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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생성과 소멸' 김성수 화백 초대전




<M이코노미 김소영 기자> 김성수 화백이 열 번째 개인전을 열었다. 경기도 파주에 위치한 아트리에 갤러리에서 열린 김성수 초대전 주제는 ‘생성과 소멸’이다. 그가 표현하고자 하는 작품세계는 존재하는 모든 사물은 영 원하지 않다는 관점에서 출발한다.


“생명체든 무생물체든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사물은 반드시 소멸이라는 과정을 통해 형태가 바뀌고 또 다른 생성으 로 윤회되어 그 어떤 형태로든 나타나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김성수 화백은 ‘생성과 소멸’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어떤 사물이 이원론적으로 분리된 것이 아니라 다른 것으로 변신하기 위한 또 다른 연속적인 과정인 일원론적인 관점에서 본다는 의미다. 김 화백의 작품은 이러한 것을 기반으로 표현되어 작품에 나타난다. 반복적인 격자 형태, 알 수 없는 그 무엇을 표현한 것 같은 물성의 축적은 시간성과 연결되고 생성과 소멸이 반복되면서 순환구조를 나타낸다. 거친 질감과 색감의 형태로 나타난 작품들에 대해 김 화백은 알 수 없는 심연 정 신세계를 표현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작품들의) 이러한 표면들은 시각을 통해 이미지가 감각화 되고 다양한 사유의 세계로 이끌게 됩니다. 이런 표현의 행위는 제가 추구하는 작품세계죠.”


김성수 화백이 열 번째 개인전에서 선보이고 있는 작품들은 대부분 유럽의 오래된 건축물이나 유럽의 마을이다. 색상과 재료를 중시한 그가 구상으로 작품 활동을 하다가 추상을 소재로 유럽을 근간으로 석조문화를 가져온 데는 시간성을 중시해서다.


“몇 백 년 된 석조건물들, 다시 말해서 시간성을 내포하고 있는 건물들을 찾아다녔어요. 우리고유의 것과 접목하기 위해 한지를 선택했죠.”


한지와 아크릴 물감, 또 돌가루를 섞어가면서 서양의 오래된 건축물 같은 느낌을 표현하려고 애썼다는 김 화백은 결국 이것이 시간의 흔적이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동양의 윤회사상은 사람과 사물도 언젠가는 해체되어 사라지지만, 영원히 사라지는 게 아니라 제2의 생명체로 다시 태어날 수 있다는데 관점을 둔 것이라고 말한 김 화백은, 마찬가지로 서양의 문화도 시간과 함께 사라지면서 새롭게 태어날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그걸 생성과 소멸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보고 지난해부 터 작업을 해왔다고 설명했다. 



작품 속에 시간의 흐름 표현


그의 작품 안에는 어떤 형태로든 문이 그려져 있다. 일종의 ‘사유의 문’이다. 김 화백은 그림 속의 이 문들은 여길 통해 나올 것인지 들어갈 것인지를 관객이 생각하도록 한 소통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과거, 현재, 미래를 연결해 주는 통로 같은 것이죠. 작품 속 에서 시간의 흐름을 표현하려고 하다 보니까 문을 그려 넣었고 시간성은 질감과 색상으로 표현한 겁니다.”


그는 인간의 오감 중에서도 촉감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림에서 시각이 색상이라면 촉감은 물감이라는 의미다.


“저는 관객들이 제 작품을 볼 때 눈으로만 보지 말고 만져보길 원합니다. 만지면서 작품에 사람의 체취가 묻게 되면 시간이 지나면서 더 좋은 작품이 된다고 봐요. 손때가 묻는다는 건 바로 세월의 흔적이거든요. 관객들 역시 작품을 만져보면서 촉감을 통해 느끼게 되면 생각하는  상상들이 더 발현될 수 있다고 봐요. 그만큼 작품에 있어 시간성은 중요합니다.”


그는 논문에서도 가장 중요시 하는 조형 요소 두 가지를 색 상과 질감으로 표현했다. 20년 전부터 이 두 요소에 대해 많 은 연구를 해왔다는 김 화백은, 색상을 어떻게 해야 조화롭 게 사용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가 한국적인 오방색을 좋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작품에서 푸른색은 생각의 폭을 넓혀주죠. 반면에 붉은색은 열정을 의미해요. 저는 개인적으로 보라색을 가장 좋아하는데 라벤더 꽃에서 착안했어요.”


색상도 중요하지만 작품에서의 질감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 그는, 그림에서 촉감을 느끼지 못한다면 사진과 다를 게 없다고 말했다. 그림은 질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두께로 인한 생각을 다양하게 가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 조명을 사용해 그림자와의 관계라든가 이런  묘한 느낌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작품을 전시할 때 벽을 떨어지게 해서 공간감을 살리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라는 것이다.


프랑스 파리 전시회에서 큰 호평 받아



김성수 화백은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 회화과를 졸업했다. 이후 전북도립미술관을 포함해 10회에 걸쳐 국내·외에서 개인전을 가졌고, 상하이 등 국내외 6회의 아트페어와 70여 회 단체전에도 참여했다. 지난해 8월에는 프랑스 옹플뢰르 갤러리(8.23~29)에서, 9월에는 프랑스 퐁데자트 갤러리(9.1~7)에 서 ‘생성과 소멸’이라는 주제로 전시회를 가졌다.


“유럽의 건축물 일부를 잘라 앞면에 한지를 바른 다음에 날카로운 물건으로 자국을 줘서 관객들이 깊게 생각하고 다양하게 느껴볼 수 있도록 명함을 준 작품들을 전시했는데 아주 호평을 받았어요. 유럽인들이 시간성을 중시하다 보니까 이런 부분을 좋게 생각한 것 같아요.”


10년 전만 해도 그는 풍경이라든가 개인적인 작품과 같은 구상작품을 줄곧 해왔다. 그러다 시대를 반영한 작품이 뭘까 고민했고, 현대인들의 다양하고 주간적인 사고를 구상화만으로는  다양한 느낌을 전달하기 어렵다고 생각했다.



“삶이 복잡하고 늘 쫓기듯 사는 이들에게 작품을 통해 뭔가를 전달해주고 싶었습니다. 산다는 것은 그냥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하는 것이고, 이 다음에 내가 어떻게 무엇으로 변해서 나타나게 될 줄은 모르지만 작품을 통해 이러한 것 들을 어느 정도 심화시켜보고 싶었죠.”


그래서일까. 그의 작품은 중후했다. 입체적인 질감도 느낄 수 있었다. 김 화백은 그러한 느낌을 받는 건 마티에르(matière) 가 강한 것도 있지만 4.5cm 두꺼운 캠퍼스를 사용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많은 작가들이 작품전시를 할 때 공간감에 대해 고민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라는 것.


“사실 관객들이 단순히 그림만 볼 것 같지만 그렇지 않아요. 전시 공간 전체를 보죠. 작품과 벽면의 공간감을 두게 되면 관객들이 신선한 느낌을 갖게 되고 자신이 가진 생각과 감성을 발현시킬 수 있어요. 제가 작품에다 프레임을 하지 않는 이유도 관객들로 하여금 의식의 확산을 넓혀주기 위해서죠. 아무리 작은 소품도 액자를 하지 않아요. 대신 두꺼운 캔버스를 쓰죠. 프레임을 하게 되면 틀에 갇힌 것 같아 답답하고 관객도 확장성이 없어 오히려 방해요소가 된다고 봐요.”


김 화백은 작품의 우연성은 곧 무의식이라고 말했다. 작가가 그림을 그리면서 관객들에게 감동을 주겠다는 의식을 갖고 작업을 하게 되면 전달되는 감동이 덜하기 때문에 무의식상태에서  관객들이 생각을 집어넣으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번 전시작품들을 그릴 때 채색을 한 다음 던지기도 하고 도구를 사용해 두께를 밀기도 하면서 각자 다른 이미지 가 나타나도록 노력했습니다. 관객들이 다양한 생각을 가져 가도록 아무형상도 하지 않고 색칠만 한 작품도 있어요. 제가 이 세상과 나누고 싶은 얘기들을 담으려고도 노력했고요. 이 작품(외국의 마을을 표현한 작품)은 명암으로 포인트를 줘서 관객으로 하여금 상상의 폭을 넓히려고 했습니다. 그림을 보고 생각하고 상상하는 건 관객의 몫이잖아요.”



20세기 거장 ‘폴 세잔’ 영향 받아


김성수 화백은 프랑스의 화가로 근대 회화의 아버지로 불리 는 20세기의 거장 ‘폴 세잔(Paul Cézanne)’의 영향을 받았다고 했다. 석사논문도 폴 세잔에 대해 썼다. 지난해 프랑스 전시회에 갔을 때는 세잔의 고향을 직접 찾아가 그가 살아생 전에 사용하던 작업실과 그가 걸었을 것 같은 길을 걸으며 세잔의 체취를 느껴보려고 노력했다. ‘예술이란 무엇이며 회화란 무엇인가’에 대해 끊임없이 자문 하고 고민한다는 김 화백은, 숙련된 기술적 측면만 가지고는 도저히 접근할 수 없는 색다른 세계를 그려내고 싶다고 말했다.


“그림을 잘 그린다는 것은 보이는 대상을 재현하는 의미만이 아니라, 작가 본인의 심상을 붓질이나 조형의 여러 요소들을 이용해 표현하고, 내용적으로 의미 있고 풍부한 이야기를 담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작가의 작품에서 색체와 질감은 상징성 숭고성을 가장 잘 반영하는 조형요소로, 표현하고자 하 는 작가의 내면세계를 반영하는 요소들인 것이죠.”


그는 일반인들이 작품을 감상할 때는 어떤 작가이며, 그동안 어떤 작품 활동을 했는지, 그리고 조형요소인 점, 선, 면, 색 채, 질감 등의 요소들을 어떻게 표현했는지를 분석하라고 조언했다. 그런 다음에는 그 작품이 시대를 잘 반영한 작품인가라에 대해서도 이해하게 된다면 작품에 대한 시각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프랑스 파리 퐁피두 미술관에는 이브프레인(프랑스 청색화 중에 유명한 작가)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캠퍼스에 청색을 칠해 놓은 게 전부인데 그 청색 위에 관객들의 무한한 상상의 나래를 펼 수 있도록 한 작품이죠. 그 작품을 보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찾아옵니다. 그 작품에서 보여주는 청색은 단순한 청색이 아니라 아무도 따라할 수 없는 심연의 색상, 깊은 바다색이라고 해야 할까요. 처음 보는 순간 너무나 감격스러웠어요. 어떻게 이런 색이 만들어졌을까 하고요. 이렇듯 그림은 색 하나로 관객들이 무한한 생각을 펼칠 수 있게 합니다.”



이슬처럼 순수한 존재 '화가'


작가의 유일한 출구이자 소통은 작품이다. 작가들은 작품을 통해 관객과 소통하며 자신의 작품세계를 펼쳐나간다. 이 순간이 화가들에게 가장 행복한 순간이다.


“너무 행복하죠. 제 작품을 보고 좋아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게 좋잖아요. 그게 보람이고 행복이라고 생각합니다.”


세상에서 자신이 가장 하고 싶은 일, 가장 좋아하는 일! 화가는 그림을 통해 세상 사람들에게 마음의 힐링을 준다. 과정은 곧 고독이다. 그럼에도 포기할 수 없는 건 왜일까?


“작품을 통해 나를 알리고 제 이름 석자를 남기는 거죠. 먼 훗날 저런 사람이 저런 시대에 저런 그림을 그렸었구나 하는 걸 걸 남기는 것만으로도 가치 있는 일이 아닌가요?”


그는 여전히 다양한 재료를 탐구 중에 있다고 말했다. 작가와 재료도 잘 맞아야 하는데 한지의 물성이 잘 맞는다는 그는, 아직 우리나라의 환경이 작품 활동을 해나가는 데 어려 움이 많은데 대해서도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좋은 작품을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작품 활동에만 전념해야 하는데 우리 현실이 그렇질 못하다는 의미다. 직접 전시회도 열어야 하고 관객들과 소통도 해야 하는 건 작가들의 공통된 어려움이라 는 설명이다.



“운 좋게도 저는 아트리에 윤중환 대표의 초대를 받아서 개인전을 갖게 됐습니다. 미술작품에 대한 관심이 많은 분이셨는데 우리 문화예술을 살리기 위해 작가들과 함께 하고 싶다는 말을 듣고 큰 감동을 받았죠. 앞으로 이런 분들이 많아졌으면 합니다.”


작가는 이슬 같은 존재라고 말한 김 화백은 그만큼 순수해야 된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감성이 뛰어나고 손기술이 우수한 민족인 만큼 작품성이 두각들 드러낸 작가들도 많다. 그는 대한민국의 작가들이 세계무대에서 우뚝 설 수 있도록 세심한 관심을 기울여주었으면 좋겠다고 잔잔한 소감도 전했다. 자연의 사물을 빌려 작가 자신의 생명의 약동을 드러내려든 데서 그림을 시작했다는 김성수 화백. 그는 그림을 그리면서 ‘사유’를 앞세워온 작가다. 자연을 사유화할 때 사용했던 색료의 밝음과 어둠은 다시 모노크롬 화면으로 대체됐고, 또 다시 거친 질감과 색감의 형태로 알 수 없는 심연의 정신세계를 표현하고자 노력한다. 그가 표현해 나가고자 하는 작품세계에 우리 가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MeCONOMY magazine February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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