녀 대표를 만나보자.


현대인들의 입맛이 많이 달라졌다지만 우리 식단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간장과 된장이다. 그래서일까? 우리 선조들은 한 집안의 흥망을 가릴 정도로 장맛을 아주 소중하게 여겼다고 한다. 그러던 것이 언제부턴가 퓨전의 옷을 입은 생소한 음식들로 채워지면서 우리의 입맛까지 변화시켜 버렸다. 그러나 한국인의 건강에는 한국적인 음식이 가장 좋은 법! 특히 요즘같이 기온이 내려갈 때면 “보글보글 끓는 뚝배기된장국에다 밥 한 그릇 뚝딱 말아먹고 싶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아진다.


20년 전 교회 자립 돕기 위해 시작


우리의 진짜 맛을 찾아 기자가 떠난 곳은 전남 신안군 압해도이다. 파란 하늘과 아름다운 햇살이 잔잔한 파도와 묘한 조화를 이뤄내는 한적한 어촌마을. 이곳에는 ‘섬마을 된장(상호명:예뜨랑식품)’이 자리잡고 있다.
“여긴 정말로 조용해요. 바람과 햇살과 바다가 유일한 친구거든요.”


20여 년 전 시골 교회 목사인 남편의 교회 자립을 돕기 위해 장 담그는 일을 시작했다는 안충녀 대표는 “봉사하는 마음으로 남편에게 힘을 보탤 게 뭐가 있을까 생각을 하다가 전통된장을 담그는 일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장맛을 이어가는 것이 어쩌면 자신의 소명인 것 같다고 말한 그는 “우리 음식은 기다림의 미학”이라며 “된장은 그 모든 게 요약된 식품인 것 같다”고 말했다.


친정엄마한테 전통된장 담그는 법 배워


안충녀 대표는 친정엄마로부터 된장 담그는 방법을 배웠다고 한다. 그의 친정엄마는 음식솜씨가 좋아 마을에서 소문이 자자했다. 그런 엄마의 솜씨 때문에 어릴 적부터 음식 맛보는 법을 자연스럽게 익힌 그는 된장을 담글 때도 엄마의 도움을 많이 받는다고 했다.


“처음엔 정말 힘들었죠. 엄마가 하시면 아주 쉬워 보이는데 제가 하면 도통 안 되더라고요. 야단도 엄청 들었죠.(웃음)” 그렇게 그는 전통된장 담그는 방법을 힘들게 배웠다. “옛날 우리의 전통 장맛을 이어가면서 봉사한다면 좋잖아요.” 여러 번의 시행착오 끝에 진짜 장맛을 찾게 됐다는 안 대표는 “전통된장을 담그는 일이 비록 힘은 들지만 수익금으로 주변사람들을 도울 수 있다는 것 때문에 큰 용기가 난다”고 말했다.


전통 옹기 속에서 숙성된 장맛


된장을 담글 때는 챙겨야 하는 것들이 몇 가지 있다. 그중에서 중요한 하나는 항아리라고 했다. 처음에 가격이 저렴한 일반 항아리를 사용해봤었다는 그는 영~맛이 안 나는 이유를 찾다가 그게 바로 항아리 때문이라는 것을 알았다고 했다. 


“전통옹기는 자연에서 나오는 황토를 손으로 두들기고 다듬어서 만든 거라서 항아리 안과 밖 공기가 서로 순환을 한다고 해요. 늘 적절한 온도조절이 되니까 물이나 음식을 오랫동안 보관해도 맛이 그대로 유지되는 거요. 장맛 내는데 있어 메주는 진짜로 중요하죠. 메주가 왜 중요하냐면, 장맛을 내는 곰팡이를 잘 띄워야 하거든요. 우리가 보통 좋은 곰팡이라고 말하는 하얀 곰팡이는 발효실 온도와 습도를 잘 조절해줘야 해요. 정성이 정말로 필요한 때가 이 때죠. 제대로 된 맛을 낸다는 것은 좋은 재료와 정성을 다하는 노력인 것 같더라고요.(웃음)”


항암효과 높은 겹장과 삼겹장


안 대표는 신안 최고의 천일염을 사다가 3년 간 간수를 뺀 후 사용한다고 했다. 이 과정을 거치면 바슬바슬하고 미네랄이 함유된 나트륨만 남게 되는데 이런 소금은 짜지도 않고 단맛이 나서 장맛을 더욱 깊게 만들기 때문이란다.


“메주를 담가서 된장을 담글 대는 너무 오래 담가 놓지 않도록 조심하는데 그 이유는 너무 오랫동안 된장을 담가놓으면 장맛이 떨어지기 때문이죠. 메주를 건져낸 간장은 팔팔 끓인 다음에 식혀서 사용하는 경우가 많지만 저는 한 번의 과정을 더 거처요. 메주를 건져내고 망에다 간장을 걸러낸 다음에 그대로 뒀다가 다음해에 다시 메주를 넣어서 겹장(접장)을 만드는 것이죠. 보통 장을 담글 때는 메주를 40%정도를 건조시키지만 겹장에 넣을 메주는 아주 바짝 말린 다음에 메주가 간장에 완전히 침투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메주를 건져내면 겹장이 완성돼요. 이렇게 만들어진 겹장은 일반간장에 비해 염도가 낮고 구수한 맛이 나면서 달짝지근한 맛이 나는데 항암효과도 아주 뛰어나다고 해요.”



직접 물엿 만들어 고추장 담가


안 대표는 고추장도 물엿 대신 당화를 사용한다고 했다. 직접 농가에 가서 보리를 사와서 재래식으로 엿기름을 만들고 고춧가루는 신안군에서 재배되는 태양초고추를 고집한다.


“과정이 까다롭고 손이 많이 가죠. 하지만 저 편하자고 아무렇게나 할 수는 없어요.” 함께 봉사하는 이들이 왜 그렇게 힘들게 하느냐고 하지만 최고의 장맛을 만들어 낸다는 자부심을 가지려면 이 정도는 해야 하지 않겠냐고 말한 그는, 겨울이면 냄새 없는 청국장을 만드는데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주 고객이라고 말했다.


“우리가 청국장을 좋아하면서도 못 먹는 이유가 냄새 때문이잖아요. 우리 청국장은 맛은 그대로 유지되면서 냄새만 없애는 방법으로 만들어요. 벌써부터 청국장 담가서 보내달라는 분들도 있을 정도로 인기 품목이에요.” 조금은 손이 많이 가지만 검은 콩 된장도 꼭 담근다는 안 대표는 찾는 이들을 위해 한 해 세 항아리 정도의 꼭 검은 콩 된장을 담가오고 있다고 말했다. 노란 콩은 삶으면 물러지는데 반해 검정콩은 껍질이 두껍고 단단해서 손이 많이 가지만 암환자라든 가 특수한 질환을 가진 분들이 찾다보니 꼭 챙기고 있다는 것이다.


수익금 전액 어려운 이웃 위해 기탁


안 대표는 현재 전통된장을 담가 판 수익금 전액을 인근 지역의 어려운 이웃과 불우한 가정의 아이들 석식비를 지원해 오고 있다. 또 필리핀과 인도네시아 등의 고아원 및 교회와도 자매 결연을 맺어 꾸준한 지원활동을 해오고 있다고 했다.



“원래는 미국이 운영하던 고아원인데 미군이 철수하면서 고아원 운영이 어렵게 되자 저희가 인수한 겁니다.

아이들이 고아원에 입소하게 되면 대학에 진학해서 스스로 자립할 때까지 지원해주는데 그 아이들이 커서 자신의 삶을 개척해 나가는 것을 볼때면 가슴이 뭉클해요” 안 대표는 비록 힘든 환경이지만 아이들이 제대로 교육을 받아서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 교육비 지원을 가장 신경쓴다고 말했다.


“인도는 아이들이 초등학교 과정(우리로 치면 초등학교 3학년 정도)을 마치고 나면 더 이상 공부를 할 수가 없어요. 당장 먹고 살기가 힘들다 보니 그 어린 애들이 일터로 내몰리는 겁니다. 아이의 부모를 만나서 설득하는 게 정말로 힘들었어요. 아이가 공부하지 않으면 지금의 가난이 대물림 될 수밖에 없다는 걸 말하지만 당장의 배고픔이 먼저잖아요. 지금이야 어느 정도 결과가 나오니까 보람을 느끼지만 처음 몇 년간은 정말로 힘들었던 것 같아요.” 결코 쉽지 않은 일이지만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기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봉사한다는 그는 앞으로 장이 더 많이 팔려서 수익이 많아지면 더 많은 아이들에게 혜택이 돌아가지 않겠냐며 환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인터넷 통해 주문량 늘어


기왕 판매하기로 맘먹은 거 본격적으로 판매망을 넓혀볼까 한다는 안 대표는 “인근 땅을 매입해 확장해볼까 생각 중”이라고 말하며 “그렇다고 무조건 늘릴 수도 없고 해서 요즘은 이래저래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애초 섬마을 된장은 교회 신도들한테 조금씩 판매해서 선교비를 지원할 생각으로 출발했다고 한다. 그러던 것이 신도들이 먹어 보고 여기저기 ‘맛있다’고 입소문을 내면서 점점 고객이 늘더니 요즘은 인터넷을 통해 주문량도 꽤나 늘어나고 있다고 했다. 섬마을 된장은 안 대표의 친정 부모님께서 거주하던 시골집을 약간의 개조를 해서 장 담그는 시설을 갖춰 놓은 상태였다.


“콩을 씻고 삶아서 메주를 만들고 나면 발효실에서 발효과정을 거치죠. 그런 다음에는 천정에 매달아서 건조과정을 거치고 적당히 건조되면 전통옹기에 담아서 숙성에 들어갑니다.”안 대표는 일일이 안내하며 장 만드는 과정을 소개했다. 안 대표의 수고는 여기까지다. 옹기에 담겨진 다음에는 섬마을의 햇살과 잔잔하게 불어주는 해풍이 적당한 온도를 유지하며 숨 쉬는 옹기의 숙성 과정을 돕는다. 그렇게 섬마을 된장은 숙성된다.


“사람과 자연이 함께 만드는 것 같아요. 전혀 인위적이지 않고 자연의 순리에 순응하며 숙성과정을 거치잖아요. 장맛은 진득하게 기다림의 미학이라고 생각해요.” 장독대에서 잠시도 쉬지 않던 안 대표가 “진짜 된장 맛”이라며 노란 속 된장을 한웅큼 덜어냈다. 달콤하면서도 구수한 전통된장 맛은 평소 도시에서 먹었던 설익은 된장 맛과는 너무나 달랐다. 깊은 맛을 간직한 섬마을 된장을 찾는 이들이 많은 이유를 알 것만 같았다.


MeCONOMY magazine November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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