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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두칼럼


살얼음 걷듯 조심스러워야 할 세상살이 '건설적인 편집증'

“아 세상에 저걸 어쩌나” 튀르키예에서 일어난 지진 뉴스를 보던 나는 탄식이 절로 터져 나왔다. 고층 콘크리트 건물이 여기저기에서 와르르 주저 않고 먼지 폭풍이 일어났다. 건물 밖에 있다가 혼비백산한 사람들은 피했지만 건물 잔해에 묻힌 사람들은 잠잠했다. 갑자기 28년 전, 삼풍백화점의 붕괴현장이 떠올랐다.

 

‘만약 우리나라에서 저런 지진이 일어난다면 어쩌지? 고층 아파트, 댐, 터널과 철도. 내진 설계가 되었겠지 설마? 고가도로가 엿가락처럼 휘였던 일본 고베지진에서 많은 건물들이 버텨 낸 게 그나마 내진 설계가 돼 있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하는 생각으로 머릿속이 엉킨 실타래 같았다.

나는 갑자기 팍팍한 고물가경제는 고사하고 하늘에서 맴돌다 내리 꽂는 번개처럼 불가항력 앞에서 내 목숨을 건사할 수 있는 것일까해 뇌 회로에서 불꽃이 튀기 시작했다. 어디 지진뿐인가. 전염병과 전쟁, 하루가 멀다 않고 북한이 쏘아대는 미사일도 그렇고 내가 아무리 조심해도 피할 수 없는 재앙이 알고 보니 도처에 잠복돼 있었던 것이었다.

 

어르신들은 늘 “매사 조심해라, 살얼음판 걷듯 살아야 한다”고 하셨다. 아무리 조심하고 조심해도 실수는 일어나고, 뜻밖의 사고를 당하는 게 인생이니까 그리 말씀하셨을 것이다. 경기도 남양주에 살았던 다산 정약용 선생은 당호(堂號)를 여유당(與猶堂)이라고 했다.

 

“신중하기(與)는 겨울에 내를 건너는 듯하고, 삼가기(猶)는 사방의 이웃을 두려워하듯 한다”는 노자의 ‘도덕경(道德經)’에서 따온 것이었다. 매사 조심하며 살아가겠노라 다짐한 선생의 마음이 아니었을까?

 

신중하기는 겨울에 내를 건너는 듯 건설적인 편집증을 앓아야 하는 이유

 

하지만 아무리 조심한다 해도 인간의 한계로 어쩔 수 없는 지진이나 전염병, 전쟁과 사태에 직면하면 절대자에게 무릎을 꿇고 기도하는 수밖에 없는 게 인간이다. 그렇다면 정녕 그 길밖에 없을까?

 

최근 『총균쇠』의 저자인 재레드 다이아몬드(Jared Diamond) 박사는 튀르키예의 지진의 처참한 모습을 보면서 불가항력적인 사태건 주변의 사소한 사고건 대비해야 한다는 건설적인 편집증(constructive paranoia)에 관한 글을 뉴욕타임스에 기고해 우리들이 가슴에 새겨야 할 교훈이 무엇인지 밝혔다.

 

「매일 보도되는 튀르키예와 시리아의 지진으로 사망자 숫자가 늘어나고 있다. 지진은 단지 먼 지역에서 사람이 죽어가는 비극만이 아니다. 자연재해는 전 세계적으로 늘 일어났고 앞으로도 일어날 것이다. 어느 나라든 예외는 없다. 그런 재해들이 미치는 영향은 무엇일까? 우리는 자연의 재앙으로부터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아마도 우선 떠오르는 생각은 아마 ‘불운은 어쩔 수 없다’는 것일지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그런 재앙을 예상하고 그것에 대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미국인들에게 지진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례가 1906년 샌프란시스코를 주저앉힌 재화(災禍)일 것이다.

 

그 지진으로 얼추 3천 명이 죽었다. 그렇지만 그건 약과인지도 모른다. 1500년 이후 10만 명 이상의 희생자를 낸 다른 지진은 적어도 지구상에서 여덟 번이 일어났다. 이를테면 1923년 14만 3천 명이 희생당한 도쿄 지진이 있었고, 이것보다 더한 지진은 1556년 중국에서 일어나 거의 백만 명을 희생시켰다.

 

1500년 이후 10만 명 이상 희생자를 낸 지진은 8번, 백만 명 이상 희생되기도...

 

지진만큼이나 치명적인 재앙은 화산분출이다. 57명의 미국인을 희생시켰던 미국 워싱턴 주 세인트헬렌스산의 분출보다 더 지독했던 기원후(AD) 79년의 베수비오산의 분출, 1883년의 인도네시아의 크라카타오 산의 분출, 크레타, 미노아 문명을 괴멸시켰을 수도 있었던 에게 해의 산토리니 산의 분출과 카리브 해의 마르티니크 섬에 사는 약 3만 명의 주민을 단 몇 분 만에 희생시킨 1902년의 분출이 있다.

 

우리의 자연재해 목록은 쓰나미(2004년 수마트라 섬에서 거의 20만 명 이상이 희생됐다), 홍수(최근 방글라데시와 파키스탄의 상당한 지역을 물에 잠기게 했다), 그리고 산불과 가뭄(캘리포니아의 호주의 오늘을 생각해 보시라), 그리고 전염병(중세의 흑사병과 1918년 인플루엔자 등)을 포함한 다른 갖가지 형태의 재난과 기근, 그리고 전쟁은 계속되고 있다.

 

전쟁은 우리 자신에게 타격을 주는 재앙이다. 정부의 정책 또한, 1845~1848년 아일랜드 감자 기근과 1930년대 우크라이나의 기근을 포함해 수백만 명을 굶겨 죽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우리는 그러한 재앙을 일으킨 자들을 비난하지 않으면 안 되리라. 인위적인 원인으로 일어나는 재앙에 비해 자연재해-이를테면 지진, 화산폭발, 산불과 가뭄 등은 ‘불운’이란 항목으로 분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그렇다. 우리는 지진, 쓰나미, 혹은 화산분출을 막아내는 데 무기력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우리는 그런 자연재해를 예견할 수 있고 대비는 할 수 있다.

 

불운의 무기력한 희생자가 되지 마라 ‘fortuna’에 대비하라는 마키아벨리

 

그것은 이탈리아의 위대한 저술가인 마키아벨리의 메시지였다. 그는 이탈리아어인 ‘virtu’와 ‘fortuna’와의 결정적인 특징이 무엇인지를 끌어냈다. 그가 의미하는 ‘virtu’란 사람들이 자신의 능력을 통해 성공을 성취한다는 것이고, ‘fortuna’는 사람이 통제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는 사건을 말한다. “그래서는 안 된다”고 마키아벨리는 말했다.

 

즉 우리는 ‘fortuan’, 혹은 불운의 무기력한 희생자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물이 자주 범람하는 강가 주변 도시의 거주민들은 강물이 불어나게 만드는 비를 막을 수는 없다. 그러나 그들은 강의 수위가 낮아졌을 때 강변을 따라 도랑을 만듦으로써 예상되는 홍수의 불운에 대비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내화성(耐火性) 건축자재를 사용하거나 우리 집 근처에 있는 인화성 빗자루(물질)를 치우고, 소방서에 자금을 대줌으로써, 예견된 화재로부터 우리 자신을 보호할 수 있다.

 

우리는 우리가 처한 지진의 위험을 내진 설계 건축 방식을 채택함으로써 줄일 수 있다(나는 여기 지진이 자주 발생하는 로스앤젤레스에 산다. 내가 근무하는 대학, UCLA는 최근 병원과 의료 센터를 재건축했다. 와이프와 나는 최근 필연적으로 일어날 다음 지진에 대비하기 위해 집을 보강했다).

 

핀란드는 어떤 재난도 정치적으로 준비하는 모델 국가이다. 2차 세계 대전 동안 핀란드인은 수입을 차단당했기 때문에 그 결과 큰 고통을 겪었다. 핀란드인은 잘못될 수 있는 만사를 상상하고 매달 그런 재앙을 계획하고 대비하기 위해 한 달에 한 번 만나는 정부 위원회를 설립해 대응했다. (핀란드인인 내 친구 하나가 그 위원회에 소속돼 있다)

 

핀란드인은 지금 화학물질 부족 사태, 전기 공급망의 고장, 그리고 다른 만일의 사태에 대한 준비가 돼있다. 몇 년 전 그 핀란드의 위원회의 모임에서 호흡기 질환의 펜데믹이 있을 것 같다고 인지했다. 위원회는 당시에 값이 저렴한 얼굴용 마스크를 될 수 있는 한 많이 사서 보관하도록 정부에 권고했다. 그 결과 핀란드는 코로나19에 준비된 상태였다. 마찬가지로 모든 다른 재앙이 와도 준비가 돼 있다.

 

매사에 조심하고 대비하는 건설적 편집증, 핀란드를 살렸다

 

핀란드와 유사한 생각은 우리의 개인 생활에서도 유용하다. 내가 뉴기니의 정글에서 생물학자로서 현장연구 작업을 할 때 거의 모든 일이 잘못될 수 있었는데 그렇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던 건 나의 잘못이었다. 

 

내가 로스앤젤레스에 있을 때는 뭔가 잘못되었을 때마다 언제나 와이프는 나를 병원 응접실로 데려갔다. 그러나 나는 그런 선택권을 뉴기니에서 가질 수가 없다. 몇 번의 위기일발을 겪은 후, 결국 나는 다음에 무슨 안 좋은 일이 일어날 것인지 끊임없이 생각했고, 그것에 대비하는 법을 배웠다. 그런 대비하는 습관이 일상생활에서조차 유용하다는 것을 로스앤젤레스에 살면서 발견했다.

 

정신과 의사들은 편집증이란 말을 사용한다. 무슨 의미로 쓰느냐면 ‘늘 뭔가 잘못될 것이라고 과도하게 두려움을 가지는 것’이다. 핀란드사람을 제외한 다른 많은 나라 사람들은 그리고 로스앤젤레스에 사는 많은 내 친구들은 핀란드인과 같은 삶에 대한 내 관점을 터무니없는 악습(惡習), 즉 편집증에 가까운 상태로 간주하고 있다.

 

그렇지만 나는 우리의 관점을 ‘건설적인 편집증’이라고 부르고, 이를 건전한 미덕으로 간주하고 있다. 말을 바꿔보자면, 온갖 악운(惡運)에 대비하는 것이다. 국가, 그리고 개인은 편집증을 앓아야만 한다. 일부 사람은 그러고 있다. 여러 나라 가운데 위에 예를 든 핀란드 외에, 베트남은 즉시 Covid가 출현했을 때 즉시 대응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호주는 가뭄과 산불, 그리고 홍수의 오랜 경험으로 예민한 긴장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한 세 나라 정부는 이전의 재앙으로부터 배웠을 공산이 가장 크지 않겠는가. 튀르키예와 시리아는 어떤가? 시리아는 나라가 특별히 고통스러운 상황 속에 있다가 더 큰 고통의 나락으로 빠져들었음을 알게 되었다. 지진 이전에도 지진의 영향을 받은 시리아 북서지역은 콜레라가 발생해 고통을 받은 데다 담요, 의사, 전기, 음식, 연료, 병원 침상, 주거지와 심각한 물 부족으로 고통을 받고 있었다.

 

그 지역은 중앙정부에 맞서 반란을 일으켰다. 다른 나라와 비정부 조직이 단기간의 도움을 줄 수 있을지 모르지만, 장기적인 해결책은 시리아의 국민통합이 다시 있기 전까지 요원한 일이다.

 

이번 지진은 단지 ‘최악’일 뿐, 슈퍼 지진의 재앙에 대비해야

 

한편 튀르키예는 효율적인 중앙정부를 가지고 있다. 지난 몇 주에 사망한 수천 명의 터키인은 정부에 의해 반도가 아닌 튀르키예 시민으로 간주했다. 튀르키예는 최근 들어 많은 지진발생의 역사를 갖고 있다. 그런 지진들 가운데 현재의 지진은 ‘단순히’ 최악일 뿐이었다. 튀르키예 정부는 그런 경험으로부터 배울 수 있는 기회를 가지고 있다. 그것은 또한, 건축 내진 설계를 강요하는 등의 실천 수단을 포함한, ‘건설적인 편집증’을 실천할 수단도 갖고 있다.

 

아마도 이번 지진은 튀르키예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 동기부여가 됐을 것이다. 지진에 대해 진실한 것은 펜데믹과 다른 위협에도 마찬가지로 유효하다. 즉, 예측하고 준비하는 것. 사스와 메르스 사태이후 세계는 그보다 더한 질병이 출현할 것을 예측했어야 마땅했다.

 

그러나 우리는 그러지 않았고 그 결과 수백만 명의 불필요한 목숨을 Covid로 인해 잃었다. 세계는 필연적인 다음 펜데믹에 대비할 것인가, 튀르키예는 필연적으로 발생할 다음 지진에 어떻게 대비할 것인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조금은 동떨어진, 적절한 비유가 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탄소절감을 할 수 있는 교통수단으로 자전거를 선호하지 않는 이유는 하나다. 자전거 길이 안전하지 않기 때문이다. 1년에 자전거로 3백 명 이상 사망하고 수천 명이 부상을 당한다. 

 

안전한 자전거 도로를 확보해 주면 사람들은 자전거를 타지 말라 해도 탈 것이다. 그것이 경제적이니까 말이다. 경제가 성공적이면 무엇 하겠는가? 크든 작든 재앙에 대비하지 않고 당한 뒤엔 아무런 소용이 없을 것이다.

 

 

MeCONOMY magazine March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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