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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반려견 죽여도 개 값 물어주면 그만?’...아무나 할 수 있는 애견카페, 이대로 괜찮나

농식품부, 동물보호법 개정 통해 관리규정 도입했지만 실효성은 의문


<M이코노미 박홍기 기자> “지난 7월 아내는 유산을 했습니다. 너무 힘들어 하는 집사람을 보며 반려견을 입양했죠. 아장아장 걷는 모습과 첫 뜀박질을 보고, 딱딱 사료씹는 소리를 들으면서 아내의 상처는 아물어 가는 듯 했습니다. 그러던 중 반려견 때문에 2박3일 여행이 무리라는 아내를 다그치듯이 어르고 달래서 (반려견을) 애견호텔에 맡기고 여행을 떠났습니다. 지금은 정말 후회가 되네요.”

마흔을 바라보는 평범한 가장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견주 A씨가 지난달 21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린 게시글이다. 그는 “사랑하는 반려견이 애견호텔에서 무참히 도살당했다”고 토로했다. A씨가 애견호텔이라고 칭한 이곳은 애견카페, 호텔, 미용 등의 서비스를 종합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업체(이하 애견카페)다. A씨가 글과 함께 올린 지난 8월28일자 CCTV 영상에는 성견인 시베리안 허스키가 근처에 있던 소형견 비숑프리제의 목을 물고 수 초간 양옆으로 털어대는 장면이 담겼다. 

이 때문에 두개골이 바스라진 피해견은 쓰러져 경련을 일으키며 고통스러워했고 결국 과다출혈로 숨을 거뒀다. 이후 A씨는 “개 값 물어주면 되는 것 아니냐”는 업주 B씨의 말에 격분, 둔기를 들고 찾아가 난동을 부리다 결국 업무방해 및 협박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그럼 B씨는 정말 개 값만 물어주면 되는 것일까? 이번 사건을 중심으로 반려동물 산업현장의 제반현실을 들여다봤다. 

개는 법적으로 ‘물건’, 형법 이론상 ‘과실손괴’ 해당하지만 처벌규정 없어

결론부터 말하자면 ‘사실상’ 그렇다. 개는 법적으로 ‘물건’에 해당한다. 따라서 고의로 다른 사람의 개를 다치게 하거나 죽게 하면 형법 제366조에 따라 재물손괴죄가 성립,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여기서 맹점은 손괴죄가 성립하려면 ‘고의’가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업주 B씨의 경우 대·소형견을 분리해놓지 않는 등으로 관리감독을 소홀히 하긴 했지만 일부로 허스키를 사주해 비숑을 죽인 정황은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B씨의 경우 형법 이론상으로는 주의의무 위반으로 인한 ‘과실손괴’가 성립할 수 있으나 현행법상 처벌규정이 없어 형사상으로는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는다.

법무법인 한별 김수현 변호사는 M이코노미뉴스와의 통화에서 “애견카페 업주(B씨)는 위탁받은 강아지들의 생명·신체에 대한 사고를 방지할 계약상 의무를 부담하고, 몸집이 큰 개와 작은 개를 한 공간에 둘 경우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으므로 주의의무 위반이 인정된다”며 “만약 과실손괴를 처벌하는 규정이 있다면 형사상 책임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법률전문가 “민사상 정신적 손해액 인정되지만 극히 미미...많아야 100만 원”

민법은 물건을 부동산과 동산으로 구분하고 있는데, 그중에 개는 ‘동산’에 해당한다. 부동산, 동산 가릴 것 없이 타인의 불법행위로 물건이 훼손되면 재산적 손해배상청구만 인정될 뿐 정신적 손해배상청구는 인정되지 않는 것이 원칙이지만, 반려견의 경우 정신적 손해배상청구가 예외적으로 인정되고 있다. 다만 위와 같은 사례에서 견주가 실질적으로 입은 정신적 피해를 보상받기에는 턱없이 부족해 보인다.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 김현지 정책팀장은 M이코노미뉴스와의 통화에서 “통상 타인의 과실로 (반려동물 관련)사고가 났을 경우 민사상 손해배상만 청구할 수 있다. 업주 B씨의 경우 개 값을 물어준다고 했지만 반려견과의 유대관계로 인한 정신적 피해보상이 인정돼 (단순히 개 값과는) 액수의 차이가 있을 것”이라며 “(피해자가) 피해를 어느 정도 증명할 수 있는지, (가해자가) 책임이 어느 정도 있는지 등에 따라 받을 수 있는 위자료가 달라지겠지만 동물을 잃어버린 아픔을 전부 커버하진 못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한편 위와 같은 사건에서 정신적 피해보상이 구체적으로 얼마나 인정될 수 있는지를 묻는 M이코노미뉴스의 질문에 김수현 변호사는 “위자료는 원칙적으로 법원재량이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산정하긴 어렵다”면서도 “법원은 재산상 손해가 전보되면 정신적 손해도 전보된다고 봐서 위자료를 인정하는데 굉장히 인색하기 때문에, 반려동물의 죽음으로 인한 정신적 손해액은 극히 미미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진돗개가 다른 개를 물어 죽인 사안에서 30만원의 위자료를 인정한 하급심 판례가 있긴 하다”며 “(하급심판결에 비추어 봤을 때) 이 (사례의)경우도 많아봐야 100만원 미만의 위자료가 인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정부의 반려동물 영업관리, 그야말로 ‘개판’

그럼 사후제재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사전예방이나 관리는 제대로 되고 있을까. 현행법을 들여다보니 애견카페 등 반려동물관련 영업시 위탁관리감독에 관한 법률규정이나 규칙자체가 전무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반려동물에 대한 전문성은커녕 기본지식조차 없는 ‘아무나’ 애견카페를 차려대도 막을 방도가 없는 것이다.

김현지 정책팀장은 “반려동물에 대한 기본지식이 없더라도 누구나 관련 영업을 할 수 있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큰 개와 작은개를 같은 공간에 뒀을 때 사고가 날 수 있다는 건 반려동물 관련 영업하는 사람들이 알아야 할 기본상식 임에도 모르는 업주가 많다”며 “(반려동물) 영업장에 종사하는 사람이 최소한의 전문성과 사회적 책임을 가지고 있어야 사고예방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강남에 거주하면서 애견카페를 자주 이용하는 애견인 정모씨는 M이코노미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애견카페나 호텔 업주들을 보면 부모님소유 땅이나 건물을 물려받은 부유한 집안의 자제가 할 일 없어 운영하기도 하고, 일반카페만 하던 사람들이 돈이 안 되니 객 단가가 높은 애견사업을 접목하려는 경우도 태반”이라며 “그러다보니 대부분의 업주들은 오픈 후 1년 정도는 시행착오를 겪는다”고 말했다.

시행착오의 구체적 실태에 대해 그는 “강아지 습성을 모르니 공격성 있는 애들과 없는 애들을 섞어놓고 관리해 사고 나는 경우는 말할 것도 없고, 펜스를 설치하지 않은 탓에 개가 뛰쳐나가 차에 치이는 경우도 많다”며 “없던 펜스가 (오픈 후)5~6개월 지나고 나서 가보면 이중 삼중으로 만들어져있는데 어떻게 된 거냐고 물어보면 백발백중 그런 사고를 겪고 난 후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반려동물 관련 사업은 영업등록이 필요 없는 자유 업종으로 분류돼 있어 정확한 실태파악도 불가능했다. 실태파악도 안됐는데 관리가 될 리는 만무한 것이다. 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M이코노미뉴스와의 통화에서 “(애견사업은) 지방자치단체에 개인사업자 등록을 통해 신고하기 때문에 정확한 숫자파악이 어렵다”며 “(반려동물 관련 사고는) 우리도 언론을 통해 이슈화되면 볼 수 있지 현행법상 영업 관리 대상이 아니다보니 확인할 방법이 없다”고 토로했다.

농식품부, 동물보호법 개정해 관리규정도입...소 잃고 외양간 고쳤지만 실효성은 ‘글쎄’

농림축산식품부는 이 같은 문제를 의식, 올해 3월 동물보호법을 개정했다. 개정안에는 기존 생산·판매·수입·장묘업 등 4개 업종에 그쳤던 반려동물 관련 영업종류에 ▲동물전시업(애견·애묘 카페) ▲동물위탁관리업(애견호텔, 펫 시터, 애견유치원, 애견훈련원 등) ▲동물미용업 ▲동물운송업(애견택시, 픽업 등) 4개 업종을 신설하는 내용을 담았다. 신설되는 영업은 등록제로 운영하고 구체적인 시설·인력기준이나 준수사항 등은 농식품부령과 시행규칙에 규정, 내년 3월부터 시행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현행법상 업체 측 과실로 (반려동물이) 피해를 입어도 민사로 해결하는 방법밖에 없다”면서도 “앞으로는 업별로 사고가 났을 때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등의 내용을 담은 표준계약서를 만들어 배포하고 점차 관련법을 보완해가면서 계약서식을 통해 (피해자들이) 구제받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설되는 법에 따르면 반려동물 관련영업을 하면서 등록을 안 할시 500만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아울러 등록을 했다고 하더라도 시설·인력기준이나 준수사항 등을 위반하면 차수에 따라서 7일(1차 위반), 15일(2차 위반), 최대 한 달간(3차 위반)의 영업정지를 당하게 된다. 또 반려동물 영업 시 필요한 교육을 받지 않았을 땐 위반차수에 따라 최대 10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내년부턴 1년에 한번 씩 큰개와 작은개를 분리해야 한다는 내용 등이 포함된 교육을 (반려동물관련) 영업장 대표와 종사자가 함께 받아야하고, 반려동물 몇 마리당 몇 명의 관리인원이 있어야 한다는 등의 내용이 담긴 인력기준을 준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제라도 관련법을 손보고 관리감독을 하겠다는 건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부유한 사람들에게는 얼마 안 되는(?) 벌금·과태료와 몇일 쉬면 해결되는 제재가 과연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이번 동물보호법 개정이 사고예방에 충분한 방지책이 되겠냐는 M이코노미뉴스의 질문에 “현황파악이 되고 영업자교육을 하면 지금보다는 훨씬 더 많은 사고를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며 “영업정지 처분으로 제재가 안 되면 폐쇄까지 할 수 있도록 법을 강화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애초 법을 개정할 때 대·소형견 뿐만 아닌 모든 동물을 분리해 관리·감독하는 규정을 넣어야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김 정책팀장은 “위탁관리업에 있어 동물들이 섞여있으면 잘못됐을 경우 분쟁의 소지가 너무 많다”며 “칸막이로 분리하는 등 개별관리원칙을 중심으로 가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려동물 키우는 인구 1000만 시대, 인식의 선진화가 필요한때

2016년 7월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국내에서 반려동물을 기르는 인구가 1,000만 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이는 우리나라 전체인구의 21.8%를 차지, 평균 다섯 가구 중 한 가구는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다는 얘기다. 고령화와 1인 가구 증가추세를 감안하면 반려동물을 기르는 인구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시대가 변함에 따라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인구수가 급속도로 늘고 있지만 법제도와 국민인식은 아직도 제자리걸음이다. 선진국의 사례를 보면 오스트리아는 1988년, 독일은 1990년에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고 민법에 못 박음으로써 동물권을 강화했다. 미국 뉴욕주는 모든 동물에게 사료와 물을 주지 않거나 방치하면 학대 행위로 간주한다. 아울러 미국에는 이미 ‘pet lawyer’라는 반려동물 전문 변호사와 ‘Animal Forensic Specialist’라는 동물법의학전문가도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성장하는 경제력만큼이나 인식의 선진화가 필요한때다. 김 정책팀장은 “동물병원과 호텔링을 겸하던 업주가 대상을 착각해 호텔링 하는 얘를 안락사 시키거나, 절도범이 동물병원에서 반려견을 훔쳐 보신탕집에 넘기는 등 반려동물의 죽음이 다양한 형태로 나오고 있다”며 “총체적인 동물보호법 강화와 함께 우리사회의 전반적인 인식개선을 위해 헌법에 동물권을 명시하는 등의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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