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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M경제매거진] 토지공개념 구현, 결국은 정책 실현 의지 문제

 

[M이코노미 김선재 기자] 보수·진보할 것 없이 정권마다 들썩이는 집값을 잡아보겠다며 저마다 부동산대책을 쏟아냈지만, 그동안 서울 집값은 ‘강력하다는’ 정부의 부동산대책을 비웃기라도 하듯 대책의 허점을 파고들며 몸값을 키웠다. 그 결과 부동산을 많이 갖고 있는 소수의 자산은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소득 격차·양극화는 더욱 심해졌다. ‘공정·공평’ 경제를 핵심 가치로 내세운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 시장을 잡기 위해 ‘토지공개념’을 적극적으로 적용했다. 토지공개념이 적용된 정부의 9·13 부동산대책 발표 이후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던 서울의 아파트 가격 상승세가 주춤한 것을 보면 어느 정도 효과는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언제 치솟을지 모르는 것이 한국의 부동산 시장. 토지라는 공공자산이 소수에 의해 사실상 독점되고, 거기에서 발생하는 이익이 오로지 그들에게 돌아가는, 그래서 절대 다수가 어려움을 겪게 되는 부동산시장의 현주소를 바꾸기 위해서라도 토지공개념이 우리 부동산정책에 더 적극적으로 반영돼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TV를 보거나 길을 걷다 보면 각종 부동산 광고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또 서울이라는 대도시 속에서 살면서 눈길 닿는 곳마다 땅 위에 높게 솟은 빌딩 숲, 아파트 숲이 자리하고 있다. 저마다의 규모와 시설 등을 뽐내며 존재감을 과시한다. 많은 사람, 특히 청년이라면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저렇게 많은데, 왜 이렇게 비싼 거야?’

 

10억원, 20억원이 우스운 서울의 아파트 가격. 언론 보도에 따르면 서울 반포의 한 아파트는 30억원 넘는 가격에 거래가 이뤄졌다고 한다. 그야말로 입이 떡 벌어지는 가격. 살라고 만든 집인데, 살 수가 없다. 사실 서울의 집값은 항상 비쌌다. 정부나 시장에서 집값이 떨어졌다고 하는 때에도 집값은 비쌌다. ‘내 집을 가져보겠다’는 꿈을 꾸는 서민들은 열심히 일해서 돈을 모아도 도통 따라갈 수 없는 집값에 절망하고, 어쩔 수 없이 은행에 손을 벌린다. 수십년의 상환 기간에 이자를 감수하고 말이다. “이 집 내가 산 거 아니야, 은행이 사준 거야”라는 웃픈 말이 괜히 나오겠는가. 어쨌든 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아 집을 사고, 수십년 동안 꾸준히 상환해 대출금을 모두 갚았다. 그때 그 집값은 내가 샀을 때보다 올랐을까, 떨어졌을까?

 

지방에서 서울로 상경한 한 청년이 지낼 집을 알아보고 있다. 만만치 않은 가격에 집 구하기가 쉽지 않다. 손바닥만 한 원룸의 전세가가 1억원이 우습다. 무슨 동네 개 이름도 아니고, 겨우 5~6평짜리 원룸인데 말이다. 위치 좀 좋고 시설이 갖춰져 있다 싶으면 2억원을 넘는 것은 일도 아니다. 그렇다고 월세를 구하자니, 한 달에 50만~60만원씩이나 하는 세를 감당하기 어렵다. ‘조물주 위에 건물주’라더니 건물주인 어르신이 정말 부러워졌다. 청년의 머릿속에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나도 나중에 돈 많이 벌면 건물 사서 세 놔야지.’

 

부동산 ‘단타족’…5년간 26조 매매차익 거둬

 

‘돈 있으면 땅에 투자하라’는 말이 있다. 그동안 한국 사회 전반에 걸쳐 사람들의 머릿속에 자리 잡은 ‘부동산 불패 신화’가 낳은 말이다. 집값이 오르는 것은 사실상 그 집에 들어선 토지의 가격이 오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서울의 집값이 오르는 것은 결국 인구 대비 집이 부족하기 때문이고, 이것은 집을 지을 공간, 즉 땅이 부족하다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서울의 인구밀도는 1만6,364명/㎢(2015년 기준, 통계청). 전국 1위다. 인구가 이렇게 밀집돼 있는데, 집은 부족하니, 가격이 오르는 것은 당연하다. 주택 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말이 나오고, 이를 위해 국토교통부가 서울의 그린벨트를 해제하겠다고 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최근에는 경기(景氣)침체와 낮은 금리, 마땅한 투자처 부재 등 복합적 원인으로 시중 유동성 대부분이 부동산으로 몰려 서울 아파트 가격으로 대표되는 부동산 가격이 어마어마하게 올랐다. 특히, 시세차익을 노린 투기세력들이 몰리면서 부동산 가격 상승에 기름을 부었다.

 

국세청의 2012~2016년 보유기간별 부동산 양도소득세 신고 현황에 따르면 2012년 72만4,443건이던 부동산 거래 건수는 2016년 91만2,878건으로 26% 늘었고, 매매차익은 같은 기간 31조626억원에서 55조8,449억원으로 80% 증가한 213조29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기간 시세차익을 위해 3년 내 부동산을 사고 파는 ‘단타족’들의 부동산 거래 건수는 16만2,649건에서 24만1,043건으로 48% 늘었는데, 이들이 올린 매매차익은 3조5,042억원에서 7조9,874억원으로 128% 증가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보유 기간 1~2년 내 거래 건수와 수익은 급격한 증가세를 보였다. 보유 기간 1~2년 부동산 거래는 2012년 3만3,774건에서 2016년 7만8,087건으로 131% 증가했고, 같은 기간 매매차익은 5,708억원에서 2조2,679억원으로 297% 치솟았다 3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이 기간 단타족들이 올린 매매차익의 합은 26조4,345억원에 달했다.

 

부동산을 가진 사람들은 시세차익을 노리거나 갖고 있는 부동산을 임대하는 방식을 막대한 부를 손에 쥐게 된다. 그리고 그것은 다른 부동산에 대한 투자 혹은 투기로 이어진다. 그들은 결국 부동산을 통한 ‘불로소득’으로 계속 돈을 벌게 되는 것이다. 반면, 부동산을 소유하지 못한 사람들은 필요한 부동산을 임대하는 데에만 엄청난 빚을 지게 된다. 결국 한국 사회에서 부동산 보유 여부는 부를 축적할 수 있느냐 없느냐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 된 것이다.

 

한국은 자본주의 시장경제체제이기 때문에 우리 헌법은 토지 보유 등 개인의 재산권을 보장하는(헌법 제23조) 동시에 제122조(국가는 국민 모두의 생산 및 생활의 기반이 되는 국토의 효율적이고 균형있는 이용·개발과 보전을 위해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그에 관한 필요한 제한과 의무를 부과할 수 있다)를 둬 공공의 이익을 위해 재산권의 일부를 제한할 수 있는 ‘토지공개념’을 담고 있다. 헌법에 ‘토지공개념’이 명시된 이유는 필요한 만큼 무한하게 생산할 수 없고, 현세대와 미래세대가 살아갈 삶의 터전이라는 토지의 성격 때문이다.

 

그런 만큼 하위법들이 개인의 토지 소유로 발생할 수 있는 공공의 이익 침해라는 문제점을 견제해야 하지만, 지금까지 우리 법은 개인의 토지 소유라는 재산권 보호에 너무 치중한 나머지 그것을 공공의 이익을 위해 일부 제한할 수 있다는 부분에 대한 보장은 제대로 하지 않았다. 그렇다 보니 부동산의 소유가 지나치게 강조되고, 거기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이익이 부동산 소유자에게 모두 귀속되는 상황이 이어져 지금에 이르렀다. 이것이 지금의 부동산 문제를 가져온 근본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특정 개인이 소유한 재산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공공의 이익을 위해 쓰여야 하는 토지의 성격상 거기에서 발생하는 이익이 국민 모두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그것을 사회로 환원할 수 있는 장치가 있어야 하는데, 그것이 없거나 상당히 약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예나 지금이나 돈이 있으면 있는대로, 없으면 빚을 내서라도 부동산을 구매하려고 한다. 부동산은 진 적이 없기 때문이다.

 

토지공개념 구현, 경제성장에 도움

 

하지만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는 것은 시장의 역동성 측면에서 상당히 부정적이다. 집을 사거나 전세를 얻으려면 은행 대출을 받아야 하고, 대출을 받으면 원리금 상환으로 인해 가계의 가처분 소득이 줄어 소비가 침체된다. 소비침체는 기업의 수익성 악화로 연결, 기업은 고용과 투자를 줄이게 되고, 그로 인한 일자리 감소는 결국 가계 소득을 감소시킨다. 악순환이다. 기업 입장에서도 과도한 부동산 가격의 상승은 비용 부담을 높이는 원인이 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토지공개념 구현이 경제성장에 기여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조영철 참여연대 조세재정센터 실행위원은 “세계은행(World bank)은 한국이 고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로 ‘좋은 인적자원’을 첫 번째로 꼽았는데, 이것은 1950년대 말, 1960년대 초 한국은 다른 개발도상국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교육수준이 높았기 때문이다. 이것이 가능했던 근본적 이유는 농지개혁”이라면서 “국민 대다수가 소작농이었기 때문에 교육열이 있어도 돈이 없어서 자녀들을 학교에 보내지 못하고 있었는데, 농지개혁을 통해 모두가 자작농이 되면서 소작료를 낼 필요가 없어졌다. 결국 돈에 여유가 생기면서 딸까지 모두 학교에 보내기 시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 위원은 “토지가 엄청난 한국 사회 불평등의 원인이 됐고, 성장잠재력을 훼손시키는 주범이 됐다”며 “농지개혁과 같은 혁명적 개혁을 할 수 없겠지만, 그런 마음가짐으로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기업 토지+자유연구소장은 “부동산 불로소득을 추구하는 것은 투기인데, 이로 인해 우리나라 땅값은 너무나 높아졌다. 세계 최고의 지가다. GDP 대비 4.3배로 다른 나라에 비해서 1.7~3.4배 높다”면서 “우리나라 땅을 모두 팔면 캐나다 땅의 두 배를 살 수 있고, 호주 땅의 1.5배, 미국 땅의 5분의 1을 매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부동산에서 발생한 소득은 2007~2016년까지 GDP의 30% 이상이었다. 10년 평균이 무려 37.1%에 달한다. 2016년에만 374조6,000억원의 부동산 불로소득이 발생한 것으로 추산된다”면서 “이같은 부동산 불로소득의 발생은 소득불평등에 30.7% 기여(귀속임대소득·자본이득 포함시, 상대기여도)했다”고 분석했다. 소득 불평등의 가장 큰 원인은 근로소득이지만, 그것은 생산성 격차를 상당 부분 내포한다. 반면, 부동산 소득은 생산성과 무관한 소득이기 때문에 사실상 부동산 불로소득이 소득 불평등의 주범이라는 설명이다.

 

‘토지공개념’ 급부상…9·13 대책으로 서울 집값 상승 주춤

 

이처럼 토지공개념의 구현은 우리 사회의 중요한 과제가 됐다. 관련해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9월12일 “토지가 공급이 안 돼 집값이 오르는 구조이기 때문이 이를 극복하기 위한 종합대책을 정부가 모색 중”이라며 “토지공개념을 도입한 것이 1990년대 초반인데, 20년 가까이 실체를 만들지 않아서 토지가 제한 공급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 토지공개념이 처음 정책적으로 실현된 때는 노태우 대통령 시절이다. 당시 정부는 연간 20%씩 상승하는 집값을 잡기 위해 개인의 토지 소유 개발이용 처분 등에 관해 법적으로 제한을 가할 수 있는 토지공개념의 입법화를 추진했다. 노태우 정부는 토지공개념이 필요한 이유를 4가지로 정리했는데, ▲도시화·산업화로 토지 수요는 높지만, 공급은 제한된 것 ▲지가의 지나친 상승으로 소득 불균형 및 물가 불안 야기 ▲개발이익이 토지 소유주에게 이전되는 것 ▲법인의 과도한 토지 소유 등이다. 20년 이상 흐른 지금도 상당히 해당되는 내용이다. 이를 바탕으로 토지공개념 실현을 위한 ▲택지소유상한제 ▲개발이익환수법 ▲토지초과이익세법(이하 토초세법) 등을 제정됐다. 하지만 택지소유상한제와 토지초과이익세법은 위헌 및 헌법불합치 판결을 받았고, 지금은 개발이익환수제와 수정된 토초세법 시행 중이다.

 

9월13일 정부가 발표한 ‘9·13 부동산 대책’은 토지공개념을 적극적으로 반영해 고가의 부동산을 보유한 사람과 부동산을 많이 보유한 사람에게 더 많은 종합부동산세를 걷는 것이 골자다. 내년 1월1일부터 3주택 이상 보유자와 조정대상지역 내 2주택 이상 보유자는 현행보다 0.1~1.2%p까지 세율을 누진적으로 인상돼 최대 3.2%의 세율이 적용되고, 조정대상지역 외 2주택 이상 보유자와 시가 18억원 이상의 1주택자에 대해서는 과표 3억~6억원 구간을 신설, 현행보다 0.2~0.7%p까지 세율이 누진적으로 인상된다. 또한 당해연도에 납부하는 보유세가 전년도 재산세와 종부세의 150%를 초과하지 못하도록 한 것도 3주택 이상 보유자와 조정대상지역 내 2주택자에 대해서는 300%까지 확대한다. 이밖에 규제지역 내 2주택 이상 보유자의 신규 주택 구입 및 전세자금대출이 금지되고, 공정시장가액비율도 2022년까지 100%로 상향조정하기로 했다.

 

‘9·13 부동산 대책’ 이후 서울의 집값 상승은 둔화됐고, 강남3구(강남, 송파, 서초)의 일부 아파트 가격은 하락하기도 했다. 10월25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서울 전체 집값 상승폭은 7주째 둔화했고, 강남의 집값은 ‘9·13 부동산 대책’ 발표 6주 만에 처음으로 하락했다. 10월22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0.03% 올랐다. 0.05% 오른 전주 대비 0.02%p 떨어진 것이다. 고가 아파트가 많은 강남3구는 매매가가 하락 전환했다. 송파구는 0.04% 떨어졌고, 강남구와 서초구는 각각 0.02%씩 하락했다. 강남구와 송파구는 3개월, 서초구는 4개월여만의 하락이다. 하지만 언제 또다시 천정부지로 오를지 모르는 것이 서울의 부동산. 이에 전문가들은 토지공개념을보다 적극적으로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재산세 중심 보유세 확대돼야

 

지난달 5일 국회 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열린 ‘토지공개념,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부동산 세제와 주택정책을 중심으로’ 토론회에서 서순탁 서울시립대학교 도시행정학과 교수는 재산세 중심의 보유세 확대를 통해 토지에서 발생한 이익을 더 많이 사회로 환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 교수는 “1960년대 지가 증가율은 연평균 50%를 넘었고, 1970년에는 30%, 1980년도는 25%, IMF 이후 2000년도에는 과거보다 낮은 수준이지만, 상당히 높은 수준, 최근에는 다시 가격 급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상위 5%가 전국 사유지의 65%를 소유하고 있다는 통계 발표가 나오면서 토지공개념이 헌법에 재정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됐지만, 토지 소유의 편중과 부의 불평등 심화는 그 뒤로도 크게 나아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확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남한 국토면적이 10만㎢인데, 산과 농지를 빼고 개발이 가능한 도시형 토지는 15% 정도인 1만5,000㎢ 수준이다. 여기에 5,000만명이 살고, 특히 대도시에 몰려 있다. 한국 사회는 지구상에서 유례없이 높은 인구밀도를 갖고 있다”며 “그래서 토지 수요가 많은 구조적 특성을 갖는데, 거기에서 유례없는 경제성장을 거듭해오면서 발생한 풍부한 유동성과 투기적 거래가 토지 수요를 더 팽창시켰다”고 분석했다.

 

또한 “한국 사회는 ‘기대지가의 실현’을 경험했다. 10년 전 강남의 아파트가 평당 5,000만원 갈 것이라는 전문가의 예상을 그때는 아무도 믿지 않았지만, 지금은 평당 1억원이 넘는 곳도 있다”면서 “이런 현상은 사회적으로 ‘아, 기대했던 지가가 실현되는구나’라는 심리를 팽창시키기 때문에 돈이 있으면, 돈이 없더라도 빌려서 이런 사회적 심리에 편승하고 싶은 요인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장에 조금만 자극이 주어지면 급등하는 현상이 지금도 발생하는데, 근본적인 제도 변화 없이는 앞으로도 일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서 교수는 새 토지에 주택을 지어 공급하는 것 외에 주택을 많이 갖고 있는 사람들이 그 집을 시장에 내놓게 하는 것도 훌륭한 주택 공급 방법이라며 보유세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보유세가 강화되는 만큼 시장에서 주택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양도소득세는 낮춰줄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OECD와 비교해봤을 때 우리나라는 보유세 비중은 매우 낮고, 거래세 비중은 매우 높은 편”이라며 “정책 방향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보유세 강화 패키지로 거래세 대폭 완화, 양도소득세 증과 폐지를 제안하는데, 저는 양도소득세 조차도 패키지로 완화하는 과감한 선택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보유세를 강화하면 부동산을 많이 갖고 있는 사람의 세 부담이 커지게 되고, 결국은 내다 팔아야 하는 상황이 생기기 때문이다. 양도소득세를 낮춰 시장에 매물이 더 많이 나올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제안이다.

 

이와 관련해 조영철 참여연대 조세재정센터 실행위원(고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은 양도소득세 등 거래세 인하 주장에 반대했다. 조 위원은 “우리나라는 전체 자산 중 부동산 자산이 압도적으로 높은 나라다. 그렇기 때문에 GDP 대비 부동산 관련 세금 비율이 당연히 높다”면서 “그러나 부동산 자산 규모에 비해서 세금을 내는 비율은 굉장히 낮은 나라다. 이미 세율이 굉장히 낮은 상태이기 때문에 보유세를 올린다고 해서 양도소득세 등 거래세를 낮출 필요는 없다”고 주장했다.

 

고장 난 토지 발생 이익 환수장치, 제대로 고치자

 

김성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부동산국책사업 팀장은 “토지로부터 발생하는 불로소득이 개인의 재산증식 수단으로 가지 않도록 사회가 일정한 개입을 할 필요가 있다”며 개발이익환수제, 공평과세 등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환수장치를 제대로 고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팀장은 김태동·이근식 교수의 저서 ‘땅, 투기의 대상인가, 삶의 터전인가’에서 소개된 토지의 경제 정의(▲누구나 주거생활에 필요한 토지를 보유할 권리가 있다 ▲재산증식의 수단이 아닌 생활과 생산을 위한 수단으로 쓰여야 한다 ▲정부는 투기를 척결하고 땅값을 안정시켜야 한다 ▲불로소득은 반드시 사회로 환원돼야 한다 ▲토지는 실명으로 거래돼야 하고 등록돼야 한다)를 소개하며 “토지 소유의 편중, 주택소유의 편중이 심화돼 소득 불평등·양극화가 심화되는 악순환이 계속 된다”고 지적했다.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상위 1%의 주택수는 6.5채로, 9년 전 3.2채에 비해 2배 정도 늘었고, 상위 1% 법인 소유의 토지가액은 2004년 330조원에서 2016년 1,270조원으로 4배 가까이 올랐다.

 

김 팀장은 “왜 계속 이런 불평등한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느냐하면 여러 가지 불로소득 환수장치들이 있지만, 그것들이 많이 미흡하거나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여전히 불로소득의 사유화를 방치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2016년 기준 개발부담금 부과액은 3,320억원으로, 2010년 2,823억원에 비해 500억원 증가에 그쳤다. 그러나 한국은행이 공개한 민간부문 땅값은 같은 기간 1,000조원 상승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개발이익환수는 부과율이 1990년 도입 당시 개발이익의 50%였지만, 외환위기 이후 25%로 후퇴했고, 산정기준과 그범위에 대한 논란도 남아 있다”고 덧붙였다.

 

토지공개념 정책의 일환으로 도입된 공시지가 제도 역시 시세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부동산 유형별 형평성이 어긋나 불로소득 사유화를 조장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 팀장은 “2005년 부동산 가격 공시제도 도입 이후 아파트는 시세의 70~80%를 반영하며 지방의 1억~2억원 서민아파트까지 보유세를 시세 수준으로 십년 넘게 부담해왔지만, 재벌 오너들이 많이 살고 있는 고급 단독주택이나 상업 업무빌딩은 시세의 40~50%에 불과해 서민들보다 보유세를 덜 내는 특혜를 누리고 있다”면서 “경실련 조사 결과 5대 재벌이 서울에 소유하고 있는 35개 빌딩의 시세반영률은 평균 39%로, 연간 보유세 특혜액이 2,000억원 이상이다. 공시지가만 제대로 반영돼도 보유세액 자체가 늘어날 수 있다는 연구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9·13 부동산대책’을 통해 정부는 종부세율 인상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이것이 실효세율 강화로 갈 수 있을지는 회의적”이라며 “세율을 인상하더라도 법인이 소유한 토지에 대해서는 종부세 인상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개인이 많이 갖고 있는 주택 중심으로 세율 인상이 들어갔기 때문에 여전히 전체적으로 ‘공평과세’를 달성하기에는 미흡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경기도, 기본소득형 국토보유세 제안

 

관련해서 경기도는 토지공개념 구현 수단으로 토지세와 토지배당을 결합한 기본소득형 국토보유세를 제안했다. 토지를 보유한 사람들에게 일정 세금을 걷고, 걷힌 세금을 국민들에게 나눠준다는 것이 기본 개념이다. 보유세를 걷어 국민들에게 나눠주는 이유는 토지에 대한 권리는 모든 국민들에게 있기 때문이다.

 

10월8일 국회 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열린 ‘기본소득형 국토보유세 토론회’에 참석한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자동차를 보유하고 있다는 이유로 연간 자동차 가격의 2% 정도에 해당하는 자동차세를 내는데, 부동산 자산에 대해서는 0.3% 이하의 세금을 내고 있다”며 “자동차는 소모되는, 결국 없어지는 자산임에도 불구하고 2%의 세금을 내는데, 수익이 생겨나며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개인이 만들어낸 것도 아닌, 우리 모두의 것이라고 할 수 있는 토지에 대한 세금은 자동차세의 7분의 1, 10분의 1에 불과하다는 것은 매우 불평등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토지는 소수의 부자들만 갖고 있고, 자동차는 서민들도 갖는다. 결국은 영속하지 않고, 소모되고 수익도 없는 자동차세의 세율은 놓고, 영속하면서도 수익까지 나는 부동산 세율이 낮은 진짜 이유는 소수의 부동산 소유자들이 정책 결정에 집중적으로 관여했기 때문이 아니냐는 강한 이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모두가 함께 사는 세상에는 모두가 이익되는 방향, 다수에게 이익되는 방향으로 제도가 설계돼야 한다”며 “국토보유세를 통해 불평등도 완화하고 부동산 불로소득 공화국이라는 오명에서도 벗어나고, 그것을 재원으로 해서 적게나마 기본소득으로 만드는 제도에 국민들이 동의한다면 그때부터는 큰 저항 없이 조금씩 확대해나갈 수 있지 않겠느냐는 정책 아이디어를 냈다”고 덧붙였다.

 

사실 기본소득형 국토보유세는 이 지사가 성남시장을 지낼 때 대선 출마를 선언하고 내놓은 대선공약이었다. 당시 그는 “토지 소유로부터 얻어지는 불로소득이 300조가 넘는데 여기에 과세가 잘 이뤄지고 있지 않다”면서 국토보유세 신설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어 “국토보유세는 오로지 기본소득으로만 쓸 수 있게 목적세로 설계해 이를 전 국민에게 다시 나눠주는 개념”이라며 “이렇게 되면 국민의 95%가 자기가 낸 것보다 더 많이 받게 되고, 5%만이 손해를 보게 된다”고 설명했다.

 

IMF·OECD “토지보유세, 세금 중 가장 성장 친화적”

 

남기업 소장은 “국토보유세는 투기와 비경제활동·지대추구행위가 차단돼 불평등이 해소되고, 투기를 노리는, 시장에서 퇴장한 토지가 시장에 재등장하는 등 토지의 효율적 사용을 도모할 수 있으며 경제성장에도 기여하는 등 토지공개념을 실질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수단”이라며 국토보유세 도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IMF와 OECD등 국제기구는 토지보유세(국토보유세)가 모든 세금 중 가장 성장 친화적이고 효율성과 형평성 양면에서 보유세 강화를 강력하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했고, 특히 선진국은 부동산 보유세를 GDP의 2% 이상 수준으로 강화할 것을 권고했다”면서 “2015년 기준 미국, 일본, 영국 등 OECD 주요 15개국의 보유세 실효세율 평균은 0.39%인데, 한국은 0.16%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남 소장은 국토보유세 도입을 위한 ▲종부세 대체 ▲종부세의 용도별 차등 과세 폐지 ▲토지분 재산세 환급 ▲모든 토지에 과세 ▲공정시장가액비율 폐지 ▲세수 전액의 토지배당 등 6가지 원칙을 제시하며, 국토보유세를 징수하고 국민에게 배당했을 때 1인당 30만원씩 배당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남 소장은 “최신 토지소유통계인 2012년 기준으로 19조6,520억원의 국토보유세를 징수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여기에서 2012년 토지분 재산세(5조150억)와 2018년까지 공시지가 상승분(20% 상정), 올해 종부세 수입(17조5,640억원, 단순추정)을 감안하니 15조5,000억원의 세수 순증이 있을 것으로 추산됐다”며 “5,000만 국민에게 배당했을 때 1인당 30만원씩 배당금을 지급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2015년 가계금융복지조사 데이터를 사용해 백분위 가구별 순부담(국토보유세 금액-토지배당 금액)을 시뮬레이션한 결과 전체의 95%가 순수혜를 누리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공시가격 10억원, 시가 14억~15억원 정도의 주택을 소유한 사람은 더 많이 부담하게 된다. 토지소유통계에 따르면 40.1%의 세대가 땅을 한 평도 가지지 않았다. 이들은 오로지 수입만 증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정치권이나 정부에서 보유세 강화를 부담스러워하는 이유가 만만치 않은 조세저항 때문인데, 국토보유세와 토지배당을 결합하면 이를 상당히 완화 시킬 수 있고, 땅값 안정은 물론, 땅값의 혜택을 전 국민이 다 누릴 수 있기 때문에 지역간 격차 및 수도권 위주의 정책으로 인한 지방 소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토지분·건물분 세금 분리 등 기술적 어려움 해결해야

 

전문가들은 국토보유세 및 토지배당에 찬성하면서도 2004년 종부세 도입으로 합쳐진 토지분과 건물분 세금을 정확하게 분리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정훈 재정정책연구원장은 “토지세가 좋다는 것은 이론적으로 명확하다. 한국의 경우 대도시에서 대부분 살고 있는데, 대도시 지가가 엄청 높아져 있기 때문에 그 타당성이 다른 나라보다 더 크다고 할 수 있겠다”면서도 “2004년 종부세를 도입하면서 토지와 건물을 합쳤는데, 실질적으로 정확하게 세대별로 토지분을 계산하는 것이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초과누진세율은 토지세의 장점에서 멀어지는 것”이라며 “재산이 100배 집중돼 있다면 그만큼의 세금을 걷자는 것이 핵심이지, 규모가 커질수록 세율을 올려서 더욱더 많이 걷자는 것은 토지세의 장점을 벗어나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박상수 한국지방세연구원 과표연구센터장은 “국토보유세는 2004년까지 과세된 종합토지세와 가장 유사해 보이고, 재산세와 조세 성격이 비슷하므로 납세자 입장에서 2중 과세라고 여길 가능성이 있다”면서 “납세자의 수용성을 높이려면 국토보유세 도입시 재산세 개편이 필요해 보이고, 재산세를 개편하면 전반적인 지방재정제도 개편도 불가피하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주택분 재산세에 대해 정확하게 환급을 하려면 공동주택을 중심으로 토지분과 주택분을 정확하게 구분해줘야 하는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어떤 형태로든 부동산 평가체계 개편도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초고가 아파트가 밀집한 서울 강남3구의 아파트 가격이 하락세로 전환했고, 정부의 9·13 부동산대책 이후 오름세가 꺾였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서울 집값은 상승 중이다. ‘이미 이렇게 비싼데, 더 오를까?’ 싶지만, 서울 집값은 더 오르고 있다. 때문에 정부에서는 집값을 잡겠다며 대출을 조이고 세율을 높이는 등 규제를 강화했고, 그 영향으로 지방의 부동산 시장은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토지공개념 구현은 반드시 달성해야 할 우리의 과제고, 그런 점에서 경기도가 기본소득형 국토보유세 도입을 검토 중이라는 사실은 매우 긍정적이다.

 

안정적인 주거의 제공은 국민 복지의 가장 기본 중 기본이다. 토지공개념은 헌법에 명시돼 있고, 구현을 위한 법 제정이 처음 이뤄진 시기가 보수 정권(노태우 정부)이었던 만큼 이념논쟁에서도 비교적 자유롭다. 이재명 도지사는 성남시장 시절 대선출마 선언 후 가진 정책포럼에서 국토보유세와 토지배당을 공약으로 제시하면서 “정책은 의지의 문제고 용기의 문제다. 기득권, 강자들의 저항을 뚫고 나갈 수 있는 의지와 용기가 과연 있는가의 문제”라고 말한 바 있다. 집값을 안정시키겠다는 정부의 말이 과연 수사(修辭)일지, 정말 의지를 갖고 있는 것인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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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의대 교수들, 오는 25일 '사직서' 일괄 제출 합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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