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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암 입원보험금 분쟁-⑤] “암 환자는 어디로 가라고…” 보건당국, 암 환자 현실 외면하다

-지난해 심평원 전주지원, 요양병원 입원 암 환자 진료비 전액 삭감…“입원 필요성 없어”
-복지부, 5월 ‘요양병원 건강보험 수가체계 개편안’ 발표…암 환자 요양병원 입원 사실상 막아
-수술·항암·방사선 치료 후 충분하고 지속적인 의료적 관리받을 수 없는 암 환자 현실 외면
-암 환자 단체 “보건당국 논리·보험사의 암 입원보험금 지급 거절 논리와 같아”

<M이코노미 김선재 기자> 지난해 전주와 광주에서는 요양병원에 입원한 암 환자에 대한 진료비를 심평원이 전액 삭감하는 일이 있었다. 암 환자의 요양병원 입원은 필요하지 않은 것이기 때문에 입원 후 받은 진료비를 줄 수 없다는 것이 이유다. 이같은 입장이 심평원만의 것일까. 요양병원의 불필요한 환자 입원을 바로 잡겠다며 보건복지부가 지난 5월 발표한 ‘요양병원 건강보험 수가체계 개편안’을 보면 보건복지부의 입장도 이와 다르지 않다. 개편안은 요양병원에 입원할 수 있는 암 환자를 ‘마약성 진통제를 투여해야 하는 암적 통증을 가진 환자’로 제한했다. 종합병원에서 수술·항암·방사선 치료 후 회복을 위한 의료적 관리를 지속적으로 받지 못하는 암 환자들이 궁여지책에서 찾은 대안인 요양병원 입원을 보건당국이 나서서 막겠다고 하는 것이다. 암 환자들의 반발은 당연하다. 문제는 보건당국의 이같은 입장이 그동안 암 입원보험금 지급과 관련해 보험사가 보여온 입장과 같다는 것이다.

 

“왜 개인의 치료권을 국가가 박탈하나”

 

 

2014년 11월 ‘고악성 활막 육종암’ 진단을 받고 수술, 항암, 방사선 치료를 받다가 올해 6월 사망한 이진재 씨가 사망하기 일주일 전 영상을 통해 남긴 말이다. 비쩍 마른 몸에 숨 쉬는 것마저 어려워 말을 제대로 이어가지 못할 정도로 병색이 완연했던 그의 나이는 올해 41세. 세상을 떠나기에는 너무 이른 나이였다. 이진재 씨는 한국타이어 금산공장에서 일하다가 병을 얻고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 신청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업무 관련성 입증이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이 씨는 국가로부터 두 번이나 버림받은 셈이 됐고, 이로 인한 그의 심적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컸다고 한다.

 

항암치료를 받으면서 전주의 한 요양병원 생활을 하던 이 씨는 함께 병원 생활을 했던 사람들이 무슨 이유에서인지 갑자기 병원을 옮기는 것을 보고, 영문도 모른 채 일단 거창의 한 요양병원으로 병원을 옮겼다. 그곳에서 치료를 받던 그는 몇 개월 뒤 어쩔 수 없이 퇴원해야 했다. 요양병원에서 신청한 요양급여가 전액 삭감됐기 때문이다. 이를 의아하게 생각했던 해당 요양병원에서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 창원지원에 말기암 환자인 그가 삭감 대상인 이유를 물었고, “이분은 전주지원에서부터 삭감 대상이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심평원이 이 씨에 대한 요양급여를 전액 삭감한 이유는 그의 요양병원 입원을 ‘필요 없는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심평원에서는 이 씨에게 본인이 삭감 대상이라는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그가 자신이 심평원 삭감 대상이라는 사실을 안 것은 거창의 요양병원으로부터 통보를 받은 이후였다.

 

이 씨는 “삭감당하고 나서 이것을 풀어야겠다, 나는 면역치료를 계속 받아야 하니까. 그래서 제 나름대로 심평원에 전화도 해보고, 인터넷 검색도 해보고. 이게 도대체 어떤 시스템으로 돼 있나, 아는 분들께 전화도 해보고 했는데, 개인이 이의신청할 수 있는 부분이 하나도 없었다”면서 “환자 개인이, 몇몇 단체들이 나서서 해결될 것은 아무것도 안 보인다. 심평원, 보건복지부, 건보공단, 너무 많기 때문에. 이런 것을 개개인이 나사서 한다는 것 자체가 너무 힘들다”고 절규했다.

 

그러면서 “요양병원 삭감이 되고 나서 2018년 8월에, 제가 2018년 4월부터 삭감이 된 사실을 알고 나서 퇴원을 하자마자 2018년 10월부터 가슴에 흉수가 차기 시작했다. 늑막 전이가 원인이 돼서 흉수가 찬 것”이라면서 “지금 항암에 쓸 약재도 없고, 3차까지 다 썼기 때문에. 또한 방사선이나 이런 것도, 수술치료도 당연히 안 된다고 해서 그냥 병원에서 이렇게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요양병원 생활을 계속해오면서, 그때 당시에는 특이사항이 크게 없었다. 요양병원을 다니면서 약 1년간 항암을 하면서 지내고. 물론 제가 요양병원을 다녀서 크게 없었는지, 다른 이유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이라며 “제가 볼 때는 면역치료가 환자들에게, 특히 암 환자들이 어떤 원인에 의해서 암이 전이되고 재발되고 현재까지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는 진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호소했다.

 

지난해 심평원 전주지원, 요양병원 암 환자 요양급여 전액 삭감해

 

실제로 지난해 2~3월, 심평원 전주지원은 전주에 소재한 요양병원에 입원해 항암치료를 받았던 암 환자 수십명에 대해 요양급여를 전액 삭감했다. 김성주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 대표에 따르면 암 전문 요양병원 두 곳이 대상이었다고 한다. 그는 “(심평원이) 2개 병원을 완전히 초토화시켰다”면서 “(전남) 광주에서는 병원당 6명씩 3개월 동안 280명에 대한 삭감이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9월3일 <의료&복지 뉴스>는 삭감 조치에 항의하기 위해 암 환자 10여명이 심평원 전주지원을 방문한 것을 보도했다. 그에 따르면 전주지원이 전액 삭감을 한 이유는 암 환자의 요양병원 입원이 ‘필요없다’는 것. 해당 기사에서 심평원 전주지원 관계자는 “우리 마음대로 진료비를 조정하는 것이 아니라 혈액종양내과 교수 등이 논의해 진료비 인정기준을 마련했다”며 “▲암 치료가 종료되면 암 환자로 볼 수 없다(삭감 대상) ▲항암치료 중인 환자는 3일간 입원하면 충분하지만, 1주일까지 인정한다 ▲전이되거나 암 치료를 포기한 환자는 전액 인정하기로 했다”는 요양병원 입원 암 환자에 대한 심사 기준 3가지를 밝혔다.

 

이어 “요양병원에 입원해 20여가지 비급여치료를 받고 있는데, 이런 것은 건강보험에서 인정하는 표준치료방법이 아니고, 오히려 환자들에게 좋지 않을 수 있다”면서 “(이런 비급여치료가) 실손보험과 관련한 것이 많더라”고 주장했다. 전주지원 관계자는 암 환자들이 수술·항암·방사선 치료 후 겪게 되는 각종 부작용과 후유증 치료의 필요성을 말하자 “통증, 피로 등으로는 입원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암 환자들은 크게 반발했다. 난소암을 앓고 있는 상황에서 심평원 삭감 대상이 돼 요양병원에서 퇴원해야 했던 권 모 씨는 “나는 암이 복부, 임파선으로 전이됐는데, 심평원이 퇴원시키라고 통삭감한 사례다. 어떻게 설명할 것이냐”고 따졌고, 김 모 씨는 “요양병원들이 환자들에게 좋지 않은 비급여치료를 한다고 했는데, 그러면 식약처가 그런 위험한 치료를 허가했다는 것이냐”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아플 때 이용하기 위해 실손보험에 가입한 것인데, (이것을 이용했다고) 우리가 왜 비난을 받고, 무시 당해야 하느냐”고 반박했다.

 

모 환자는 “왜 심평원이 말도 안 되는 논리로 삭감하느냐, 암 환자들은 치료를 받을 권리가 있고, 그래서 보험료를 낸 것”이라고 심평원을 질타했고, 또 다른 환자는 “당장 생활을 할 수 없고, 열심히 치료받아 사회에 복귀하고 자식도 키워야 하는데, 통삭감하면 당신들이 먹여 살려줄 거냐”며 “(심평원은) 통삭감 환자를 복불복으로 정하고, 재수 없으면 강제퇴원 당하는 것”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보건복지부, 요양병원 건보 수가체계 개편

 

심평원의 이같은 조치는 암 환자들이 요양병원에 입원하는 것은 수술·항암·방사선 이후 체력이나 면역력 회복을 위한 것이기 때문에 암 자체의 치료를 위한 입원 및 진료행위로 볼 수 없고, 동시에 이들을 받아 장기간 입원시키는 요양병원이 건강보험 재정에 부담을 높이는 주범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요양병원은 ‘행위별수가제’가 적용되는 일반병원과 달리 어떤 질병으로 입원했는가에 따라 미리 책정된 일정액의 진료비를 지급하는 ‘포괄수가제’가 적용되고, 지급되는 진료비 수준은 요양병원 입원환자 분류체계에 따라 달라진다. 여기에 환자에게 행해지는 비급여치료 비용은 요양병원의 수익이 된다.

 

관련해서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는 올해 5월1일 제7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이하 건정심)에서 ‘요양병원 건강보험수가체계 개편 방안’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급성기치료 이후 일정 기간 입원이 불가피한 환자들의 입원을 보장한다’는 요양병원의 당초 취지와 달리, 상당수 요양병원은 입원 필요성이 낮은 환자들이 장기입원하는 형태로 운영됐으며, 특히 장기입원 및 관리 미흡에 따른 질 저하, 노인학대, 의약품 관리 소홀 및 인권 침해 사례, 환자 유치 경쟁에 따른 본인부담금 할인 등 불법적 행위들이 확인됐다고 개편 배경을 설명했다.

 

 

복지부에 따르면 2008년 690곳이던 요양병원이 2018년에는 1,445곳으로 증가했고, 병상 수는 7만6,068개에서 27만2,223개, 연간 입원환자 수는 18만6,280명에서 45만9,301명으로 늘었다. 이중 중증환자 비율은 72.8%에서 47.1%로 준 반면, 경증환자 비율은 25.3%에서 51.2%로 상승했다. 평균 입원 기간은 125일에서 174일로 49일 증가했다. 결국 당초 취지와는 달리 요양병원이 굳이 입원할 필요가 없는 환자들을 경쟁적으로 유치해 입원시킨 다음 제대로 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이에 복지부는 현재 ‘의료최고도-의료고도-의료중도-문제 행동군-의료경도-인지장애군-신체기능저하군’ 등 7단계로 구분된 요양병원 환자분류 체계를 ‘의료최고도-의료고도-의료중도-의료경도-선택입원군’ 등 5단계로 신설·통합하기로 하고, ‘의료최도고’와 ‘의료고도’ 에 대해서는 수가를 기존 대비 10~15% 인상하는 한편, 의학적으로 입원 필요성은 낮지만, 일부 입원은 보장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되는 환자인 ‘선택입원군’에 대해서는 본인부담률을 40%로 해 입원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장기간 입원하는 경우 입원 초기에 이뤄지는 환자 평가나 각종 처치 행위들이 갈수록 줄어드는 점 등을 감안, 181일 이상 입원하는 경우 입원료의 5%, 361일 이상 입원에는 입원료의 10%를 수가에서 차감하는 것에서 271일 구간을 신설, 271일 이상 입원에 수가 10% 삭감, 361일 이상 입원에 수가 15%를 삭감하도록 했다.

 

 

요양병원, 암 환자 치료에 법정 비급여 종양 치료제 사용

 

요양병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그리 좋지 않다. 소위 ‘나이롱 환자’, 사무장 병원(의료면허가 없는 사람이 의료인을 고용해 병원을 운영하는 것), 노인 인권침해 등 많은 사건·사고가 언론을 통해 알려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이 요양병원의 전체를 대변하는 모습은 아니다.

 

우리나라에 요양병원이 처음 등장한 것은 1993년. 법적 근거가 마련된 것은 그보다 1년 늦은 1994년으로, 정부는 고령사회 진입을 염두에 두고 요양병원의 필요성을 적극적으로 제기하기 시작, 2003년 의료법에 요양병원의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이후 2007년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제정 및 2008년 시행에 따라 요양병원은 급격히 증가하게 됐다.

 

그러다가 2013년부터 요양병원 공급이 포화에 이르자, 요양병원들은 입원환자의 범위를 노인성 질환자에서 만성질환자로 넓혔고, 그 과정에서 환자유인 및 알선, 본인부담금 할인, 사무장 병원 등 편법·불법적 행태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건보공단은 요양병원, 특히 사무장 병원이 불필요한 환자를 유치해 장기간 입원시키는 것을 경계한다. 질병 치료 목적이 아닌 생활과 요양을 위해 요양병원에 장기입원하는 환자들로 인해 건보재정의 부담이 커진다고 보기 때문이다. 복지부의 이번 결정은 큰 틀에서 요양병원이 갖는 이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올해 사무장 병원으로 적발된 곳은 전체의 8.5%에 불과하다. 관련해서 대한요양병원협회는 “2018년 요양기관 종별 급여비 중 요양병원에 지급한 금액은 3조9,089억원으로, 전체 급여비 총액 58조5,837억원의 6.7%를 점유하고 있다”며 “전국 1,145개 요양병원이 1년간 지급받은 급여비 총액은 ‘빅5’ 대형병원이 한 해 동안 벌어들인 급여비 총액 3조9,730억원보다 641억원 적다”고 반박했다.

 

또한 암 환자들이 요양병원에서 받는 치료들도 모두 식약처가 인정한 법정 비급여다. 고주파 온열치료, 자닥신주, 면역증강제, 압노바 바스쿰, 셀레나제 주사제 등이 대표적이다. 압노바 비스쿰은 종양의 치료, 종양수술 후 재발의 예방, 전암증의 병소에 효능·효과가 있는 식약처 정식 등록 의약품이다. 이밖에 자닥신주는 면역기능, 셀레나제는 영양공급으로 보충될 수 없는 셀레늄 결핍 환자에게 셀레늄 공급 효과가 있는 의약품이다. 역시 식약처에 정식으로 등록된 것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복지부나 심평원은 요양병원에서 이뤄지는 암 환자에 대한 치료에 대해 인정하지 않는다. 요양병원은 설립 목적이 노인 요양 등 노인복지를 위한 것이었기 때문에 입원환자를 분류함에 있어 식사, 배설, 목욕, 옷 갈아입기 보행 등 일상생활의 기본적인 동작을 할 수 있는지(ADL, Activity of Daily Living)를 기준으로 한다. 이에 따라 암 환자는 의학적으로 입원 필요성이 없는, ‘돌봄 필요성에 따른 기능적 분류군’, 그중에서도 가장 아래 단계인 ‘신체기능장애군’에 속한다. 이것이 암 환자의 요양병원 입원을 ‘필요 없는 것’으로 보는 이유인 것으로 보인다.

 

암 환자, 요양병원 입원 어려워질 듯

 

복지부의 이번 개편안은 복지부나 심평원의 이같은 인식을 고스란히 반영했다. 만약 요양병원 환자분류 체계가 개편되면 암 환자들의 요양병원 입원이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복지부는 이번 개편에서 암 환자를 ‘의료중도’에 포함했는데, 그냥 암 환자가 아닌 ‘마약성 진통제 등의 투여가 필요한 암성 통증을 동반하는 암 환자’라는 단서를 달았다. ‘마약성 진통제 등의 투여가 필요한 암성 통증’이라는 부분만 봐도 중증, 암이 상당히 진행된 환자들만이 요양병원 입원 대상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사실상 요양병원에 입원할 수 있는 암 환자의 범위를 좁혀놓은 것이다.

 

암 환자들은 ‘병원 수익’이라는 논리에 밀려 수술·항암·방사선 치료 후 불과 1주일 전후로 퇴원해야 하는 현실 속에서 지속적으로 의학적 관리를 받으면서 보다 빠른 회복을 도모할 수 있는 곳이 요양병원 밖에 없다는 점을 호소하며, 요양병원 입원 인정과 함께 암 환자 특성에 맞는 환자분류 체계 마련을 요구했지만,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따라서 복지부의 이번 요양병원 건강보험 수가체계 개편은 암 환자들이 처한 현실을 무시한 처사라고 할 수 있다.

 

김성주 대표는 “이번에 개편된 요양병원 환자분류 체계대로 라면 (요양병원이 아니라) 호스피스 병동을 가야 한다. 대학병원에서도 받지 않는 거의 사망 직전의 상태”라며 “결국 항암, 방사선, 수술을 하고 요양병원 입원한 사람은 ‘선택입원군’이 된다는 얘기인데, 그것도 ‘일정 기간 입원’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건정심위원장에게 물어보니 항암하고 3~5일, 방사선하고 1주일에서 10일, 수술하고 한 달 등을 열거하면서 진단받고 3~6개월 정도를 얘기하더라. 너무 어이가 없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김 대표는 “암 환자들이 진단을 받고 산정특례가 되면 5년 동안은 환자가 의사에 의해서 본인이 힘들면 병원에 입원하고, 힘들지 않으면 퇴원하는 거지, 어떻게 국가가 그것을 정하나”라면서 “어느 병원에 가서 입원할 것인지는 환자 본인의 선택이다. 건강권에 대한 자유는 개인에게 있다. 병원에 가서 주사는 맞든 약을 먹든 선택은 본인이 하는 것이지, 나라에서 이래라 저래라 할 것이 아니다”고 울분을 토했다.

 

이어 “13시간 수술하고, 항암 치료 9번, 방사선 치료를 31번 받은 다음 병원을 나올 때 전문간호사에게 들은 얘기라고는 나가서 음식 조심하라는 것과 설사나 구토하면 응급실로 오라는 것, 3개월 뒤에 CT를 찍겠다는 것이 전부다. 수술·항암·방사선 치료가 끝나면 모든 치료가 끝났다는 것이 말이 되나. 전날까지 멀쩡하다가 다음날 죽은 암 환자를 수없이 봐왔다. 이런 상황에서 무슨 치료를 해줬다는 것이냐”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암 환자들은 아무 이상이 없는데, 왜 병원에 있냐고 한다. 지금 복지부, 심평원에서 이런 결정을 한 사람들, 다 의사 출신이다. 그들이 암 환자 특성에 대해 나만큼 모르겠나? 왜 그것을 외면하고 있는지, 무엇 때문인지 모르겠다”고 답답해했다.

 

중증질환자에 대한 5년간 산정특례 제공 취지에서도 벗어나

 

복지부의 이번 개편안은 현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라는 정책 방향과도 부딪힌다. 정부는 암 환자 등 중증질환자의 경우 진료비 부담률을 5%로 낮춰 5년간 비용 부담 없이 의학적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산정특례를 제공하고 있다.

 

김 대표는 “암 환자가 ‘나이롱 환자’일 수 없다. 5년 산정특례를 ‘5년 동안 열심히 치료받고 사회에 복귀하라는 차원’으로 생각해 고마워했는데, 차라리 폐지해버리는 것이 낫다. 생색내기용일 뿐”이라면서 “도대체 뭐가 보장성 강화고, 뭐가 환자 중심의 의료혜택인가? 2~3인실, MRI 급여화하는 것이 환자에게 무슨 도움이 되는가? 다 대학병원 배 불리는 일”이라고 일갈했다.

 

이어 “대학병원 병실을 크게 늘려 우리 같은 암 환자가 입원할 수 있도록 하던지, 현실은 재원일수를 딱 정해놓거나 오히려 줄이는 판이다. 다 허울 좋은 말 잔치에 불과하다”며 “요양병원이 돈벌이로 암 환자를 이용하고 있다면 그런 요양병원을 찾아서 제재를 가할 일이지, 왜 환자들을 밖으로 자꾸 내모는 건가. 문제 해결의 출발점이 잘못됐다. 환자들은 요양병원이 필요해서 입원을 한 것이고, 들어간 비용을 보험사에 청구한 죄밖에 없다”고 한탄했다.

 

암 환자 요양병원 입원 불인정, 보험사 입장과 똑같아

 

한편, 지금까지 복지부와 심평원이 보인 입장은 암 입원보험금 지급을 거부하는 보험사들의 입장과 똑같아 주목된다. 다소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삼성생명 등 주요 보험사는 암에 걸린 자사 고객이 청구한 암 입원보험금 중 요양병원 입원분에 대해서는 ‘암의 직접적인 치료를 위한 입원’이 아니라며 암입원보험금 지급을 거부하고 있다. 즉, 암 환자의 요양병원 입원이 암 치료를 위한 ‘필수불가결한 것’이 아니고,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약관에 존재하지 않는 내용이다. 이는 일부요양병원의 불법적 행태로 인한 건보재정의 불필요한 지출을 막고자 하는 복지부와 요양병원 입원을 암 입원보험금 지급 대상으로 인정할 경우 재정부담이 크게 늘어나게 되는 보험사의 입장이 맞아 떨어졌고, 현재 요양병원 환자분류 체계가 암 환자 특성을 반영하고 있지 않은 때문으로 보인다.

 

더구나 보험사들은 ‘직접 치료’ 여부와 관계없이 암 입원보험금을 지급하라는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자사 규정상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암에 걸린 자사 고객과는 소송도 불사한다. 금감원은 보험사들의 이같은 행태가 부당하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이를 바로 잡기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김 대표는 “심평원 삭감에 대해 항의하자 심사위원장이라는 사람이 말하기를 ‘요양병원 입원과 그곳에서의 비급여 치료는 직접 치료가 아니다’, ‘의학적 치료가 아니다’, 또 ‘항암·방사선·수술이 끝면 암 환자에 대한 모든 치료는 끝난 것이기 때문에 입원 필요성이 없다’고 하더라”면서 “이런 말은 보험사 암환자들에게 입원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으려고 했던 주장과 똑같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책으로 중증질환자에게 5년 동안 산정특례를 제공하면서, 암 환자들이 처한 현실을 얘기했더니 요양병원에 입원하고 싶으면 재발·전이되면 오라고 한다. 암 사망률 30% 중 재발·전이 때문에 사망하는 것이 90%다. 앞뒤가 전혀 맞지 않는다”고 황당해했다.

 

그는 “요양병원도 엄연히 국가가 인정한 의료기관이고, 비급여치료도 식약처에서 수많은 자료를 검토하고 임상을 한 끝에 정식 등록 의약품으로 결정한 것일 텐데, 그것을 하나도 인정하지 않고, 의학적 치료가 아니라고 한다”며 “정말 그렇게 생각한다면 부처 차원에서 그것의 효능·효과에 대해 제대로 검증해서 못 하게 하든지, 암 치료 효과가 있는 새로운 의약품을 급여화해서 암 환자들의 부담을 줄여주든지 해야 하는데, 다 막기만 한다. 암 환자는 어떻게 살라는 것인가”라고 울부짖었다.

 

이어 “대학병원에서 하는 각종 항암이 어느 정도 치료율을 갖고 있는지 그들이 더 잘 알 것이다. 20%를 넘는 약이 거의 없다”면서 “그나마 식약처에서 허가해 준 비급여치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그거도 하고 있는데, 왜 막는지 모르겠다. 비급여니까 건보재정에 부담도 안 되고, 환자들은 실비 청구하면 된다. 급여가 아니어서 경제적으로 부담되는 치료, 부담을 덜려고 실비보험 든 것이다. 보험사에서도 고객들 계약 유도하면서 다 그렇게 하지 않나. 결국은 다 보험사 논리라는 것을 떨쳐버릴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한 복지부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전화 통화를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암 환자 현실 반영된 대안 마련해야

 

암이라는 질병이 암에 걸렸다는 사실이 한 개인에게 주는 절망감과 두려움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클 것이다. 그리고 그 병을 이기는 과정 역시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힘들 것이 다. 암 환자들은 “항암 치료를 다시 하라고 하면 억만금을 줘도 안 한다”고 입을 모은다. 그만큼 고통스럽다는 뜻이다. 그런가 하면 몇 개월에 한 번씩 검진을 받으러 갈 때면 “그때마다 생명이 몇 개월씩 늘어나는 것 같다”고 얘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만약 어디가 터지고 찢어지고 부러졌다면 사람들은 그 상처가 다 아물 때까지 치료를 계속할 것이다. 또한 치료 과정에서 흉터를 안 남기고 보다 더 좋은 치료 효과를 볼 수 있는, 몸이 덜 힘든 방법이 있다면 누구나 그것을 선택할 것이다. 그것에 대해 ‘왜 그런 선택을 했냐’고 비난하거나 뭐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신체의 건강권과 삶의 질을 지키기 위한 개인의 선택이기 때문이다. 암 환자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암 환자는 겉보기에 멀쩡할지 모르지만, 몸속 장기가 병들어 생명에 위협을 받는 사람들이다. 우리 몸의 장기는 생명 유지를 위해 없어서는 안 될 것들이다. 의학기술이 발달해서 일부 장기를 절제해내도 생명을 유지할 수는 있게 됐지만, 목숨이 붙어있다는 것이 곧 암의 완치, 삶의 질 회복, 일상으로의 복귀 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암이라는 큰 병을 앓고 있고 원래 있어야 할 장기가 없어진 만큼, 이들의 삶의 질은 그 이전에 비해 현저하게 떨어졌고, 경우나 시기에 따라서 타인의 도움 없이는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없을 정도로 몸이 쇠약해지기도 한다. 수술·항암·방사선 치료를 받으면 암 치료가 모두 끝난 것일까? 종합병원에서 행해지는 암 치료 외의 모든 것은 의학적 의미가 없는 것일까? 수술·항암·방사선 치료가 끝났다고 해서 내 암 치료가 끝났다고 생각할 암 환자는 얼마나 될까? 치료란 과연 무엇일까?

 

암 환자의 요양병원 입원은 종합병원에서 받을 수 없는 꾸준한 의학적 관리를 받기 위한 그들의 선택이고, 그것은 나라가 만들어 놓은 시스템 안에 있는 것들이다. 그들의 선택이 정말로 건보재정에 부담을 주고 있나? 일부 편법·불법적으로 운영되는 요양병원과 불필요하게 오래 입원하는 ‘사회적 입원’ 또는 ‘나이롱 환자’가 있을 수 있지만, 암 환자를 그들과 같게 보는 것은 문제가 있다. 만약 암 환자들의 요양병원 입원이 실제로 건보재정에 부담으로 작용한다면 그들의 현실을 충분히 감안한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함께 머리를 맞댈 일이지, 모든 선택지를 다 막아 놓고 병원 밖으로 내몬다고 해서 될 일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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