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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빈병보증금 인상 빌미, 주류 판매가 또 인상…결국 소비자만 울상


<M이코노미 김선재 기자> 올해 1월1일부터 소주, 맥주 등 주류와 음료 빈병에 부과된 보증금이 인상됐다. 정부는 빈병보증금 인상으로 가정용 주류 빈병회수율을 끌어올려 주류 제조업체의 병 재사용률을 높인다는 계획이지만, 이미 빈병류에 대한 분리수거가 자리 잡은 상황에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또한 대형마트가 아닌 일반 슈퍼마켓과 편의점은 반납 받은 병을 보관할 장소가 부족해 반납을 받지 못하거나 점주들이 불편해하는 경우가 많아 제도 시행 초반부터 삐걱거리는 모습이다. 게다가 2015년과 2016년 말 한 차례 주류 가격인상이 있었지만, 빈병보증금 인상을 빌미 삼아 일부 유통업체와 식당에서 빈병보증금 인상분 이상으로 판매가격을 올린 곳도 있어 결국 소비자들의 경제적 부담만 커졌다는 지적도 있다.


환경부는 2016년 1월 20일 빈용기(빈병) 보증금 제도개선을 위해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의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안을 본격 시행하고, 2017년 1월 1일부터 소주와 맥주 등 주류 및 음료의 병 용기 보증금을 인상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올해부터 소주병 보증금은 기존 40원에서 60원 오른 100원, 맥주병은 50원에서 130원으로 80원 올랐다. 콜라·사이다 병은 40원에서 100원으로 60원 올랐고, 1리터 이상의 대형 주스병은 350원으로 인상됐다. 빈병보증금 인상 수준은 신병 제조원가의 70% 수준으로, 독일(신병 제조원가 대비 77%), 핀란드(97%) 등 선진국의 사례와 그동안의 물가상승, 소비자 설문조사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됐다. 환경부는 빈병보증금 인상을 통해 빈병의 재사용률이 현재 85%에서 선진국 수준인 95%까지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빈병 재사용률 증가에 따라 주류제조사는 연간 5억병 가량의 신병 제작 요소가 사라지게 되므로 약 451억원의 경제적 이익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신병 제작 소요가 줄어드는 만큼 20만톤(소나무 3,300만 그루 연간 흡수량)의 온실가스 배출량, 26억MJ(메가줄, 연간 1만5,000명 전력소비량)의 에너지 소비량이 감소해 환경적 편익도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1985년 시행된 빈병보증금 제도


빈병보증금제도는 유리용기를 사용하는 모든 주류나 청량음료류의 판매가격에 빈용기값(보증금)을 포함시켜 소비자에게 판매한 후 소비자가 빈병을 소매점에 반환할 때 보증금을 환불해주는 제도다. 1985년 8월 소주병에 처음 적용되기 시작했고, 같은 해 11월에는 맥주병, 1987년에는 청량음료병으로 확대됐다. 제도에 변화가 생긴 것은 2003년부터다. 과거에는 주류 빈병은 국세청, 청량음료 빈병은 보건복지부 등 관리주체가 이원화돼 있었는데, 2003년부터는 이를 환경부로 이관해 일원화시켰다. 또한 가격에 따라 차등적으로 부과했던 빈병보증금도 ▲190㎖ 미만 빈병은 개당 20원 ▲190㎖ 이상~400㎖ 미만 빈병은 40원 ▲400㎖ 이상~1,000㎖ 미만 50원 ▲1,000㎖ 이상 100원 등 크기(규격)에 따라 부과하는 것으로 체계가 바뀌었다. 2003년을 기점으로 제도에 큰 변화가 있었지만, 빈병보증금 자체는 별다른 변화 없이 지난해까지 낮은 수준이 유지됐다. 1994년 556원이었던 소주가 2015년 1,016원으로 2배 가까이 올랐지만 빈병보증금은 소주병 40원, 맥주병 50원으로 변화가 없었다. 이에 따라 소비자가 빈병을 반환하기 위한 경제적 유인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꾸준하게 제기되는 상황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2014년 출고된 소주와 맥주는 총 49억4,000만병으로, 이 중 일반 가정에서 소비된 양은 17억8,000만병이다. 그러나 소비자가 주류를 소비한 후 빈병을 직접 반환하는 경우는 전체의 24.2%인 4억3,000만병에 불과했다. 이로 인해 소비자가 포기한 빈병보증금(미반환보증금)은 57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에는 3분기 기준 약 200억원의 미반환보증금이 발생했다.


이와 함께 도·소매점에서 빈병을 회수·보관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을 주류제조사에서 지원하는 취급수수료 역시 지난해까지 ▲190㎖ 미만 개당 8원 이상 ▲190㎖ 이상~400㎖ 미만 개당 16원 이상 ▲400㎖ 이상~1,000㎖ 미만 개당 19원 이상 ▲1,000㎖ 이상 개당 23원 이상으로 낮은 수준이 유지됐다. 아울러, 빈병보증금과 취급수수료가 주류제조사와 도매상 및 빈병상(商)간 직거래되는데 따른 관리소홀 등 불투명한 자금거래도 문제로 지적됐다.


이에 환경부는 2015년 9월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은 2016년 1월21일부로 30여년간 낮게 유지된 보증금을 인상하고 취급수수료를 소주·맥주 관계없이 33원으로 현실화하는 한편, 보증금·취급수수료 지급 및 미반환보증금의 투명한 관리를 위해 환경부 산하 한국순환자원유통지원센터로 업무를 이관했다. 다만, 2015년 12월 규제개혁위원회가 취급수수료의 업계 간 결정기간을 감안하고 소비자 반환 편의성을 제고할 수 있는 대책을 우선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함에 따라 빈병보증금 인상은 2017년 1월 1일 시행으로 유예됐다. 또 취급수수료 현실화는 2016년 상반기 중 주류제조사와 도·소매상, 병상 등 업계간 자율논의 등을 거쳐 결정하기로 했다. 빈병보증금은 ▲190㎖ 미만 70원 ▲190㎖ 이상~400㎖ 미만 100원 ▲400㎖ 이상~1,000㎖ 미만 130원 ▲1,000㎖ 이상 350원으로 인상됐고, 소비자의 빈병 반환 편의성 보장을 위해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수도권 대형마트 13곳에 설치된 빈병 무인회수기를 올해 100대 추가할 예정이다. 취급수수료는 주류 제조사와 도·소매업계간 1년 5개월의 마라톤협상 끝에 2016년 6월 15부터 소주 16원, 맥주 19원이었던 취급수수료를 각각 28원(75% 인상), 31원(63% 인상)으로 올렸다. 2018년 1월 1일부터는 각각 2원씩 더 인상돼 소주병 30원, 맥주병 33원이 된다.



빈병 재사용률 95% 기대


환경부는 빈병보증금 인상으로 소비자의 빈병 직접 반환이 증가해 현재 85% 수준인 빈병 재사용률이 독일(95%), 핀란드(98.5%) 수준인 95%까지 높아질 것으로 기대했다. 핀란드·독일의 경우 신병 제조가격은 평균 150원(0.103유로)으로 우리와 비슷하지만, 보증금은 145원(0.1유로)으로 소주 기준 45원 더 많고, 회수율은 각각 99.5%, 98%다. 우리나라와 확연한 차이를 보이는 점은 재사용률 및 횟수인데, 핀란드의 빈병 재사용률은 98.5%, 재사용횟수는 30회에 달하고, 독일은 각각 95%, 40회 이상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재사용률 85%, 재사용횟수는 8회에 불과하다. 환경부는 소비자 반환이 활성화되지 않아 발생하는 회수된 빈병의 품질에 차이가 이같은 결과를 낳았다고 분석했다. 소비자가 직접 반환해 소매-도매-제조사로 이어지는 정상적인 회수경로를 거친 빈병은 품질이 좋아 독일과 핀란드의 경우처럼 여러 차례 재사용이 가능하지만, 고물상·빈병상 등을 거친 빈병은 회수 과정에서 파손·훼손 및 이물질 첨가 등 파쇄요인이 많아져 그만큼 재사용률이 떨어지게 된다는 설명이다.



또한 미국과 캐나다의 경우 빈병보증금 현실화에 따라 회수율이 높아졌다. 미국 미시간 주는 보증금이 10센트인데, 뉴욕·메사추세츠 주는 보증금이 5센트이다. 이들 도시의 빈병회수율은 미시간 95%, 뉴욕·메사추세츠 68%다. 캐나다는 품목에 따라 보증금이 5센트에서 40센트까지 다양한데, 5센트 품목의 회수율은 60.6%이지만, 40센트 품목의 회수율은 99.9%에 달했다. 그래서 빈병보증금 수준을 높이면 24.2%에 그친 소비자의 직접 반환에 의한 회수율이 더 증가하게 되고, 품질이 좋은 빈병이 많아져 자연스럽게 빈병 재사용률도 오를 것이라고 환경부는 판단한 것이다. 환경부는 소비자 빈병 반환율을 70%까지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다.



주류제조사는 취급수수료 인상에 따라 부담액이 125억원 늘기는 했지만, 재사용률 증가에 따른 신병 투입 요소 감소(약 5억병)로 인한 451억원가량의 경제적 이익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환경부에 따르면 빈병 재사용으로 주류제조사는 2,336억원의 제조원가를 절감하고 있다. 소주 기준 새로운 병을 제조하는데 필요한 원가는 병당 143원인데, 이미 생산된 병을 다시 사용하면 취급수수료 22원(가정용 및 영업용 평균)과 세척이 필요한 비용 33원 등 총 55원만 있으면 되기 때문에 주류제조사는 병당 88원을 아끼게 되는 셈이다. 이를 현재 빈병 재사용률인 85%를 적용할 경우 병당 평균제조원가는 68원이 되고, 연간 31억병의 소주가 생산된다고 봤을 때 주류제조사의 연간 원가절감액은 2,336억원(병당 평균 75원)이라는 것이다. 만약 재사용률이 95%까지 올라간다면 소주병 평균제조원가는 59원까지 떨어져 병당 평균 84원을 절감하게 돼 연간 2,604억원(84원×31억병)의 원가절감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 환경부의 설명이다. 이는 곧 소주의 가격이 보다 저렴해질 수 있는 요인이 된다.


아울러, 소나무 3,300만 그루의 연간 흡수량에 해당하는 20만톤의 온실가스 배출량과 연간 1만5,000명의 전력소비량과 맞먹는 26억MJ의 에너지 소비량이 감소하게 돼 환경적으로도 큰 도움이 된다고 환경부는 밝혔다. 유승광 환경부 자원재활용과 과장은 “빈용기 반환과 보증금 환불에 국민 여러분께서 적극 동참해주기를 바란다. 이는 스스로 포기했던 소비자권리는 되찾는 것임과 동시에 경제발전, 환경보전에 이바지하는 것”이라면서 “제조사에서도 재사용 확대로 술값 인하효과가 있으며 환경적으로는 자원과 에너지 절약, 그리고 온실가스 배출저감 등 효과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일부 식당·편의점 보증금 인상폭 이상 가격 올려


그러나 환경부의 취지와 달리 제도는 시작부터 삐걱거리는 모양새다. 가장 큰 문제는 올해 빈병보증금 인상을 빌미로 판매가격을 인상한 일부 편의점과 식당 등이 있다는 것이다. CU와 GS25, 세븐일레븐 등 주요 편의점은 지난달 6일 소주(참이슬·처음처럼)의 판매가격을 1,600원에서 1,700원으로 100원 인상했다. 이어 10일에는 카스의 판매가격을 1,850원에서 1,950원으로 올렸고, 19일에는 하이트 판매가격을 1,800원에서 1,900원으로 인상했다. 소주의 빈병보증금이 60원 올랐고, 맥주는 80원 올랐다는 것을 고려하면 20~40원은 올리지 않아도 되는 인상분이다.



 그런가하면 일부 프렌차이즈 식당에서는 주류 판매가격을 최대 1,000원까지 올리거나 올리려고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식당에서 4,000원에 판매되는 소주와 맥주가 5,000원이 된다는 말이다. 소비자가 식당에 와서 술을 마시지만, 보증금은 점주가 모두 챙기기 때문에 점주는 병당 960~980원의 부당이득을 챙기게 되는 것이다. 결국 소비자 입장에서는 2년 사이 주류 판매가격이 두 번 올라 부담만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빈병보증금은 인상여부와 관계없이 나중에 빈병을 반납하면 되돌려 받는 돈이기 때문에 보증금 인상분만큼의 가격인상은 있을 수 있으나 제품의 출고가격 자체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지난달 18일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성명서를 통해 “빈용기(병)보증금제도는 소비자가 보증금이 포함된 제품을 구매할 때 용기의 반환을 전제로 보증금을 납부하고 이를 반환하면 보증금 전액을 돌려받는 제도로, 보증금은 부가가치세법에 따라 비과세로 처리된다”며 “보증금이 주류와 음료 생산자의 생산원가에 미치는 영향이 없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또한 2015년과 지난해 말 결정된 소주와 맥주의 가격인상은 이미 도매가격에 반영됐고, 빈병보증금 인상으로 식당에 들어오는 주류가격이 변하지는 않았다는 것이업계의 설명이다. 요식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소주와 맥주 가격이 오른 이후 식당에 병당 3,000원 정도에 술이 들어오는데, 이번에 빈병보증금이 인상됐다고 해서 식당에 들어오는 술 가격이 오르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오경석 한국편의점산업협회 홍보팀장은 “제조업체의 가격인상이든 보증금 인상이든 점포에서 판매되는 상품의 최종 가격을 결정하는 것은 점주”라며 “가맹본사는 어떤 제품의 가격이 올랐다고 해서 판매가격을 올리라는 지침을 주거나 하지 않는다, 점주 본인이 자신의 점포 상권입지에 따라 가격을 올릴지 말지를 결정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지난달 9일 환경부와 한국순환자원유통지원센터 주최로 열린 간담회에 참석한 서울·경기지역 대형마트, 편의점, 외식업계, 시민단체 등은 빈병보증금 인상분만 판매가격에 반영하기로 했다. 대형마트들은 보증금 외 추가적인 비용이 소비자들에게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고, 편의점업계는 최종 판매가격을 결정하는 것은 가맹점의 몫이지만, 본사 차원의 기준가격 등에는 보증금 인상분만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외식업계도 빈병보증금 인상을 이유로 판매되는 주류의 가격을 올리지 않도록 전국의 업주들에게 협조를 구하기로 했다.


한편, 환경부는 지난달 24일 편의점, 유통업, 외식업 단체, 소비자·시민단체 등과 간담회를 열고 빈병보증금 인상을 빌미로 업계 수입과 무관한 주류가격 인상에 대한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환경부는 소비자·시민단체와 한국순환자원유통지원센터로 구성된 ‘빈용기보증금 모니터링단’을 통해 수도권 1,000여개 음식점의 주류가격 인상 여부를 조사하고, 2월부터는 전국 소매점과 음식점으로 조사대상을 확대한다고 밝혔다. 본격적인 조사 착수 전 수도권에 위치한 편의점 등 소매점의 주류가격과 보증금 반환실태 등에 대해 조사한 결과 일부 프랜차이즈 음식점 가맹본부 등이 주류가격을 인상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2월 초 수도권 조사결과를 공개하고 부당하게 주류가격을 인상한 음식점, 유통업체 등에 대해 관계당국에 시정을 요청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환경부는 신규 사업자가 많은 편의점의 경우 빈병보증금 환불경험이 없는 근무자가 방법을 몰라 보증금을 환불해주지 못하는 상황에 대비한 본사차원의 적극적인 안내를 요청했다. 이정섭 차관은 “빈용기보증금 인상은 보다 많은 소비자에게 빈용기보증금을 돌려주고 자원을 절약하기 위한 것”이라며 “정부차원에서 빈용기보증금 인상을 빌미로 주류가격을 무분별하게 인상한 업체를 대상으로 강력한 대응을 추진할 예정인 만큼 건전한 시장질서와 시민의식을 통해 빈용기보증금 제도가 빠르게 정착되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빈병회수율 이미 95%…사실상 증세?


빈병보증금 인상이 경제와 환경에 도움을 줄 것이라는 환경부의 장밋빛 전망에 마냥 동조할 수 없는 또 다른 이유는 현재 95%에 이르는 빈병회수율이다. 통계적으로 회수율이 95%라는 것은 시중에 풀린 주류 병의 대부분이 다시 회수된다는 말이다. 그런데 빈병보증금이 얼마 올랐다고 해서 회수율에 극적인 변화가 있겠냐는 것이다. 그동안 빈병보증금이낮았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빈병회수율이 선진국 수준으로 높은 것은 분리수거 문화가 정착됐기 때문이다. 재활용이 가능한 품목 대부분이 분리수거장에 모아지는 상황에서 빈병보증금 인상이 빈병 직접 반환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는 회의론의 핵심이다.


지난 95년 시작된 우리나라의 분리수거 정책은 올해로 22년째를 맞는다. 학교나 아파트 단지에 분리수거장이 없는 곳이 없을 정도로 우리나라는 분리수거를 철저히 하는 나라다. 2013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회원국 중 두 번째로 분리수거를 잘하는 것으로 평가됐다. 관련해서 환경부는 소비자들의 빈병 직접 반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2016년 12월 기준 전국 53개소에서 운영 중인 103개 ‘빈병 무인회수기’를 올해 100곳 더 추가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벌써부터 반납 받은 빈병 관리 부담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소규모 마트나 슈퍼마켓, 편의점 점주들이 가입된 한 인터넷 카페에는 “대형마트에서 술사고 빈병은 동네 슈퍼로 가져올 것”, “가뜩이나 가게가 좁은데 빈병까지 들어오면 매장 관리는 어떻게 하나”, “빈병 받아봤자 남는 것은 (병당)10원 수준인데 굳이 받아야 하나?” 등 이런 부담과 불만을 토로하는 글들이 올라와 있다. 대형마트들도 빈병 반납에 소극적인 것은 마찬가지다. 환경부의 ‘빈병 무인회수기’ 추가 설치 계획과는 달리 회수기 설치를 요청한 대형마트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집 근처 소규모 마트나 슈퍼마켓에서 빈병반납을 받아주지 않으면 무거운 빈병을 들고 대형마트까지 가는 것은 적잖은 부담이다.


이같은 지적에 이제훈 자원재활용과 환경사무관은 “소비자가 불편을 감수할 것인가와 분리수거가 잘 되고 있어서 보증금 제도가 잘 안 되는 것이라는 주장이 맞다면 빈병보증금 제도 자체를 없애는 것이 맞는 방향”이라며 기본적으로 시중에 풀린 빈병이 소비자들에 의해 정상적으로 회수되는 ‘역회수 루트’를 살려보자는 취지라고 강조했다. 이 사무관은 “일반적인 재활용과 달리 이것은 사용된 빈병을 ‘그대로’ 가져와서 세척한 후 재사용하자는 것”이라며 “아무리 분리배출이 잘 된다고 하지만 마대자루에 담겨 회수가 되기 때문에 분명 파손·훼손이 발생한다. 그 과정에서 파손·훼손되는 빈병이 연간 5억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외국에는 97~98% 거둬오면 1~2% 빼고 다시 사용하지만, 우리나라는 회수율이95% 정도로 선진국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재사용률은 85%다. 회수 과정에서 ‘역회수’가 잘 안 되기 때문”이라면서 “이간격을 줄일수록 제조사한테는 원가절감 효과가 있고 환경인상했을 때 소비자들의 반응이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관리부담과 수익성 때문에 소규모 마트나 편의점, 슈퍼마켓 점주들로부터 불만과 우려가 나오는 부분에 대해서는 “이 제도는 기본적으로 이들의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목적이 아니고, 물건을 팔아서 이득을 보는 이들에게 환경적인 책임을 분담시킨 제도”라며 “우리나라는 대형마트보다 소규모의 영세한 점포들이 더 많으니까 정부에서 수고료 명목으로 취급수수료를 지급하고 있지만, 외국의 경우에는 아예 이런 것이없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제조사부터 도·소매상에 주어지는 법적 의무라는 설명이다. 그는 “그렇다고 정부가 손 놓고 있을 수 없어 한국순환자원유통지원센터 상담센터를 통해 수거요청을 하면 빠르게 수거가 이뤄질 수 있도록 대책도 마련해 놨기 때문에 점주가 크게 관리 부담을 느낄 일은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결국 세금을 더 걷기 위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앞서 2015년과 2016년 말 각각 소주와 맥주의 출고가격이 5~6% 가량 인상됐을 때 ‘증세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주류판매가격의 약 54%는 교육세, 주세, 부가가치세 등 세금이기 때문이다. 주류제조사 입장에서는 출고가격을 5~6% 인상했지만, 제조사가 가져갈 수 있는 인상분은 2~3%에 그친다는 말이다. 2015년 기준 국내 맥주시장규모는 4조6,000억원(출고금액 기준)이고, 소주시장규모는 1조7,000억원이다. 제품 출고가의 54%가량이 세금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주류가 격인상으로 인한 정부의 세수 증가는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빈병보증금 및 취급수수료 지급 업무를 이관 받은 한국순환자원유통지원센터가 환경부 산하 기관이라는 점도 이같은 지적에 무게를 싣는다. 이 사무관은 “보증금이 올라 국고로 들어가는 수입은 전혀 없다”면서 자원유통지원센터에 모인 돈은 소비자들에 제도를 홍보하는 등 빈병회수 활성화를 위한 목적에만 사용하도록 법에 규정돼 있다고 전했다. 오직 빈병 회수와 보증금 제도 활성화를 위해 추진한다는 정부의 빈병 보증금 인상제도. 그러나 세금을 더 걷기 위한 것 아니냐는 지적과 함께 주류 판매가 인상을 부추기는 빌미를 제공하고 있어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MeCONOMY magazine February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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