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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분양제’ 도입에 대한, 정부와 주택전문가의 시각차

후분양제 단계적 검토 필요 VS 당장 도입 해야


<M이코노미 박홍기 기자> 현행법상 국내건설사는 완공 후 분양제인 후분양과 완공 전 분양제인 선분양을 선택할 수 있다. 하지만 국내 건설사 대부분은 기존관행, 건설비용 마련에 따른 금융비용 부담, 취약한 재무구조 등을 이유로 선분양 방식을 택하고 있다. 그런데 주택 완공 이전에 견본주택이나 홍보책자만 보고 계약금·중도금 등을 치르는 선분양제 특성상, 탈법적인 분양권 전매거래로 인한 투기수요를 조장한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또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어선 지금시점에서 실수요 대비 주택공급과잉의 문제를 가져오는 등으로 부동산시장을 왜곡시킨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선분양제를 후분양제로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지만, 정부는 ‘신중론’을 견지하고 있어 입장을 좁히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지난 7월 18일 국회에서 열린 ‘집값 안정과 주택시장 정상화를 위한 문재인 정부의 정책과제’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조명래 단국대학교 도시계획부동산학부 교수는 “주택의 과잉공급, 투기적 분양권 전매로 인한 시장질서 교란, 집값 오름, 주택의 질 저하, 역전세난 등 우리나라의 모든 주택문제 시나리오의 출발점은 선분양제도에 있다”며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기 위해서는 후분양제도로의 전환 등으로 우리나라 주택공급방식을 철저히 바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급자와 소비자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선분양제...“이제는 시장원리에 맞도록 건설업자가 사업비 부담해야”

주택은 소비자가 한 평생 살아가면서 구매하는 물건 중, 단연 가장 비싼 물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은 완제품을 보지도 않고 주택을 구입한다. 단지 합판으로 만들어진 모델하우스만을 보고 대금을 지급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주택 수요자는 물건을 받기 전에 모든 거래위험을 전적으로 부담해야 한다. 개발계획의 지연, 저가자재사용, 부실공사 등이 대표적이다. 소비자에게 불리해 보이기만 하는 선분양제가 지금까지 별다른 불만 없이 유지될 수 있었던 이유는, 이 모든 점을 상쇄시킬 수 있는 ‘분양권 당첨’이라는 로또가 있기 때문이다. 즉, 선분양제는 매매차익을 노리려는 투기수요자와, 대지만 확보하면 건설비용을 마련할 수 있는 공급자간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면서 지금까지 국내 주택시장을 지배해 왔다.



조명래 교수는 “건설사업 하는 사람은 전체사업비에서 자기 돈 5% 밖에 안내고, 나머지 95%는 소비자가 부담한다”며 “공급자가 독점적 지위를 가지고 소비자의 소비권은 철저히 박탈당하는데도 이 제도가 30년 넘게 유지될 수 있었던 이유는 소비자가 분양만 받으면 그 자체로 시세차익을 얻어 보상이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조 교수는 이어 “소비자는 보통 주택구매시 청약금, 계약금으로 20%를 내고 중도금 60%, 잔금 20%를 내는데, 중도금은 시장원리상 사업자가 조달해야 할 몫”이라며 “후분양제로 갔을 때 소비자가 은행에서 받는 중도금 집단대출을, 사업자가 받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공급자가 사업성을 충분히 갖춘 상태에서 금융권의 조달을 받기 때문에 사업을 엉터리로 할 수도 없다”고 부연했다. 공급자가 처음부터 사업비를 조달하는 것이 시장원리에 맞기도 하고, 건설업체가 주택수요를 바탕으로 사업성을 판단한 후 사업을 시행할 것이기 때문에 주택시장 안정과 소비자보호 측면에서 유리하다는 논리다.

정부, “후분양제 필요하지만, 기업이 금융부담시 여러 가지 부작용 우려돼”

정부는 기본적으로 현재 선분양으로 대표되는 우리나라 주택시장의 공급구조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에 대해서는 뜻을 같이한다는 입장이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박선호 국토교통부 주택토지실장은 “과거 주택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던 시대에, 선분양제도가 실질적으로 주택공급을 늘리고 주택건설업체를 살리는 수단으로 활용됐다”며 “과거 대량주택공급이 필요했던 시대에 선분양제도를 시작했던 여건과, 우리나라 주택보급률이 102.3% 수준까지 도달하게 된 지금과는 많이 달라진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소비자의 선택권 확대, 주택의 품질향상, 분양권 전매로 대표되는 투기수요의 문제들을 완화시키기 위해서는 후분양제를 활성화시키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에 공감한다”고 덧붙였다.


후분양제를 도입한 후 건설회사가 소비자로부터 선납받던 중도금 등 주택건설비용을 자체 조달하기 위해서는, 은행대출인 PF(Project Financing)를 이용해야 한다. PF는 은행 등이 돈을 빌려줄 때, 자금조달의 기초를 사업주의 신용이나 담보가 아닌 프로젝트 자체의 경제성에 두는 금융기법을 말한다. 금융기관은 특정 프로젝트의 수익성을 평가해 돈을 빌려주고, 사업이 진행되면서 얻는 수익금으로 자금을 상환 받는다. 정부가 우려하는 부분은 후분양제를 도입한 후 부작용으로, 건설기업이 PF를 이용하기 쉽지 않아 주택공급이 줄어들고, 이로 인해 집값상승, 대중소기업간의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이다.

박 실장은 “조 교수님은 후분양제를 뒷받침하기 위해 개인의 가계대출이 아닌 공급자 금융을 통해 주택공급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지만, 현실을 들여다보면 우리나라 은행권들이 건설기업의 PF에 대해 굉장히 경직적이고 소극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며 “일거에 후분양제를 이행한 후 기업금융이 주택공급을 담당하게 되면 일정부분 공급이 감소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공급이 감소하면 주택시장의 수급불균형에 따른 집값상승 문제도 생길 수 있다”며 “참여정부시절 후분양제도의 단계적 이행을 위한 로드맵을 만들었지만, 정권 말에 집값급등현상이 나타났고, 그 원인 중에 하나가 주택공급 부족이라는 점을 여기저기서 지적해 불가피하게 후분양제를 후퇴시킬 수밖에 없었던 경험이 있다”고 토로했다.


또 그는 “후분양제도가 PF대출이 제대로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덜렁 의무화 됐을 경우 주택공급시장이 대기업 위주의 과점시장이 될 우려가 있다”며 “은행권의 대출관행이 대기업과 중소기업에 대해 굉장히 다른 잣대를 적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후분양제도를 세심하게 설계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일부계층에 있어 내 집 자금마련에 더 큰 부담을 느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 실장은 마지막으로 “후분양제가 도입되기 위한 대전제로는 정상적인 기업금융의 시스템이 제도적 관행적으로 정착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선대인 소장 “정부, 후분양제 하기 싫다는 소리로 밖에 안 들려”

이날 토론에 참석한 주택 전문가들은 후분양제 도입 필요성에 대해 한 목소리를 냈다. 특히, 선대인경제연구소 선대인 소장은 앞서 토론한 박 실장을 겨냥해 “(후분양제에 대해)원론적으로 찬성하지만 현실적으로 문제 있다고 말하는 것은 전형적인 국토부의 답변방식”이라며 “(후분양제를)하기 싫다는 의미로 밖에 안 들린다”고 지적하면서 정부 입장에 대해 하나하나 짚어가며 반박했다.


그는 “공급부족을 말했는데 공급부족이 이완되는 것이지 부족해지는 건 아니다”라며 “후분양제로 전환할 때 수급상의 문제가 일부 나타난다고 한다면 최근 2~3년간 엄청 많은 분양불량이 쏟아지면서 공급충격이 나타날 수 있다고 평가받는 지금이야말로 후분양제 도입에 가장 적절한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김현미 국토부장관이 6·19대책 이후 최근 취임사에서 밝혔다시피 최근 집값상승이라는 것이 투기적 유행 때문이라고 얘기했는데 그 휘하에 있는 실장이 공급부족 때문에 집값이 뛴다는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굉장히 유감스럽게 생각 한다”며 “왜 주택공급 정책을 내놓을 때마다 집값이 뛰었는지에 대해 국토부가 조금만 데이터를 면밀하게 검토했다면, 이런 식의 이야기는 되풀이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선 소장은 후분양제 도입 시 ‘대기업과점화우려’에 대해서는 일부 인정하면서 오히려 지금처럼 경쟁력 없이 분양과열에 의존해 생존해왔던 부실건설사들의 퇴출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선 소장은 “중소기업이 자본력이 부족하니까 대기업 위주의 과점화 효과는 일부 있을 수 있지만, 한국의 건설업 비중은 OECD 평균에 비해 70~80%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굉장히 높은 편이라 자본건전성이 취약한 건설업체들은 퇴출되면서 시장청소가 일어나는 것이 장기적으로 주택건설산업의 발전을 위해서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현행 선분양제에서 대기업의 브랜드 선호도가 청약경쟁률에 그대로 반영되는 폐단을 지적하면서 오히려 후분양제가 중소중견기업에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선 소장은 “후분양제로 갔을 땐 참신한 중소중견 건설업체들이 오히려 실력보단 브랜드 이미지만으로 장사를 해온 대기업을 능가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길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후분양제 도입 시 내 집 마련 자금 부담이 사실상 증가할 수 있다는 정부의 주장에 대해 선 소장은 “국토부 입장에 따르면, 최근 분양물량을 많이 쏟아내 공급이 늘어났으니 내 집 마련 부담이 줄어야하는데 오히려 늘어났다”며 “후분양제로 가도 내 집 마련의 부담이 증가하지 않는다. 대출규제 문제를 잘 통제해 가면서 점진적으로 전환해가면 오히려 주택소비자의 권리를 획기적으로 끌어올리고 주택시장을 정상화하며, 중장기적으로는 내 집 마련의 부담도 줄일 수 있다”고 맞불을 놨다.

‘아파트는 돈이 아니라 보금자리’라는 관점에서 진지한 검토가 필요한 때

정동영 국민의당 의원이 내놓은 국세청 토지보유 실태를 보면 토지 가액기준 상위 1%가 46%를, 상위 10%가 84%의 토지를 보유하고 있다. 국민 10명 중 7명 이상은 땅 한 평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거품 발생으로 생겨난 불로소득의 편중이 심화되면서 자산격차가 심각한 수준이다. 비정상적인 시장으로 소위 있는 사람만 배를 불리고, 집 없는 서민들의 삶은 힘들어지고 있다.

정치권이나 정부, 시민단체에서는 선분양제냐 후분양제냐를 놓고 갑론을박이 오고가고 있다. 심각한 가계부채 문제, 경제성장률, 대중소기업간 상생방안 등을 놓고 치열한 공방도 펼친다. 그러나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서민들은 그런 뜬 구름 잡는 논쟁보다는 당장 내가 살 수 있는 집이 있는지가 중요하다. 선분양제는 다른 건 차치하더라도 실수요보다 투자적 목적의 수요가 몰리면서 부동산 가격의 거품을 만들어 집값을 상승시킨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정부는 6·19대책을 발표하면서 1차적인 주택정책방향을 제시했지만, 이 또한 투기적 수요에 의해 나타나는 급등현상을 잡기에는 역부족이다. 이날 토론회에서 축사를 통해 언급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의 말처럼 ‘아파트는 돈이 아니라 보금자리’라는 관점에서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MeCONOMY magazine  August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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