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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 건 양화대교 고공농성...“사시를 존치하라”

사회적 불신 야기하는 ‘현대판 음서제’ 로스쿨, 대책 마련해야


[M이코노미 박홍기 기자] “제 시위로 시민들에게 교통체증 등의 불편을 끼친 점과 소방·경찰공무원분들이 출동해 고생한 점에 대해서는 너무나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그러나 우리사회 기득권들의 탐욕을 채우기 위한 음서제를 국민들에게 알리고 공정한 제도를 지키기 위해서는 이 방법 밖에 없었습니다” 

추석연휴를 하루 앞둔 지난 9월 29일, 보기만 해도 아찔한 양화대교 아치위에 올라가 고공농성을 벌인 사람은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모임’ 이종배(40) 대표다. 그는 아치위에서 “사시를 존치하라”고 부르짖었다. 이 대표가 이곳에 올라간 것은 처음이 아니다. 대선 기간 중인 지난 5월에도 그는 존치를 요구하며 올라가 고공농성을 한 바 있다. 어제(7일) 60년 사법시험 역사의 막차를 타게 된 55명이 확정된 가운데 위험한 행동의 수위를 높이고 있는 이종배 대표를 만나 목숨 걸고 농성하는 이유를 들어봤다.

사시는 줄 없고 빽 없이 오를 수 있었던 희망의 사다리...“폐지되면 신분사회 고착될까 우려돼”

사법시험은 1947년 조선변호사시험으로 출발해 1950년 고등고시 사법과를 거쳐 1963년 지금의 시험으로 전환됐다. 한국 사회에서 소위 줄 없고 빽 없는 서민도 올라갈 수 있는 '희망의 사다리'로 대변되어온 사법시험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고졸 학력으로 통과, 인권변호사로 활동하다가 대통령까지 올라갔던 사례가 아직까지 대표적인 미담으로 인용되고 있다. 대한민국의 많은 청년들이 노 전 대통령과 같은 ‘개천에서 난 용’이 되기 위해 사시 판에 도전장을 내밀었고, 지금까지 2만 명이 넘는 법조인이 배출됐다.

그러나 아름답게만 보였던 사시의 이면에는 과도한 경쟁과 낮은 합격률이 고시낭인을 양산시켜 국가인력을 낭비한다는 등의 문제가 제기돼왔다. 결국 사법개혁의 일환으로 참여정부 시절인 2007년 법학전문대학원(이하 로스쿨)제도가 도입됐고 이에 따라 사시는 2017년 제59회 시험을 기점으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공대를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하다가 경제적 약자를 위한 국선변호사가 되기 위해 사시를 준비했다는 이종배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모임 대표는 사시제도를 “우리사회의 공정성을 상징하고 떠받히는 주춧돌”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많은 평범한 국민들은 사시를 ‘희망의 사다리’라고 하는데 정확한 표현이다. 현재 삶이 힘들고 어렵더라도 사법시험을 통해 보다 나은 삶을 살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질 수 있었기 때문”이라며 “로스쿨로 일원화되면 사실상 계층이동이 단절되고 신분사회가 고착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느꼈기 때문에 사시존치운동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게 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사시가 고시낭인양산?...“로스쿨 변시낭인 양산이 더 문제”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가 지난해 내놓은 ‘사시존치 주장의 허구와 법학전문대학원의 진실’이라는 자료에 따르면 1963년부터 2015년까지 사시에 지원한 인원은 총 702,513명으로 이중 합격자는 20,603명이었다. 합격률이 2.93%에 불과한 것이다. 때문에 사시제도가 많은 고급인재들을 확률이 희박한 게임에 청춘을 걸고 배팅하게 만들어 고시낭인을 양산시킨다는 문제가 제기됐고 국가인력의 낭비를 막겠다며 사시를 폐지하고 로스쿨을 도입한 것이다.

이 대표는 이에 대해 “공무원시험 합격률은 많아야 2%대다. 그럼 폐지해야 되는 제도인가”라고 반문하며 “고시낭인 양산을 막자고 사시를 폐지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 합격률이 낮은 건 사회 구조적인 문제지 제도 탓을 하는 건 설득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다른 시험과 마찬가지로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해지면서 상대적으로 선호도가 높은 직업인 법조인이 되기 위해 지원자가 몰리다보니 경쟁이 치열해진 것이지 사시제도의 문제가 아니라는 주장이다.


‘대학교육의 황폐화’도 사시폐지, 로스쿨도입의 주된 논거 중 하나다. 법대생, 비 법대생 할 것 없이 너도나도 학교수업을 뒷전으로 미루고 고시공부에 ‘올인’하다 보니 학부교육체계 전체를 망가트렸다는 논리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대학교육의 황폐화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낮아지고 실업률이 높아지면서 전공을 살릴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해 생긴 것이지 사시제도의 문제라고 할 수 없다”며 “문제가 있다면 대학이 다양한 직업을 원하는 학생들의 니즈를 충족시킬만한 교육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한 것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한편 이 대표는 ‘고시낭인 문제해소’라는 명분으로 출범한 로스쿨제도가 문제점을 해결하기는커녕 오히려 ‘변시낭인’이라는 더 심각한 문제를 낳았다는 지적도 했다. 변호사시험은 로스쿨 졸업과 동시에 5년, 5회 내 합격을 해야 한다. 이를 넘기면 응시자격을 잃어 일명 ‘5진 아웃제’라고도 불린다. 로스쿨이 개원한 2009년 입학해 2012년 졸업한 1기 출신들에게 최초로 적용된 지난해 제5회 변호사시험에서 94명이 최종 불합격했다. 로스쿨 3년, 변호사시험을 5년 준비하고도 법조인의 꿈을 이루지 못한 것이다.

약 10년 가까이 변시를 준비한 이들은 사시 등의 우회로도 없어 평생 법조인이 될 수 없다. 앞으로도 응시자 대비 합격률이 떨어지면서 이 같은 변시낭인은 지속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 대표는 “그렇게 고시낭인을 비판하면서 만든 로스쿨에서 더 심각한 변시낭인을 양산하고 있다”며 “로스쿨을 보면 사시를 비판했던 문제점을 고스란히 안고 있는 상황에 더 많은 문제들이 가중되고 있어 문제가 상당히 심각하다”고 강한 어조로 꼬집었다.

고소득층이 받아가는 로스쿨의 ‘취약계층 장학금’, 지원자 꼬드기기 위한 ‘허상’에 불과해

교육부가 지난 2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로스쿨의 연간 평균 등록금은 1,500만 원선. 이중 사립대 로스쿨만 보면 연평균 등록금은 약 1,700만 원이다. 여기에 로스쿨 입학 때부터 졸업 때까지 소요되는 교재비, 생활비 등의 부대비용을 합하면 실제 1억 원 정도의 비용이 소요된다는 게 업계의 정설이다.

비싼 등록금 탓에 ‘돈스쿨’이라는 비판이 끊임없이 제기되지만 로스쿨 측은 “사회적·경제적 약자를 배려하는 특별전형제도나 장학금제도가 운용되고 있으니 문제가 없다”며 반박한다. 실제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평균 총 정원의 6.37%가 특별전형을 통해 입학했고, 등록금대비 38.2%(2013년 기준)가 장학금으로 지급됐다.


취약계층을 위한 장학금제도라는 주장과 달리 실상은 가관이었다. 유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아 지난달 17일 국감자리에서 공개한 ‘2016~2017 로스쿨 재학생 소득분위 현황’에 따르면, 월 소득 804만 원 이상(2017년 기준)인 소득분위 8~10분위 고소득층 로스쿨 학생은 전체 재학생의 67.8%를 차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로스쿨 재학생의 소득분위 구분은 장학금 신청 여부로 판단하며 장학금 미신청 인원은 고소득층으로 분류된다.

문제는 로스쿨 전체 재학생의 35.7%(2017년 기준)에 해당하는 고소득층이 취약계층 장학금을 신청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반면 전액장학금 대상에 포함되는 기초수급자부터 소득 2분위까지의 학생은 17.6%, 중산층으로 분류되는 3·4·5·6·7분위 학생은 고작 14.6%에 불과했다. 실제 올해 1학기 취약계층 장학금 신청자 4,188명만 놓고 봤을 땐 절반이 훌쩍 넘는 2,230명이 8~10분위에 속하는 학생이었다.

이처럼 기이한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로스쿨재학생 상당수가 경제적으로 부유한 고소득층이기 때문이다. 전액장학금 대상에 포함되지도 않고 고액의 등록금 등을 감당할 경제적 여력이 없는 중산층 서민들은 실질적인 진입장벽으로 애초에 로스쿨을 가는데 어려움이 따른다는 얘기다.

이 대표는 “로스쿨 다니는 3년 동안의 등록금, 생활비와 이후 5년 동안 변시 준비하면서 들어가는 비용을 합치면 2~3억 원 들어간다는 얘기도 있는데 서민입장에서 진입장벽일 수밖에 없다”며 “(로스쿨 측에선) 장학금제도를 계속 운운하는데 평범한 서민들은 장학금 받는다는 보장도 없고 진입장벽을 해소할 만큼 충분하지도 않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로스쿨은 그나마 있는 장학금마저 줄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장학금 지급률은 전체 평균 30.4%로 지난해부터 교육부가 로스쿨 취약계층 장학금 지원 사업을 했음에도 지급률은 전년대비 8.3%p나 떨어졌다. 전체 로스쿨 가운데 전년대비 장학금 지급률이 오른 학교는 충남대 단 한 곳뿐이었다. 교육부의 ‘법학전문대학원 설치·운영에 관한 규정’에 정해진 등록금 총액 대비 장학금 지급률 30%에 미치지 못하는 로스쿨도 25곳 가운데 16곳이나 됐다.

이 대표는 “25개 대학 로스쿨의 재정적자가 지난 5년 동안 1,250억 원이고 계속 늘어나고 있다. 장학금 지급비율도 전반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라며 “사시존치의 근거 중 하나가 로스쿨의 비싼 등록금이라고 하니 사시가 없어질 때까지 만이라도 입막음하기 위해 장학금제도를 유지하고 있다는 합리적 의심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로스쿨 재정구조를 보면 교수인건비가 차지하는 부분이 상당하기 때문에 더 이상 줄일 수 없는 고비용 구조”라며 “사시가 완전 폐지되고 로스쿨로 일원화되면 재정난을 해결하기 위해 등록금은 올리고 장학금은 더 줄이게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로스쿨 불신의 원흉인 ‘정성평가’요소...“우리나라 기득권세력이 철옹성 수준이라 개선안 돼”

사시제도는 지난 70년 동안 단 한 번도 투명성과 공정성을 의심받았던 적이 없다. 시험성적이라는 객관적인 기준으로 법조인을 선발했기 때문이다. 반면 로스쿨은 입학전형의 공정성에 의심을 품고 있는 국민이 많다. 로스쿨 입학전형에는 법학적성시험성적(LEET)과 학부성적, 어학성적, 면접 등 4개의 요소가 반영되는데 정성평가인 면접이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신평 경북대 로스쿨 교수는 ‘로스쿨 교수를 위한 로스쿨’이라는 책을 통해 로스쿨 입학과정 불공정성 등 로스쿨의 전반적인 문제를 폭로한 바 있다. 특히 책 내용 중 “한 교수가 ‘A변호사 아들이 이번에 우리 법전원에 원서를 냈는데 꼭 합격시켜야 한다’며 동료교수 연구실을 찾아다녔다”는 문구가 화제가 됐었다.



면접에서 집안배경을 따지는 등의 ‘현대판 음서제’ 논란이 일자 로스쿨 측은 평가자 주관을 점수화하는 정성평가 기준을 낮추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해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와 교육부는 정량평가 반영비율을 높이고 블라인드면접 강화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로스쿨 입시 제도개선’을 마련, 올해부터 적용했다. 그러나 실질적인 반영비율은 여전히 베일에 가려져있어 논란을 완전히 잠재우기는 역부족이란 평가다.

이 대표는 “정성평가로 인한 불투명하고 불공정한 선발방식이 로스쿨의 근본적인 문제”라며 “우리나라처럼 혈연·지연·학연으로 얽혀있는 사회에서 선발과정을 불투명하게 만들어 놓으니 사시 때는 생각도 못했던 고관대작 자녀들만 노난 것”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국민들이 로스쿨 입시제도의 공정성에 의구심을 갖고 있다면, 입시비리가 있었는지 혹은 사실인지 여부를 떠나 불신 그 자체로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마땅하지만 현재로선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이 대표는 “로스쿨을 나왔거나, 가있거나, 갈려고 줄서있는 자녀를 둔 정치인, 막강한 권한을 뺏기지 않으려는 로스쿨 교수 등 우리사회 기득권세력이 자신들의 권익을 지키기 위해 버티고 서있으니 제도개선이 쉽지 않다”며 “신기남, 윤후덕 의원 문건이 터졌을 때도 그 세력이 워낙 강하다보니 그냥저냥 뭍혀버렸고, 정부가 나서서 사시를 4년 유예하겠다고 발표했음에도 그들이 나서서 없던 일로 만들었다. 거의 철옹성 수준”이라고 한탄했다.


이재명 성남시장 “검사가 지금처럼 누가 왜 임용됐는지도 모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아”

대선당시 문재인 대통령의 경선경쟁자였던 이재명 성남시장은 공식적으로 사시존치에 반대 입장을 밝힌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과거의 기억을 버리고 국민이 원하는 바대로 젊은이에게 기회를 준다는 점에서 사법시험 존치로 입장을 전환해 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이 시장은 지난 2월 8일 출판기념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계층 이동의 새로운 기회를 부여한다는 측면에서 사법시험, 행정고시, 그리고 이미 사라진 외무고시 같은 제도가 꼭 필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이 시장의 발언 이틀 전인 6일 서울 노량진의 한 공무원시험학원을 방문한 자리에서 “로스쿨을 만들었던 참여정부 사람으로서 이제 와서 다시 국가정책을 뒤집어 사법시험으로 되돌아가자고 하기 어려운 입장”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 시장은 “참여정부 때 추진한 로스쿨 도입 때문에 곤란한 점도 있긴 하지만, 국민의 압도적 다수가 사법시험 존치와 로스쿨과의 병존, 병행을 요구하고 있다”며 “우수한 인재를 발탁하는 제도는 인류 시작 이래 계속 있어온 제도로, 그게 무너진 시대는 사실 흥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대한민국 사회가 얼마나 특별한 사회인지 몰라도 그런 인재를 발탁하는 제도는 반드시 필요하고 공정성이라는 측면에서도 중요하다”며 “이 사회의 마지막 정의를 담보하는 검사 임용절차가 지금처럼 누가 왜 임용됐는지도 모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시장의 말처럼 공정성이 의심받는 제도는 심각한 사회적 문제를 낳는다. 법조인이 되지 못한 것이 실력 때문이 아닌 집안배경이나 학벌, 사회적·경제적 지위 때문이라는 사회적 불신이 쌓인다면 계층 간의 반목과 불신은 심화될 수밖에 없다. 로스쿨 관련된 기득권층이 사시존치를 허락(?)하지 못하겠다면 예비시험 등과 같은 우회로라도 만들어 줄 필요가 있다. 달리기 경주에서 모든 사람이 최소한 출발선은 같아야 하는 것 아닐까.

MeCONOMY magazine November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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