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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게임’, 규제냐 진흥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M이코노미 이홍빈 기자] 명절에 친척들이 모여 앉아 고스톱을 치다보면 가끔씩 분쟁이 발생하기도 한다. 돈이 오가면서 자신도 모르게 목소리가 커져 서로의 감정을 상하게 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고스톱 자체를 도박으로 규정하고 아무도 할 수 없도록 만들어야 할까? 반대로 돈을 걸고 하더라도 고스톱 자체가 게임이기 때문에 아무런 규제도 하지 말아야 할까?


뜨는 해 ‘중국’, 지는 해 ‘한국’


2016 콘텐츠산업 통계조사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우리 게임 산업의 수출액은 32억1,463만 달러로, 전체 콘텐츠산업 수출액인 56억6,137만 달러의 56.8%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콘텐츠산업에서 게임 산업이 차지하고 있는 위상이 그대로 드러나는 대목이다. 그러나 국내 콘텐츠산업에서 효자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국내 게임 산업의 성장세가 둔화되면서 세계시장에서의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어 관련 산업 종사자들의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우려는 국제 게임 시장에서 새로운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있는 중국과 우리의 게임시장 비교에서 확연하게 나타난다.


게임물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중국의 게임시장은 최근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뤄온 반면, 한국은 그렇지 못한 것으로 나타 났다. 2012년 대비 2016년 중국의 게임시장은 158%가 성장했다. 연평균 29% 이상의 고속 성장을 해온 것이다. 하지만 한국의 게임시장은 같은 기간 15% 성장하는데 그쳐, 연평균 3.8% 성장이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기록했다. 지난 3월 16일 기준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의 게임 인기 순위에 따르면 인기 1위 게임은 중국 중견 개발사 라인콩에서 제작한 ‘여명 for kakao’로 확인됐다.


이와 함께 중국 퍼펙트월드에서 개발한 ‘의천도룡기 for kakao’와, 중국 룽투에서 개발한 ‘나선의 경계’등이 국내 인기 게임 차트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국산 게임 산업이 주춤대는 동안 중국 게임시장이 고속 성장을 바탕으로 국내 게임 시장까지 넘보게 된 것이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포켓몬 고가 한국에서 개발될 수 없는 이유


지난해 7월 출시돼 전 세계를 강타했던 증강현실게임인 ‘포켓몬 고’는 한 마디로 혁신이었다. 미국의 나이앤틱(Niantic Inc)에서 개발한 이 게임은 현실 속 스마트폰에 표시되는 포켓몬을 잡아 훈련시켜 다른 게이머와 대전하는 게임이다. 포켓몬이라는 몬스터를 잡는 것 외에는 사실상 특별한 점이 없는 이 게임은 전 세계적으로 열풍을 일으켰고, 6억5,000만 건 다운로드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남겼다. 그러나 게임 강국으로 불리며 위상을 떨친 우리나라에서는 시간이 지나도 포켓몬 고같은 게임이 개발될 수 없었을 것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각종 게임 규제와 구조적 문제가 그 원인으로 주목받고 있다.


법무법인 태평양의 안길한 변호사는 국내 게임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에 구조적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안 변호사는 “국내 게임 산업의 구조는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며 “끊임없이 이어지는 규제가 게임 산업의 진흥을 가로막고 있어, 게임 개발자의 창의성은 창작 전부터 규제의 틀에 갇혀버린다”고 지적했다. 현재 국내에서 게임을 개발해 유통하기 위해서는 각종 규제의 벽을 넘어야 한다. 우선 게임 제작 및 제공을 위한 허가를 통과해야 한다.



허나 첫 관문부터 호락호락하지 않다. 2011년 1월 한 게임 제작자가 스마트폰용 모바일 게임 제작을 시도 했으나 각종 규제에 가로막혀 등록자체가 거부된 ‘주차장 지붕’ 사건이 대표적 사례다. 당시 게임 제작자는 스마트폰용 모바일 게임 제작 이후 심의 를 받기 위해 게임물등급위원회 홈페이지에 접속했다. 하지 만 홈페이지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공인인증서가 필요했다. 그것도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공인인증서가 아닌 ‘게임 전용 공인인증서’가 필요했다. 이에 게임 전용 공인인증서를 발급 하는 회사에 찾아가 힘들게 공인인증서를 발급 받았지만 실명인증이 안 된다는 이유로 또 다시 가입이 실패했다.


이후 가입절차 진행을 할 때마다 홈페이지에서는 인감이나 등록증 등 각종 인증서를 요구했다. 마침내 홈페이지 가입완료를 위해 각종 인증서를 준비해 제출했지만 가입은 여전히 거부 됐다. ‘게임제작등록업체증’이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게다가 게임제작등록업체증을 발급받기위해서는 관할 구청에 가서 ‘게임을 만들겠습니다’라고 신고를 하고 3일을 기다려야 했다. 어쩔 수 없이 구청을 방문한 게임 제작자는 ‘입주한 오피스텔 건물의 주차장 지붕이 불법 건축물이기 때문에 이를 철거하거나 벌금을 물기 전까지는 게임업체로 등록이 ‘불가하다’라는 어처구니없는 통보를 받아 들여야만 했다.


설명만으로도 가슴이 답답한 이 같은 규제는 영업의 신고·등록 단계에 불과하다. 이후 등급, 과몰입규제, 과소비규제, 사행성규제 등 게임물의 유통·표시를 위한 법적 규제를 거쳐야 한다. 또한 허가취소, 영업정지, 과징금 등 행정조치에 위반 되지 않도록 항상 만전에 주의를 기해야 한다. 게임을 개발하는 일보다 게임을 출시하기 위해 규제 절차를 통과하는 일이 더 힘든 웃기면서도 슬픈 현실이다.


게임 산업 숨통 조인 한국, 해외에선 게임 규제 풀어


정부의 게임 규제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시기는 10여년전 부터다. 2005년 당시 한나라당 김재경 의원(현 바른정당)은 청소년보호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통해 자정부터 오전 6시까지 온라인게임 서비스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벌금 1,000 만원 또는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는 조항을 발의하며 게임업계에 커다란 충격을 줬다.



당시 업계와 관련 부서인 문화 체육관광부의 반대에 해당 법안이 통과되지는 않았지만 ‘게임=해로운 것’이라는 인식이 대중 속으로 파고들었다. 마침내 2010년 청소년 관련 업무가 보건복지부에서 여성가족부로 이관되면서 게임에 대한 각종 규제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우선 여성가족부는 ‘강제 셧다운제’라는 법안을 내놓았다. 강제 셧다운제는 16세 미만 청소년의 심야시간 게임이용을 차단하는 제도로 2005년 당시 김재경 의원이 발의한 법안에서 조금 더 발전된 법안이었다. 해당 법안은 2011년 4월 청소년법 개정안에 포함되면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후 각종 게임 규제가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며 게임 업계의 숨통을 조르기 시작했다.


각종 규제가 생겨나며 생겨난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게임 산업 자체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기 시작했고, 국내 게임 산업 종사자 수와 게임사업체는 빠르게 감소했다. 그리고 이는 신규 게임의 부재로 이어졌고, 국산 게임의 빈자리를 해외 시장에서 채워가는 현상이 나타났다. 한편 국내 게임 산업에 대한 각종 규제가 이뤄질 당시 중국은 게임 산업에 대한 자율적 규제를 결정하며 막대한 자금력을 앞세워 게임 산업의 몸집을 불려나갔고, 미국에서는 게임 산업을 국가장려산업으로 지정했으며, 영국에서는 세금 감면 혜택을 주는 등의 게임 산업 진흥 행보를 보였다. 게임에 대한 국가적 시각이 달라도 너무나 달랐다.


게임법 과연 필요한가?


그렇다면 과연 국내에서 게임법은 필요한 것일까? 중앙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이정훈 교수는 “게임을 문화활동으로 한다면 게임과 관련한 어떠한 규제도 정당성을 인정하기 어렵지만, 산업적 측면으로 고려할 때 사회적 부작용에 대한 적절한 대응이 필요하다”며 건전한 게임문화를 조성하는 것이 게임법 존립의 명제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국내에서는 ‘건전한 게임’이라는 목적하에 지나치게 과도한 규제가 게임산업에 투영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반성도 일고 있다”며, “본질적으로 게임법을 규제당국과 게임회사의 이애 상충관계에서 바라보기 보다는 게임이용자의 관점에서 한 번 더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한양대학교 법학연구소 정정원 연구원은 “과거 우리나라가 게임강국으로 자부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날이 갈수록 그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다”며 “우리는 왜 포켓몬 고와 같은 새로운 기술을 활용한 세계적 수준의 게임을 세계무대에 등장시키지 못하는 것인가와 같은 사회적 의문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고 국내 게임 산업의 현실을 꼬집었다.


이어 정 연구원은 “게임산업을 둘러싼 다양한 변화와 이를 적시에 법적· 제도적 차원에서 반영하지 못한 결과 여러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조속한 시일 내 근원적 해법이 마련 되야 한다”며 게임산업법 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우선 정 연구원은 ‘규정 부정합성의 체계적 정비가 필요하다’ 며 현행 게임산업법은 게임물과 게임산업에 대한 특성이 고려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현행 게임산업법은 ‘사행성게임물’의 개념을 규정하고 있고, 그에 해당하는 경우 등급분류를 거부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현실적 게임물 등급 분류에 있어 법률상 요구되는 구체적 유형예시에는 해당하지만 재산상 이익의 득실 발생 요건을 갖추지 않아도 이를 사행성으로 구분해 등급분류를 거부하는 사례가 많다”면서 규범 적용 범위를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국민대학교 법과대학 박종현 교수는 “포켓몬 고처럼 전 세계를 강타한 게임이 출시되지 못하는 상황이 단순히 게임법과 같은 규제 때문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박 교수는 “포켓몬 고가 나오지 못한 것은 캐릭터, 애니메이션 산업 등 전반적인 문화콘텐츠 개발 환경과 비즈니스 모델 및 경영전략 같은 기업경영 환경 그리고 국가적 영향력 등 다양한 부분이 관여된 복잡한 문제다. 오직 게임에 대한 규제 때문에 국내 게임 산업이 무너졌다고 말하기에는 어렵다”며 탈규제화·비규제화만이 능사는 아니라고 말했다.


그러나 “국제적으로 변화하는 패러다임에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하고 산업 진흥을 오히려 방해하는 요소로써 법이 작 동할 경우 이를 제거하기 위한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게임법에 대한 전반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게임은 도박이 아니야,
적절한 규제와 게임에 대한 대중 인식의 전환 필요해


명절에 친척들이 모여 앉아 고스톱을 치다보면 가끔씩 분쟁이 발생하기도 한다. 돈이 오가면서 자신도 모르게 목소리가 커져 서로의 감정을 상하게 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고스톱 자체를 도박으로 규정하고 아무도 할 수 없도록 만들어야 할까? 반대로 돈을 걸고 하더라도 고스톱 자체가 게임이기 때문에 아무런 규제도 하지 말아야 할까? 게임이란 일정한 제약 조건 속에서 행위 그 자체의 즐거움을 추구하는 활동으로, 폐단이 있다고 해서 사행산업이라고 할 수 없다.


반면, 도박은 현실적 이익을 추구하는 행위로서 참가자 간의 경제적 이익과 손실 배분에 우연성이 개입하는 활동으로, 순기능이 있다고 해서 놀이 문화로 장려할 수 없다. 이처럼 게임과 도박은 분명한 차이점이 있지만 실제로 사람들에게는 두 명제가 동일하게 판단돼왔다. 지금은 이 둘의 차이를 인정하고 게임은 게임으로서의 진흥을 도박은 도박으로서의 규제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어 보인 다. 이와 함께 일반 대중들이 게임과 도박을 확실하게 구분하기 위해서는 적절하게 일하고 건전하게 놀 줄 아는 기본적인 문화에 대한 이해와 이를 뒷받침할 경제적, 시간적 여유가 매우 필요할 것으로 비춰진다.


MeCONOMY magazine April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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