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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리포트


역사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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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처럼 되어버린 역사

 

역사에 관한 담론은 오래되고도 새로운 논쟁거리이다. 2015년에 정부가 추진한 중고등학교 역사 국정교과서 정책은 사회에 균열만 남긴 채 중단된 적이 있다. 프랑스 역사학자인 마르크 페로가 “오늘날 역사는 과거에는 없었을 정도로 쟁탈의 대상이 되어 있다. 확실히 어떤 시대에도 과거의 통제는 현재를 지배하는데 있어 도움이 되는 수단이었다”고 한 것처럼 역사에 관한 중립적 사고방식은 과거와 현재, 미래로 연속되는 과제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 방송채널을 돌리거나 유튜브 등 미디어 플랫폼에 접속하면 역사를 소재로 하는 콘텐츠를 쉽게 접속할 수 있다. 그런데 역사소설이 역사적 사실이 되어버리고 설화와 같은 이야기가 방송드라마나 영화의 소재가 되고나면 역사적 사실처럼 인식되어버린다. 국민에게 인지도가 높은 사람들의 입담으로 역사는 튜닝되고 이는 정치적·이념적 집단의 정당성을 보충하는 수단이 된다. 그리고 유용하다고 판단되면 애매한 과거의 사실들이 무분별하게 현재에 소환되어 애국심의 도구로 변질되는 경우도 있다.

 

우리나라는 고등교육을 받은 국민의 비율이 세계에서도 가장 높은 수준이고, 초등학교에서 고등학교까지의 교육과정에 역사가 들어있으며, 공적인 직업을 가지기 위해서는 한국사 시험은 필수가 되어 있다. 이는 우리나라가 비 판적 사고를 가진 국민이 많은 문화자본이 풍부한 국가이며, 역사는 국민의 문화국가적 지식체계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언제 어디서나 역사에 관한 레토릭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것을 의미하며 토론은 중립적 결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를 가능하게 한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생각이 먼저 든다.

 

역사는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

 

영국의 역사가이자 국제정치학자인 에드워드 카 (Edward Hallett Carr)는 인문사회과학에서 고전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1961년의 저서 『역사란 무엇인가』에서 “역사란 역사가와 사실 사이의 상호작용의 부단한 관계이며, 현재와 과거와 끊임없는 대화‘라고 하였다. 그의 ‘과거와 현재의 대화가 역사’라는 말은 과거의 사실을 현재의 기준으로 선악을 가치판단 하라는 의미가 아니다.

 

그가 사실이란 역사가들이 그것을 찾아줄 때에만 이야기하게 되는 것이고 어떠한 사실에 발언권을 줄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도 그리고 어떠한 순서와 전후 관련 속에서 이야기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도 역사가의 것이며, 역사가에게는 선택의 의무가 있다고 말한 것처럼 ‘역사가(현재)와 역사적 사실(과거)과의 대화가 바로 역사’라는 것을 의미한다.

 

위험스러운 것은 역사를 해석하거나 주석을 달 수 있는 사람은 누구나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흥행이나 흥밋거리로 역사가 회자되었을 때 흥밋거리가 되지 못하는 역사적 사실은 발견하기 어렵고 쉽게 버려지기 쉽다. 실증주의적 경험의 역사가에 대한 비판도 있지만 자의적인 역사철학을 가지고 만들어지는 역사는 역사가 아니다.

 

우리는 국가의 자부심이나 애국심에 관계되면 역사의 뼈대가 되는 기초적인 사실들보다는 기록에 없거나 추상적이며 근거도 애매한 설화까지도 소환하는 습관에 익숙해져 있다. 설화가 영화, 드라마, 비전문가들의 입담으로 번지는 재밋거리가 되면 그럴듯한 역사로 포장되어 버린다.

 

카은 “역사가가 정확하다고 해서 칭찬한다는 것은 잘 말린 목재를 썼다거나 잘 혼합된 콘크리트를 썼다고 해서 건축가를 칭찬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며, “사실이란 역사가들이 그것을 찾아 줄 때에만 이야기하게 되는 것이고 그리고 어떠한 순서와 전후 관련 속에서 이야기할 것인가를 결정”한다고 하였다. 이처럼 역사는 많은 사실 중에서 역사가의 선택을 통해 우리에게 선보이게 되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미디어가 홍수처럼 늘어나고 정보통신의 사회적 영향력이 무한대로 커지는 시대에서 영웅 만들기가 성공하는 사례는 적지 않다. 카의 말처럼 역사가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정의한다면 현재에 소환된 추상적이고 포장된 과거의 역사는 미래의 역사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결과적으로 과거로부터의 반성과 지혜를 바탕으로 현재가 만들어지고 현재의 모습이 미래에 연결되는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대화가 단절되고 내셔널리즘을 포장하기 위한 영웅 만들기가 역사철학의 기조가 된다면 영웅의 그늘에 가려진 수많은 백성의 땀과 눈물은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사실이라는 핵과 해석이라는 과육

 

‘사실이라는 굳은 핵’과 이를 ‘감싸고 있는 이론의 여지가 많은 해석이라는 과육’이라는 말이 있다. 역사상의 사실은 순수한 형태로 존재하지도 않고 또한 존재할 수 없기 때문에 결코 순수한 채로 우리 앞에 나타날 수 없으므로 기록자의 마음을 통하여 항상 굴곡될 수 있다. 그러므로 ‘우리들이 역사책을 읽으려할 때에 제일 먼저 관심을 두어야 할 일은 그 책 속에 어떤 사실들이 실려져 있느냐라는 문제보다는 그 책을 쓴 역사가가 어떠한 사람인가라는 문제’일 것이다.

 

‘역사가의 해석으로부터 독립하여 객관적으로 존립하는 역사적 사실이라는 굳은 핵을 믿는다는 것은 전후가 전도된 오류’일 수 있다. 과거의 단순한 사실이 역사가 되는 것은 역사가의 해석과 사회적으로 승인된 결과이다. ‘역사가가 연구하는 과거는 죽어버린 과거가 아니라 어떤 의미에서는 아직도 현재 속에 살아있는 과거인 것’이다.

 

역사가의 마음 가운데에서의 과거의 재구성은 경험적인 증거에 의하여 행해지지만 재구성의 과정은 사실의 선택 및 해석을 지배하는 것이며, 이를 통하여 사실을 역사적 사실로 만들어 놓는다. 역사가는 ‘소수의 중요한 사실을 발견하여 그것을 역사상의 사실로 만들고, 동시에 중요치 않은 많은 사실들을 비역사적 사실로서 추려내야 한다는 이중의 임무’를 가지고 있다고 카는 말한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보자. 우리나라 중화학공업은 급속한 경제발전에 크게 기여하였다. 우리나라가 3만 달러가 넘는 경제규모로 성장하는 데에는 공업화 정책이 크게 기여하였으며, 그 중심에는 중화학공업이 있다. 그래서 우리는 경제적 풍요를 누리고 있다. 경제성장이 빈곤이나 격차를 줄이는 데에 가장 효과적인 것은 검증된 사실이며, 국민들이 누리는 우수한 사회 인프라, 확장된 사회보장, 현대화된 개인 생활시설 등은 경제성장이 가져다준 효과이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마치 환경을 파괴하고 국민의 건강을 위협하는 원흉처럼 되어 환경단체들의 공격대상이 되고 있다. 중화학공업이 사회에 미치는 ‘부(負)의 외부효과’는 국민들의 건강과 안전한 일상생활을 위하여 줄여야 하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과거에 일어날 일 모두를 현재에 소환하여 지금 만들어진 잣대로 잘잘못을 평가하는 것이 타당한지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할 필요가 있다.

 

우리에게 남겨진 과제

 

다중지능이론을 체계화한 하버드대학 하워드 가드너 교수는 “한 나라의 역사는 기본적으로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측면 중 어느 측면을 고찰한 역사인가에 따라 그 내용이 크게 달라진다”고 한다. 따라서 중립적인 태도를 위해서는 인간에 의해 굴절되는 주제들은 다양한 관점에서 조명되어야 한다.

 

 

가드너 교수는 “불황으로 좌초한 1930년의 독일에서, 시민들에겐 나치는 지지할 타당한 이유가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히틀러와 그 추종자들이 유대인과 여타 ‘탐탁지 않거나 불순한’ 요소들을 제거하기로 한 결정을 옹호하는 태도는 물론이고, 1930년대 말 나치가 보여준 호전적인 자세를 옹호하는 태도에서는 그 어떤 타당한 이유를 찾을 수 없다”고 한다. 가드너의 말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한다. 몇 사람의 역사가나 오피니언에 의해 역사적 주제들이 굴절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청중이자 역사의 배경이 되는 국민들의 비판적 사고가 중요하며, 이러한 능력은 학교 교육에서 길러야 한다는 것이다.

 

토머스 프리드먼은 1999년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른 『렉서스와 올리브나무(The Lexus and the Olive Tree)』에서 “전 세계에 자유 시장과 민주주의가 확산되면 모든 곳에서 더 많은 사람이 자신의 열망을 성취로 바꿔낼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지리적 경계만이 아니라 인간 사이의 경계도 없어질 것입니다.”라고 적었다. 그가 세계화는 “모든 친구와 적을 경쟁자가 되게 만든다”고 했듯이 세계화의 시대에 과거를 볼모로 적을 일부러 만들 필요는 없다. 그러나 세계화의 시대에도 ‘민족’, ‘국민’의 지위와 역할은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며, 오히려 세계화의 위세에 잠잠하던 민족주의가 코로나19를 연료로 가열될 수 있다.

 

2016년 프랑스 전 대통령 니콜라스 사르코지는 “프랑스인이 되고 싶으면 프랑스어를 해야 하고 프랑스인처럼 살아야 하며 아주 오랫동안 프랑스의 삶의 방식이었던 것을 바꾸려 하지 말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우리에게 남겨진 과제는 지나가버린 과거에 너무 집착하지 않고 세계화의 시대에 맞게 국민이 자국문화에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경제뿐만 아니라 사회와 문화의 자본이 풍부한 국가로 발전하는 것이며, 그 과업의 실천은 교육에 있다고 본다.

 

◀김상규 논설주간 (교육학 박사)

 

도호쿠대학 법학연구과에서 공공법정책, 와세다대학 교육학연구과에서 교육기초학을 전공하였다. 저서로는 『민족교육』, 『교육의 대화』, 『세계의 학교제도』가 있다. 주요 연구 분야는 사회 변화와 공공정책, 저출산과 학교정책, 교육의 기회균등이다.

 

 

MeCONOMY magazine Juin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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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용적인 현장 법률, 경제 지식을 심층적으로 전달해야
지난 한 해 『M이코노미뉴스』의 보도물에 대한 공정성 여부를 심의하고, 내년도 보도 편집 방향을 보고하는 2021년도 『M이코노미뉴스 편집위원회』 회의가 지난 18일 서울 여의도 본사 회의실에서 윤영일 편집위원회 위원장(전 국회의원) 등 6명의 편집위원이 참여한 가운데 열렸다. 이날 회의에서 윤영일 위원장은 지난해 『M이코노미뉴스』는 경제, 사회 제반 현상을 비교적 공정성 있게 다뤘지만, 국민이 경제현장에서 자신의 주장을 펼칠 수 있도록 하는 실용적인 보도기사가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윤 위원장은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개 학교에서 경제현장 교육을 받지 못해, 졸업 후 법률 상식과 계약서 작성 등 현장의 실용 업무에 무지한 경우가 대부분이라면서, 『M이코노미뉴스』가 국민에게 와 닿는 생활 현장 이슈를 발굴해, 이를 차별화하고 심층적으로 보도해 국민의 경제생활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김경태 편집위원(전 국민권익위원회 국장)은 내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대선후보들의 경제정책을 가감 없이 비판할 것을 당부했다. 이밖에도 이날 회의에 참석한 편집위원들은 『M이코노미뉴스』의 NAVER 뉴스 스탠드 보도기사에 대한 공정성, 특히 정확성에 대한 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