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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저출산 정책, 이대로 괜찮은가?


〈M이코노미 김선재 기자〉 가임여성(15~49세 기준) 1명이 평생 동안 낳을 수 있는 평균 자녀의 수 1.24명. 올해 8월 통계청이 내놓은 2015년 우리나라의 출산율이다. 2014년 1.21명보다 0.03명(2.8%) 증가하기는 했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평균인 1.68명에 한참 못 미치는 것으로 여전히 최하위권(33위)에 머물러 있다. 출산율 제고를 위한 획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출산율이 좀처럼 높아지지 않는 배경은 무엇이고 우리보다 먼저 저출산 문제를 겪었던 해외 선진국들은 어떤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지 살펴본다.


OECD 회원국 중 우리나라보다 출산율이 낮 은 국가는 포르투갈(1.23명)이 유일하다. 출산휴가, 육아휴직, 양육수당, 출산장려금 등 정부는 다양한 출산장려책을 펼치고 있지만, 출산율을 바닥에서 좀처럼 움직일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10일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2016~2020)’ 일명 ‘브릿지 플랜 2020’을 발표했다. 정부는 1996년 산아제한정책을 공식적으로 폐지하고 2006년부터 출산율을 올리기 위한 5년 단위의 기본계획을 세우고 있지만, 출산율은 좀처럼 올라오지 않는 실정이다. 진행속도가 빠르다는 것도 문제이다. 일본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저출산 문제로 인한 고민이 깊지만, 그 속도는 빠르지 않다. 다른 선진국에서는 저출산 문제가 한 세기 이상에 걸쳐 천천히 나타났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불과 십 수년 사이에 일어났다.


1960년 6.0명이었던 합계출산율은 1970년 4.53명, 1980년 2.83명, 1983년 인구대체수준인 2.1명으로 감소했고, 2000년 1.47명을 기록한 이후 2001년부터는 1.3명을 넘은 적이 없다. 2005년 합계출산율은 1.08명으로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1993년 이래 가장 낮은 출산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 같은 추세라면 우리나라의 총 인구는 2030년 5,216만명을 정점으로 본격적인 내리막길에 접어들게 된다.


인구절벽 현실화

…출생아 수 40만명 밑으로 떨어진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출생아 수는 43만8,420명으로 전년보다 2,985명(0.7%) 증가했다. 합계출산율은 출생아 수 증가에 따라 2014년보다 2,8% 증가한 1.24명이었다. 겉보기에는 출산율이 오른 것처럼 보이지만, 2012년 1.3명을 기록한 합계출산율이 2013년 1.19명으로 뚝 떨어진데 따른 기저효과일 뿐이다.


실제로 최근 5년 출생아 수는 2010년 47만171명에서 2012년 48만4,550명으로 1만4,379명 증가했다가 2013년 43만6,455명으로 4만8,095명 급감한 이후 2015년(43만8,420명)이 돼서야 소폭(2,985명) 증가했다. 출생아 수 43만명 대는 정부의 저출산 관련 5개년 계획이 시작되기 직전인 2005년(43만5,031명) 수준이다.


출생아 수 감소 기조는 올해에도 이어졌다. 지난달 24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6년 9월 인구동향’에 따르면 출생아 수는 3만4,300명으로 8월(3만3,900명) 대비 400명 늘었지만, 2015년 9월보다는 2,100명(△5.8%) 감소했다. 3분기 누적 출생아 수는 지난해 3분기보다 6,100명(△5.6%) 줄어든 10만2,200명, 이를 바탕으로 한 합계출산율 추정치는 지난해 합계출산율(1.24명)보다 낮은 1.16명이다. 실제로 올해 누적 출생아 수는 감소했다. 올해 9월까지의 누적 출생아 수는 31만7,400명으로 지난해 9월 누적 출생아 수(33만6,300명)보다 1만8,900명(△5.6%) 줄었다.


전문가들은 지금과 같은 출생아 수 감소가 계속될 경우 향후 1~2년 안에 출생아 수가 30만명대로 떨어지고, 다시 회복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 경고한다. 우리나라 출생아 수는 1992년 73만678명을 정점으로 계속 하락해 2002년 49만2,111명 이후 40만명대로 고착화됐다. 또한 당장 내년부터는 생산가능 인구(15~64세) 감소가 시작된다. 2015년 3,695만명이었던 생산가능인구가 2035년 3,089만명, 2060년 2,187만명으로 줄어들게 된다는 것이 통계청의 전망이다.


향후 45년 사이 40.8%의 노동력이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이는 임신과 출산이 가능한 가임여성(15~49세) 인구가 감소한 데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지난달 7일 국회 입법조사처가 내놓은 ‘한국의 저출산 조사 및 시사점’에 따르면 저출산 대책이 처음으로 시행된 2006년 1,361만5,000명이었던 가임여성 수는 2015년 1,279만6,000명으로 단 한 번의 증가 없이 10년간 81만9,000명이 감소했다.


입법조사처는 “이미 오랫동안 진행돼 온 가임여성 수 감소로 인해 합계출산율이 개선된다고 해도 출생아 수는 감소하는 ‘나선형적 하향 악순환’이 예견된다”며 “특히, 1995년 이후의 출생 코호트(연령을 공유하는 사람들의 집단)가 가임여성 인구집단에 본격적으로 진입하게 될 경우 출생아 수가 지속적으로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결혼·출산…결국 문제는 ‘돈’


결혼을 하는 사람들이 줄거나 늦게 하는 추세가 강해진 것도 출산율 감소의 한 원인이다. 9월 혼인 건수는 1만7,800건으로 전년동월대비 1,200건(△6.3%) 감소했다. 9월 기준 2004년 이래 가장 낮은 건수이다. 8월(2만3,000건)에는 혼인 건수가 전년보다 1,200건(5.5%) 증가했는데, 이는 혼인신고를 할 수 있는 날이 2015년 8월보다 2일 많았기 때문이고, 8월 전까지 혼인 건수가 매달 감소했기 때문에 9월까지의 누적 혼인 건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 누적 혼인 건수 22만300건보다 6.5% 줄어든 20만5,900건으로 집계됐다.


3분기 혼인 건수는 작년 3분기보다 2,500건(△3.9%) 줄어든 6만1,900건이었다. 통계청 관계자는 “9월은 보통 추석 명절이 있는 달이기 때문에 혼인 건수가 다른 달에 비해 적다”면서도 “결혼이 많은 10~12월에 건수가 예년 수준을 보인다고 해도 올해 전체 혼인 건수가 30만 건을 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2000~2015년까지 혼인 건수는 30만건 밑으로 떨어진 적이 없지만, 2013년 32만2,807건, 2014년 30만5,507건, 2015년 30만2,826건 등 꾸준히 감소하는 추세이다.


이는 출생아 수가 급감하기 시작한 기간과도 겹친다. 또한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분만 평균 연령은 10년 사이 1.9세(2006년 30.3세→ 2015년 32.2세)나 뛰었다. 출산여성 4명 중 1명(13.7% →27.6%)은 35세 이상이었다. 40세 이상도 1.8%p 증가한 3.0%였다. 소득도 출산에 영향을 미쳤다.


2015년 건보공단이 일반가입자의 보험료에 따라 소득순위를 20분위로 나누고 분만급여 현황을 분석한 결과 고소득층 산모는 전체의 43.9%(18만3,227)명으로 가장 많았다. 소득이 적은 1분위 산모는 6,368명에 불과했다. 2006년 67.3%였던 분만까지 직장에 다니는 여성 비율이 2014년 73.9%로 증가했고, 출산 1년 후까지 직장을 유지하는 비율은 62.9%에서 69.7%로 늘어난 것도 이 때문으로 보인다.


남성에게서도 이와 유사한 현상이 관찰된다. 지난달 13일 노동사회연구소의 ‘저출산과 청년일자리’ 보고서에 다르면 임금 하위 10%에 속한 20~30대 남성의 결혼 비율은 6.9%에 불과한 반면, 임금 상위 10%는 82.5%나 됐다. 결국 결혼을 하지 않거나 늦추는 이유, 결혼을 해도 아이를 낳지 않는 이유가 결국은 ‘돈’ 때문인 것이다.


“사랑은 낭만이지만, 결혼은 현실” “혼자 살기도 팍팍”



이런 사회적 구조 때문에 청년층들이 결혼과 출산에 대해 과거와 다른 인식을 갖게 된 점도 결혼과 출산을 꺼리게 된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통계청이 전국 2만5,233 표본가구 내 상주하는 만 13세 이상 가구원 약 3만8,600명을 대상으로 올해 5월18일부터 6월2일까지 실시한 ‘2016 사회조사통계’에 따르면 전체 인구 중 ‘결혼은 해야 한다’라는 응답은 절반을 조금 넘긴 51.9%였다. 즉, 나머지 절반가량은 ‘결혼은 할 필요 없다’고 보는 것이다.


‘결혼은 해야 한다’는 응답은 2010년 조사에서 64.7%였지만, 2012년 62.7%, 2014년 56.8%로 점차 감소했다. 성별로는 남성(56.3%)이 여성(47.5%)보다 결혼에 대해 더 긍정적으로 봤고, 결혼을 반대하는 응답은 여성(3.8%)이 남성(2.4%)보다 더 많았다. 이는 결혼과 출산으로 인한 육아부담이 상대적으로 여성들에게 많이 주워져 일과 가정의 양립이 어려워지거나 경련이 단절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와 비슷한 인식은 ‘2016 서울연구논문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서울시 직장인들의 통근시간과 행복(진장익·김단야·박사후 미 위스콘신대 연구원, 진은애 가천대 글로벌시티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이라는 논문에도 잘 나타났다. 논문은 미혼 직장인들의 행복지수가 기혼자보다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논문에 따르면 2015년 미혼남성의 행복지수는 10만점에 7.11로 기혼남성 6.98보다 0.13 높았고, 미혼여성은 7.08로 기혼여성 6.96보다 0.12 높았다. 미혼직장인들의 행복지수가 기혼직장인들보다 높은 것은 2005년 조사 이래 처음이다.


논문은 “최근 결혼하지 않아도 행복할 수 있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돼 나타난 결과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행복지수를 그룹별로 보면 행복감이 가장 높은 그룹은 결혼하지 않는 남성이었고, 행복감이 가장 낮은 그룹은 결혼한 여성이었다.


출산도 마찬가지이다. 시장조사전문기업 마트로밀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올해 1월 14일부터 18일까지 전국 만 19~59세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저출산 문제 관련 인식조사를 실시한 결과 ‘결혼을 했으면 자녀가 있는 것이 당연하다(40.9%)’, ‘결혼을 하면 자녀는 꼭 낳아야 한다(37%)’ 등 출산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인식은 10명 중 4명 수준에 불과했다. 이런 경향은 20~30대 젊은 층을 중심으로 더 강했다.


결혼 후 자녀를 원하는 사람들도 ‘경제적 문제’ 때문에 자녀를 ‘1명(32.3%)’이나 ‘2명(37.8%)’을 선호했다. ‘아예 낳지 않는 것이 낫다’는 응답도 23.8%나 됐다. 이 같은 응답은 특히, 미혼자(33.3%)와 20대(28%) 및 30대(31.6%)에서 높았다. 현실을 고려하지 않았을 때는 2명(43.2%), 3명(30.6%)를 가장 많이 원했다.


비경제적인 이유로 결혼이나 출산을 기피하는 경향도 나타났다. 지난해 성인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한 보건복지부의 설문조사에서 미혼자들은 ▲배우자에 얽매이기 싫다(27.7%) ▲결혼비용(22.6%) ▲마음에 드는 이성을 자유롭게 만나지 못할 것 같다(18.1%) ▲육아와 가사 부담(16.8%) ▲친정·시댁 스트레스(8.4%) 등을 결혼 기피 이유로 꼽았다. 젊은 층들의 독립적·개인적 성향이 과거에 비해 강해짐과 동시에 경제적인 문제가 발목을 잡아 행복한 결혼생활이 어려울 것이라는 걱정이 결혼의 장애물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기혼가구 중심→비혼·만혼 중심 지원대책 마련


상황이 이렇게 되자 지난해 12월 10일 정부는 결혼을 장려하는데 초점을 맞춘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을 내놨다.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간 저출산 분야에 들어간 예산만 80조7,000억원에 달하지만 출산율이 정책 시행 전 수준에 머무르는 등 그렇다할 효과가 없자 정책의 방향을 바꾼 것이다. 정부는 3차 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그간의 미시적이고 현상적인 접근에서 벗어나 종전의 기혼가구 보육 부담 경감에서 일자리, 주거 등 만혼·비혼 대책으로 전환하고, 제도, 비용지원 위주에서 실천, 사회인식 변화 중심으로 장기적 접근을 시도한다”면서 “올해 신생아가 44만5,000명, 2020년에는 48만명이 태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3차 기본계획은 임금피크제와 근로시간 단축 등 노동개혁과 신혼부부에 특화된 행복주택 및 임대주택 공급 확대 등을 골자로 한다. 저출산 분야에 투입되는 예산은 109조4,000억원 규모이다. 그러나 계획이 시행된 후에도 올해 5월까지 출생아 수가 전년대비 1만명가량 감소하는 등 시작부터 차질에 예상되자 8월 25일 이에 대한 보완대책(출생아 2만명+α)을 서둘러 내놨다.


정부의 보완대책은 ▲난임치료 지원에 소득기준을 전면 폐지하고 ▲‘아빠의 달(남성 육아휴직 수당)’ 휴직급여 상한액을 둘째부터 50만원 인상(150만원→200만원, 근로자 평균 임금 70%)하는 것이다. 정부는 현재 난임부부가 21만명가량 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는데, 정부의 난임치료 지원으로 지난 10년간 10만명의 아기들이 태어났고 특히, 작년에는 이를 통해 전체 출생아의 4%(1만9,103명)가 태어났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효과가 검증됐다는 것이다.


소득기준을 폐지하면 지원대상이 9만6,000명으로 4만6,000명 늘어나기 때문에 연간 8,000~1만2,000명이 더 태어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여기에 유산위험이 큰 임신 12주 이내 또는 36주 이후의 여성 근로자들에 대해 임금삭감 없이 2시간 단축 근무를 의무화하고, 남성의 육아휴직수당을 2017년 7월부터 인상해 남성의 육아휴직을 확산시키면 내년 출생아 수가 2만명 이상 증가하게 될 것으로 정부는 기대한다. 이와 함께 저출산 위기 극복 거버넌스 강화를 위해 총리 주재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저출산 대책을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지자체의 저출산 대응 평가체계를 신설, 우수 지자체에는 특별교부세를 지원하는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기로 했다.


전문가들 “자칫 ‘언 발에 오줌누기’ 우려”


전문가들은 그러나 글로벌 경기침체와 저성장 기조로 위축된 경기가 좀처럼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이 정도 대책으로 과연 눈에 띄는 출산율 제고가 가능할지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인다. 그동안 정책의 초점이 자녀가 있는 집단을 대상으로 한 양육지원에 맞춰져 아기를 낳기 위한 선제조건인 결혼에 대한 지원책은 부족했던 상황에서 일자리·주거문제 등 비혼·만혼의 구조적 문제 해결을 통해 저출산을 해소하겠다는 3차 기본계획이 현재 경제상황에서 과연 언제 얼마나 효과를 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자칫 ‘언 발에 오줌누기’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로 2차 기본계획(2011~2015)에 투입된 예산 37조7,200억원 중 출산·양육정책에 들어간 예산은 34조8,500억원인 반면, 고용정책에 쓰인 예산은 2조6,900억원에 불과했다. 또한 보건복지부가 2017년도 예산편성에서 양육과 관련된 예산은 모조리 삭감하고 인식개선 및 교육지원사업 등에는 전년과 동일하거나 증액된 예산을 편성한 점도 출산율 제고에 대한 정부의 의지를 의심하게 한다. 출산에 대한 사회 전반적인 의식 개선이 반드시 필요하지만 그렇다고 양육과 관련된 예산을 삭감해 관련 정책·서비스가 위축되게 할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권미혁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은 “실제 보건복지부 소관 2017년 예산을 들여다보면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의자가 있는 것인지 의심스럽다”며 “정부가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면 효과도 불분명한 인식개선 사업이 아니라 양육지원 관련 예산들을 늘렸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취업문제 개선도 요원하다. 신규 취업자 수는 올해 조선업 구조조정 등 제조업의 고용 위축으로 30만명 안팎을 오가다 9월과 10월에는 두 달 연속 30만명 대를 밑돌았고 특히, 청년(15~29세) 실업률은 매달 월 기준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울 정도로 고용대란은 현재 진행형이다. 유진성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취업이 결혼에 미치는 영향과 노동시장개혁에 대한 시사점’에서 “취업은 남자와 여자에서 모두 결혼가능성을 유의적으로 증가시키는 것으로 분석됐다”며 “특히, 청년층에서는 취업이 연령변수를 제외하고는 남녀의 결혼가능성에 영향을 미치는 유일한 경제사회적 요인”이라고 밝혔다.


유 연구위원에 따르면 청년층에서 취업은 결혼 및 초혼연령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는데, 남성의 경우 취업 시 결혼가능성은 미취업 남성에 비해 3.5배, 여성은 1.5배 높았다. 취업여부에 따른 초혼연령은 여자의 경우에는 크게 영향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남성은 미취업기간이 1년 증가하면 초혼연령이 3개월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정부는 임금피크제, 성과연봉제 도입 등의 노동개혁을 통해 고용확대를 꾀한다는 계획이지만, 공공부문뿐만 아니라 민간부문에서도 저항이 상당히 높다. 성과연봉제 도입에 반대하면서 시작된 철도노조의 파업은 벌써 두 달째이고, 임금피크제 도입은 매년 민간기업들의 임금단체협약(임단협) 테이블에 등장하는 단골메뉴임과 동시에 협상 과정에서 노조의 반발로 항상 빠지는 메뉴이기도 하다.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한 육아휴직 제도 역시 현재로서는 한계가 있다. 조주은 국회 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아빠의 달’은 여성이 먼저 육아휴직을 사용한다는 전제 하에 시행되는 것”이라며 “‘아빠의 달’ 사용자가 점차 증가하고는 있지만, 고용이 불안정하고 소규모사업장에서 근무하는 많은 여성근로자 중에서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는 직업군은 상대적으로 고용이 안정된 공무원 등에 한정되기 때문에 ‘아빠의 달’ 제도 확대를 크게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2016년 기준 한시적·시간제·비정형으로 근무하는 여성근로자의 비율은 전체의 55.2%이고, 이 중 40.7%는 10인 미만 사업장에서 근무하고 있다. 결국 남성은 말할 것도 없고 여성조차 육아휴직을 쓰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남성육아휴직제도의 혜택 확대는 출산율 제고에 별다른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이다.


한 남성은 “한 달에 50만원 더 준다고 해서 육아휴직을 쓰는 아빠들이 얼마나 더 늘지 모르겠다”며 “대기업이나 공무원들은 직원들이 육아휴직으로 빠지면 대체인력을 보강하는 것이 쉽겠지만, 중소기업에서는 그것이 어렵기 때문에 결국 동료들이 내 일까지 떠맡아야 해 눈치가 보이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11월 21일 여성가족부가 전국 19~59세 성인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9월 19일부터 30일까지 조사한 ‘일·가정양립에 대한 국민체감도’에 따르면 국민들은 일·가정 양립을 위해 ‘출산휴직·육아휴직의 정착(32.5%)’이 가장 중요하다고 인식하면서도 ‘직장 내 분위기(68.8%)’ 때문에 제도를 잘 활용하지 못한다고 답했다.


주택문제도 삐걱거리고 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40세 미만 연령층과 혼인 기간 5년 이내인 신혼부부의 주거안정을 위한 ‘청년·신혼부부 매입임대주택’ 사업을 위해 정부는 올해 말까지 임대주택으로 공급할 기존 소형 아파트를 연말까지 최대 2,000가구 매입할 계획이었지만, 11월18일까지 전국에서 신청한 건수는 지방에서만 겨우 25가구에 불과했다.


이것도 집주인과 감정평가 등 매각조건을 협의해야 하기 때문에 실제 매각까지 이뤄지는 주택은 이보다 더 적을 수 있다. 국토교통부는 행복주택과 뉴스테이(기업형 민간임대주택) 공급을 2017년까지 총 30만호로 늘리기 위해 행복주택 1만호(14만→15만호), 뉴스테이 2만호(13만→15만호)를 확대하고 대학생, 취업준비생이 거주할 수 있는 청년전세임대주택, 10년간 임대료 상승이 없는 신호부부 매입임대주택을 도입하는 한편, 민간의 주택을 매입해 저렴하게 임대하는 ‘맞춤형 주거지원을 통한 주거비 경감방안’을 지난 4월 28일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전국적으로 아파트가격이 상승하고 특히, 소형 아파트를 찾는 실수요자들이 늘어나면서 시장에 내놓는 것이 더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는 집주인 입장에서 굳이 한국주택토지공사에 판매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해외에서는 어떻게 하고 있나…일·가정양립, 보육비 부담 완화


전문가들은 출산율 제고를 위해서는 안정적인 직장과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한 직장 문화 개선 등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삼식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저출산고령화대책기획단장은 “일·가정 양립, 직장문화 개선, 취업확대 등 사회 시스템을 바꾸는 거시적 노력과 육아, 난임지원 등 단기처방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고, 조 입법조사관은 “청년실업, 주거문제와 교육문제 등의 해결을 모색하는 사회정책적 조망 하에서 종합적으로 수립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리나라보다 먼저 저출산 문제를 겪었던 해외는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을까? 스웨덴은 성평등과 일·가정양립을 통해 출산율 하락을 극복했고, 영국은 보편적 아동수당과 보육바우처를 통한 보육비 부담 완화, 프랑스는 ‘모든 아이는 국가가 키운다’는 기조 하에 임심부터 교육까지 풀 패키지 현금지원, 가족정책 전담 전국 네트워크 등으로 떨어지는 출산율을 회복시켰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유럽의 출산 선진국들은 가족·보육 관련 예산 규모가 국내총생산(GDP)의 평균 3.4%수준인 반면, 우리나라는 2009년기준 GDP의 0.81%에 불과했다. 또한 스웨덴과 영국은 예산의 증감에 따라 출산율이 대체로 연동하는 모습이지만, 우리나라는 2013년 보육예산이 2009년에 비해 3배 이상 증가했음에도 제자리 수준이다. 효율성이 그만큼 떨어진다는 것이다.


고승연 연구위원은 “정부지출이 적은 우리나라는 가족 내 사적양육 비중이 커 여성의 경제적, 심리적 부담을 증가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공교육 지출이 높은 것도 유럽 출산 선진국들의 특징이다. 이들 나라의 공교육 관련 예산지출 규모는 GDP의 6.8%에 달한다. 덴마크는 8.7%로 최고 수준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공교육 비중이 5%에 불과하고 사교육비 비중은 2.0%(한국, 영국 제외 사교육비 비중 평균 0.55%)로 유럽 대부분 국가들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제도적인 측면에서 출산 선진국들의 근로자 평균 50% 정도가 탄력 근무제를 이용하고 있는 점도 출산율에서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스웨덴과 네덜란드 근로자 중 탄력 근무제를 이용하는 경우는 55% 수준이다. 우리나라는 6.4%로 출산율이 가장 낮은 포르투갈(23.1%)에도 한참 못 미친다. 탄력 근무제 덕분에 여성들의 경제활동참가율도 높은데, 아이슬란드 82.6%, 스웨덴 77.9%, 네덜란드 74.3% 등으로 우리나라 49.7%보다 월등히 앞선다.


여성이 일하고 살기 좋으면 출산율도 높아진다는 것은 불변의 사실이다. 따라서 새로운 제도 마련보다는 기존 제도의 양적·질적 개선과 보육·교육 일원화 등 선택과 집중을 통한 정부 지출의 효율화로 법적 의무조항 병행 등이 필요한 때이다.


MeCONOMY magazine  December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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