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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테러 포비아’에도...구멍투성이인 대한민국 출입국관련법들

개헌관련 외국인 기본권 확대 논의 앞서, 난민법과 출입국관리법 등 내실 보완을 우선해야



[M이코노미 박홍기 기자] 유럽에서 이른바 ‘소프트 타깃(무방비 민간인 대상)’ 테러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특히 지난 8월17일~18일 스페인 바르셀로나 중심가인 람블라스 거리와, 이곳에서 100㎞ 정도 떨어진 해안도시 캄브릴스에서는 무차별적인 연쇄차량 돌진 테러가 발생해 현재까지 총 16명이 숨지고 125명이 다쳤다. 핀란드 항구도시 투르쿠에서도 마구잡이 흉기난동으로 2명의 사망자와 8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각 당국은 이번 테러를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IS)의 소행으로 보거나 연관이 있다고 판단, 체포된 용의자들을 상대로 수사를 벌이고 있다.

‘테러 안전지대’로 꼽히던 스페인과 핀란드의 테러 발생 가능성을 높이는 주원인으로,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는 난민유입 때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 유럽연합(EU) 국경 통제기구인 프론텍스에 따르면, 지난 7월 스페인에 도착한 난민 수는 2,300명으로 전년 동기대비 4배 이상 늘었다. 이 같은 수치는 1개월 유입 난민으로는 2009년 이래 가장 많은 것으로, 올 들어 7월까지 유입 인원이 지난해 1년 동안 도착한 난민 수를 이미 넘어서 있었다. 이처럼 물밀 듯이 밀려오는 난민들 사이에서, 난민을 위장한 테러리스트의 입국에는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스페인, 핀란드 테러의 핵심 용의자인 무사 우카비르(17)와 압데라흐만 미카(18세)는 둘 다 모로코 태생 이민자로, 실제 미카는 지난해 핀란드에 입국해 난민 지위를 신청한바 있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나라는 안전할까. 장담할 수 없는 몇 가지 문제점이 있다. 지난 2013년 발효된 ‘난민법’에 따르면, 어떤 외국인이라도 난민신청만 하면 실제 난민으로 인정받기 전이라도 대한민국에서 장기적이고 합법적인 체류가 가능하다. 또 ‘출입국관리법’을 보면, 17세 미만 외국인은 지문이나 얼굴에 관한 정보를 출입당국에 제공하지 않고 입국할 수 있다. 국회에서 외국인의 기본권을 확대하자는 개헌논의가 한창인 가운데, 난민법과 출입국관리법의 문제조항을 중심으로 현 실태를 들여다봤다.



최근 급증하는 난민신청자...“난민제도 악용하는 외국인과 브로커 때문” 

난민이란 국제법상 인종, 종교, 신분, 정치적 의견 등을 이유로 박해를 받을 우려가 있어 모국의 보호를 받을 수 없거나, 원하지 않는 외국인을 말한다. 우리나라는 지난 1992년 난민협약에 서명한 후, 1993년 출입국관리법에 난민인정조항을 신설, 이듬해인 1994년부터 난민지위인정 신청을 접수받기 시작했다. 아울러 2013년, 난민처우 등 보호에 미흡한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보다 상세한 난민법이 발효됐고 이법은 현재까지 이르고 있다.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에 따르면, 난민을 받기 시작한 이후 지난 6월말까지 우리나라에 비호를 신청한 외국인은 총 2만6,831명(심사종료·16,617명/철회·3,107명/심사중·7,107명)이다. 이중 703명(4.2%)이 난민인정을 받았고, 1,369명(8.2%)은 인도적 체류 허가를 받아 총 2,072명이 우리나라에서 난민보호를 받고 있는 반면 불인정자는 1만4,545명이다. 2011년 이래 한해 1,000명 이상으로 증가한 신청자는 ▲2015년·5711명 ▲2016년·7542명 ▲2017년 전반기·4039명으로 갈수록 급증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난민신청자가 급증하는 이유에 대해 국제난민지원단체인 피난처 이호택 대표는 M이코노미뉴스와의 통화에서 “ 전 세계적인 난민증가에 일부 기인하기도 하지만, 입국 및 비자연장의 수단으로 남용될 수 있는 난민제도의 허점을 외국인들과 브로커들이 악용하는 결과”라고 단언했다.



현행 난민법상 외국인이라면 누구나 ‘무한반복신청’으로 생계비 받으면서 장기체류 가능

현행 난민법의 치명적 맹점중 하나는 난민보호라는 제도취지와 달리 ‘합법적 체류연장의 도구’로 악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외국인이 대한민국에 입국해 난민으로 보호받기 위해서는 원칙적으로 난민인정을 받아야 한다. 법무부나 법원은 당연히 입국취지가 신청요건에 부합하지 않으면 불승인처리하거나 패소판결을 내리지만, 문제는 공항에서의 회부절차와 이에 대한 사법심사절차→난민인정 1차 심사절차→이의신청절차→1심 재판→2심 재판→3심 재판→재신청→소송 등 순으로 진행되는 불복절차 가운데, 어느 단계에서도 제한하고 통제하는 장치가 없어 절차가 무한반복 된다는 점이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절차가 진행 중일 경우 난민신분이 아님에도 버젓이 대한민국 체류가 가능하다. 난민법 제5조 제6항에 따르면 ‘난민신청자는 난민인정 여부에 관한 결정이 확정될 때까지(난민불인정결정에 대한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이 진행 중인 경우에는 그 절차가 종결될 때까지) 대한민국에 체류할 수 있다’고 명시돼있기 때문이다. 이에 난민신청사유가 없는 외국인이 박해의 우려가 있다고 거짓말하면서 악의적으로 난민신청과 소송을 계속적으로 반복하면, 난민인정절차가 종료되지 않아 결국 한국에서 장기적이고 합법적인 체류가 가능하게 되는 것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난민법상 난민신청자는 강제송환되지 않고 난민인정 여부에 관한 결정이 확정되거나 소송이 종결될 때까지 국내에 합법적으로 체류할 수 있으며, 일정기간 동안의 생계비 지원이나 취업활동 등도 보장된다”며 “이로 인해 불법체류자나 체류연장이 불가능한 외국인들이 국내 체류 연장이나 경제적 목적으로 난민을 신청하는 사례가 많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특히 난민법상 난민신청 기한이나 횟수의 제한이 없어 행정소송 절차까지 모두 거친 후 특별한 사정변경이 없는 경우에도 난민신청을 다시 하는 경우가 있어 난민심사가 반복, 장기화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이호택 대표도 “외국인이 대법원까지 가서 패소판결을 받았어도 상황이 바뀌었다거나 다른 사유가 있다며 (난민인정)재신청을 할 수 있다. 그럼 신청단계부터 3심까지의 모든 과정이 처음부터 또 다시 진행되는 것”이라며 “이런 과정을 세 번, 네 번 반복해 20년씩 한국에서 체류하는 사람도 있다”고 언급했다.

실제 사법정책연구원에 따르면 2016년 기준 법원에 제기된 난민 관련 행정소송은 3,161건이다. 같은 해 난민신청자가 7,542명임을 감안하면 신청자 5명 가운데 2명은 이 절차를 통해 한국에서 체류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 대표는 “난민신청자가 몰리는 나라에 브로커도 몰린다. 한국에 체류하고자 하는 외국인들은 브로커를 통해 조직적으로 난민신청을 한다”며 “실제 ‘대한민국에 가서 난민신청하고 시간 끌면서 체류하면 생계비도 지원받을 수 있고 취업도 시켜준다’며 불법적인 노하우를 소개하는 브로커가 많다”고 지적했다.

난민자격미달로 신청 반려 시, 오히려 합법적 체류를 더 보장하는 꼴

요건을 갖추지 못한 외국인의 경우, 신청자체를 안 받으면 되지 않느냐는 의문이 들 수 있지만 이 또한 녹록치 않다. 이 대표는 “법무부가 접수를 안받아주면 외국인들은 접수 불허 자체가 타당한지를 물어 소송을 하고 이의신청을 한다”며 “캐나다의 경우 난민 신청 시 명백히 요건에 어긋나면 접수를 거부한 후 더 이상 소송할 수 없도록 차단해놨지만, 우리나라는 거부하면 오히려 한 단계가 더 추가돼 체류기간을 몇 년 더 늘려주는 격 밖에 안 된다”고 한탄했다.

그는 이어 “진정한 난민을 보호해야하는 이 소중한 제도가 너무 바보처럼 운영돼 불순한 목적을 가진 외국인들의 먹잇감이 되고 있다”며 “명백히 난민이 아닐 때 접수를 못하게 하든지. 소송을 제기할 수 없도록 하던지. 재신청을 할 수 없도록 하던지. 어떤 식으로든 단계 중에 잘라내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현재 제도로는 외국인이 누구든지 난민이라고 주장만하면, 대한민국에서 영원히 체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법무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법무부는 이러한 남용적 난민신청을 막고 신속한 난민심사를 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심사인력을 보강하고 있으며, 심사관의 전문성 제고를 위한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보다 근본적인 남용 방지책 마련을 위해 난민법 개정, 이의신청 제도 개선 등도 추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한민국은 17세 미만이기만 하면, 테러범도 ‘프리패스’

출입국관리법 제12조의2 제1항 제1호를 보면 ‘입국하려는 외국인은 입국심사를 받을 때 지문 및 얼굴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고 본인임을 확인하는 절차에 응해야 하지만, 17세 미만인 사람은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명시돼있다. 또 동법 제16조의2 제1항을 보면 ‘지방출입국·외국인관서의 장은 선박등에 타고 있는 외국인이 「난민법」 제2조제1호에 규정된 이유나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이유로 그 생명·신체 또는 신체의 자유를 침해받을 공포가 있는 영역에서 도피하여 곧바로 대한민국에 비호(庇護)를 신청하는 경우 그 외국인을 상륙시킬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되면 법무부장관의 승인을 받아 90일의 범위에서 난민 임시상륙허가를 할 수 있다’고 규정돼있고, 3항엔 ‘제1항에 따라 비호를 신청한 외국인의 지문 및 얼굴에 관한 정보의 제공 등에 관하여는 제12조의2를 준용한다’고 규정돼 있다. 결국 나이가 17세 미만이기만 하면 지문이나 얼굴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자유롭게 한국에 들어와 활동할 수 있다는 얘기다.

최근 스페인과 핀란드에서 일어난 테러를 보면, 핵심 용의자인 무사 우카비르(17)와 압데라흐만 미카(18세)를 포함해, 대부분이 10대 청소년이었다. 뿐만 아니라 앞서 있었던 프랑스나 호주 등지의 테러도 IS를 추종하는 10대들의 소행이었다. 이제 10대들이 전 세계를 공포에 몰아넣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와 같이 법은 허술하게 만들어놓은 이유는 뭘까.

법무부 관계자는 “지문과 얼굴정보 제공 외국인을 17세 이상으로 정한 이유는, 우리나라 국민의 주민등록증 발급 대상 연령인 17세와 동일한 기준으로 맞추기 위한 것”이라며 “지문 및 얼굴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17세 미만 청소년의 경우에도 테러 등 위험인물로 판단해 정보기관에서 명단을 제공할 경우 탑승자사전확인제도로 외국공항에서 항공기 탑승을 원천차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법무부가 언급한 ‘탑승자사전확인제도’는 법무부 출입국관리정보시스템에 항공사의 예약·발권 시스템을 연계, 항공사가 출발지 공항에서 승객의 정보를 법무부시스템으로 보내면 출입당국이 국제테러범, 분실 여권 소지자 등의 정보를 확인해 우범 외국인의 국내 입국을 사전 제한하는 제도다. 탑승이 사전에 제한되는 외국인은 살인미수·성범죄·마약 등 형사범 전과자거나 분실 여권 소지자 등이다. 법무부는 이 제도를 통해 테러가능성을 원천 차단할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자기 여권을 소지한 범죄전력 없는 17세 미만 청소년이라면 IS 소속이거나 IS를 추종하는 잠재적 테러범이라도 막을 길이 없다.



외국인 보호도 중요하지만, 내실 보완이 우선

국회에서는 개헌특위를 중심으로 외국인의 기본권 보호를 확대하려는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개헌특위 논의내용을 보면 제헌 이래 ‘국민’으로 한정해 온 기본권 주체를, ‘사람’으로 확대하자는 게 주요골자다. 외에도 ▲평등조항에 인종, 언어추가 ▲망명권 신설 ▲난민보호의무 신설 등의 내용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외국인 기본권 관련 포럼에 참석한 홍익대학교 법학과 음선필 교수는 “기본권주체를 현행과 같이 ‘국민’으로 할 경우 외국인에 대한 보호의 수준을 법령의 제·개정으로 결정할 수 있지만, ‘사람’으로 확대하면 외국인에 대한 차별적 입법이 위헌성을 띄게 된다”며 “외국인에 대한 입법의 재량을 스스로 제약하는 자승자박의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일시체류자, 불법체류자, 영주권자 등 모든 외국인의 법적지위가 달라 그에 상응한 법적보호를 하는 것이 타당함에도, 헌법에 사람이 기본권의 주체라고 못 박아 버리면 외국인의 법적보호를 다양하게 할 수 있는 국회의 권한이 제한될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망명권이 신설되면, 계속되는 위헌시비에 쓸데없는 국력이 소모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이 대표는 “지금도 많은 외국인이 우리나라의 소송제도를 남용하는 판에, 망명권까지 헌법적 권리로 규정하게 되면 헌법소송이 난무할 것”이라면서 “지금은 진정한 난민이 공정한 절차를 통해 많이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하고, 가장난민을 신속하게 절차남용에서 배제함으로써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게 우선이지, 망명권 신설은 불난 집에 기름 붓는 것과 같다”고 경고했다.

외국인의 기본권 보호를 확대하려는 노력은 세계화시대를 맞이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러나 내부사정을 들여다보지 않고 ‘인권’이나 ‘평등’ 같은 허울 좋은 말들을 앞세워 무작정 외국인의 기본권만 확대한다면, 사상누각(沙上樓閣)에 그칠 우려가 있다. 정치권은 외국인의 기본권 보호를 논하기에 앞서, 부실한 내실을 먼저 다져야 할 때다.

MeCONOMY magazine September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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