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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

헌법에 못 박힌 ‘檢영장청구권’...국민에 득이냐 실이냐

영장청구 검사한정제도는 인권보호 장치 vs 삭제해야 하는 독소조항


<M이코노미 박홍기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검찰이 독점하고 있는 수사권과 기소권을 나누겠다”고 공약하면서 검찰개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헌법에서 영장의 신청주체를 ‘검사’로 한정한 조항은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조정 논쟁에 중심에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만, 이 제도를 건들기 위해서는 헌법을 바꿔야 하는 복잡하고 중차대한 절차가 뒤따른다. 이에 이해관계 당사자인 검찰과 경찰뿐만 아니라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나 학계 등에서도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쟁점 중 하나다. 검사의 신청에 의해서만 영장을 청구할 수 있다는 헌법규정의 삭제여부를 놓고 개헌논의가 불붙는 가운데, 다른 쟁점은 차치하고 ‘제도도입 취지’와 ‘국민의 기본권 최대보장’ 측면에서 유심히 들여다봤다. 

개헌특위 활동경과를 보면 현행헌법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인권을 더욱 강력히 보호할 수 있다는 의견과 헌법에서 규정한 영장신청 주체인 ‘검사’를 삭제하고 법률에서 정하면 족하다는 의견이 엇갈리는 모양새다. 문재인 정부 첫 검찰수장인 문무일 신임 검찰총장조차 지난 7월 24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경찰에게도 영장청구권을 줘야한다는 문재인 대통령 공약에 동의하느냐”는 노회찬 정의당 의원 질문에 “다양한 의견이 있어 더 논의를 해봐야 한다”며 즉답을 피했다. 이 문제는 소위 무소불위 검찰 권력의 힘을 분산시켜야 한다는 검찰개혁의 일환으로 주장되거나 검찰과 경찰의 권한배분 논란으로 비춰지기도 한다. 그러나 영장제도의 근간이 되는 ‘신체의 자유’나 ‘주거의 자유’는 근대 입헌주의 헌법의 핵심을 이루는 가장 중요한 국민의 기본권이다. 검사영장청구권을 무엇보다 기본권 보장이라는 시각에서 바라봐야 하는 이유다. 

현행 헌법상 검사영장청구권을 유지하자는 입장, “인권침해 방지조항”

헌법 제12조 3항은 ‘체포·구속·압수 또는 수색을 할 때에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제16조는 ‘주거에 대한 압수나 수색을 할 때에는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는 경찰이 검찰에 영장을 청구하면 검찰이 이를 검토한 뒤 법원에 청구하는 구조가 일반적이다. 영장의 발부여부는 법관의 판단으로 좌지우지되지만, 그 이전인 검찰단계에서 걸러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이 같은 내용의 검사영장청구권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정권을 잡은 직후인 1962년 5차 개정헌법에 처음 도입됐다. 

김상겸 동국대 법학과 교수는 7월 24일 국회에서 영장청구제도와 관련해 열린 ‘국민기본권 보장을 위한 개헌 방안 모색’ 토론회에서 “헌법에 검사영장청구 조항이 들어간 취지 자체가 경찰의 강제수사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인권침해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일제강점기에 일본이 ‘최소비용 최대수탈’이라는 식민지형 사법제도를 추구하면서 경찰의 권한이 막강해졌다. 일제시대 경찰은 막강한 수사권을 이용해 우리민족을 억압했고, 해방이후조차 권한을 남용하는 관행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해방 이후 1954년 최초로 형사소송법이 제정되면서 검사와 경찰이 모두 영장청구권을 가지게 됐다. 그런데 일제시대와 마찬가지로 경찰의 무리한 강제수사가 계속됐고, 구속된 피의자의 70%가량이 검찰에서 석방되거나 불기소되는 등 문제점이 지속적으로 나타났다. 이에 경찰에 대한 불신이 점점 커지면서 우리 정부는 국민의 인권보호를 위해 경찰의 권한을 조금씩 통제하는 방향으로 발전해 나갔다. 당시 경찰의 영장이 검사를 거쳐 판사에게 보내지도록 하는 ‘사경영장의 검사 경유원칙’ 필요성이 논의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결국 논의 끝에 1961년 형사소송법에 사경영장의 검사 경유원칙(검사영장청구권) 조항이 들어갔고, 1962년 5차 개헌 때 헌법규정으로 격상 됐다는 것이 김 교수의 주장이다. 김 교수는 “법에 명문화 했는데도 헌법적 차원으로 격상시킨 이유는 우리나라 수사현실에 비추어 볼 때 국민의 인권보호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규정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무분별한 영장청구의 오남용을 막기 위해 도입된 이 조항을 폐지하면, 검찰개혁은 이루지도 못하면서 국민의 기본권만 후퇴시키는 상황이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헌법에 규정된 검사영장청구권을 삭제하자는 입장, “5·16 군사독재자들의 정치적 산물”

같은 토론회에 참석한 김선택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사영장청구제도는 군사독재자들이 정권안보에 동원할 목적으로 검찰을 키우기 위해 헌법에 도입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1961년 5월 16일, 군사쿠데타를 일으킨 군인들이 같은 해 9월 1일 자신들이 구성한 국가재건최고회의에서 형사소송법(1954년 제정)을 개정하면서 검사만 영장청구 주체로 남겨놓고 경찰은 삭제했다. 이때 국가재건최고회의 상임위원회 구성원은 의장에 박정희 육군중장을 비롯, 각 분과위원장 겸 상임위원으로 이석제 육군대령, 오치성 육군대령, 유양수 육군소장, 이주일 육군소장, 김융근 해병준장, 손창규 육군준장, 김동하 해병소장 총 8명이었고 전원 현역장교였다.


동일한 취지의 규정을 이듬해 새 헌법에 넣고 의결 후 국민투표를 거쳐 공포했다. 김 교수는 “당시 군인회의체(국가재건최고회의)는 1961년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법률상 검사가 영장청구를 독점하도록 하는데 성공했다”며 “그럼에도 나중에 국회가 정상화 될 경우 조항 폐지될 수도 있다고 생각해 쉽게 건들 수 없도록 아예 헌법에 못 박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1972년 유신헌법을 통해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라는 문구를 ‘검사의 요구에 의하여’라고 바꾼 점도 그러한 의도를 뒷받침한다는 주장이다. 신청은 수용여부가 신청 받는 사람한테 있다는 것이 전제되지만, 요구는 받는 사람에게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뉘앙스가 강하다. 김 교수는 “이 조항의 주목적은 국회의 입법형성권을 박탈하는데 있었던 것”이라며 “도입 역사의 전말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민주화 이후 30년이나 된 우리 국회에서 이 조항을 놓고 당연히 삭제하지 못하고 이런 회의를 하는 것 자체가 희극”이라고 비판했다.

경찰이 영장청구권 가지면 신청권자 2200명→16만명으로 증가...“인권침해 증대”

검사정원법 제1조에 따르면 오는 2019년 검사정원으로 예정된 인원은 2,292명이다. 현재 영장청구의 주체인 검사는 약 2,200명 정도 되는 것으로 추산된다. 만약 검사영장청구조항이 헌법에서 삭제되고 경찰도 영장청구권한을 가지게 되면, 우리나라의 영장청구권자는 일반경찰 14만명과 특별사법경찰 2만명 까지 더해져 총 16만명 이상으로 늘어나게 된다.


현행 헌법을 유지하자는 측은 이 같은 상황이 현실화 될 경우 법률지식이 부족한 경찰이 무리한 수사로 영장청구를 남발하면서 인권이 침해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물론 헌법에 규정된 검사의 영장청구권을 삭제한다 해도 곧바로 경찰이 영장청구의 주체가 되는 건 아니다. 추후 국회에서 형사소송법을 개정해 경찰을 영장청구의 주체로 규정해야 성립될 수 있는 얘기다. 그러나 헌법규정만 들어내면 입법권자의 의지로 언제든지 경찰에 영장청구권을 줄 수 있고, 문 대통령의 검·경수사권 분리공약과 더불어 경찰이 영장청구권 확보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어 현실화될 가능성이 없는 것도 아니다.

김상겸 교수는 “지금은 일정한 법률교육을 받은 검사가 영장을 청구함으로서 합법성을 높여 기본권 침해를 미연에 방지하고 있다”며 “영장청구권자가 확대되면 상대적으로 법률지식이 약한 경찰도 체포, 구속, 압수수색영장을 곧바로 법원에 청구할 수 있어 기본권 침해 가능성이 증대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옛날 경찰과 지금 경찰은 달라...“인권침해 주장은 허구”

개헌을 주장하는 측에서는 헌법에서 검사영장청구권 조항을 삭제하는 것 자체가 인권침해로 이어지는 일은 없다고 반박한다. 현행 헌법을 유지하자는 측에서 주로 경찰의 인권침해를 뒷받침하는 데이터로 1950년대 자료를 제시하는데, 70년 가까이 지나 경찰이 많이 발전한 지금 시점에서는 시대착오적 주장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김선택 교수는 “검찰의 영장신청권 독점이 경찰의 인권침해를 방지한다는 논리가 성립하려면, 경찰이 인권을 침해하는 기관임이 전제돼야한다. 침해하는 기관인가?”라고 반문하며 “경찰이 영장을 남발했다는 1950년대 자료는 70년이 지난 지금 정체성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또 이 제도가 검사가 경찰과 판사 사이에서 한 번 더 영장을 검토해, 경찰 수사를 받는 국민의 입장에서 검찰과 법원의 2단계 통제장치로 기능하게 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허구라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중립적 위치에 있는 법관의 영장심사와, 수사의 주체인 검사의 영장심사는 질적으로 다르다”며 “이중심사가 이중보호라는 주장은 넌센스”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검찰이 경찰보다 인권 친화적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느냐”며 “검찰에서 신문을 받고 나온 후 자살한 피의자가 100명이 넘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헌법에서 검사영장청구권이 사라지면 입법자는 시대의 사정에 따라 형사소송법 개정 등을 통해 형사사법시스템을 규율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구체화되지도 않은 상황을 놓고 삭제 자체가 침해라는 것은 모순이라는 주장이다. 김 교수는 “헌법에서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라는 아홉 글자를 지운다고 인권침해가 되는 게 아니다”라며 “인권침해가 되는지 안 되는지 가늠해보려면 개정되는 법을 보고, 시행령을 보고, 그 밑에 시행규칙 봐야 알 수 있는데, 삭제만하면 인권침해 규정을 만들 거라는 전제는 국회를 모욕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검찰개혁과 검·경수사권조정도 필요하지만, 국민 기본권 보장이 최우선돼야

대한민국 검찰은 최순실 사태와 더불어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검찰조사과정에 팔짱을 끼고 있는 사진이 공개되면서 국민의 공분을 샀고, 불신의 대상이 됐다. 탄핵이라는 초유의 사태로 새 대통령이 검찰 개혁을 전면에 내걸고 개헌까지 시도하는 지금이야말로 왜곡된 검찰조직을 수술대에 올릴 수 있는 적기임을 부정하는 건 아니다. 그러나 사람이 먼저다.

헌법재판소는 현행 헌법에 규정된 검사의 영장청구권에 대해 “검찰의 다른 수사기관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확립시켜 종래 빈번히 야기됐던 검사 아닌 다른 수사기관의 무분별한 영장신청에서 오는 인권유린의 폐해를 방지하고자 함에 있다”고 판시한바 있다.

영장청구권을 검사로 규정한 헌법 하에서 국민의 기본권이 온전히 보장되는지 아니면 침해되는지 면밀하게 살펴보고, 앞으로의 방향성을 설정하는 게 개헌논의의 핵심이다. 정치권은 해당 헌법조항의 개정여부를 검찰개혁이나 검·경수사권조정 차원을 넘어 국민의 입장에서 어떤 방식으로 규율하는 것이 올바른 길인지 진지하게 고민할 때다.

MeCONOMY magazine August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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