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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가상화폐’...주요국들, 제도권으로 편입해 관리

“文정부 정책철학 부재, 정기준 실장 사망과 무관치 않아”


<M이코노미 박홍기 기자> 지난달 18일 가상화폐 대책업무를 맡아오던 정기준 국무조정실 경제조정실장이 향년 53세의 나이로 돌연 사망했다. 이날 오전 서울 자택에서 잠을 자다가 숨진 정 실장의 정확한 사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가상화폐 대책업무와 관련해 받은 과도한 스트레스가 원인일 것이라는 추측에 무게가 실린다. 정 실장이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최근 열린 가상통화 규제·세제·회계 분야 이슈 점검’세미나에서는 이 같은 상황이 문재인 정부의 가상화폐와 관련한 정책철학 부재와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안타까운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정부의 가상화폐 정책에 대한 문제점과 바람직한 방향성을 짚어봤다. 

지난달 20일 전국경제인연합회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가상통화, 규제·세제·회계 분야 이슈 점검’ 세미나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대부분 비트코인 등 가상통화를 제도권으로 편입해 과세나 회계처리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가상통화의 해외 규제사례와 시사점’이라는 주제로 발제를 맡은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 회장은 “미국, 일본 등 주요국들은 가상통화를 제도권으로 편입해 관리하고 있다”며 “이들 국가들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미국이나 일본은 세금을 매기고 거래소 인가제나 등록제를 실시하는 등 가상통화를 제도권에 편입하고 있는 추세다. 

김병일 강남대 교수는 ‘가상통화 과세방안 모색과 평가’라는 주제의 발제를 통해 “대부분 국가가 가상통화의 자산적 성격과 결제수단으로서의 성격을 인정하는 과세방안을 마련하고 있다”며 “우리나라 역시 가상통화 거래에 대해 사업소득세, 법인세, 양도소득세, 상속·증여세, 부가가치세 과세를 위해서는 가상통화의 법적 성격을 명확히 하고 입법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가상통화는 가상적이고 인터넷상으로만 존재하지만 거래소에서 시장가격이 형성되어 있기 때문에 재산이며 자산에 해당한다”며 “양도소득세 과세대상에 포함하는 것을 적극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또 ‘가상통화 관련 회계처리 이슈’를 주제로 발제한 이한상 고려대 교수는 “비트코인을 계속 보유한다면 결산일 현재 공정가치인 시장가격으로 평가하여 당좌자산으로 회계처리 하거나, 보수적으로 인식하지 않고 비트코인 보유 현황과 가격추이에 대해 공시하는 방법을 고려해 볼만하다”며 “가상통화에 대한 회계정책을 개발하고 일관되게 따른다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가상통화에 대한 회계처리 안이나 가이드라인에 대한 제정 연구는 시급한 과제라는 점을 강조했다. 

정부의 정책철학 부재가 두 명의 목숨 앗아

이군희 서강대 교수는 이날 발제자들이 발표를 마치자 토론시간을 통해 “정부정책에서 가상화폐에 대한 방향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문제점”이라고 지적하면서 “정부에서 가상화폐를 어떻게 볼 것인지가 정해지지 않으면 아무리 회계 등을 얘기해도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이 과세나 회계 등을 논하기 전에 정부의 정책적 철학의 정립이 선행돼야 한다는 의미다. 

관련해 이 교수는 정책철학의 부재가 정 실장의 죽음과 연관이 있다고 봤다. 그는 지난 2000년대 초중반 ‘LG카드 사태’ 때 관련 조사를 담당하다 과로사 했던 금융감독원 직원의 사례를 언급하면서 “당시 굉장히 속상했던 일이 있었는데 지금까지도 그대로 문제가 연결되고 있다”며 “(두 사건 배경에는) 리더십의 부재, 정책의 부재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당시 LG카드 대주주들의 내부자거래 의혹에 대한 조사를 담당했던 박 모 팀장은 조사과정에서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아 2005년 3월9일 향년 51세 나이에 뇌출혈로 사망한 바 있다.

이 교수는 “옳고 그름에 대한 정책적 철학이나 원칙이 없다보니 리더들이나 정부정책자들이 여론과 청와대 눈치 보기 바쁘고 책임 떠넘기기에 바쁘다. 그러다보니 집행하는 실장이나 밑에 사람들이 헷갈리는 것”이라며 “방향이 제시되면 집행진들은 훨씬 더 많은 일을 편하게 할 수 있는데 리더가 없고 정책철학이 없는 상태에서 실무진한테 (업무를) 맡기다보니 아무 일도 못하면서 엄청난 스트레스만 받는 것이다. 그래서 LG카드 사태 때도 과로사한 일이 생겼고 이번에도 다르지 않다”고 꼬집었다.

지금은 흥선대원군 쇄국정책 보는 듯해

박상기 법무부장관은 지난 1월11일 가상화폐 거래소를 폐쇄하겠다고 언급하면서 큰 파장을 일으켰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월18일 가상화폐를 두고 “법적 지급수단을 갖추지 못하고 화폐의 기능도 못 한다”고 지적했다.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의 경우 최근 “가상화폐에 대한 정상적인 거래가 이뤄지도록 지원하겠다”며 입장을 선회하긴 했지만,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가상화폐는 나중에 버블이 확 빠진다. 내기를 해도 좋다”거나 “법무부를 중심으로 (가상화폐에 대한) 규제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강경발언을 한 바 있다. 이처럼 가상화폐 관련해 정부 고위관료들은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일관성 없이 혼란을 야기하면서 대부분 부정적 입장을 관철해왔다. 


이 교수는 이에 대해 “지금 일어나는 상황들을 보면 흥선대원군의 쇄국정책과 굉장히 비슷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고 평가했다. 그는 “(흥선대원군은) 서양문물을 한국사회에 빠르게 흡수시켜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는 고민을 하지 않고 일단 체제의 위협이라고 생각해 국민들에게 혐오감과 증오감을 심어줬다. 서양문물은 무조건 나쁜 것이라고 규정짓고 그것을 통해 쇄국정책을 펼쳤는데 지금 (정부가 가상화폐를 규제하는) 모습이 그런 모습이 아닐까 우려 된다”면서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시킨다 해도 인터넷으로 얼마든지 해외에 있는 거래소를 이용할 수 있고 개인적인 선물거래도 가능하다. 이미 글로벌화 돼있기 때문에 국내에서 이정도 규제한다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스위스, 가상화폐 규제 가이드라인 발표

세계 가상화폐 시장의 허브가 되겠다고 천명한 스위스는 지난달 16일(현지시간) 가상화폐 규제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스위스 연방금융감독청(FINMA)은 이날 가이드라인을 내놓은 이유가 시장 참여자들을 위한 투명성 확보라고 강조하면서 “다양한 가상화폐의 규제는 사안별로 판단해야 하고 금융법이나 규제가 모든 ICO(가상화폐공개)에 일괄 적용될 수 없다”고 밝힌바 있다. 

이 교수는 스위스가 내놓은 규제 가이드라인을 언급하면서 우리도 가상화폐를 기존의 틀에 끼워 맞추려는 정책보다는 가상화폐의 특수성을 인정하고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어 그에 맞는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이 교수는 “스위스가 내놓은 ICO 규제 가이드라인에는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하는 가상화폐가 현재 금융시장을 변화시킬 수 있는 새로운 원동력이고 앞으로 미래금융에서의 모습이라는 기본적인 철학이 깔려있다”며 “이것을 가지고 어떻게 하면 안정적으로 유용한 신기술들을 흡수해 소화시킬 것이냐는 부분을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가상화폐는 3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다. 지급결제를 목적으로 하는 경우와 증권 등 자산으로 기능하는 경우, 또 우리에게는 친숙하지 않지만 어떤 서비스를 위해 중개역할을 하는 유틸리티 코인의 경우로 나눠 과세 등에 대한 명확한 규정을 만들었다”며 “앞으로 이와 같은 선진국들이 모습을 보고 배우면서 우리 금융시장에서도 빠른 시간 내 신기술들을 흡수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사토시 나카모토가 의도한 비트코인 세상

2008년 등장해 아무런 족적도 없이 사라져버린 사토시 나카모토는 가상화폐의 대장 격인 비트코인의 창시자다. 이 교수는 사토시 나카모토가 크게 두 가지 목적을 두고 비트코인을 만들었다고 설명하면서, 가상화폐가 그가 의도했던 기능을 충실히 이행한다면 앞으로 금융시장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사토시 나카모토는 은행 등 금융기관에 대한 불신이 있었다. 그 배경에는 (예를 들어) 내가 100만 불을 가지고 있는데 글로벌 금융위기 때 중앙은행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돈을 막 찍어 냈고 그러다보니 내가 가지고 있는 100만불에 대한 가치가 하락했다는데 있다”며 “화폐는 서로 신뢰할 수 있는 트러스트 시스템이라 돈을 가지고 있으면 그 가치를 가지고 있다는 믿음을 줘야하는데 중앙은행에서 그것을 배신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두 번째 이유는 뭘까. 바로 은행 등 금융기관이 중개인 자격으로 챙기는 과한 거래수수료에 대한 반감이다. 이 교수는 “예를 들어 내가 나이지리아에 있는 어느 빈민가에 1,000원을 기부하고 싶은데 수수료가 2만원이면 (기부를) 하겠는가?”라며 “사토시 나카모토는 작은 금액이라도 누구나 수수료 없이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자 비트코인을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가상화폐의 가격이 급등하면서 투기처럼 돼있지만 가격을 안정시키면서 사토시 나카모토가 생각한 올바른 비트코인의 세상으로 들어가게 되면 금융시장에서 굉장히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싫든 좋든 세상은 달라지고 있고 가상화폐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을 여전히 뜨겁다. 현재 가상화폐 가격이 급등하면서 투기처럼 돼 있는 것도 사실이다. 정부가 글로벌 추세를 명확히 파악한 후 하루빨리 정책방향을 설정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MeCONOMY magazine March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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