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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어린이집 평가인증에 비친 대한민국 보육 현실


<M이코노미 이홍빈 기자> 2005년 시범사업 이후 2006년 본격적으로 제도가 도입된지 10년이 지난 어린이집 평가인증제도는 80%에 육박하는 어린이집에서 도입하며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20%가 넘는 어린이집은 평가인증을 받지 않고 있어, 대한민국의 미래인 우리 아이들의 안전이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평가인증제도에 강제력이 없기 때문이다. 이 같은 연유로 평가인증은 온전히 어린이집 운영자의 자발적 신청에 의해서만 진행됐다. 이런 상황 속에서 지난해 기쁜 소식이 들려왔다. 새누리당 윤종필 의원이 어린이집 평가인증제도를 전체 어린이집으로 확대하는 법안을 발의한 것이다.

 

201612월 말 기준 전국 41,084개 어린이집 가운데 32,795개 어린이집에서 평가인증을 취득해 유지하고 있으며, 전국적으로 79.8%의 인증률을 자랑하고 있다. 특히 전북(89.6%)과 제주(89.3%), 인천(88.7%)은 인증률이 90%에 육박할 정도로 많은 어린이집들이 평가인증을 받았다. 반면 세종시의 인증률은 67.6%로 전국에서 가장 낮았고, 광주(70.7%), 대전(72.2%), 전남(72.7%), 경남(72.1%) 등은 70%대 초반 수준으로 전국 평균을 밑돌았다. 설립유형별로는 국·공립(92.2%)과 사회복지법인(91.9%)90%를 넘기는 우수한 인증률을 보였다. 그러나 부모협동(41.4%), 직장(59.5%) 어린이집들은 평균에 크게 못 미쳤고, 특히 부모협동 어린이집은 평가인증을 받은 곳이 절반도 안 되는 상황인 것으로 집계됐다.

 

혹독한 어린이집 평가인증제도

 

어린이집 평가인증이란 국가에서 부여하는 인증제도다. 영유아에게 안전한 보호와 질 높은 보육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어린이집에 대한 객관적 평가를 통해 일정 수준 이상의 기관에만 인증을 부여하는 시스템이다. 정부는 평가인증제도를 통해 효과적으로 어린이집을 관리하고 보육서비스의 질적 수준을 향상 영유아에게는 쾌적하고 안전한 보육환경을 조성해 건강한 성장과 발달을 촉진 평가인증 과정을 통해 어린이집 교직원의 전문성을 증진 부모들에게는 어린이집을 선택하는데 있어 합리적인 기준과 정보를 제공 영유아를 위한 정부예산을 보다 합리적으로 진행하고, 해당 산업에 효율적인 지원 및 관리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평가인증 과정은 신청단계 이후 참여확정(2개월), 현장관찰(1개월), 심의(1개월) 등 총 3단계로 진행되며 약 4개월의 기간이 소요된다. 1단계 참여확정 과정에서는 어린이집의 기본사항 확인과 제체점검보고서 제출 및 참여수수료납부가 진행된다. 우선 평가인증을 진행하고자 하는 어린이집은 총 정원 준수 ·결산서 및 회계서류 구비 안전사고에 대비한 보험 가입 어린이집 설치 기준 보육실의 설치 기준 보육교직원 배치 기준 보육교직원의 정기 건강검진 비상대피시설 설치 영유아보육법 관련 행정처분 등 필수항목을 모두 준수해야한다. 혹시나 필수항목 중 미준수 항목이 있을 경우 평가인증을 진행할 수 없다.

 

그러나 보기만 해도 복잡해 보이는 이 과정은 고작 평가인증을 받기 위한 첫 번째 관문에 불과하다. 현장관찰과 심의라는 과정이 평가인증으로 가는 문 앞을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현장관찰은 말 그대로 현장관찰원이 어린이집을 직접 방문해 하루 일과 전반에 걸쳐 관찰, 면담, 기록 검토 등을 하는 과정이다. 현장관찰은 1주간에 걸쳐 진행되며, 현장관찰원은 현장관찰주간 중 사전고지 없이 어린이집을 방문해 점검을 실시한다. 혹시라도 방심하고 있다가 지적을 당했다간 2달간 해왔던 고생이 한 번에 날아가게 된다.

 

마지막은 1달간의 심의 과정이다. 심의 단계에서는 학계전문가들과 현장전문가, 보육 담당 공무원으로 구성된 심의위원회에서 현장관찰이 끝난 어린이집의 자체점검보고서와 기본사항 확인서, 현장관찰보고서 등을 토대로 심의를 진행한다. 이렇게 심의 과정까지 통과한 어린이집에는 보건복지부에서 인정하는 평가인증서와 인증현판이 부여된다. 4개월간의 힘든 여정이 끝났다. 하지만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다. 평가인증은 오직 3년만 유효하기 때문이다. 3년이 지나면 재인증을 받기 위해 똑같은 절차를 거쳐야 한다.

 

평가인증 취득의 뚜렷한 명암, 평가인증은 계륵(鷄肋)?

 

그렇다면 강제력도 없는 어린이집 평가인증을 위해 이토록 힘든 과정을 거치며 인증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이 생기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 보육정책과 김옥수 사무관은 평가인증을 받지 않아도 어린이집을 운영할 수는 있으나, 평가인증을 받게 되면 여러 가지 인센티브가 주어지기 때문에 미인증 어린이집의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고 알렸다. 김 사무관에 따르면 평가인증을 받은 어린이집에는 연간 100만원 상당의 교재교구비와 함께 어린이집 취사부에 지원금이 추가되고, 각종 처우개선비 등이 지원된다. 다만, 지원금은 지역별, 자치구별 차이가 존재했다.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 보육담당 관계자는 서울시의 경우평가인증 어린이집에 지원하는 금액의 49%를 시에서, 자치구에서 21%, 나머지는 국비에서 충당하고 있으나, 정확한 금액은 각 자치구별로 차이가 있다고 했다. 이와 같은 지원 외에도 어린이집 운영에 있어 평가인증은 받는 편이 여러모로 유리하다.

 

기본적으로 학부모들이 평가인증 받은 어린이집을 선호하는 현상을 무시할 수 없는 이유에서다. 일정 수준 이상의 평가를 거쳤기 때문에 보육서비스의 질이 평가를 받지 않은 곳보다 우수할 것이라는 점을 입증할 수 있고, 자발적으로 평가인증을 거쳤다는 사실은 보육시설 운영자가 보육서비스 개선에 의지를 가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로 활용되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장점은 보육교사들이 평가인증을 준비하면서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접할 수 있게 되며, 무엇보다 아이들이 더 나은 환경에서 지낼 수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런 혜택에도 불구하고 201612월 말 기준 20%가 넘는 어린이집은 여전히 평가인증을 받지 않고 있는 현실이다. 평가인증을 통해 받는 이득이 인증을 받지 않는 것보다 기회비용이 높지 않다는 반증인 것이다. 우선 평가인증을 받기 위해 소요되는 비용에 대한 부담이있다. 민간 어린이집이 대다수인 우리나라 현실 상 국·공립어린이집이 아니고서야 해당 비용을 모두 개인이 떠안아야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자본이 부족한 어린이집에서 무리하게 평가인증을 진행했다가 빚에 시달리는 경우가 왕왕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함께 4개월간의 평가인증 과정이 불필요하게 지나치다는 지적이 있다. 서울에서 민간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김주현(가명 45)씨는 보육교사 구하기가 점차 어려워지는데, 복잡하고 오래 걸리는 평가인증 때문에 기존의 교사들마저 이직을 해버려 교사 구하기가 하늘에 별 따기라며 평가인증 절차가 조금 간편해질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자발적 평가인증에서 평가인증 의무제로

 

한국보육진흥원 평가인증국 인증총괄팀 차명숙 팀장은 평가인증을 받지 않고 있는 20%의 어린이집에도 우리의 아이들이 있다며 현재 평가인증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자발적 신청에서 국가가 책임을 지는 평가의무제로 바뀌어야 한다고 전했다. 차 팀장의 염원이 닿았는지 지난해 10월 새누리당 윤종필 의원은 영유아보육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현행 평가인증제도 하에서는 보육서비스 관리에 사각지대가 발생한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어린이집 평가제도 대상을 전체 어린이집으로 확대하고, 더불어 어린이집 평가 및 보육품질관리 전문기관으로서 한국보육진흥원의 기능과 위상을 강화한다는 내용이 법안의 주요 골자다. 이에 따라 개정 법안이 시행된 이후부터는 전국의 모든 어린이집이 평가인증을 의무적으로 받아야 한다. 만약 정당한 이유 없이 어린이집 평가 또는 확인점검을 거부하거나 방해 또는 기피하려는 경우 어린이집의 운영정지나 폐쇄 등 엄중한 조치가 내려질 수 있다.

 

이와 함께 평가인증을 받기위해 준비해야 했던 각종 서류 준비가 좀 더 수월해질 것으로 보인다. 보건복지부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어린이집 평가인증의 어려움을 완화하고자 평가인증 제출 서류감축 TF를 운영하고 있으며, 빠르면 2월 중본격적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관계자는 평가항목의 간소화조치를 통해 핵심 사안만 빠르게 확인할 수 있도록 만들어, 그간 어린이집에서 느껴왔던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고자한다고 설명했다.

 

인증은 인증일 뿐, 철저한 사후관리 필수

 

201518, 김치를 남겼단 이유로 네살배기 아이를 폭행한 보육교사 사건은 대한민국 인면수심의 또 다른 예를 보여준 사건이자, 절대로 일어나선 안 될 유아교육계의 흑역사다. 당시 이 영상을 접한 전국의 수많은 부모들은 충격에 빠졌다. 혹시나 자신의 아이도 이런 끔찍한 일을 당하지 않았을까 걱정을 해야 했다. 그러나 그것보다 가장 사람들을 놀라게 했던 사실은 해당 어린이집이 보건복지부의 평가에서 100점 만점 중 95.9점이라는 점수를 얻어 우수기관으로 지정된 어린이집이었다는 점이었다. 사람을 외모만 보고 평가하지 말라는 이야기가 있듯이, 점수만 가지고 어린이집을 평가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이를 뒷받침하듯 지난해 연합뉴스는 평가인증을 취득한 어린이집들이 사후관리가 제대로 되고 있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육진흥원에서 평가인증 취득 이후 1년이 지난 어린이집 가운데 일부를 무작위로 선정해 확인점검을 하는데, 대부분의 어린이집이 기존 평가 점수보다 큰 폭으로 하락한 점수를 받았다는 것이다. 교사들이 휴일도 반납하며 4개월간 열심히 평가인증을 준비한들 그때뿐이라는 비판이 안팎에서 나오는 이유다. 한편 아동 폭행으로 처벌을 받았던 보육교사 양씨는 2년간의 형량을 채우고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로 돌아온다.

 

말로만 “Do It for Korea!”

 

대한민국은 OECD 국가들 가운데 출산율 최하위 국가다. 2015년 기준 출생아 수는 438,400여 명으로 출산율은 1.24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마저도 2013년 출산율이 1.19로 내려갔던데 비하면 상당히 호전된 수치다. 이에 정부에서는 캠페인 등을 펼치며 출산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 왔다. 하지만 정부가 실시한 출산율 정책은 국민 누구에게도 닿지 않는 무의미한 외침이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016년 보육예산은 2015년 대비 1.6% 올랐다. 그러나 세부항목을 살펴보면 정부의 보육 정책은 허상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어린이집운영 지원 분야에서 보육교직원 인건비와 농촌보육교사 특별수당 등은 올랐지만 영유아보육료 지원(310억원) 어린이집 기능보강(271억원) 어린이집 확충(32억원) 예산은 줄어들었다. 또한 보육인프라 구축 분야에서는 보육전자바우처 운영과 보육실태조사 예산이 100% 삭감됐다. 각각 보육사업관리 이관과 3년마다 실시라는 명목아래 이뤄진 감축이다.

 

게다가 어린이집 평가인증 운영 예산마저도 21.9%가 줄어들었다. 서울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김진석 교수는 현 정부는 보육 공공성 강화에 대한 정책적 의지의 부재를 보여주고 있다며 대한민국 보육정책에 우려를 표했다. 김 교수는 기금과 예산을 합한 2017년 보건복지부의 총 예산은 576,000억원으로 2016년 대비 2.6% 증가했다. 하지만 총 지출을 예산과 기금으로 나눌 경우 예산은 지난해 대비 0.1% 오른 것에 그친다고 전했다. 이어 전체 보건복지부 예산에서 보육예산이 차지하는 예산은 2016년 기준 53,400억원에서 201753,200억원으로 1.0% 감소했다공공보육인프라 구축에 대한 투자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덴마크의 출산율 캠페인 중 “Do It for Denmark!(덴마크를 위해 섹스하세요)”라는 공익광고가 있다. 이 광고는 덴마크의 출산율을 올리기 위해 만들어진 캠페인으로 연휴기간 중성관계가 늘어나고 이로 인해 출생률이 높아진다는 결과에 기초하고 있다. 광고에서는 휴가를 예약하고 임신을 증명하면 3년 동안 유아에 필요한 각종 용품을 지급하고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동반 여행까지 지원하겠다고 이야기한다. 과연 유럽 내에서도 최상위 복지국가라 불리는 덴마크다운 발상이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의 보육 현실은 열악하게만 느껴진다. 과연 보육예산 삭감과 김치 폭행 사건으로 얼룩져있는 대한민국 보육 현실 앞에 어린이집 평가인증 의무제도가 터닝포인트로 작용할지 지켜볼 일이다.


MeCONOMY magazine February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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