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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제9부]하늘과 호수를 잇는 국내 최장(最長)의 출렁다리

왕 거미 집 놀이터를 만든 성공신화 지에스웹의 12가지 비밀

 

그대 지치고 서러울 때/ 눈가에 어린 눈물 씻어주리라
재난이 와도 물리치리라/외로운 그대를 위해...
나는 그대 편이어라/거리를 방황하는 당신에게/
힘든 저녁 밀려오면/
내가 험한 세상에 다리가 되어 건너드리오리다.
-“험한 세상 다리가 되어” 가사 중에서

 

하늘길이 열리고 있다. 특히 경관이 뛰어난 지형을 하늘로 잇는 보행자 전용의 출렁다리는 전국 196여 곳, 자연환경 보호를 겸한 빼어난 관광 인프라로써 지역의 명소가 되고 있다. 보행자 전용 하늘의 다리 건설 분야에서 국내 최고 전문 기술을 보유한 G그룹의 신흥 ENG, 지난 20년 동안 이 회사가 전국에 건설한 출렁다리 등 보행자 전용 보도교(步道橋)는 142곳, 1년 평균 7개의 다리를 만든 셈인데 이들이 건설한 다리를 중심으로 보도교 분야에 금자탑을 쌓아 올린 신흥 ENC의 성장 비결을 알아본다.

 

한강의 31개의 다리 중 가장 조형미가 뛰어난 다리는?

 

신흥 ENG가 세운 다리는 아니지만, 서울에 사는 필자는 마음이 울적할 때, 한강의  외딴 섬, 선유도를 가기 위해 선유교를 건넌다. 지하철 9호선 선유도역에서 내려 2백여 미터쯤 똑바로 걷다 보면 엘리베이터 타는 곳이 나오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면 강변도로 육교(陸橋) 위다. 이 육교를 건너면, 아치형의 선유교(仙遊橋) 입구다.

 

선유교는 하늘 공중에 활처럼 휘어진 아치형 다리다. 다리 중간쯤 가다가 발밑을 내려다보면 순간 아찔하다. 몸에서 찌릿한 소름이 돋는 데다 바람이라도 불어오면 혹시 내 몸이 날아가다 추락할까 봐 불안 불안하다. 다리에 힘을 주고 눈앞을 보면 멀리 남산 타워, 마포의 빌딩군, 여의도 빌딩 숲, 한강 좌우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몸을 돌려 하류를 보면 행주산성과 그 근처에 정박해 있는 고기잡이배 몇 척이 물결에 흔들거리고 있다. 바다를 찾아 흘러가는 한강은 물비늘을 일으키며 햇빛을 받아 보석처럼 반짝거린다.

 

한강에는 고양시를 오가는 서쪽 끝 일산대교부터 동쪽의 팔당대교까지 총 31개의 다리가 있다. 필자가 보기에 한강 인도교, 철교가 아름답긴 하지만 조형미로 본다면, 선유교(仙遊橋) 만한 다리가 없는 듯하다. 아시다시피, 모든 한강 다리는 철도 전용이거나 차량과 사람이 함께 다니는 한강이란 장애물을 통과할 목적으로 건설된 구조물이다. 솔직히 그 이상의 느낌을 받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선유교만큼은 다르다. 이 다리 전체를 멀리서 보고 있노라면, 마치 비 온 뒤 무지개가 뜬 것 같기도 하고, 지상에 내려온 선녀들이 노니면서 건너가는 듯한 착각이 상상처럼 그려진다. 견우와 직녀가 만나는 오작교가 저런 다리가 아닐까? 알고 보니 선유교는 ‘2000년 서울시’와 ‘프랑스 2000년 위원회’가 새 밀레니엄을 기념해 두 도시가 공동협력 사업을 하기로 합의한 뒤에 지어졌다. 프랑스 측은 자기 나라 건축가인 루디 리치오티(Rudy Ricciotti) 씨가 설계를 맡게 했다. 루디 리치오티(Rudy Ricciotti)씨는 1952년생으로 우리 나이로 70살. 선유교를 설계할 당시에는 51살이었다

 

제네바의 기술 전문학교(the Ecole d’Ingénieurs de Genève) 출신으로 마르세유건축전문학교(Ecole d’Architecture de Marseille)에서 건축 공학 학위를 받았으며 2006년 그랑프리 국가 건축상(Grand Prix national de l’Arc hitecture) 등 수많은 상을 휩쓸며 세계적인 건축가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선유교는 발아래 한강이 흘러, 프랑스 파리 센 강의 미라보 다리를 연상시킨다고 해서 '서울의 미라보 다리'로 불리는, 보행자 전용 다리다. 세계 최초로 고강도 시멘트인 '덕탈(Ductal)'이라는 신소재를 사용했다.

 

케이블(강선, 鋼線) 출렁다리, 하늘과 호수를 가장 길게 잇다

 

선유교가 태동하던 2000년, 같은 해 경남 김해시에서는 작은 중소기업에 불과하던 신흥 ENC라는 회사가 선유교에 쓰인 고강도 시멘트 덕탈이 아닌, 케이블(강선·鋼線)을 개발했다. 이들은 이 케이블로 보행자 전용 다리를 만들 준비를 하고 있었다. 드디어 3년 뒤인 2003년, 이 회사는 창원 국도 25호선 개설공사로 인해 단절된 등산로를 잇기 현수교식 출렁 다리를 처음으로 지었다. 자사가 개발한 피복(被覆) 케이블을 활용한 이 다리는 당시에 없던 디자인으로 지역사회에 케이블을 이용한 보행자 전용 다리를 놓을 수 있다는 새로운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자사 케이블을 활용한 출렁다리 건설에 자신감을 얻는 회사는 이듬해인 2004년 마산 돌섬 출렁다리, 의령 구름다리 사장교를 건설했고, 2005년에도 산청 송정 숲 현수교, 용인 구갈 현수교, 진해 남문 휴게소 아치교를 만들면서 2006년부터 지금까지 매년 평균 12개 이상의 보도교를 만드는 놀라운 성장세를 보였다. 이 회사가 지금처럼 보도교 건설 전문 회사로 비약할 수 있었던 계기가 있었다. 창업 9년 만인 2009년, 충남 청양(靑陽)군 정산면 천장호 위에 국내 최장거리의 출렁다리를 건설한 거였다. 

 

 

충남 청양 하면 가장 먼저 머리에 떠오르는 게 있다. 산세가 좋고, 콩밭 매는 여인을 노래한 ‘칠갑산(561m)’이다. 천장호는 이 칠갑산에서 흘러내리는 맑고 시원한 시냇물을 모으는 담수형 산간(山間) 호수다. 총 저수량 288만 2000㎡, 제방 길이 244m, 높이 31.4m로 주변 경치가 빼어난 곳이다. 하지만 이 호수는 겨울이 되면 호수가 꽁꽁 얼어붙는다. 더구나 경사도가 심해서 건설 장비를 운반하기가 까다로운 곳이었다.

 

게다가 도립공원으로 지정된 칠갑산 자락의 자연훼손이 없도록 해야 하는 데다 출렁다리의 길이도 당시 국내에서 가장 긴 207m나 되었다. 공사 근로자들이 물 위에 서서 일할 수가 없으니, 다리와 다리 사이에 부교를 설치할 수밖에 없었는데 역시 겨울이 되자 물이 꽁꽁 얼어붙어 망치를 들고 일일이 얼음을 깨어가며 일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특히 산세가 가팔라서 오를 수가 없었던 50톤 급 크레인을 2개의 로프로 끌어당겨 올려야 했다. 하지만 이런 시련과 난관은 오히려 회사가 성장하는 에너지가 되기에 충분했다. 2009년 7월에 개통된 천장호는 길이 207m·폭 1.5m·높이 24m로 동양에서 두 번째로 긴 다리다. 청양고추로 유명한 거대한 빨간 고추 2개가 출렁다리의 주 기둥을 떠받치고 있다.

 

10여 년 전, 필자는 칠갑산을 오른 뒤, 천장호 출렁다리로 내려온 적이 있었다. 오래전 일이라, 기억이 가물가물하기는 하지만 당시 “다리가 되게 출렁이네”라고 중얼댄 적이 있었다. G 그룹의 20년사에 따르면, 당시 청양 군수가 다리가 개통되기 전에 건너보고, “지나가는 여인들의 다리가 덜덜 떨리도록 해 달라"라고 단단히 주문했다는 거였다.

 

그래서 천장호의 출렁임의 강도를 높여 최대 약 30~40㎝ 좌우로 흔들리도록 설계했다고 하였다. 어른 한 사람이 다리 중간에서 다리를 좌우로 흔들면 오가는 사람들이 출렁거림이 심해 그 자리에 주저앉을 정도이다. 그래서일까, 천장호 출렁다리는 얼마 후 청양군의 명소가 되어, 인기 연예 프로그램인 1박 2일에 소개되기도 했고, 여행자들이 몰려들면서 소위 대박을 터뜨렸다고 한다.

 

‘물길백리 꽃길백리 흘러가는 저 구름아/어디로 흘러가니 너 가는 곳이 어디냐/꽃바람에 내 님 소식 들리네/천장호 출렁다리 맺은 사랑아…

 

호수 위에서 흔들흔들, 출렁출렁, 출렁다리가 무서워도, 사랑의 노래를 부르면서, 손에 손을 잡으면 괜찮지 않을까. 정말 괜찮을 듯하다. 내 곁에 누군가 있으면, 그게 사랑이지, 내 곁에 없으면 사랑 아니야, 천장호 출렁다리 내 사랑.....

 

MeCONOMY magazine January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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