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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반복되는 최저임금 인상 줄다리기와 갈등…대안은 없나?


〈M이코노미 김선재 기자〉 ‘월급 빼고 다 오른다’는 말을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쉽게 들을 수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전체 임금근로자 1,947만명의 절반가량(45.8%)은 월급여가 200만원도 안 되는 ‘박봉’이고, 이마저도 지난해 3분기 0.7% 이후 5분기 연속 0%대를 기록했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했을 때 사실상 계속 쪼그라든 것이다. ‘월급은 줄고’ 다 올랐다는 말이 더 맞는 것으로 보인다. 

 

내 집 한 칸 마련하기 어려울 정도로 부동산 가격은 치솟고, 물가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기만 한다. 어디 투자하는 것은 엄두도 못 내겠고, 없는 살림에 쪼개고 아껴서 어떻게든 돈을 모으려고 하지만 낮은 금리 때문에 돈을 모으는 것도 쉽지 않다. 이런 와중에 공무원들, 고임금자들은 해가 다르게 연봉이 올라가고, 언론을 통해 보도되는 고위층들의 돈놀이, 각종 비리 등 그들만의 리그는 가뜩이나 팍팍한 서민들의 삶을 더 힘들게 하고, 박탈감에 시달리게 한다.


때문에 내년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인상해달라는 요구는 그 어느 때보다 컸다. 하지만 서민들의 희망과 달리 내년 법정 최저임금은 올해(6,030원)보다 440원(7.3%) 오른 6,470원으로 결정됐다. 월(月)로 환산하면 135만2,230원이다. 9월 임금근로자 평균 급여 333만4,000원의 40.5% 수준이다.


올해 3월 한 중소기업에 취업한 28살 청년 A씨는 월급통장만 보면 한숨만 나온다. 대부분의 취업준비생들이 그렇듯 대기업 취업을 목표로 했던 A씨는 극심한 취업난과 나이 때문에 지금의 직장을 선택하기는 했지만, 워낙 적은 수입 때문에 앞으로가 막막하기 때문이다.


월급은 150만원 남짓. 월세 40만원에 관리비 5만원, 식사비 24만원, 교통비 8만원, 통신비 8만원, 공과금 10만원 등 기본적으로 나가는 돈 95만원에 학자금 대출 이자와 기타 생활비 등을 제외하면 한 달에 쓸 수 있는 돈은 10만원 남짓이다. 당장 여가생활이나 연애는커녕 당장 저축할 돈도 없다. 매달 힘들게 일은 하지만 남는 것이 없으니 A씨는 ‘이러려고 대학 나오고 취업하려고 그 고생했나’ 싶은 생각이 든다.


1986년 제정 최저임금법,

시행 28년간 최저임금 13배 증가


지난해 한 아르바이트·취업포털의 광고가 큰 인기를 끌었다. 이 광고는 “법으로 정한 대한민국 최저시급은 5,580원. 5,580원, 이런 시급! 쬐끔 올랐어요, 쬐끔. 370원 올랐대”라며 최저임금이 낮다는 점을 재미나게 꼬집는다. 갈수록 먹고 살기 힘들어지는 생활에 날로 커지는 소득불평등에 대한 서민들의 불만을 불편하지 않게 건드려준 것이다.


이에 대한 개선요구는 지난 4·13 총선에서 야당 의원들의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을 계기로 터진 후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최저임금제도는 국가가 노·사 간 임금결정과정에 개입해 임금의 최저수준을 결정하는 것으로, 사용자로 하여금 이 수준 이상의 임금을 지급하도록 법으로 강제하는 제도이다. 이를 통해 국민 경제의 발전과 임금 격차 완화, 소득 분배를 개선하는 한편, 근로자의 생활 안전과 사기 진작을 도모해 노동생산성을 향상시키기 위함이다.


이 제도는 ‘모든 국민은 근로의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사회적·경제적 방법으로 근로자의 고용 증진과 적정임금 보장에 노력해야 하며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최저임금제를 시행해야 한다’는 헌법 제32조 1항을 근거로 1986년 처음 제정돼 1988년부터 시행됐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1988년 462.5원이었던 최저임금은 28년이 지난 2016년 6,030원까지 13배 올라 연평균 9.6%의 증가율을 보였다.


최저임금은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심의·의결하는데, 위원회는 1987년 발족해 올해 30년째 운영되고 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경영계, 재계 등을 대표하는 사용자위원 9명과 노동계를 대표하는 노동자위원 9명, 그리고 고용노동부 장관이 제청해 대통령이 위촉하는 공익위원 9명 등 총 27명으로 구성된다. 이들 중 공익위원은 최저임금 결정에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매번 동결을 주장하는 사용자위원과 높은 비율의 인상을 요구하는 노동자위원은 최저임금의 당사자이기 때문에 합의에 도달하기가 쉽지 않다.


최저임금위원회는 고용부 장관의 최저임금 심의요청을 받은 날부터 90일 이내에 최저임금 인상안을 심의·의결해야 하는데, 공익위원들은 법정시한이 도래했음에도 불구하고 노동자위원과 사용자위원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양측의 요청을 받아 최저임금 인상안의 상한선과 하한선을 정하는 ‘심의 촉진구간’을 제시해 합의를 유도한다. 일종의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는 것이다. 최저임금위원회 발족 이후 올해까지 최저임금위원회가 다음 해 적용될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노·사·정 합의로 최저임금이 결정된 것은 7차례에 불과하다.


그 어느 때보다 치열했던 2017년 최저임금 협상



특히, 올해 4월7일부터 시작된 2017년도 법정 최저임금 결정 협상은 그 어느 때보다 첨예한 대립과 갈등을 겪었다. 최저임금 협상 시기가 4·13 총선과 겹치면서 여야 할 것 없이 모두 단계적으로 최저시급을 최대 1만원까지 인상하겠다고 공약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2020년까지 단계적으로 최저임금을 시간당 8,000~9,000원까지 올리겠다고 했고, 더불어민주당은 시간당 1만원, 정의당은 2019년까지 시간당 1만원을 공약했다.


정치권의 최저시급 1만원 공약과 함께 소득 불평등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 등 최저임금 1만원 인상을 위한 환경이 무르익었다고 판단한 노동계는 강경한 자세로 협상에 임했다. 노동계는 “극심한 침체에 빠진 한국 경제를 다시 살리기 위해서는 임금을 대폭 올려 내수를 부양해야 한다”며 “세계 여러 나라에서도 최저임금을 올려 내수회복을 통해 경제 활력을 되찾으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저임금을 올려 가처분소득을 높이면 소비가 늘게 되고 이것이 내수 활성화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반면, 경영계 등 사용자위원 측은 동결로 맞섰다.


경영계는 “현재 최저임금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과 비교해도 낮은 수준이 아니고 노동생산성 측면에서 접근할 경우 현 최저임금은 매우 과도한 수준”이라면서 “저임금 단신근로자 보호라는 최저임금제의 정책목표는 이미 달성했고, 유사근로자, 임금수준, 생계비 측면에서 최저임금 인상요인은 없다. 최저임금인상은 기업의 신규채용 축소와 인력 감축을 야기하게 될 것”이라고 각을 세웠다. 국민들은 분노했다. 특히, 협상 중에 사용자위원 측이 “미혼 직장인의 경우 한 달에 103만4,964원만 있으면 생계를 이어나가는데 무리가 없다”는 말이 나왔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청년층들을 중심으로 극렬한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한 네티즌은 “아르바이트 기준으로 최저시급이 1만원으로 오르면 주 5일에 하루 9시간 근무 기준으로 세전 180만원이고, 일반 기업에서는 최저임금의 1.5~2배 정도를 지급하기 때문에 세전 월 270만~360만원을 받는다는 뜻”이라며 “세후 250만원은 벌어야 가정을 꾸리고 미래를 계획할 수 있다. 근로자는 자원봉사자가 아니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국민들의 고통을 분담하는 차원에서 국회의원들도 최저시급을 받아야 한다”고 했고, “경영계는 돈 좀 풀어라. 그 돈 벌게 해 준 것은 국민”이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밖에도 “라면 두 팩 사면 5일은 거뜬하겠군. 감사합니다”, “직장인들 평균 점심값이 6,566원인데... 힘들게 한 시간 일해서 겨우 점심 한 끼 먹으면 남는 게 없구나”, “국민들을 개·돼지로 보니 결론이 이따위지”, “저축을 할 수가 없다. 미래가 없다.


세금도 다 뗀다”, “박근혜 대통령도 미혼이니까 103만원만 받으면 되냐”, “103만원으로 살아본 적도 없으면서 그런 소리는 잘한다”, “최소 생계유지에 필요한 생계비면 하루 벌어 하루 먹고 그렇게 살라는 것이냐”, “1%만을 위한 결정 아니냐” 등 푸념과 조롱, 비판의 목소리를 내며 극렬하게 반발했다.


세계 주요국 최저임금 인상 바람


최저임금 협상 당시 미국, 일본 등 세계 주요국들은 잇따라 최저임금 인상을 결정하거나 인상하겠다고 발표한 것도 노동계의 최저임금 1만원 인상과 국민적 요구에 힘을 실었다. 미국 대선 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부 장관은 연방의 최저임금을 12달러(당시 환율 1만3,848원)에서 15달러(1만7,310원)까지 높이겠다고 공약했다.


미국 캘리포니아는 10달러(1만1,540원)인 최저시급을 2022년까지 15달러로 올리겠다고 결정했고, 샌프란시스코, 시애틀, 로스앤젤레스 등 대도시 역시 최저임금을 점진적으로 올려 시간당 15달러까지 인상하기로 했다.


뿐만 아니라 영국은 6.7파운드(당시 환율 1만883원)인 최저시급을 올해 7.2파운드(1만1,695원)로 올렸고, 2020년까지 9파운드(1만4,619원) 인상을 결정하는가 하면 러시아는 최저임금 20% 인상, 일본은 매년 3%씩 올려 1,000엔(1만640원)까지 인상할 계획이다. 7월 27일 일본 후생노동성 중앙최저임금심의회 소위원호는 올해 최저시급은 지난해보다 24엔 인상한 822엔(8,878원)으로 결정했다.


노동계는 세계 주요국의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최저임금 인상이 곧 복지와 성장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해법으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소득이 부족해 팍팍한 생활을 하는 서민들의 주머니 사정을 넉넉하게 해주면(복지) 서민들은 이를 저축보다 당장 부족한 생활비로 지출하기 때문에 내수 활성화를 통한 경제 활력 제고(성장)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과거 사례나 시장의 원리로 볼 때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은 결코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이 경제학자와 경영계의 입장이다.


노동계 “최저임금 올려도 고용감소 영향 미미”


노동계는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감소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고 소득주도 성장으로 경제 활성화에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다수의 연구에서 최저임금 근로자이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청년고용에 부정적 영향이 있기는 하지만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다. 관련 언론 보도에 따르면 1999년 최저임금제를 다시 도입한 영국에서는 기업 이윤이 줄어든 반면, 생산성이 올랐다거나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거의 영향이 없다 혹은 상관관계가 모호하다는 연구결과가 이어지고 있다.


앨런 매닝 런던정치경제대학교(LSE, London School of Economics and Political Science) 교수는 ‘법정 최저임금의 이론과 노동시장이 미치는 영향’을 통해 “노동시장이 완전경쟁이라면 최저임금이 고용을 줄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최저임금과 고용의 상관관계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김현경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올해 4월 ‘최저임금제와 빈곤율’ 보고서에서 “최저임금 미달자에게 가상으로 최저임금을 적용한 결과 빈곤율이 실제보다 0.5~0.8%p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최저임금 적용 후에도 빈곤 격차가 크다는 점에서 최저임금의 적정 액수에 대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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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이런 연구결과를 열거하지 않아도 늘어난 소득에 따라 소비를 늘리는 사람들의 모습은 우리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병원 물리치료사로 일하면서 주말 단기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충당하던 송미진(31, 가명) 씨는 얼마 전 지인의 요청으로 시급 1만원을 받으면서 일했던 경험이 있다. 송 씨는 “그 전에는 시급이 6,000원, 많이 올라도 7,000원도 안 됐기 때문에 월급을 타도 교통비, 통신비, 식비 등 이리저리 지출하고 나면 남는 돈이 없었는데, 시급 1만원을 받으면서 한 달에 30만원 정도를 더 받게 되니 경제적 사정에 여유도 생기고 그동안 미뤄뒀던 소비도 할 수 있게 됐다”며 “현재 최저시급보다 높은 시급을 받으며 일하니까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말했다.


4·13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정의당이 ‘최저임금 1만원’을 공약한 이유도 바로 이 점이다. 임금이 오르면 소비가 늘게 되고, 소비 확대로 살아난 내수는 곧 기업실적개선으로 연결되는 선순환구조가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정의당은 여기서 더 나아가 ‘2020년 월급 300만원 시대’를 총선 공약에 올리기도 했다.


경제학자·경영계 “최저임금제는 가격통제의 하나, 기본적으로 폐지가 맞아”



경제학자들과 경영계는 기본적으로 최저임금제의 취지에는 동의하면서도 급격한 최저임금의 상승은 기업들의 인건비 부담 증가로 이어진다면서 노동시장이 상당히 경직된 국내 상황으로 미뤄볼 때 기업들은 신규채용을 줄이거나 고숙련 근로자 위주의 채용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한다.


결국 최저임금의 인상이 근로자 입장에서 좋기만 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최저임금제는 자원배분의 비효율을 강제한 것이고, 자원배분의 비효율은 경제성장률 하락과 이로 인한 고용대란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특히, 지금도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는 미숙련·미취업 근로자들이 더 힘들어지게 된다는 설명이다. 또한 최근에는 최저임금제를 사회보장제도로 인식하는 등의 비약 때문에 사회적인 갈등이 발생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변양규 한국경제연구원 거시연구실장은 “최저임금제는 경제이론상 가격통제의 한 종류”라며 “시장원리에 입각하지 않은 강제적 가격조정은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를 낳기 때문에 최저임금이 지나치게 상승하면 높은 임금에서 노동수요가 감소하고 그 결과 실업이 발생하게 된다”고 말했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장은 “최저임금의 의미를 지나치게 비약해 시장에 의해 결정되고 당사자 간의 합의된 근로에 대한 대가 지불 계약으로서의 임금, 노동의 대가로서의 소득이 아닌 이전소득의 의미를 포함하려 해 사회계층 간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변 연구실장에 따르면 낮은 생산성에도 불구하고 저임금 때문에 경쟁력을 갖고 있었던 남부공장과 높은 임금에도 생산성이 높았던 북부공장으로 나눠져 있었던 미국 섬유산업은 1938년 10월 24일 전면적인 최저임금제 실시 이후 남부 섬유산업은 해고 바람이 불었던 반면, 북부 섬유산업은 오히려 고용이 늘었다.


남부 섬유산업의 경우 97개 회사 대부분이 생산규모를 축소하고 고용을 5% 이상 줄였다. 최저임금제 실시 이전 최전임금보다 낮은 임금을 줬던 기업들은 고용이 17%나 감소했다. 변 연구실장은 “이처럼 최저임금제에 의해 인위적으로 임금이 통제될 경우 노동에 대한 수요가 축소되며 이런 영향은 상대적으로 생산성이 낮아 낮은 임금을 줄 수밖에 없었던 산업과 여기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에게 집중된다”면서 “최저임금이라는 가격통제의 도입은 결코 모든 산업과 모든 근로자에게 공평하게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비슷한 사례는 우리나라에서도 있었다. 2008년 남성일 서강대학교 경제학부 교수의 ‘최저임금제가 노동수요에 미치는 효과’에 따르면 2007년부터 감시단속적 근로자(아파트 경비원)에 대해 최저임금제가 적용되고 이들에 대한 감액비율이 30%에서 20%로 축소되자 임금은 10.9% 상승했지만, 고용은 3.5~4.1%, 근로시간은 13.5% 감소했다.


대부분 고령층인 이들에 대한 인건비가 올라가자 무인경비시스템이나 동별 폐쇄회로TV(CCTV), 중앙초소 집중화 등의 설비개선을 통해 경비원에 대한 의존도를 줄인 것이다. 박기성 성신여자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최저임금이 1만원으로 인상하게 되면 24만1,000명에서 50만6,000명의 고용이 감소하고, 평균임금(1만3,267원) 대비 최저임금이 44.3%에서 73.4%로 29.1%p 높아지므로 경제성장률이 1.48%p 하락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임금이 오르면 총수요가 늘어나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노동계의 주장도 “비현실적인 기대”라는 것이 경제학자와 경영계의 입장이다. 김이석 시장경제제도연구소장은 “임금 인상은 총수요 증해 효과를 내기 이전에 불황으로 어려운 처지에 빠진 기업들을 더욱 어렵게 해서 도산위기에 내몰리게 할 것”이라며 미국 대공황 당시를 예로 들었다.



김 소장에 따르면 허버트 후버 미국 제 31대 대통령은 ‘회고록’에서 1929년 주식시장이 붕괴(대공황기)하자 불황은 과소소비 때문에 발생한다고 보고 노동자들에게 재화를 되살 수 있도록 월급봉투에 돈을 충분히 넣어줘야 한다고 생각해 기업가와 은행가들을 불러 모아 임금을 내리지 말 것을 강력하게 주문했다.


결과는 후버의 생각과 완전히 반대로 나왔다. 2년여 만에 종료된 1920~1922년 불황 때는 임금이 20%가량 떨어졌지만 실업률도 빠르게 감소해 정상화한 반면, 후버 집권기인 1931년에는 물가는 8.8% 하락했지만 화폐 임금은 3%도 떨어지지 않았고, 노동자 1인당 생산성은 줄어들었지만, 실질임금을 오히려 높아졌다. 이에 따라 1931년 15%였던 실업률은 1933년 3월 28.3%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당시 노조는 역설적으로 후버의 임금지지정책을 환영했다. 그들은 고용이 유지돼 높은 임금을 챙길 수 있었기 때문이다. 김 소장은 “그렇지 않아도 전 세계적인 경기침체와 기업 구조조정으로 인해 실업자가 늘어날 소지가 많다”며 “시장 가격에 대한 간섭의 일종인 최저이금제와 최저임금의 가파른 인상은 실업의 화대와 경제성장률 저하를 초래할 뿐”이라고 비판했다.


최저임금 차등화·세분화, 생활임금제, 안심소득제


최저임금제 시행으로 인한 각종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최저임금 차등화·세분화 ▲생활임금제 ▲안심소득제 등이 대안으로 꼽힌다. 먼저 ‘최저임금 차등화·세분화’는 한국경제의 규모가 최저임금제 도입 당시보다 매우 커지고 산업별·업종별로도 다양해져 각각의 생산성 및 임금차이가 다르기 때문에 현행 단일 최저임금 결정방식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에 따라 제시된 것이다.


유사 산업·업종별로 카테고리를 묶어 최저임금과 관련한 각각의 영향을 수치화해 이를 근거로 적정 최저임금을 결정하자는 것이 골자이다. 이 제안은 현재 소상공인을 중심으로 가장 요구의 목소리가 높고, 한국경영자총협회도 관련 내용을 최저임금위원회에 건의한 바 있다.


두 번째 대안은 ‘생활임금제’이다. 1994년 미국을 시작으로 2000년대 들어 영국, 캐나다, 뉴질랜드 등으로 확산해 시행 중인 ‘생활임금제’는 2014년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정책공약으로 이슈화하기 시작했다. ‘생활임금’은 단순히 근로 대가로서의 임금 최저 수준을 정한 최저임금과 달리 근로자와 부양가족이 삶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임금 수준을 뜻하는 것으로, ‘근로제공에 상응하는 임금의 수준이 생계유지가 가능한 수준이어야 한다’는 사회적 개념이 반영된 제도이다. 현재 서울시, 광주광역시, 경기도, 세종시 등 28개 지방자치단체에서 도입해 시행 중이거나 도입을 계획하고 있다.


‘생활임금제’는 지자체별로 조례를 통해 제도화한 것이기 때문에 각 지자체별로 임금 수준이 상이하고 적용대상이 한정적이라는 특징이 있다. 지자체 공무원과 지자체가 출연·출자한 기관 소속 근로자, 지자체로부터 사무나 공사, 용역 등을 위탁받은 기관·업체 소속 근로자 등을 대상으로 한다. 서울시의 올해 생활임금은 7,145원으로, 최저임금보다 1,115원 많고, 내년 생활임금은 2017년 최저임금보다 1,727원 많은 8,197원(월 171만3,173원)으로 결정됐다.


세종시는 올해 7,170원(1,140원↑), 내년 7,540원(1,070원↑, 월 157만5,860원), 경기도는 올해 7,030원(1,000원↑), 내년 7,910원(1,440원↑, 월 165만3,190원)이다. 지자체 중 생활임금이 가장 높은 곳은 광주광역시로 올해 생활임금은 7,839원(1,809원↑), 내년은 8,410원(1,940원↑, 월 175만7,690원)으로 정해졌다.


세 번째는 ‘안심소득제’이다. ‘안심소득제’는 박기성 교수(성신여대)가 제안한 것으로, 4인 가족 기준 연소득 5,000만원을 소득세 면제점으로 잡고 이보다 적게 버는 가구에 대해서는 면세점과의 차이의 40%를 정부가 보조하자는 것이다. 박 교수는 “현재 시행되고 있는 기초생활보장제도와 근로장려금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일을 하지 않거나 당국에 알려지지 않는 음성적인 소득을 받는 일을 하려는 유인이 크다”면서 “‘안심소득제’는 소득이 늘어도 정부로부터 받는 보조금이 상쇄되지 않기 때문에 근로의욕이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즉, 저소득층에 대한 현행 복지제도는 소득이 늘면 그만큼 정부의 지원금이 줄어들기 때문에 저소득층 입장에서는 일을 하지 않거나 음성적인 일을 하는 것이 이득일 수 있는데, ‘안심소득제’는 그에 관계없이 연소득 5,000만원(4인 가족 기준) 이하면 보조금으로 받기 때문에 오히려 저소득층의 소득이 늘어나게 된다는 설명이다. 또한 123조원에 달하는 중앙정부의 복지분야 사업 중 기초생활보장, 기초연금, 노동, 주택, 근로·자녀장려금 등은 ‘안심 소득제’로 통폐합이 가능하고, 50조원가량의 예산만 있으면 시행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행정비용 절약과 예산 누수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 박 교수의 설명이다.


생활임금제 ‘소득증대, 경제 활성화’ vs ‘투자·고용 위축, 부채·형평성 논란’


생활임금제는 일부 지자체에서 이미 시행 중이고, 최근에는 이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내용의 최저임금법 일부개정안(박완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됐다. 김경협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2015년 기준 28개 지차체의 생활임금 평균 시급은 6,629원(2015년 최저임금 5,580원)으로, 이를 월로 환산하면 138만5,419원, 최저임금(월 116만6,220원) 대비 연소득에서 264만원 소득이 늘어나게 된다.


생활임금을 받는 지자체 공무원, 업무협약을 맺은 기관·업체의 근로자 등은 업무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졌고, 해당 지자체들도 업무의 질적 역량이 높아졌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이 역시 결국은 전체 임금의 급격한 상승을 야기한다는 점에서 민간부문으로 확대될 경우 기업들의 투자위축과 고용불안을 초래해 경제의 저성장 기조를 고착화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오정근 건국대학교 금융IT학과 교수는 “(최저임금법)개정안이 통과돼 상위법에 근거를 갖게 되면 전국 지자체 및 민간부문의 임금인상으로 이어져 투자위축과 고용불안을 가져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 교수는 “세계은행은 국민소득을 고려한 시간당 임금이 미국을 100으로 했을 때 한국은 124로 세계 12위였다”며 “최저임금도 국민소득이나 구매력을 고려하면 한국이 세계 9~10위로 미국, 일본보다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최저임금보다 20~28% 가량 높은 생활임금이 민간부문으로 확대되면 최저임금은 의미를 잃게 되고 전체적인 임금 수준을 상승시켜 결국 기업들의 투자 위축과 고용 불안을 야기하게 된다는 것이다. 오 교수는 “1987년 ‘노동대란’ 이후 1988년부터 6년간 연평균 20%에 이르는 임금 급등으로 한국기업의 국외탈출 러시가 시작돼 많은 국내 일자리가 사라졌고 성장률이 추세적으로 하락해 ‘고성장기’를 마감하고 ‘중성장기’에 진입한 바 있다”며 “임금 10% 상승 시 총투자의 8%가 감소하고 총고용을 1.8% 감소시키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자체의 부채가 높은 상황에서 생활임금제 시행은 이를 더 키우게 되고 결국 중앙정부에 손을 벌리게 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또한 지자체 예산으로 근로자의 임금을 보전해준다는 점에서 민간과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된다.


이같은 우려와 비판의 시각에 대해 박문규 서울시 일자리기획단장은 “현행 최저임금으로는 실제 근로자에게 필요한 최소 생활수준 보장이 어려운 현실이고, 소득불평등 정도는 점차 심해져 우리나라는 OECD 가입국 중 저임금계층 비율이 2013년 기준 두 번째로 높은 국가”라며 “전국단위로 통일되게 적용되는 최저임금과 최저생계비는 주거비, 교육비, 물가 등 지역적 특성을 반영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지만, 생활임금은 이런 특성을 반영할 수 있고, 저임금근로자의 실질임금 수준을 상승시켜 임금상승에 따른 가처분소득이 증가하는 것이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박 단장은 “고용감소로 이어진다는 의견도 있지만, 오히려 일자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며 “생활임금제를 도입한 미국 볼티모어, 보스턴에서 생활임금제에 따른 고용감소의 증거를 찾을 수 없었고,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오히려 공항·의료서비스 종사자의 고용이 15% 증가했다는 연구결과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직률 감소로 인한 근로자 교육비 절감, 숙련된 근로자 확보에 따른 생산성 향상 등 인력운영 효율성을 높일 수 있어 인건비 상승에 의한 일자리 감소 우려를 줄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공공기관의 부채 증가와 관련해서도 “캐나다 생활임금 관련 단체의 연구에 따르면 생활임금제 시행 전 정부보조금을 지급받던 이들이 생활임금제 도입 이후 일정 수준의 소득이 보장돼 정부 보조금을 50.4% 절감했다는 사례가 보고됐다”며 “1996년 미국 볼티모어시가 생활임금제를 도입한 첫 해 명목상 계약비용은 0.2% 증가했지만, 인플레이션을 감안한 실질 계약비용은 2.4% 감소하는 효과가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즉, 단기적으로는 재정부담의 증가를 야기하겠지만, 장기적·실질적으로는 사회보장비용 감소 등으로 재정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김경협 의원은 “생활임금 도입은 가계소득 증가와 내수활성화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의 성장정책”이라며 “소득불평등을 해결할 수 있는 해법은 최저임금 인상인데 결국 생활임금제도가 최저임금인상을 견인할 수 있다”고 했고, 심성정 정의당 대표는 “한국의 평균임금 대비 최저임금 수준은 35.1%로 OECD 가입국 25곳 중 18위”라며 “최저임금인상을 위해서 생활임금 법제화는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MeCONOMY magazine  December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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