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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제3편] 남편의 스웨터를 뜨는 아일랜드 여인의 마음속으로

- 친환경 기업, 『파타고니아』 창업자 : 86세 암벽등반가 이본 쉬나르(Yvon Shouinard)의 학교에서 도망치기 - III

21세기 미국 기업계의 특징인 탐욕의 물결 앞에서 화가 났다가 우울했다가를 반복하던 모든 사람에게 희망을 던져 준 기업가 같지 않은 진정한 기업가가 있다. 미국의 아웃도어 기업인 「파타고니아 인코퍼레이티드, Patagonia Inc.」의 설립자 전 회장인 이본 쉬나르. “지구가 목적, 사업은 수단”이라는 그의 이상적인 경영철학에 기후 위기를 앞둔 세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에 출판된 그의 자서전 『파타고니아, 파도가 칠 때는 서핑을』 통해 이윤보다 환경을 앞세우고도 최고의 제품을 만들어 소비자로부터 존경을 받는 그의 생산철학을 알아보자.

 

 

아일랜드 여성들은 수 세기 동안 항해하는 남편들에게 손으로 스웨터를 떠서 입혔다. 거친 바다의 환경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꽈배기 무늬의 두툼한 양모 스웨터를 짜면서 여성 들은 각자가 식별할 수 있는 가족 특유의 뜨개 패턴을 사용 했다. 이 패턴은 사랑과 자부심을 표현할 뿐 아니라 남편이 바다에서 실종되어 시체가 해안으로 밀려왔을 때, 신원을 확인하는 수단으로 이용되었다 -작자 미상 

 

이본 쉬나르(이하 나)는 동종업계 최고의 물건을 만드는 일에 진지하게 임하는 회사의 과제는 남편의 스웨터를 뜨는 아일랜드 여성처럼 ‘품질에 대한 헌신’과 ‘완성품의 모든 기준에 주의를 기울이는 능력’을 산업적으로 재현하는 것이라고 여겼다. 그러므로 최저가를 제시하는 공장에 패턴, 청사진, 모델을 넘겨놓고, 최고 제품에 근접한 것이 나오기를 기대 하지도 않았고 그렇게 하지 않았다.

 

나는 제품에 브랜드 이름을 붙이려면, 적어도 아일랜드 여성이 만든 남편 스웨터에 가족 특유의 뜨개 패턴이 들어가는 것처럼 공급업자와 도급업자가 긴밀하게 효과적으로 일을 해서 이 패턴을 완벽하게 재현했을 때 가능하다고 믿었다.

 

사업은 ‘경주(競走)’이고 ‘발견’하는 것이다. ‘발명’ 할 만한 시간 이 없기 때문이다. 


사업은 누가 먼저 제품을 고객에게 가져다 줄 수 있느냐는 경주와 같다. 이것이 내 생각이다. 이제 세상은 3D 프린터를 이용해 견본(見本)을 바로 바로 만들 수 있다. 원하는 디자인의 칩을 만들어 컴퓨터 응용한 밀링 기계나 선반에 장착하면 단 몇 시간 안에 견본이 나온다.

 

선발주자가 된다는 건 엄청난 마케팅의 이점을 장악하는 것이다. 우선 경쟁자가 없다. 두 번째, 후발주자가 아무리 나은 가격에 우수제품을 만들어 도전한다 해도 선발주자 자리가 그들에게 추월당하는 그런 일은 거의 없다. 그래서 나는 새로운 직물이나 공정을 ‘발견’ 하는데 더욱 노력을 기울인다.

 

그러니까 사업의 핵심은 ‘발명’이 아닌, ‘발견’이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제품을 ‘발명’을 할 만한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발견하려는 태도가 부족한 듯 보인다. 그런 사람들은 어떤 일이 불가능하다거나 일이 제때 완성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변변찮은 변명을 끊임없이 늘어놓는다. 

 

“저도 당신을 돕고 싶었지만.....어쩌구” 하는 말은 도울 생각이 없었으며, 게으름을 피웠다는 증거일 것이다. “우리도 그렇게 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만 보험 약관이 허용하지 않습니다”는 말을 듣는다면, ‘왜 그렇게 허용하지 않는 것일까?’ ‘다른 보험을 들거나 아예 보험을 들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가?’를 생각해야 하는데 대개 그런 의문을 품지 않는다. 

 

“직물을 (혹은 알루미늄, 혹은 무엇이든) 더 구할 수가 없습니다” 라고 하는 사람에게 묻고 싶다. ‘다른 소재로 대체하면 될 게 아닌가? 다른 공장, 50곳의 공장 아니 100곳의 공장에 문의 해 보고, 다른 나라의 공장에 전화를 걸어 문의하고, 경쟁사에 연락해서 어디서 그런 직물을 구할 수 있는지 알아내야 하는 게 아닐까.’

 

“계속 전화를 했습니다만 전달이 되지 않았습니다”라는 말을 들으면 정말로 전화를 몇 번이나 했는지 묻고 싶다. 세 번? 네 번? 적어도 스무 번은 해야 한다. 이메일을 보내거나 등록된 주소로 서신을 보내보고, 새벽 5시에 전화를 걸어 그 사람을 깨워보기는 했는가? 라고 묻고 싶다. 

 

 

“컴퓨터 본체가 다운되었습니다.” 이 말은 사실일 수 있지만, 옛날 타자기도 있고 노란색 에버하드 파버 연필도 있으니 그걸로 해내면 된다. 답장을 쓸, 전화할, 주간 보고서를 작성할, 책상 정리할 “시간이 없었습니 다”라던가 “너무 바빴습니다”라고 솔직하지 못한 변명을 하는 사람이 많다.

 

그건 우선순위에서 그 일이 밀린 탓이다. 전화 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면 반드시 하게 되어 있다. “불가능 합니다”하는 말은 변변찮은 변명 중에서도 가장 시답지 않은 변명이다. 어렵거나 비현실적이거나 비용이 너무 많이 들 수야 있겠지만 세상에서 불가능한 일은 거의 없다. 


무엇을 해야 할지 고객들이 말해 줄 때까지 기다리면 늦는다. 선두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가능한 가까운 곳으로부터 아이디어가 나와 줘야 한다. 내 아이디어의 근원은 핵심고객이다. 이들은 제품을 이용하면서 무엇이 효과가 있고, 무엇이 그렇지 않은지, 무엇이 필요한지 알아내는 사람들이다. 이들의 아이디어를 다루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나는 기업가적 방법을 선택한다. 일단 발을 내딛는 것이다. 만족스러우면 다시 한 발을 내디디고, 그러지 않으면 물러선다. 행동을 통해서 배우는 것이 가장 빠른 길이라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디자이너와 제작자, 공급업자, 도급업자 등은 한 몸

 

내가 대장간을 운영하고 있을 때 버뱅크에 있는 헤럴드 레플러의 기계작업장에 등반 장비와 일부 생산품의 제작을 맡겼다. 레플러는 50년 경력을 가진 제도사이자 도구 및 주형 제작자였다. 나는 그를 이름 대신 천재라고 불렀다. 그의 기술은 너무 완벽하고 뛰어났기 때문에 작업장은 작았지만, 항공사들이 입찰을 권유할 정도였다. 나는 그와의 관계를 통해 디자이너와 일선의 제작자가 협력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것임을 배웠다. 이는 모든 제품에 적용된다.

건물을 지을 때 건축가와 건설업자와의 관계가 그렇고, 우비를 만들 때도 그렇다. 

 

제작자는 처음부터 그 제품이 달성해야 하는 목표를 이해하고 있어야 하며, 반대로 디자이너는 어떤 제작 과정이 뒤따르는지를 알고 있어야 한다. 이게 안되면 건설업자가 건축가의 의도를 알지 못해 현장에서 설계에 변화를 줄 수 있고, 봉제 기술자들은 자신의 작업 습관이나 관행에 따라 솔기의 구조를 바꿔 우비의 성능을 손상시킬 수 있다. 제품의 품질을 손상하지 않고 많은 다른 회사들과 효과적으로 일을 하려면 나만 잘해서 되는 게 아니다.

 

공급업자, 도급업자, 판매사와 고객이 하나가 되는 생태계 시스템을 이루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어디선가 펑크가 난다. 그래서 모든 참여자가 전체 유기체의 건강을 최우선 할 수 있도록 전형적인 비즈니스 관계보다 훨씬 깊은 정도의 교육과 신뢰를 쌓아 올려야 했다. 상호 헌신을 통해 나는 서로의 관계를 친구와 가족 관계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하지만 이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데는 많은 시간과 에너지가 들어갔다. 그러나 내가 원하는 최고의 제품을 가장 먼 저 만들어 내려면 어쩔 수 없는 과정이다. 나는 우리의 유기체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미래가 서로 연결되게 하고, 그들에게 좋은게 우리에게도 좋은 관계가 되도록 함으로써 최고의 품질을 담보할 수 있었다.

 

 

품질보다 앞서는 것은 없다! 


그런 유기적 관계 속에서도 세계에서 가장 좋은 제품을 만들려면 사소한 실수를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된다. 나는 선반에서 색이 바래는 옷감이나, 쉽게 고장 나는 지퍼, 질이 떨어지는 단추를 결코, 용납하지 않았다. 단추가 헐거운 것을 발견하게 된 사람이 누구인지에 따라 그 문제의 결과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나는 인지하고 있었다. 가령 어떤 고객이 세탁기에서 바지를 꺼내다가 단추가 그 사 람의 손에 떨어졌다고 해보자. 단추 하나 때문에 우리 회사 전체 그리고 협력사들이 가장 끔찍한 방식으로 실패를 경험하게 된다. 애써서 확보한 그 고객은 품질에 대한 우리의 주장을 다시는 신뢰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1991년에 그와 비슷한 일을 겪고 도급업자에게 아예 재봉틀을 사다 준 일이 있었다. 이를 통해서 나는 제조 과정을 정확하게 준비하는 것이 도중에 추가적인 단계를 밟은 것 보다 비용이 훨씬 적게 든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니 최고의 제품을 만들겠다는 각오가 섰다면, 생산과정의 어느 시점에 가서 추가적인 단계를 밟을 필요가 있고, 이왕 그럴 바에는 초기 단계에 확실히 해 두는 편이 훨씬 나을 것이다.

 

처음 부터 일을 제대로 하고 싶다면 정확한 명세서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내 경험에 의하면 경영자는 완벽한 협력사와 완전한 파트너가 되어야 하고, 그들이 내가 구상하고 있는 디자인의 기준에 맞게 일을 하는데 필요한 지식과 도구를 갖추고 있도록 해야만 한다. 그렇게 협력업체들이 나와 동일 기준을 공유하고 있을 때, 어렵지 않게 최고의 지점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끊임없이 배우고, 익히며, 지구를 사랑하기


세상이 변화하고 있어서 과거에 일했던 방식이 장래에도 적합하다고 나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나 역시 항상 사업 프로세스를 개선하기 위해 MRP(materials resources planning, 자재소요량계획), JIT(just-in-time, 적기공급생산), 신속 대응 시스템, 자율 관리팀 등 현재 주목을 받는 접근법에 관심을 두고, 제 시간에 합리적인 비용으로 더 나은 제품을 제공할 수 있는 프로세스들을 계속해서 점검하고 평가하고 있다. 

 

어느 조직이든 생산과정에서 품질을 증진하기 위한 노력이 제품 자체를 넘어서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교훈이다. ▲일을 완수하기 위해 자신을 준비시키는 방법, ▲다른 기업이나 문화로부터 좋은 아이디어를 듣고, 구하고, 빌리는 방법, ▲현재 진행되는 일의 방식과 일이 진행되어야만 하는 방식에 대해 어떤 질문으로 접근해야 하는가, 하는 방법으로 확장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는 변화에 적응하기보다는 변화를 수용하는 태도가 중요하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왔을 때 상대적인 우위를 따져 보지도 않고 생각 없이 변화를 주는 것이 아니라, ‘열심히 찾는다면 더 나은 업무의 방식이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 

 

나는 예상 밖의 회사라도 아이디어가 좋다면 빌려서 적용한다. 맥도날드는 이미지나 여러 가치관에 있어 파타고니아와 거리가 멀지만, 내가 맥도날드에 대해서 한 가지 존경스럽게 생각하는 게 있다. 맥도날드의 그 누구도 고객에게 “죄송합니다. 오늘 양상추가 떨어졌습니다”라고 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1년 365일 성공적인 적시 배송 시스템을 구축해 두고 있다. 나는 파타고니아가 맥도날드와 공급업자들이 맺고 있는 공생 관계로부터 배울 것이 많다고 생각한다. 

 

 

환경 위기를 해결할 수단이 기업의 경영철학


이제 내 나이도 80대 후반을 향해 가고 있다. 한 세기의 4분의 3에 이르는 세월 동안 갖가지 위험한 일을 해 오면서 나는 거의 죽을 뻔 한 경험을 수없이 했으므로 언제가 죽는다는 사실을 온전히 받아들이게 되었다. 그 사실은 나를 그리 괴롭히지 않는다. 모든 생명에는 시작과 끝이 있다. 인간의 모든 노력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종은 진화하고 소멸한다. 제국은 발흥한 뒤에 분열하고, 기업은 성장한 뒤에 약해지거나 망한다. 거기에 예외가 없다. 이런 것들 또한 나를 고통스럽게 하지 않는다. 하지만 인간의 잘못으로 많고 많은 멋진 생물과 귀중한 토착문화가 완벽하게 파괴되는 ‘여섯 번째 대멸종’의 목격자가 된다는 건 견디기 힘든 고통이다. 


처음 등반 장비를 취급했던 우리의 첫 회사, 쉬나드 이큅먼트(Chounard Equipment)는 지금 파타고니아 웍스 (Patagonia Works)가 되었다. 그 산하에는 의류회사인 파타고니아 인코퍼레이티드(Patagonia Inc.)와 식품회사인 파타고 니아 프로비전(Patoagonia Provisions)을 두고 있다. 이외에도 나는 뜻이 맞는 여러 스타트 업에 투자하고 있다.

 

아이러니 하게도 우리는 전혀 꿈꾸어 본 적도, 원한 적도 없는 큰 회사가 되었다. 그렇지만 이 여정에서 이윤보다 환경을 앞세운 기업 가치관을 타협했던 적이 없었다. 회사를 팔거나 공개회사로 만들어 “환경 위기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해결 방안을 실행 하기 위해 사업을 이용한다”고 선언한 그대로 우리는 탐욕스러운 자본주의식 기업의 벽을 넘어서 자연과 상생하는 친환경 기업의 모범을 보인다. 

 

파도가 칠 때 서핑을 즐기면서 일해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것이 바로 우리의 경영철학이기 때문이다. (다음호에 이어 계속)

 

MeCONOMY magazine May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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