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이코노미뉴스 김소영 기자〕 상고출신의 삼성전자 임원이란 수식어가 붙는 양향자 의원의 삼성전자 사무직에서부터 최고 전문분야인 반도체 연구원과 국회의원이 되기까지의 가시밭길은, 편견과 맞선 한편의 드라마였다. 소속 정당을 탈당하고 무소속으로 내려왔을 때 비로소 우리나라 반도체의 미래가 보이기 시작했다는 양향자 의원을 김소영 편집국장이 국회 사무실에서 만나 봤다. |
Q. 산업통상자원R & D전략기획단 요청으로 강의를 하셨는데 어떤 내용이었나요?
양향자 의원 반도체 특화단지를 어떤 형태로 지정하고 기획할 것인가? 세계를 선도하는 미·중 기술패권 경쟁과 일본의 반도체 소재·부품 수출규제 등에 맞서고, 반도체 등 첨단기술을 통한 산업 혁신과 기업성장을 촉진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에 대해 강의했습니다. 두 시간 반 정도의 강의와 질의응답이 있었는데 제가 현업에서 겪었던 30년간의 역정(歷程)을 이야기했더니 굉장히 좋아하셨어요. 모두들 큰 도움이 되었다면서 재미있었다고 하더군요. 글로벌 산업 지형과 기술 패권 전쟁에서 대한민국의 위상이라든지 향후 전략의 방향 등을 심도 있게 얘기했습니다.
Q. 현업에서 경험한 내용이라 참석자들이 공감을 했을 것 같아요.
양향자 의원 현업에서 일하는 과학자라든가, 엔지니어의 생각이 어떤 것이고, 현업에서 첨단 기술을 다루고 경험을 공유했던 부분에 대해 상당히 공감해 주셨습니다. 글로벌 시각에서 국가적 상황을 OSP(Office OF Strategy Planning)라고 하는데 그것에 대한 의견을 많이 나눴습니다. 제가 정치권으로 들어온 지도 8년이 되어 가는데 그동안 주도적으로 얘기해왔던 것은 우리나라를 ‘기술 허브 국가’로 만들어야 된다는 거였습니다.
대한민국의 경쟁력은 세계적인 기술 플랫폼 국가가 돼야 한다는 것이지요. 우리나라 전체를 첨단산업 로드맵으로 연결해 미래 세대에게 비전과 꿈을 남겨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기본이 반도체 기술이라고 봅니다. 요즘 모든 지자체가 나서서 반도체 특화단지를 만들겠다고 저를 부르고 있습니다. 반도체 산업 경쟁력 강화 특별위원회 위원장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정치인 중 반도체에 대한 경험과 지식,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거의 제가 유일하니까요.
전국을 다니면서 지역의 특징이라든가 장점을 조언해드리고 반도체 특화단지를 지정할 때 어떤 준비를 해야 하며 필수로 어떤 인프라와 정책적인 뒷받침이 필요한지 알려주고, 논의를 하는 것입니다. 말하자면 과학기술 패권 국가를 만들자는 ‘어젠다’를 가지고 전국을 돌고 있습니다.
Q. 기업인들을 만나면 어떤 이야기를 가장 많이 듣는지요?
양향자 의원 정치인의 입에서 ‘무어의 법칙’이 나올지 몰랐다는 반응이 가장 많습니다. 정치인들은 대개 정치적 이슈에 대해 얘기하지만 저는 현업에 있을 때의 경험담을 이야기하니까, 공감도가 아주 높고요. 당장 우리 청년 세대들에게 필요한 내용이라 귀를 더 기울이는 것 같습니다.
주로 질문을 받습니다. ‘우리나라 반도체가 앞으로 어떻게 될 것 같으냐’부터 시작해서 ‘주가’에다 ‘삼성이 살아남을 것 같으냐’는 등 현실적인 질문이 많습니다. 저 또한, 그들의 궁금증을 쉽게 풀어드리다 보면 저도 굉장한 에너지를 받는 것을 느낍니다. 어릴 적 꿈이 교수라 강의할 때가 저는 가장 행복합니다.
Q. 최근 ‘국회 첨단전략산업 특별위원회’에서 빠지셨는데 이유가 있나요?
양향자 의원 저도 모르겠습니다. 지난 7년 동안 저는 첨단 산업특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꾸준히 주장해왔는데 이번에 제가 못 들어간 것에 대해 처음에는 당황했습니다. 그러나 김진표 의장께서 그런 결정을 내린 이유가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첨단산업특위에 못 들어갔더라도 제 영역에서 할 일이 많으니까 열심히 노력하려고 합니다. 저와 입장이 다른 의원과 저를 비교하는 언론 보도가 있는데 사실과 동떨어진 고약한 표현이 아닐 수 없습니다.
Q. 지난해 반도체 지원 법안을 발의하셨지요?
양향자 의원 반도체 특별법은 ‘국가첨단전략산업법’과 ‘조세특례제한법’ 두 법안이 있습니다. 이걸 합쳐서 ‘K-칩스법’이라고 하 는데 1차로 통과했습니다. ‘국가첨단전략산업법’은 어느 지역이 국가 첨단 전략 산업지로 지정되면 인프라 구축을 하는데 오래 걸리지 않도록 중앙정부가 나서 세팅하고 해결해 주자는 것이고, 첨단 기술 기업에 필요한 여러 사항들을 미리 준비해 주는 것입니다.
반도체 산업은 확장성이 큰데다 발전의 정도가 무궁무진 하기 때문에 인재육성에 대한 조항도 이 법에 넣었습니다. 반도체 학과와 정원을 늘리고 경험 많은 인재들을 교수로 임용할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조세특례제한법’은 반도체 산업, 특히 첨단 산업 분야에 투자할 때 세액 공제액을 높여주는 것입니다. 이러면 투자가 촉진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세율을 정해서 법안에 넣어서 발의했습니다만 투자 세율의 3분의 1 수준에 머무는 정부안이 통과됐습니다.
그래서 산업계와 학계가 들고 일어나 ‘이건 기울어진 운동장이 아니라 뒤집어진 운동장’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께서 이에 대해 바로 잡으라는 지시가 있어서 다시 정부안이 국회에 제출돼 소위에서 논의되고 있습니다. 이 법이야말로 ‘국가를 사수하는 법’이어서 빠른 통과를 요청하고 있습니다.
이런 법을 대기업 특혜가 아니냐고 하는 분들이 있는 것으로 아는데 이 법은 대기업이나 중소기업을 갈라치기하는 게 아니라 반도체 생태계를 제대로 구축하기 위한 것입니다. 반도체는 타이밍 산업입니다. 빠른 통과가 절실합니다. 지금 산업계는 빨리 통과되어야 한다고, 절박합니다.
Q. 외국에서는 반도체 산업을 어떻게 지원 하고 있나요?
양향자 의원 미국, 유럽, 중국, 대만, 일본 등 글로벌 경쟁 국가들은 매우 두텁고 광범위하게 지원합니다. 미국은 보조금으로 69조 원, 유럽연합은 59조 원, 중국은 180조 원, 일본은 19조 원, 대만은 4조 원을 지원하지만 우리나라는 직접 보조금이 전혀 없습니다. 미국은 자국 우선주의 차원에서 반도체 공 급망 애로를 없애기 위해서 반도체 투자를 엄청나게 합니다. 반도체 투자 기업들에게 돌아가는 투자 세액 공제가 기본이 25%에요. 그러니 미국으로 탈출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조금이라도 막으려면 세금이라도 공제해 줘야 하지 않겠냐는 것인데, 8%면 충분하다고, 그것도 여당에서 그렇게 말하는 걸 보고 저는 놀랐습니다. 지난해 말 조세특례제한법이 통과될 때 우리나라 국회는 반대 토론을 했고, 당시 여당이 찬성 토론을 했습니다. 청부 찬성토론인 것이죠. 찬반 논리가 너무나 터무니없었습니다.
Q.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반도체 1등을 놓치면 안 되는 이유는 어떤 건가요?
양향자 의원 반도체가 우리 산업의 20%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반도체의 경쟁력이 없어지면 경제가 무너질 것입니다. 지금 우리 경제 성장률이 2% 가까이 떨어졌습니다. 무역 수지 측면에서도 굉장히 안 좋아지고 있고요.
반도체 수출이 줄면 우리 경제 성장률도 급격하게 떨어지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외환보유액에서도 위험해집니다. 안보적 측면에서도 마찬가지고요. 우리는 반도체라는 기술력으로 버티고 있기 때문에 미국도 우리에게 함부로 할 수 없고 중국도 우리를 함부로 흔들지 못하는 겁니다. 반도체 때문이지요. 지난 83년에 우리가 메모리 반도체를 시작해서 10년 만인 93년에 세계 1등으 로 올랐습니다. 지금까지 30년 동안 1등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 1등을 뺏겨버리면 우리는 아무것도 아닌 국가가 될 수도 있습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미국이 중국경제를 제재하면 중국이 무기로 쓸 수 반도체는 대만의 TSMC 제품밖에 없습니다. 대만을 무력으로 중국에 편입시키겠다고 공언하는 것도 더 이상 제재하지 말라는 건데, 미국으로서 중국을 가만두고만 볼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중국이 그런 식으로 반도체 부분의 성장세를 가져가는 게 눈에 보이기 때문입니다. 제재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지정학적으로 중국은 한국, 일본과 가깝고 대만은 바로 옆에 있습니다. 이 나라들이 동맹을 맺어버리면 미국은 굉장히 위험해지게 됩니다.
그래서 미국이 선제적으로 중국을 제외한 한국, 대만, 일본 등과 동맹하자고 제안하는 겁니다. 우리가 기술력이 없다면 동맹국가도 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미국과 중국이 전쟁을 벌일 때 대한민국 젊은이들의 희생이 제일 먼저 일어날 수 있습니다. 그런 위기가 오지 않게 하려면 반도체 기술력을 더 높이고 과학기술 패권 국가로서 우리나라가 자리매김이 되어야 합니다. 그 중심이 반도체라고 봅니다.
Q 우리나라를 둘러싼 주변 4강의 틈바구니에서 우리의 주권을 지키게 해주는 방편이 바로 반도체 등 첨단기술 분야군요?
양향자 의원 반도체는 우리가 말하는 인공지능 AI라든가 빅 데이터 등 모든 데이터베이스, 통신, 인공지능과 자율주행, 드론, 로봇에 다 들어 있지 않습니까? 여기에다 바이오 에너지, 배터리, 커머스 뱅킹 등 그야말로 4차 산업 혁명을 리드하는 모든 산업의 기본이 반도체입니다. 그러니 반도체 기술만 제대로 갖고 있으면 세계를 지배하고 주도해 나갈 수 있습니다.
특히 우리 미래 세대들한테 희망과 비전은 반도체 기술 세계 1등을 하는 것이어야 합니다. 그런 미래를 지금의 우리 세대가 만들어 줘야 합니다. 이것이 우리가 감당할 소명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거기에 이르는 조그만 길이라도 새로 닦아 생을 마감하는 게 제 인생의 목표이기도 합니다. 미래 산업에서 반도체의 쓰임새가 중요한 만큼 인재는 실과 바늘처럼 따라다닙니다.
파운더리는 반도체산업에서 반도체 설계 디자인을 위탁받아 생산하는 기업을 말합니다. 대만의 반도체 파운더리 TSMC와 우리나라 반도체 파운더리 삼성전자를 비교해 보면, 대만의 TSMC에서 6만명이 일할 때, 삼성전자는 2만 명 정도에 그칩니다. 대만의 3분의 1수준입니다. 그런 인력풀을 가지고 대만의 TSMC를 뛰어넘겠다고 하는데 우리나라는 인적 자원, 국가적인 지원이 대만에 미치지 못하는 상태입니다. 그렇게 해서는 대만을 이길 수가 없습니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갈라치기를 하면 안 됩니다. 인재풀을 키워야 하니까요. ‘첨단전략산업법’에 카르텔도 단단합니다. 반도체는 우리나라가 꼭 해야 하는 산업이고 인류의 대세가 되는 기술을 이를 통해 더욱 발전시키는 일등 분야가 아닌데도 인재들이 몰리고, 비전을 담보하지 못하게 만드는 일을 해서는 안 됩니다. 정말 심각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대학들 역시 학생 수가 자신들의 밥그릇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한 명이라도 기술 영웅을 만들고 키워내는 데 집중해야 합니다.
Q. 지역 의원들이 반대하는 이유가 뭘까요?
양향자 의원 지역 소멸이 진행 중인데 학생들이 수도권으로 더 몰리게 된다는 거죠. 과거 수도권 규제를 계속해왔지 않습니까? 인구소멸을 지역부터 배워 온 것입니다. 인재풀이 돼야 글로벌 기업들이 지방으로 가서 투자하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지방 인력으로만 쓰겠다는 겁니다. 불가능한 일이죠. 글로벌의 핵심 인재들은 지역에 관계없이 육성해서 관련 산업에 종사하도록 해야 하고 그러려면 지자체와 정부가 초중고 대학교까지 함께 노력해야 합니다. 지역 소멸의 가장 첫 번째 원인은 지역에 산업이 없다는 겁니다.
첨단산업 클러스터의 유무이지 대학이 없어서가 아닌 것이죠. 첨단산업을 어떻게 균형적으로 배치할 것인가, 반도체 산업 특화라든지 기본적인 대한민국 브랜드 로드맵에 의해서 반도체 특화단지를 지정해 나가야 된다는 겁니다. 그걸 제가 계속 제안하면서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첨단산업의 로드맵과 기술 인재 교육의 맵을 만들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박정희 정권 때 구미산단을 키우려고 경북대학교에서 전자과를 키웠고, 우리나라 조선 항만사업을 키우려고 부산대의 기계과를 키웠습니다. 또한, 여수 산단을 키우려고 호남권에 전남대의 화 공학과를 키웠습니다. 각 지역별로 카이스트와 같은 집단 기술 지성 네트워크를 조성해 창조적 파괴의 국가적인 결단을 내렸던 것입니다. 그렇게 해서 산업이 지방으로 가야만 학교가 제대로 클 수 있는 환경이 됩니다.
결국, 산업과 교육이 함께 이전해야 합니다. 정주 여건이라는 건 일자리, 교육, 주거, 의료, 교통, 문화 등인데 균형적으로 갖추어지지 않으면 정주 여건에 있어서 미래 세대들이 살 수 없습니다. 저는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게 내 자녀를 제대로 교육시킬 수 있는 환경이라고 봅니다.
Q. 지방소멸과 인구 감소의 문제도 결국 산업의 결핍이 초래하는 현상으로 간주하시는군요?
양향자 의원 그렇습니다. 인구소멸과 지방소멸은 같은 겁니다. 이를 해결하려면 저 출산율의 근본 문제를 봐야 합니다. 과거 10년 동안 지출된 저 출생 예산이 얼마인 줄 압니까? 무려 200조원입니다. 1년에 20조원 씩 쓴 셈인데 결과가 지금과 같이 출산율을 오히려 떨어뜨렸으니, 아이러니 한 일입니다. 엄청난 예산을 쓰고도 인구 소멸이 가속화된다면 국가 를 운영하는 리더들이 책임져야 합니다. 이건 재앙이니까요.
저는 그런 돈 쓰지 말고 반도체 클러스터를 지정하고 교육을 제대로 하면 출산율을 높이는 시너지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국가적 프로젝트를 토막토막 낼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습니다. 부처별 칸막이 때문입니다. 서로 자기 부처의 성과로 치부하려다 보니까 무리를 하는 겁니다. 총리든 누군가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합니다. 대정부 질문 때 제가 총리께 국가 첨단 전략 산업위원회 위원장이 누구입니까? 물어봤더니 본인이라는 겁니다.
지난해 8월4일 출범하게끔 법안이 시행됐지 않습니까? 회의라도 하셨냐고 물었더니 딱 한 번 했다는 겁니다. 정부 조직이 제대로 움직이기 위해서 위원회를 만들고 위원들을 선임한 건데 참 안타깝습니다.
Q. 반도체 국가인데도 우리나라에선 어째서 선도적인 소프트웨어 개발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건가요?
양향자 의원 반도체와 소프트웨어는 서로 떼놓고 생각할 수 없습니다. 소프트웨어의 영역도 워낙 스펙트럼이 넓긴 합니다. (데이터)코딩부터 반도체를 개발하고 설계하는 영역에 이르기까지 엄청나게 넓은 영역이라 무조건 소프트웨어 강국이 돼야 하는 건 맞습니다. 그런데 지나치게 플랫폼 사업, 즉 빅테크 쪽으로만 인재들이 몰리면 이를 백업할 기본적인 수학이나 물리학, 화학, 광학, 전자, 전기 등을 소홀히 하게 될 수밖에 없게 돼 반도체를 할 수가 없습니다.
다시 말해서 데이터의 코딩이나 운영체계(OS)와 같은 소프트웨어 쪽에만 관심을 돌린다면 한정된 인재의 치우침 현상이 나오게 됩니다. 사실 저는 그런 소프트웨어에 필요한 인력은 인문학 쪽에서 나와도 충분하다고 봅니다. 앞으로 인문학을 하는 인재들이 운영체계(OS)나 데이터베이스(DB)엔진 등의 영역을 담당할 있도록 국가가 거기에 맞는 교육정책을 펴야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반도체가 하드웨어적 측면이 강하지만 디테일로 들어가면 너무 어렵고 전력투구해야 얻어질까 말까하는 나노산업으로 얼마든지 소프트웨어 산업을 뒷받침하여 소프트웨어산업에 시너지를 창출할 수도 있습니다. 하드웨어가 됐든, 소프트웨어가 됐든, 그런 일을 하는 인재들은 국가에서 영웅 대접을 해줘야 합니다. 그들을 지원하고 인정도 해주며, 소중하게 여겨야 합니다. 그런 환경과 사회적 분위기가 만들어질 때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도 완성될 것입니다.
그런 분위기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우리나라의 정치가 안타깝습니다. 의사, 변호사, 검사 판사들만 높은 레벨에 있는 듯이 보입니다. 엔지니어들은 허드렛일 하는 것으로 인식되어 있잖습니까. 그런 사회적 분위기를 바꿀 정치가 필요합니다. 기술 가치를 인정하고 보상을 하는 나라, 그런 나라만이 민주주의를 할 수 있습니다. 똑같은 민주주의를 하는데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은 그렇지 않잖습니까.
소프트웨어 인력들에 대한 보상이 엄청납니다. 그게 바로 미국을 소프트웨어 강국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그런데 요즘 빅 데이터를 뽑아본다면, 이재명, 김건희 두 이름이 아주 압도적으로 1순위로 나올 것 같습니다. 국민들은 그만큼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입니다. 지금 우리에게 그게 중요합니까? 아니면 반도체의 미래입니까? 그것이 ‘이제 정치를 위한 정치는 그만합시다’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Q. 사회의 갈등을 조절하는 시스템이 정치라고 알고 있습니다만, 우리 정치를 보면 그렇지 않는 거 같습니다. 양 의원께서 당적을 버리고 국가를 위해 뛰는 모습은 말없는 훌륭한 연설로 비유하고 싶습니다. 그런 결심을 내린 개인적 이유가 있습니까?
양향자 의원 2년 전 제가 탈당을 하게 된 일이 있었는데 의혹은 다 풀렸습니다. 국민들께서 그 과정을 다 잊어버리셨을 텐데 사실 저는 민주당으로부터 한 번의 조사도 없이 제명 의결을 당했습니다. 제가 당의 짐이 되어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해서 탈당을 한 겁니다.
그러다 의혹이 해소된 뒤에 복당을 눈앞에 두고 있는데 ‘검수완박’을 도와달라는 요청을 받았지요. 법안을 보니까 처리되면 안 되는 법안이었습니다.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저는 문재인 정권 때 첫 번째 영입된 인사인데다 전남 광주를 지역구로 둔 민주당 출신의 국회의원이니까요.
그렇다고 해도 70년 된 헌법체계를 바꾸는데 졸속으로 진행되는 것에 동의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당적이 없는 상태로 국가를 위해서 일하자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지금 상황을 보니, 설령 당으로 돌아갔더라도 당을 위해서 할 일이 없게 돼버렸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반도체로 본다면, 기술 오류를 없애기 위해서 수만 번의 검증 과정을 걸치게 됩니다. 완벽한 커버리지 100%를 달성하기 위해서 엄청난 노력을 하게 되는 것이죠. 하물며 대한민국의 법체계를 바꾸는 일이 졸속으로 처리된다는 것은 인정할 수가 없습니다.
만약에 제가 법안공부를 제대로 하지 않고 복당을 위해서 찬성했더라면 제 스스로에게도 자랑스럽지 못하겠죠. 그래서 다 던져버렸습니다. 정치적 기반이 송두리째 뽑혀 나가는 한이 있어도 자랑스럽지 못한 일은 할 수 없다고 생각한 겁니다. 검수완박이 잘못됐다기보다는 검찰 권력이 국민들의 인식 속에서 너무 강해졌다는 겁니다. 제가 사법 이슈로 재판을 받아보니까 힘없는 국민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냐면, 헌법이라고 하는 법률이 정량화된 판결을 내릴 수 없거든요. 능력 있는 변호사나 검사들의 해석에 따라 판사는 판결을 내릴 수밖에 없으니까요. 검찰, 판사, 변호사 등은 국민의 행복을 위해서 존재하는 집단이어야 하는데 진보 영역에서는 검찰 공화국이라고 하고, 보수 영역에서는 비리를 척결하고 공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거라고 하고 있습니다.
국가를 운영함에 있어 밑바닥에서 봉사해야 되는 힘을 가진 집단이 앞장서서 나가니 혼란이 올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지금이라도 검찰은 본연의 가치를 다시 한번 생각해야 합니다. 국민들에게 권력이 너무 난발되고 있다는 인식에 대해 내부로부터의 처절한 반성이 따라야 합니다. 내부로부터의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검찰조직 내에도 순수하고 철저한 국가관을 가진 분들이 대부분일 거라고 봅니다. 검찰이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민복으로서 더 좋은 일을 해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Q. 최근 국회에서 선거구제 개편이 뜨거운데요. 진영 정치가 우리나라 정치를 망치고 있다고 본다면, 중선거구제가 되면 악화(惡貨)를 밀어내고 국가 발전을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을 뽑을 수 있을까요?
양향자 의원 국회의원 300명을 그대로 두고 비례대표를 늘릴 것이냐, 아니면 국회의원 수를 더 늘릴 거냐는 것인데 어떤 제도든 장단점이 있다고 봅니다. 사실 지금의 소선거구제는 양당구조로 고착화시키는 문제가 있다는 것인데 우리 국민 70%가 선거 제도를 바꿔야 한다고 하지 않습니까.
얼마 전 국회 정개특위에서 ‘정치개혁 국민 인식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72.4%가 선거제도 개편이 필요하다고 대답했습니다. 국회의원 수를 늘리는 걸 바라지 않는다는 거죠.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개편해야 한다는 응답은 58.8%였습니다. 소선거구제는 30.5%, 중선거구제는 39%, 5명이상 대선거구제에서는 별로 이견이 안 나왔고요.
국민 여론을 보면 국회의원 수를 늘리지 않고 중선거구제로 좀 바꿔보는 것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려면 기존의 이해관계 당사자인 소선구제 의원들이 자신의 기득권을 내려놔야 될 텐데 과연 그렇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사실 저는 다 내려놨습니다.
요즘 기업과 비교해 볼까요? 기업은 대팀제와 소팀제가 늘 번갈아 가면서 이뤄집니다. 소팀제는 부서 간 칸막이가 높아서 의사결정이 제대로 안 되기도 하고 겹치는 업무가 많습니다. 그래서 문제가 일어나면 칸막이를 다 없애고 대팀제로 의사결정 구조를 단순하게 하고 통합합니다. 물론 이렇게 하다 보면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지기도 하는데, 그럴 때는 조직에 새로운 리더들을 넣어서 전문화 영역을 소팀제로 바꿉니다. 계속 이합집산(離合集散)하면서 발전해 나가는 것이죠.
Q. 요즘 우리사회가 법으로 해결하려는 경향이 많은 것 같습니다. 어떻게 보시는지요?
양향자 의원 우리 일상에서 기본적인 부분을 제외하고 모든 걸 법으로 해결하겠다고 한다면 결국 법을 다루는 시장만 커지게 됩니다. 법 없이도 사는 나라, 인류의 보편적 가치로 운영되는 나라가 선진국들입니다. 우리가 정말 억울할 때 “이 나라는 법도 없냐?”고 불만을 토로하 잖아요. 그럴 때 법이 필요한 겁니다. 그런데 지금 대한민국은 “법대로 해라”, “법대로 하자”등 모든 게 다 법부터 들이밀고 있어요. 그렇게 돼서는 안 됩니다. 보호의 대상이 법이어야지 두려움의 대상이 법이 돼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이태원 참사만 해도 그렇습니다.
어떤 일이 발생하면 책임에는 도의적 책임과 법적 책임이 있는데 이중에서 도의적 책임이 먼접니다. 대형 참사가 일어났는데도 법적책임 없다고 한다면 어떤 국민이 그걸 인정하겠습니까. 오히려 분노만 유발시키는 것입니다. 우리가 나아갈 방향은 사법 체계가 탄탄하게 갖춰져 있고 그 안에서 자유를 누릴 수 있는 국가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법을 다루는 사람들이 정말 국민의 심복이 돼서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마음을 가치로 둬야죠.
권력을 행사하겠다고 하는 순간 국가는 망합니다. 사회가 모든 걸 법으로 한다면 너무 고약스럽고 잔인하지 않겠어요? 서로가 존중하고 배려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Q. K-디아스포라도 출범했는데 어떤 일을 하는 건가요?
양향자 의원 인구소멸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방법 중 하나가 영역을 확장시키는 겁니다. K-디아스포라 세계 연대는 전 세계 193개국에 있는 200만 재외동포 청소년들을 미래 대한민국 과학기술 인재로 육성하는 ‘K-버스라이트(K-Birthright) 프로젝트’입니다. 지난달 24일 출범식을 했습니다. 재외동포 청소년들에게 NFT(Non-fungible-token,대체불가토큰)으로 ‘K-Birthright’를 발급하고 국내로 초청해 한민족의 정체성과 유대감을 형성할 수 있는 차별화된 교육 프로그램도 제공할 계획입니다.
지난해 2월 <K-디아스포라 추진연대 포럼>을 시작으로 경상북도·전라남도·화 성시·강남구 등 지자체와 릴레이 업무협약을 맺었습니다. 대한체육회·골프존 등 민간 기업과의 협업을 해서 공공과 민간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해왔는데, 홍보대사로는 올림픽 양궁 3관왕의 기보배 선수, 아티스트 팝핀 현준, 국악인 박애리 명창이 위촉됐습니다.
이 일은 제가 삼성에 있을 때부터 고민하고 준비했던 것입니다. 세상에 없는 첨단기술을 개발해내는 데 국내의 인재만으로는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성장해 나갈 수 없고 지속 가능하지 못한다는 위기의식에서 인재들을 세계무대에서 찾았는데 지금에야 출범을 하게 된 것입니다.
Q. 우리 국민들이 붙잡을 수 있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 주신다면 어떤 애길 해주시겠습니까?
양향자 의원 저는 첨단기술을 다뤘던 사람입니다. 인적, 물적 자원이 풍부하지 못한 강소국이 나아가는 방향에 대해서 제 삶의 궤적에서 얻은 경험을 제안하고 미래 세대들을 위해서 일하고자 합니다. 제가 해야 할 일은 우리 청소년들의 눈에 불을 켜주는 일입니다.
그들의 미래가 암담하지 않고 불안하지 않도록, 그리고 희망이 보이는 대한민국을 만들어 물려주고 그 길을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기술 대국의 미래에 우리의 희망과 행복한 삶이 있다고 생각하니까요. 그러나 저 혼자만의 힘으로 되겠습니까? 모든 국민이 함께해 주셔야 합니다. 할 수 있습니다. 세계 1등의 기술 대국으로 갑시다. 제게 학력을 묻지 마십시오. 저는 여상(女商)을 나와 사무직에서 근무하면서 스스로 공부하여 전혀 분야가 다른 반도체 연구원이 되었고, 정계로도 뛰어들었습니다.
저도 했는데 여러분도 할 수 있습니다. 피눈물 나게 노력하고 애타게 갈구하다보면 이루지 못할 일은 이 세상에 없습니다. 긴 시간 동안 함께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약속합니다. 앞으로 더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더 감사드립니다.
김소영 기자 양향자 의원님을 뵙고 대화하는 가운데 정치적 언어가 가진 힘을 느꼈습니다. 미래 반도체를 위해 높이 드신 혁신의 횃불이 전국 방방곡곡을 밝히고 희망의 씨앗을 키워 올리리라 믿습니다. 오늘 장시간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MeCONOMY magazine March 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