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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세계 유일의 분단 접경(接境)지역, 세계인의 평화 순례길로...

인구감소 지방소멸을 막을 수 없다면...「제9편」 

일찍이 인류 역사에 없었던 세계 60개국 195만 7616명이 참전한 6.25 전쟁. 그 참화에서 일어나 반세기만에 경제 선진국으로 도약한 K-문화의 발상지 대한민국, 그 성공비결이 시작된 세계 유일의 DMZ 접경지역에 있는 평화 누리 길을 세계인들이 걷게 하자. 그러면 접경지역의 인구유출을 막고 지역경제를 살릴 수 있을 것이다.

 

 

미 육군 태평양지역 총사령관의 일반명령 제1호로 시작된 북위 38도선

 

시간을 일제강점기에서 해방된 1945년 8월 15일, 그로부터 보름이 더 지난 9월 2일로 돌려보자. 그날 미 육군 태평양지역 총사령부는 일반명령 제1호를 발령했다. 북위 38도선 이남의 일본군은 미 육군 태평양지역 총사령관 맥아더 사령관에게 항복하라. 그리고 38도선 이북의 일본군은 소련 극동군 총사령관에 항복하라는 거였다. 그 명령에 따라 군정(軍政)이 시작되고 북위 38도 선은 우리 조국을 남북으로 가른 최초의 경계선이 되었다.

 

북위 38도선은 한국전쟁이 터지면서 소멸했다. 그리고 1953년 7월 27일 22시를 기해 휴전에 합의한 남북은 대치하던 지점에서 무장을 해제하고 경계 팻말을 세워 군사분계선(MDL Military Demarcation Line)으로 삼았다. 책상 위에 금을 그어 옆자리에 앉는 급우가 넘어오지 못하도록 했던 일을 기억하시는지... 그처럼 군사분계선을 그었다고 싸우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었다.

 

그래서 군사분계선에서 북쪽으로 2km 떨어진 곳에 북방한계선, 남쪽으로 2km 떨어진 곳에 남방한계선을 그어 4km의 완충(緩衝) 지역, 즉 비무장지대(DMZ, Demiitarized Zone)를 만들었다. 하지만 어느 때부터인가 남북은 비무장지대 안으로 조금씩 들어오면서 비무장지대 4km가 정확히 지켜지고 있는 곳은 드물다. 남북 모두 휴전협정을 위반하고 있는 셈이다.

 

미 육군 제8군단 사령관이 설정한 민통선

 

휴전협정 당시 논의가 없었던 서해는 서해5도와 북한 황해도 지역과의 중간 지점을 분계선(分界線)으로 삼았다. 이것이 북방한계선(NLL, Norther Limit Line)이다. 동해는 기준으로 삼을 만한 섬이 없었으므로 군사분계선을 연장해 북방경계선(NBL, Northern Boundary Line)을 그었는데 요즘은 서해와 동해 모두 북방한계선이라고 부른다.

 

우리가 신분증을 확인하고 출입허가를 받아야 하는 ‘민통선’은 ‘민간인출입통제선’을 줄여서 부르는 말이다. 1954년 2월, 당시 작전통제권을 가졌던 미 육군 제8군단 사령관이 설정했다. 군사작전을 펼쳐야 하는 미군은 자기 땅에 와서 농사를 지으려는 농민들이 거추장스러웠기 때문이었는데 1958년 6월 한국군이 남방한계선 방어를 맡고부터 출입 영농을 시작돼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이런 경계선을 넘어 남에서 북으로 간다면-요즘 월북을 하는 사람은 없지만-민통선과 ‘철책선(鐵柵線)’이라 흔히 부르는 남방한계선, 그리고 실제 눈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군사분계선과 북방한계선을 넘어야 가능한 형이상학적인 길이다.

 

 

2010년 5월 8일 개장한 「경기도 DMZ 평화 누리 길」의 명암

 

그런데 10년 전, DMZ 접경지역과 가장 가까이서 자유롭게 걸을 수 있는 형이하학적인 길이 생겼다. 이름하여 경기 평화누리길. 경기도 김포, 고양, 파주, 연천 등 4개 시군의 DMZ 접경지역-민통선 밖의 길을 잇는다. 철책선 옆을 걷는 김포의 3개 구간, 고양의 2개 구간, 파주 의 4개 구간, 연천의 3개 구간 등 총 12개 구간으로 총 길이 191km에 이른다. 1개 구간의 길이는 15km 내외, 도보로 약 4~5시간이 걸린다.

 

 

전쟁의 상흔과 통일의 염원이 담긴 곳, 천혜의 자연경관과 수많은 동식물들의 보금자리이자, 반만년 역사 유적을 품고 있는 길을 걸어보자는 비장(悲壯)한 각오였다. 필자가 4년 전, 경기도 DMZ 평화 누리길 종주에 나선 2019년, 1월 중순은 응달에 눈이 쌓여 있을 때였다. 매주 토요일마다 한 구간씩 걷기로 했다. 하지만 3개월 만에 종주를 끝내놓고 보니, 김포 철책코스나 임진강변 코스, 그리고 삼국시대의 유적지가 있는 산길과 관리가 잘 되어 있는 연천군의 호젓한 코스를 제외하면 평화 누리길이란 이름이 무색했다.

 

 

유엔군 전사자만 4만 명에 육박, 그들의 희생을 느낄 수 없는 길

 

대개는 마을 고샅길이나 들길을 이어놓았고, 심지어 일반 도로를 따라 마주 오는 차량과 교차하며 걸어야 하는 위험천만의 구간도 있었다. 나뭇가지에 묶어 둔 길 안내 리본을 찾지 못해 여러 번 길을 잃고 헤매다 보면 “다시는 안 오겠다”는 말이 입에서 저절로 튀어나왔다. 길은 그렇다 치자. 전 세계 60개국의 2백만 명에 가까운 젊은이들이 참전해 미군이 대부분이긴 하지만 4만 명에 가까운 젊은 생명을 바친 땅이라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다.

 

오히려 북한지역을 볼 수 있는 남방한계선상의 전망대, 여러 유엔 참전군 기념비, 유엔군 화장터 등의 전흔(戰痕)과 분단의 아픔을 실감하려면 평화 누리 길을 벗어나야 했다. 사정이 이러하니 평화 누리 길을 종주하는 사람을 찾을 수가 없었고, 반대 방향에서 마주 오는 사람은 그룹을 이룬 너 댓 명이 유일했다. 길을 걷는 사람이 없으니 커피 한잔을 마실 수 있는 카페나 식당이 있을 리도 만무했다. 누가 왜 이런 길을 만들어 평화 누리 길로 선정하고 명명했는지 그 이유가 아리송했다.

 

필자의 기억에서 멀어지던 평화 누리 길을 다시 떠올리게 된 건 한 예비역 장성으로부터 군부대의 통합과 미군 부대 이전으로 접경지대의 인구와 경제 사정이 예전 같지 않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서였다. 그렇다면 경기 DMZ 접경지역 평화 누리 길을 다시 제대로 만들고, 구간마다 도보여행자들이 묵을 수 있는 병영(兵營) 숙박과 숙식을 제공한다면 어떨까? 싶은 거였다. 세계 도보여행자들, 특히 한국전에 참전했던 국가의 젊은 세대들이 걸어보고 싶은 길로 만든다면, 접경지역의 경제가 살아날 수 있을 것 같았던 것이다.

 

 

50년간 미군 기지였던 「캠프 그리브스」의 변신

 

1953년부터 미 육군 2사단 506연대가 2004년 8월에 철수할 때까지 50여 년간 주둔했던 경기도 파주시 민통선 안의 캠프 그리브스 기지. 2007년 우리나라에 반환된 이후, 2013년 경기도가 일부 시설을 역사·문화 체험시설로 만들고, 내무반 건물을 리모델링해서 유스호스텔로 개관했다. 유스호스텔은 군의 내무반처럼 10명이 한 번에 들어가는 숙소가 24개, 그러니까 최대 240명을 수용할 수 있다.

 

 

경기관광공사가 운영하는 캠프 그리브스의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학생들의 평화통일체험을 위주로 운영해 외국인을 타깃으로 하지는 않았지만, 외국인들도 20명 이상 단체로 예약하고 민통선 출입허가를 받으면 언제든지 이용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필자가 보기에는 내무반 침상에서 10명 씩 함께 자야하고, 공동 샤워장을 이용해야 하는 불편이 따를 것으로 보였다. 실제로 TV 드라마 ‘태양의 후예’의 촬영지였던 이곳은 외국인들이 자주 찾지만 숙박을 하진 않는다.

 

 

평화누리 길 구간에 가칭(假稱), 「병영(兵營) 글램핑 장」을 설치한다면?

 

캠프 그리브스만을 보고, 평화누리길이 지역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당장 알 길이 없었다. 하지만 평화누리길이 지나가는 구간마다 그 지역의 전쟁 역사와 지형을 살린 도보여행 길을 다시 잇고, 외국인을 위한 병영(兵營) 글램핑 장을 만들어 준다면 좋을 듯 했다. 외국인 도보 여행자들이 평화 누리 길을 걸으면서 체험한 접경지역 상황, 병영 글램핑 장에서 숙박하고 숙식한 경험을 SNS를 통해 세상에 알림으로써 해당 지역이 유명해지면, 점점 지역 경제가 살아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도 평화누리 길 주변에 캠핑장이나 글램핑 장이 운영되고 있긴 하지만 외국인 도보여행자들이 이용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빌 브라이슨」의 『나를 부르는 숲』,  「파울로 코엘료」의 『순례자』, 「셰릴 스트레이드」의 『와일드』

 

▲18kg의 배낭보다 더 무거운 '일상'을 벗어던지고 미국 애팔래치아 트레일(약 3360km)을 종주하고 쓴 「빌 브라이슨」의 『나를 부르는 숲』, ▲어느 날 홀연히 모든 것을 내려놓고 700km 산티아고 순례길에 나선 「파울로 코엘료」의 『순례자』, ▲26살의 나이에 가정폭력, 엄마의 죽음, 방탕한 생활, 이혼 등 인생의 밑바닥에서 4285㎞의 미국 서부 종단 코스를 완주한 「셰릴 스트레이드」의 『와일드』......등은 필자가 감동적으로 읽은 도보 여행기였다. 아직까지 필자의 과문 탓인지, 외국인이 “휴전선 155마일(사실은 148마일-238km)을 걸으면서 도보 여행기를 썼다는 소식은 듣지 못했다.

 

감동적인 분단접경지역 도보 여행기가 나오지 않는 이유

 

국민소득 160달러 최빈국에서 3만 달러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대한민국, 인류 역사상 전무후무한 세계 60개국이 참여한 국제전쟁의 무대였던 이 나라지만 감동적인 DMZ 접경지역 도보 여행기가 나오지 않은 건 무슨 이유일까? 혹시 도보여행자들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 평화누리 길을 제대로 만들어내지 못한 탓은 아니었을까?

 

경기 DMZ 평화누리 길이 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길 위에서 영감을 받은 어느 도보여행가의 손끝에서 훌륭한 여행기가 나올 것이고, 그로인해 해당 지역은 세계인의 버킷리스트가 되어 지역경제가 살아날 것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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