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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취재


종말의 묵시록에서 찾는 희망의 청사진

환경, 사회, 지배구조(ESG)의 생태경제학

 

탐욕스런 승자 독식의 세계, 인간 중심적이지도 않았고 지극히 생태 파괴적인 성장위주의 경제가 위기를 넘어 인류 멸망의 재앙을 재촉하고 있다.

 

매일 매일 수백 종의 생물이 멸종되고 온난화로 지구의 온도상승은 멈출 줄 모른다. 물이 고갈되고 관행농업으로 인한 경작지의 동맥경화는 농산물의 품질은 떨어지는데다, 식량을 무기화함으로써 각국의 식량안보가 위태롭다.

 

이런데도 탐욕과 성장이라는 인간의 이기적 경제행위는 아직도 바뀔지 모른다. 80억 명의 세계 인구가 각자 자동차를 몰고 배불리 먹고 집을 가져야 한다면 우리의 지구는 버틸 수 없다.

 

부유한 10%가 전체 세계 자산의 76%를 차지하고, 그 차이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면 지금까지의 경제모델은 확실히 뭔가 잘못된 것이다.

 

그러나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오더라도 우리는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고 새로운 기술혁신으로 자연과의 조화로운 삶을 추구하지 않으면 안 된다.

 

환경, 사회, 지배구조(ESG)의 새로운 경제모델을 실천하는 생태경제학 현장을 소개함으로써 지구를 살리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자 한다.


제1편 : 게으른 농부의 생태목장 손익계산서

 

독일 튀링겐 주(州)에 있는 시골 마을의 야생생태 목장 실험 

 

독일 중부에 위치한 튀링겐 주(州). 크라빈켈(Crawinkel) 평야의 어느 경사(傾斜)진 지형의 산림 정상에서 두 남자가 아래를 보고 있다.

 

그들은 떡갈나무와 너도밤나무 등이 넓게 우거지고, 멀리서 말과 소들이 떼 지어 다니며, 그 소떼의 뿔에 햇빛이 반사되어 반짝이는 너른 초원을 꿈꾸고 있다.

 

깎아지른 계곡 저편에 솟은 언덕 위로 보이는 나치 캠프가 있던 오르트루프는 살포기와 화학비료가 시장에 나오기 오래전부터 어떤 농업도 행해진 적이 없었다. 여우 한 마리가 몸을 구부려 구덩이를 획 지나간다. 참새 비슷한 들 종다리가 곳곳에서 지저귄다.

 

생태학자인 라이징거 씨가 봄날 아침 햇살을 받고 있는 이 야생의 환경 생태농장의 주인인 하인츠 블라이 씨의 얼굴을 보며 말했다.

 

“제대로만 시작한다면 여기에 두 번째 크뤼거 국립공원을 만들 수 있습니다. 그곳에서 우리가 상상 속에서나 그려본 황소, 들소, 야생마 같은 큰 동물과 들짐승들이 돌아다니는 유럽 태고의 경치가 펼쳐질 겁니다.”

 

라이징거 씨가 말한 크뤼거 국립공원은 자연을 경제수입의 중요한 원동력으로 삼는 남아프리카에 있다.

 

원시자연을 꿈꾸는 인간의 동경에 따라 지난 수천 년 전에 잃어버린 유럽의 야생이 그곳에서 복원이 되고 있는데, 케이프타운에서는 130만 명이 자연보호와 관련된 직업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크뤼거 국립공원의 루이보스 부쉬벨트 지역(Rooibos-Bushveld-Region)에서만 매년 1600만 달러의 관광수입을 벌어들인다.  

 

“이곳은 이상적인 땅이 될 겁니다. 생물종의 다양성을 보호하는 것이 경제성장을 저해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해 주게 될 것 입니다”라고 라이징거 씨가 하인츠 블라이 씨에게 말했다. 그가 동의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멸종된 동물을 부활시킨 야생목장의 자연 복원력

 

그는 아침 6시, 3천 헥타르가 넘는 지역을 돌기 위해 사륜구동 지프차에 올랐다. 매일 아침 이렇게 하는 그는 어제 처음, 내장까지 뚫어버린다는 코뿔소 류의 야생들소 우두머리가 자동차를 망가뜨렸다고 말하더니 가볍게 한쪽 어깨를 으쓱하고 들어올렸다.

 

그가 이슬 젖은 초원을 가를 때, 말들이 물결처럼 움직이며 자동차를 피해 달아났다. 그는 가축들을 축사에 가두지 않는다. 살을 에는 겨울에도 그렇다. 드넓게 펼쳐진 겨자나무와 덤불 사이에 흩어져 있는 500마리의 말과 1,500마리의 소는 우리가 알고 있는 가축이 아니다.

 

오히려 멸종된 종(種)에 가깝다. 휘어 있는 뿔을 지닌 거대한 들소 같은 소가 그렇고, 잿빛 아일랜드 포니를 닮은 말도 야생적 역교배(어미 세대와의 교배)를 통해 태어났다. 

 

이밖에도 털이 촘촘한 들소 같은 갤러웨이, 뿔 사이로 앞머리털이 내려온 하이랜드, 몸이 까만 독일 앵거스 소들이 거의 30km나 뻗은 덤불 근처에 숨어 있다. 그는 도축으로 돈을 벌지 않는다.

 

그의 원시적인 사육방식은 동물의 살을 찌우지는 못하지만 이미 오래전에 부족해진 ‘자연의 다양성’이라는 상품으로 충분하다. 이곳은 새와 곤충들이 구덩이와 늪 그리고 숲을 함께 나누는 야생동물의 세계며, 많은 종들에겐 고향이 되는 다양한 생명의 양탄자이다.

 

큰 동물들의 배설물은 토양에 사는 다양한 미생물의 생명 모자이크를 창조해 내고 그 위에 꽃과 어우러진 푸른 잔디와 야생초에 영양분을 듬뿍 안겨준다.

 

나비, 딱정벌레, 새, 개구리, 들쥐 등 예전의 자연요소들이 돌아오고 사료가 거의 들어가지 않으니 이곳은 경제적이면서 동시에 생태적이 아닌가. 

 

허리춤에 손을 얹고 흐뭇한 듯 생태농장을 바라보는 그는 튀링겐에서 처음으로 기존 유기농 곡물을 대규모로 재배했었다. 그러나 돌투성이 경작지여서 비싼 쟁기 도구를 망가뜨리면서 진저리를 쳐야 했다. 그러다가 ‘초원 몽상가’인 생태학자 라이징거 씨를 만난 후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아 실천에 옮겼다.   

 

튀링겐에서 가장 게으른 농부의 생태경제 법칙, ‘자연 그대로 내버려 두기’


2003년 이후 그는 농기계를 쓸 일이 없었다. 라이징거 씨의 조언에 따라 호밀과 보리 대신 잔디와 채소를 파종했다. 종달새의 환영을 받으면서 형형색색의 꽃 들이 펼쳐지자 참으로 믿기 어려운 일이 일어났다.

 

불과 5년 만에 대초원의 중심에서 경제적 변화가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여기에 9마리의 들소를 방목했다. 전자 울타리로 동물의 영역을 나눴을 뿐, 풀을 베거나 뽑아 준 적이 없었다. 그런데도 얼룩덜룩한 난초의 일종인 크나벤크라우트, 하얀 히아신스 등 60가지가 넘는 식물종들이 서로를 둘러싸고 자라고 있었다.

 

그 위를 말벌들이 윙윙거리며 지나가고 개구리가 공중제비를 하며 죽어라고 달아나며, 강에서 빠져 나온 실개천이 졸졸 흐르기 시작 했다.  

 

“정말 믿을 수 없었지요. 녹색지대로 바꾸니까 희귀동물들이 이렇게 빨리 나타나는 겁니다”라고 그가 말했다. 자연은 언제나 생명을 살려내고 있었다. 그저 그들의 공간을 확보해 내버려두기만 하면 되었다.

 

그가 이룩한 큰 성과, 즉 생태경제의 규칙을 요약하자면, ‘그냥 내버려 두기’다. 외양간도 유축기도, 사료도, 예방약도, 조산기구도 필요 없이 말이다. 그는 항상 코맹맹이소리로 “나는 튀링겐에서 가장 게으른 농부”라며 목젖이  보이게 웃었다.

 

 배를 곯아 몸무게가 4분의 1로 줄어들면서 자란 동물들은 도토리와 너도밤나무 열매를 벗겨 먹고 풀 밑줄기를 뜯어 먹고, 가시 돋친 야생 자두나무 끝을 베어 먹기까지 했다. 말들은 배에 물이 닿는 곳까지 가서 골풀을 뜯어 먹는다.

 

대지는 다양한 작은 서식구역으로 나뉘기 시작한다. 휘파람새와 때까치가 둥지를 트는 가시덤불이 생겨나고, 진흙 구덩이가 생겨나 두꺼비 울음소리가 울려 퍼진다. 늙은 나무들이 가지를 높이 뻗고 그 위에서 회색멧새가 외롭다는 듯이 멜로디를 노래한다.

 

생태학자인 라이징거 씨는 사유지의 모든 평야들이 야생목장 시스템으로 통합되기를 꿈꾼다. 이익을 거의 내지 못하는 토지의 25%를 이 시스템으로 끌어들이기만 해도 독일 내 유용한 평지의 5%에 이를 것이라고 했다.

 

얼핏 받아들이기 힘든 호사스러운 계획이지만 우리 사회가 그동안 수지타산도 안 맞고 환경에 유해한 산업에 투자한 돈이면 수행하고도 남을 것 같아서 그의 말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그런 야생목장의 종 다양성은 우리의 생명을 위해 물을 깨끗이 정화해 주고 이산화탄소를 줄여주며 해충을 죽이고 꽃을 수정시켜 줄 것이다. 무엇보다 행복이라는 가장 큰 보물을 선물로 준비할 것이었다.   

 

자연의 생태가치를 무시한 성장경제모델은 모순


분명한 사실은 우리 사회의 경제적 계산방법에는 무언가 잘못된 게 있다는 것이다. 지난 30년간 자연보존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추구했지만 지금 더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면 그건 무언가 자연의 논리에 모순되는 우리의 계산법 때문일 것이다.

 

생물 다양성은 우리가 지금가지 해온 방법으로 절대로 보호 될 수 없는 게 분명하다. 이는 우리들이 경제를 보는 관점이 지구의 생물권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는 말이다.

 

이를테면, 달을 사람이 살 수 있는 환경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햇빛, 물, 바람, 흙속의 미생물 등등 수많은 생산요소를 만들어내야 하는데 지구에서 그런 생산의 필수 요소를 거의 무상으로 얻으면서도 지금까지 대차대조표상에 그런 항목을 넣는 것은 고사하고, 있는 줄도 모르고 있었다.

 

그는 “농부 한 사람이 튀김 닭 대신 도요새를 살찌우고, 마당에 있는 닭 대신에 들종다리를 키우는데 1년에 헥타르 당 300유로의 정부 보조금이면 충분하다”고 했다. 그런 그는 지금 보조금 외에도 유통체인을 구축한 친환경 쇠고기와 관광객들을 위한 마차타기 체험으로도 돈을 벌고 있다.

 

어쩌면 풍년이 들었을 때의 밀 농사꾼만큼 벌지 못하겠지만 일꾼을 쓰기 위해 비용을 들이지도 않으며, 온실가스를 방출하지 않고 비료, 농약, 파종용 씨앗을 살 필요도 없다. 그렇다면 우리의 자연은 곡물 생산을 더 늘릴 수 있는 자연이어야 할까?

 

온실 안에 밭을 만들어 이랑을 비닐로 덮고, 비료와 농약을 많이 주는 비닐하우스로 꽉 찬 지루한 풍경이어야 하느냐는 말이다. 그렇지 아니면 같은 가격으로 희귀 상품이 되어버린 멋진 자연경관, 그리고 건강한 고기까지 얻을 수 있는 자연이어야 할까?

 

어느 쪽에 우리가 내는 세금을 써야 할지는 삼척동자도 알 수 있는 문제다.  

 

땅은 다양한 생명의 터전, 인간의 이기적 목적으로 황폐화


자연스러운 과정에 반하여 무언가를 꾸준히 해야만 하는 관행농업에서는 농화학 비료, 연료, 운송비용, 건조, 저장, 가공 등의 형식의 에너지를 억지로 유입시키지 않으면 안 된다.

 

사실, 식량은 태양에너지가 축적된 결과일 뿐이다. ‘농사를 하늘이 짓는다’는 우리나라의 농업 속담이 있듯이 햇빛과 물, 그리고 흙의 미생물이 농사를 짓고, 그 혜택을 인간이 누리는 것이다. 수확물에서 그렇게 생긴 이윤이지만, 우리는 그 수확물의 몇 배나 되는 이윤을 억지로 쥐어짜는 데만 익숙하다. 

 

우리는 그런 생태 경제적 농업으로 모두를 건강하게 하고 지금보다 훨씬 더 몸에 좋은 영양분을 제공받을 수 있다. 더구나 이런 농업을 통해 멸종 위기 종을 되돌려 놓을 수도 있고 다른 존재와 함께 우리 고유의 정신과 인간성의 피난처인 자연을 복원하고 보호할  수 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농업은 많은 사람들로부터 무시당했고, 촌스러운 시대에 뒤떨어진다며 조롱을 받기까지 했다. 이제 손익계산을 제대로 해 보자, 그러면 우리는 농업을 단번에 성공적인 산업으로 변모 시킬 수가 있다. 

 

가치 있는 토지란 튀링겐에서처럼 포괄적인 방목을 통해서 그리고 이렇다 할 노동력을 투입하지 않고도 생명의 다양성과 시장에 내다 팔 육류를 생산해 내는 장소를 의미한다.

 

생태적 혼합문화를 통해서 생물권과 조화를 이루어 이익을 높이자는 구호는 더 나은 토양을 위해 실행 될 것이다. 이 모든 일은 실현이 가능하며, 기아문제의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 

 

5번의 생물 대멸종의 재앙을 겪은 지구,  6번째의 재앙을 막을 수 있을까 
 

물가를 잡기 위해 이자율을 올리고, 올릴 때도 베이비 스텝이니 빅 스텝으로 조절하는 걸 보면, 경제정책 결정자들은 우리 인간이 어떤 경제행위를 할 것인지 모두 파악하고 있다고, 마치 인간이 자기들 손바닥 위에서 놀고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그런 전제를 깔고 그들은 지금까지 세계 경제를 지배해 왔고 인간의 공동생활을 통제하는 수학적인 경제모델을 만들어 냈을 것이다. 인간은 그저 수학적으로 묘사될 수 있는 분자일 뿐이고, 마치 자기의 가치를 최대한으로 극대화하고자 하는 존재일 뿐이었다.

 

우리는 지금까지 삶의 의미라든가, 행복, 존재가치 등과 같이 수치화할 수 없는 문제를 늘 대차대조표상에서 배제해 왔다. 공기, 물, 숲, 풀, 흙 속의 미생물 등등 삼라만상이 공생하는 자연의 소중함을 무시하고 탐욕과 성장이라는 이기적인 유전자가 세상을 지배하는 법칙이라고 말해왔다. 

 

더 이상 지구는 버텨주지 않을 것이다. 용서하지도 않을 것이다. 종말의 묵시록에서 희망을 찾아내 실천하지 못한다면 인간은 기후위기로 지구에서 모든 생물이 멸종한 여섯 번째의 생명체가 되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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