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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투명한 청지기 스튜어드십 코드

국민연금,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긍정 검토, ‘급물살 타는 스튜어드십 코드’

 

[M이코노미 이홍빈 기자] 스튜어드십 코드에 대한 기대가 점점 커지고 있다. 국민연금에서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들의 노후자금을 관리하는 국민연금은 544조원에 이르는 자산을 운용하는 공룡 기관투자자다. 하지만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당시 국민연금의 기이한 운용형태로 국민연금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커졌다. 한 차례 홍역을 겪은 국민연금이 더 이상 이런 논란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스튜어드십 코드 활용이 필수적이다.

 

수탁자의 책무, 스튜어드십 코드(Stewardship Code)

 

스튜어드십 코드의 스튜어드라는 단어는 청지기라는 뜻이다. 청지기란 주인의 재산을 맡아 주인의 지시대로 그 재산을 관리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과거 청지기는 미천한 직업으로 분류되며 영국에서는 돼지우리 같은 곳을 지키는 직책을 스튜어드(Steward)라고 했고, 우리 역사에서는 양반 집에 드나들며 여러 가지 잡무(雜務)를 맡아 돌보는 사람을 청지기라고 했다. 그러나 시대가 변화하면서 요즘에는 남자승무원 혹은 호텔이나 빌딩에서 재산과 사람들을 관리하는 직책을 맡은 사람을 스튜어드라고 말한다.

 

세월이 흐르며 직책과 하는 일이 조금 달라지긴 했으나 스튜어드는 위탁받은 일과 재산을 주인 또는 고객의 뜻과 정신에 따라 충실히 수행하고 관리하는 일임에 틀림없다. 그리고 이런 정신을 스튜어드십(Stewardship)이라고 한다. 연기금이나 보험, 은행, 자산운용사 등 금융기관은 막대한 자금을 운용하는 투자기관이다. 하지만 이들이 가지고 있는 대부분의 자산은 그들의 소유가 아닌 고객과 가입자들이 맡긴 돈이다. 이에 따라 금융기관들은 막대한 자산을 선량하게 관리해야 할 수탁자의 책무를 가진다.

 

, 타인의 자산을 운용하는 수탁자로서 고객과 가입자들이 맡긴 돈에 대해 주의 깊게 운용해야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수탁자들이 이 같은 책무를 다하도록 만든 지침이 바로 스튜어드십 코드(Stewardship Code).


스튜어드십 코드는 2010년 영국에서 처음 도입됐다. 기업의 배당 확대와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주주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함이었다. 스튜어드십 코드의 핵심은 기관투자자들이 투자대상 회사 경영에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하는데 있다. 기업 경영에 문제가 있다면 회사 경영진과 적극적으로 소통해 문제를 바로 잡기위한 노력을 하도록 의무를 지게 한 것이다. 영국에서 도입된 스튜어드십 코드는 이후 캐나다, 네덜란드, 스위스, 홍콩, 일본 등 12개국에서 영국 규정을 준용해 운용하고 있다.

  

한국형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성과는 아직

 

지난 20157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핵심 키를 쥐고 있던 국민연금이 합병에 찬성표를 던지며 사실상 삼성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도왔다. 이후 삼성물산 지분 11.21%를 가지고 있던 대주주 국민연금이 이재용 삼성 부회장이라는 개인의 이익을 위해 동원됐다며 비난의 화살이 쏟아졌다. 국민연금이 철칙을 어기고 국민의 노후자산을 운용한 사건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그간 기관투자자들은 경영에서 거수기 역할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오랫동안 받아왔다. 이에 국내기관 투자자들의 활발한 경영 참여 및 수탁자의 책무를 강조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한국형 스튜어드십 코드가 만들어졌다.


 

우여곡절 끝에 제정된 한국형 스튜어드십 코드의 7대 원칙은 다음과 같다. 수탁자 책임 정책 제공 공개 이해상충 방지정책 제정·공개 투자대상회사에 대한 주기적 점검 수탁자 책임 활동 수행에 관한 내부지침 마련 의결권 정책 제정·공개, 의결권 행사내역과 그 사유 공개 의결권 행사, 수탁자 책임이행 활동의 주기적 보고 수탁자 책임의 효과적 이행을 위한 역량·전문성 확보다.

 

하지만 힘들게 만들어 놓은 스튜어드십 코드에 가입한 기관은 5개월이 지난 지금까지(5월 기준) 단 한 곳도 없다. 스튜어드십 코드 가입이 의무사항이 아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자 금융당국은 인센티브까지 약속하면서 동참을 촉구했다.

 

지난 213일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한국기업지배구조원과 공동으로 간담회를 가진 자리에서 “2011년 이후 정체되어 있는 국내 주식시장이 박스권을 탈피하고 명실상부한 선진시장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스튜어드십 코드가 확산돼야 한다. 기관투자자들이 수탁자로서 책임을 지고 의결권을 충실하게 행사하게 되면 주식·자본시장이 공정하게 작동하고, 기업의 투명성도 높아지는 한편, 우리 시장의 공정성과 투명성에 대한 해외 투자자들의 인식도 제고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금융 유관기관이나 연기금 등 자산 보유자들이 위탁운용사를 선정할 때 스튜어드십 코드에 참여하는 자산운용사의 중장기 수익추구성향을 감안해 인센티브를 부여하도록 협의해 나가겠다며 당근을 던졌다.

 

하지만 금융 당국의 인센티브 약속과 참여 협조요청에도 불구하고 기관투자자들은 움직이지 않았다. ‘경영간섭등을 이유로 기업들이 반발하고 나섰고, 기관투자자의 대장격인 국민연금마저도 싱숭생숭한 반응을 보였기 때문이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보건복지부의 결정 사항이라고 책임을 미뤘고, 복지부 역시 파급효과가 크기에 내부 검토 중에 있다라는 말을 되풀이 했다. 국민연금이 이런 반응을 보이니 중소 자산운용사들은 인센티브라는 당근을 앞에 두고도 괜히 앞서나갔다가 대기업들에 미운털이 박힐 걱정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무엇이 문제?

 

영국에 이어 20142월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일본은 4개월 만에 127개 기관투자자가 코드에 가입했고 2016년 말 기준 총 214개 기관투자자가 참여하고 있다. 스튜어드십 코드가 도입된 이후 기관투자자들의 활발한 주주활동에 대응해 일본 기업들은 자사주 매입을 늘리고, 배당 등 주주환원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치며 주식시장으로 자금유입이 확대됐다. 이에 일본 증시는 20년 장기 박스권에서 탈피했고, 스튜어드십 코드가 핵심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여러 가지 장점이 있다. 우선 기관투자자 측면에선 고객의 신뢰를 더욱 강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기관투자자가 주주권 행사와 관련해 고객의 이익을 적극적으로 반영하면, 고객은 본인의 자산이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관리되고 있다는 믿음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측면에서도 지속가능한 성장을 담보할 계기가 마련된다. 기업과 기관투자자간 소통과 대화가 활성화 되면 기업은 지배구조나 경영전략 또는 관리방식 등을 효율적·합리적으로 개선하고, 경영 전 분야에 잠재한 위험요소를 보다 잘 관리하게 된다. 아울러, 자본시장 측면에서도 기관투자자들이 기업의 불합리한 의사결정을 견제하고 중장기 선장을 중시하는 문화가 자리 잡아 시장의 투자 매력도도 높아질 수 있다.


하지만 스튜어드십 도입이 꺼려지는 이유도 명확하다. 지난해 5월 기업지배구조원은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에 대한 경제단체 공동건의안을 발표하며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우선 기관투자자의 적극적 의결권 행사가 기업 가치를 높일 수 있는지 불확실하다고 전했다. 주식투자 주체 간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으며, 대부분의 기관투자자가 단기 재무적 투자자이기 때문에 이들 기관투자자들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악용해 상장사에게 무리한 요구를 할 가능성도 있다는 주장이다.

 

또한 기관투자자의 기업경영에 대한 적극적인 참여 이후 기업경영성과가 좋지 않은 결과를 유발하더라도 책임은 모두 해당 기업 경영진이 진다는 점고 덧붙였다. 아울러, 기관투자자들이 의결권 행사시 의결권 자문사에 크게 의존할 것으로 전망되며, 기관투자자가 모든 산업에 대해 전담부서와 전문 인력을 확보할 수 없기 때문에 특전 산업에만 집중 투자되는 쏠림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비용 측면에서도 기관투자자는 투자 전문 인력 외 의결권행사 전문 인력을 별도 채용해야하고, 외부 자문사 서비스를 이용하는데 따른 추가적인 비용이 발생해 결국 펀드 투자수익률 하락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해외에서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사례에서도 실효성이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일본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이 상장사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을 높였다는 실증 결과는 아직 없다며, 아베정부 초기 ROE 제고 원인은 기업 이익 증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상장사의 배당과 자사주취득을 통한 자기 자본 감소에 있다고 분석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영국에서도 이를 준수하는 기관투자자는 10% 수준에 불과하다며,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이 기관투자자의 경영관여 질 향상과 기업 공시 질 향상, 기관투자자의 실제투자 관행에 미친 영향은 없다고 못 박았다.

 

국민연금, 스튜어드십 코드 하반기 도입하나

급물살 타는 스튜어드십 코드

 

5월 장미대선 결과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제19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이에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이 급물살 탈 것이라는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공약집을 통해 국민연금이 사회적 투자 원칙으로 총수 일가 불법·편법 지배·상속 방지, 소액주주 이해관계 침해방지 등 사안에 주주권을 적극 행사하도록 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이와 함께 지난 517일 공정거래위원장으로 내정된 김상조 한성대 교수도 실효성 있는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강조해 온 만큼 조만간 제도 시행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스튜어드십 코드 참여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 국민연금도 문형표 전 이사장이 구속 된 이후 스튜어드십 코드 연구용역 입찰 공고를 내고 본격적인 검토에 들어가 오는 10월경 연구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이와 함께 지난 522일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미래에셋운용 등 10개 자산운용사와 창업투자회사, 벤처캐피탈 회사 등이 스튜어드십 코드 참여계획서를 제출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특히, 사모펀드 JKL파트너스는 524일 국내 최초로 스튜어드십 코드에 참여하고 한국 스튜어드십 코드 7개 세부원칙을 모두 준수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용섭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은 민주당 비상경제대책단장으로 있을 당시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스튜어드십 코드를 실효성 있게 시행하는 등 자본시장 발전의 걸림돌을 근본적으로 제거하면 금융시장이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라며 스튜어드십 코드가 긍정적 결과를 이끌어 낼 것이라 강조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실장 역시 의결권 행사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국민연금에서 마련해야하고 인력운영에 드는 비용은 기관투자자가 불가피하게 감수해야 하는 구조라며 외국회사의 경우 의결권에 대한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들도 나오게 될 것이라고 알렸다. 가장 준비가 잘된 국민연금 외에 기타 연금기관도 인력보강이 필요하며, 회사합병·자사주취득·배당은 기본적으로 스튜어드십 코드에 필수적인 요소가 되는 만큼 상당한 인력수요가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하이에나 해지펀드, 넘어야 할 벽

 

행동주의 헤지펀드는 하이에나로 묘사된다. 기업지배구조 등에 허점이 나타나면 여지없이 나타나 이를 철저하게 파고 들어 차익을 챙겨 떠나기 때문이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당시 삼성전자의 분할요구를 했던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도 그 중 하나다. 이 때문에 스튜어드십 코드를 역이용한 헤지펀드들이 국내 기업을 들쑤시고 다닐 것이라는 우려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이는 그동안 국내 상장기업들이 비효율적인 의사결정을 해왔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으로, 투명한 기업운영을 위해서라도 분명히 개선돼야 할 사안임은 틀림없어 보인다. 또한 기업들은 상장을 통해 기업공개(IPO)’를 하는 만큼 주주들과 시장의 의견을 충분히 받아들일 의무가 있고 이를 통해 주주환원 및 이익극대화를 추진해야한다는 사실을 상기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헤지펀드가 오로지 약점을 파고드는 하이에나가 아닌 사막의 청소부 역할도 할 수 있다는 점을 돌이켜 볼 필요가 있다.

 

MeCONOMY magazine June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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