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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수수료 0%’ 제로페이 성공할까?...매력은 ‘글쎄’

정부와 서울시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모바일 직불서비스
결제 중간단계 없어 수수료 절감 가능
공동 시스템 구축이 중요…기술표준 제정 필수
소비자 끌어들일 경쟁력은 ‘의문’, 법 개정도 이뤄져야

 

<M이코노미 문장원 기자> 지난해 하반기부터 정부와 서울시가 ‘수수료 0원’을 내세운 결제 서비스 이른바 ‘제로페이’를 추진해 지난 12월부터 시범 운영에 들어갔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영세·소상공인들이 어려움을 겪자 그에 대한 보완책 중 하나로 추진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7월 발표한 ‘하반기 이후 경제여건 및 정책방향’에서 영세자영업자의 경영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소상공인 전용 결제 시스템인 ‘소상공인페이’의 구축과 결제수수료를 ‘0%’까지 완화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또한 ‘소상공인페이’ 사용을 장려하기 위해 40%의 소득공제 혜택도 지원할 방침이다. 관건은 제도의 정착이다. 서울시는 오는 3월 '제로페이'를 정식 서비스할 예정이다. 하지만 신용카드 이용이 보편화된 상황에서 계좌를 기반으로 제로페이의 성공 여부는 아직미지수다. 

 

이제 출발 단계인 모바일 직불서비스

 

제로페이는 은행계좌 이체를 기반으로 하는 간편결제 서비스의 한 종류다. 연간 매출액이 일정 기준에 못 미치는 영세자영업자들에게 수수료 0%를 적용한다는 취지에서 ‘제로’다. 지난해 12월을 기준으로 제로페이 사업에 참여한 곳은 신한·우리은행 등 18개 은행과 네이버·페이코 등 10개의 간편결제 사업자가 참여했다.

 

제로페이 추진 배경에는 앞서 밝힌 소상공인에 대한 정책적 지원도 있지만, 2010년 이후부터 본격화된 스마트폰의 확산과 함께 전 세계적으로 지급서비스 채널이 모바일 기반으로 변화한 데있다. 외국에서는 이미 우리의 제로페이와 같은 지급시스템을 시행중이다. 덴마크는 2017년 ‘Dankort’, 스웨덴은 2012년에 ‘Swish’라는 이름의 저비용 모바일 직불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이들 서비스는 현금카드를 스마트폰에 탑재해 거래대금을 은행계좌에서 실시간으로 인출·지급하는 방식으로, 은행권이 공동으로 제공한다. 중국 ‘알리페이’와 ‘위쳇페이’, 인도의 ‘PayTM’, 케냐·남아공 ‘엠페사’ 등 은행계좌 기반 지급서비스 인프라가 취약한 국가에서는 전자상거래업체 등에 적립된 선불금을 이용한 모바일 선불서비스가 크게 확산 중에 있다.

 

우리나라는 대부분의 국민들이 스마트폰과 은행계좌 기반의 현금카드를 가지고 있지만 결제 방식 중 신용카드 서비스가 절대적으로 우위를 점하고 있어 제로페이와 같은 모바일 직불서비스(현금카드 기반)는 아직 활성화되지 않은 상황이다. 최근 신용카드사와 각종 간편결제 업체가 제공하는 모바일 신용카드서비스가 있지만, 이는 단순히 카드 정보를 모바일 기기에 저장하는 수준으로 외국의 모바일 지급서비스 혁신 흐름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또 모바일 신용카드는 NFC(Near Field Communication) 등 관련 단말기가 전체 가맹점의 1.5% 수준으로 매우 부족한 상황이다. 또 비금융 IT기업이 제공하는 모바일 간편결제는 사업자 난립과 가맹점의 제약 등으로 범용성이 낮다.

 

  

모든 은행 아우르는 공동 시스템 구축 핵심

 

 

 

정부도 기술표준을 제정하는 등 하나의 공동 시스템으로 아우르는 모바일 직불결제 시스템 구축에 집중하고 있다. 금융정보화추진협의회(금정추)는 지난해 7월 QR코드 인식 등을 통한 모바일 기기 간 통신(App-to-App) 방식으로 결제정보를 교환해 구매자의 계좌에서 대금이 인출·지급되는 은행계좌 기반의 모바일 직불서비스 도입을 공식화했다. 금정추는 은행권이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기술표준을 마련해 모바일 직불서비스 앱(플랫폼) 구축 등을 추진, 올해 상반기 중 서비스 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아울러 모바일 직불서비스의 사용저변 확대를 위해 은행권 내 가맹점 계약을 공동으로 관리해 소비자와 가맹점이 서로 다른 은행과 거래를 하더라도 같은 직불서비스의 이용이 가능하도록 할 방침이다. 특히 모바일 직불서비스를 제공하는 은행간·가맹점간 서비스의 호환성 확보를 위해 거래정보 인식 및 처리를 위한 QR코드와 금융기관 거래 전문 형식 및 송·수신 방식, 보안기능 등을 표준화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은행권 공동의 모바일 직불서비스 앱(플랫폼)을 개발할 계획이다. 아울러 개별 은행의 자체 모바일 앱에 직불서비스 기능을 추가할 수 있는 프로그램(API, 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도 개발해 제공한다.

 

 

중소벤처기업부도 제로페이의 3대 원칙으로 ① 모든 은행·간편결제 앱 이용 가능 ② 공통 QR코드 활용 ③ 결제수수료제로 등을 내세우고 소상공인페이를 추진하고 있다. QR코드에 기반한 간편결제시스템은 소비자 또는 판매자가 QR코드를 찍어 인식하면 결제금액이 소비자 계좌에서 판매자 계좌로 이체되는 방식이다. 기존의 신용카드 결제에서 중간단계에 걸쳐있는 VAN사(결제대행업체)나 카드사가 포함돼 있지 않아 중간단계의 수수료를 절감할 수 있다. 이 때 금정추가 마련 중인 QR코드 결제 등 관련 기술표준이 활용될 예정이다.

 

수수료는 기존의 체크카드나 신용카드보다 낮다. 지금까지 공개된 정보에 따르면 수수료율을 연매출 8억원 이하인 경우 0%, 8~12억원은 0.3%, 12억원 초과는 0.5%로 적용할 예정이다. 이는 업무협약을 맺으면서 간편결제 사업자는 소상공인에 대해 결제수수료를 받지 않고, 은행은 계좌이체 수수료를 면제하기로 했기 때문에 가능하다. 또한 계좌이체 기반의 앱투앱 결제방식으로 낮은 원가구조가 이를 뒷받침 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신용카드서비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비용 구조를 가진 은행계좌 기반의 모바일 직불서비스가 활성화 될 경우 수수료 등 지급결제에 따르는 사회적 비용이 절감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스마트폰앱 등을 활용한 결제과정이 간편해지고, 가맹점내 결제단말기 추가 설치비용 절감과 소비자의 보유현금 내 합리적 소비 유도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아울러 한국은행은 “금융소비자들에게 널리 보급된 은행계좌(현금카드)를 이용한 직불서비스를 모바일 기반으로 제공해 지급서비스의 선택폭을 넓혀 줄게 될 것”이라며 “QR결제 도입 등 기술혁신을 통해 이용 편의를 제고하고, 지급수단 간 경쟁 촉진 및 서비스 개선도 견인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소비자 끌어들일 매력적인 결제수단 미지수

 

정부가 의욕적으로 제로페이를 추진하고 있지만 성공 여부는 아직 미지수다. 우선 편의성이나 혜택 측면에서 이용자에게 제로페이를 사용하도록 유도할 매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다. 중국에서 큰 성공을 거둔 알리페이의 경우 기존에 중국의 은행계좌나 신용카드 결제 인프라가 부족했기 때문에 결제편의성과 안전성을 담보해 크게 성공할 수 있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신용카드 결제인프라 수준이 높고 소비자의 선호도도 높다. 카드보다 제로페이가 결제수단으로써 이
용자들을 이끌어낼 수 있는 요소가 부족하다.

 

더욱이 우리나라에서 신용카드는 지급수단으로써 현금과 거의 같은 지위를 가지고 있다는 점도 제로페이 정착에 있어 걸림돌이다. 결제수단은 가맹점 수가 많을수록 이용자 혜택이 증가하는 네트워크 효과에서 절대적인 우위를 가진다. 현행 지급결제 시장은 신용카드 의무수납제나 소득공제 제도등으로 인해 신용카드가 상당수 점유하고 있고, 이를 바탕으로 소비자에게 높은 수준의 마케팅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제로페이의 유인책으로 소득공제 40%, 지자체시설물 이용할인 등이 제시되고 있지만, 카드사가 제공하는 여행, 공연,외식 등 분야에 서의 다양한 마케팅 혜택과 비교할 때 실효적인 유인책으로 작용할 지는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 법률도 제로페이에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세법상 신용카드가맹점 가입이 사실상 의무화 돼 있기 때문이다. 소득세법 제162조 제2항은 국세청장은 주로 사업자가 아닌 소비자에게 재화 또는 용역을 공급하는 사업자로서 업종·규모등을 고려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요건에 해당하는 사업자에 대해서 납세관리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여신전문금융업법’ 제2조에 따른 신용카드가맹점으로 가입하도록 지도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신전문금융업법 제19조 제1항도 신용카드가맹점은 신용카드로 거래한다는 이유로 신용카드 결제를 거절하거나 신용카드회원을 불리하게 대우하지 못한다고 했다. 이는 가맹점이 결제수단을 권유하거나 포인트 적립이나 혜택을 다르게 줄 수 없도록 하는 것이어서 제로페이의 경쟁력 확보를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제도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있다. 제로페이 플랫폼 개발사업자로 참여하고 있는 금융결제원은 통합 플랫폼 초기설치비용으로 39억여원, 이후 운영비로는 매년 약 35억원이 들것으로 추산했다. 또 거래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이나 가맹점을 확보하고 관리하는 비용 등이 발생하는데, 운영주체간 분담 방법 등을 두고 갈등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정부주도에 대해서 납세관리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가격상한 설정으로 사업이 추진되는 상황에서 사업자의 결제서비스나 수익모델에 혁신이 없다면 향후 공공성 훼손이나 서비스 장애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특히 일각에선 제로페이가 정부가 주도해 사업을 추진하는데 우려를 표하고 있다. 정부 주도의 사업추진으로 인해 민간영역이 침해되고 비효율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또 간편결제의 기술로 근거리무선통신방식(NFC), 마그네틱보안전송방식(MST), QR코드 방식 등 다양한 기술이 발전하고 있고, 각각의 장단점이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QR코드 기술을 중심으로 지원하게 된다면 오히려 기술혁신과 경쟁을 저해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1990년대 초 ‘케이-도스’(K-DOS) 프로젝트‘다. 정부는 당시 마이크로소프트(MS)의 도스(DOS)에서 소프트웨어 ‘독립’을 외치며 PC 제조업체들과 함께 한국컴퓨터연구조합을 세워 1991년 국산 PC운영체제 ‘케이-도스’를 개발했다. 그러나 ‘케이-도스’는 철저히 외면 받았다. 당시 삼성과 LG 등 국내 피시 제조업체들은 케이-도스 개발에 참여하고도 MS의 ‘도스’를 장착했다.

 

법 개정·소비자들 인식 변화가 수반 돼야

 

제로페이의 성공을 위해선 결국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기준하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지난해 12월 발표한 ‘제로페이의 주요 내용과 향후 과제’라는 보고서에서 “결제 비용이 낮은 직불결제 등의 다양한 결제 방식이 신용카드에 비해 소비자에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기반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특히 이미 확보된 가맹점을 바탕으로 네트워크 효과를 누리고 있는 신용카드와 대등한 결제수단이 되기 위해서는 여신전문금융법 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기 조사관은 “제로페이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과 더불어 신용카드 소비금액에 대한 소득공제의 단계적 축소, 가맹점 의무가입이나 의무수납제 완화 등의 제도적인 지원방안이 필요하다”며 “여신전문금융업법 제19조 제1항을 완화해 가맹점이 결제수단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포인트 적립 등의 혜택을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방안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고 했다.

 

소비자들의 인식 변화도 필요하다. 신용결제에서 직불결제 위주로의 결제 습관과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일부에서 소비자가 신용결제를 많이 사용하므로 제로페이에 대해 신용기능을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기 조사관은 “신용결제 구조에서는 여신에 대한 관리비용이 들기 때문에 수수료율을 낮추는데 한계가 있다”며 “현금이나 직불결제에 비해 거래비용이 높기 때문에 지속가능성이 더욱 낮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연체발생이나 과소비 우려를 고려할 때 신용카드에 비해 사회적 비용이 적은 직불 또는 현금결제를 사회적으로 유도할 필요가 있다”며 “따라서 직불결제의 필요성이나 장점에 대한 인식을 제고 할 필요가 있고, 이는 제로페이를 활성화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정부의 역할 중요

 

정부도 제로페이가 공정한 경쟁을 통해 혁신적이고 효율적인 서비스가 성공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기 조사관은 “결제수단의 네트워크효과로 인해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 없이는 제로페이가 지급결제수단으로서 정착하기 힘들다는 것을 감안할 때 일정 정도 정부의 역할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며 “통합플랫폼을 마련하기 위해 참여자 간의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시장에서 수용될 수 있도록 필요한 제도와 지원방안을 적극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했
다. 다만 “현재 사업을 추진하는 데 있어 민간영역에서 할 수 있는 부분까지 수행해 비효율이 발생하거나 세금 및 행정력의 낭비가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을 것”이 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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