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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첨단기술 경쟁 너머 기술 안보·외교 시대 진입

 

지난달 네덜란드의 반도체 노광장비 회사인 ASML이 중국인 직원이 자사의 기술 데이터를 훔쳐갔다고 발표했다.

 

ASML사는 구체적인 사실에 대해선 언급을 하지 않았고 외신 기자들이 중국 외교부 대변인에게 논평을 요구했으나 아는 바가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ASML이란 어떤 회사인가. 삼성전자, TSMC, 인텔, SK하이닉스까지 이 회사의 노광장비를 공급받지 못하면 최고 수준의 반도체를 만들 수 없는 유일무이의 기업이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강하게 부인하지 않고 점잖게 아는 바가 없다고 하는 것을 보니, 그런 사실만은 분명 있었던 모양이다. 

 

무슨 기술 데이터인지는 몰라도 한두 건의 기술을 가져간다고 ASML의 노광장비를 만들 수 있는 건 아닐 터이다. 원천기술이란 그 자체로는 소용없다. 그 기술이 일정한 생산량을 산출해내려면 모듈화된 공정기술로 전환돼야 한다. 또 그렇게 생산된 제품이나 서비스, SW는 생산비와 개발비를 커버하고 수익을 낼 정도로 판매되지 않으면 안 된다.

 

원천기술에서 공정기술이 된다고 하면 각 단계별로 부분화되고 그것들이 일관성 있게 연결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원천기술에서 공정기술로의 전환은 제2의 창조라고 이를 만큼 어렵기도 하지만 부분으로 나눠지고 펼쳐진 만큼 작업이 용이해진다. 따라서 이렇게 공정기술로 전환되는 순간부터 외부로의 기술유출은 시작된다. 아무리 특허로 보호되고 기술유출을 내부 단속한다고 해도 조금씩 새나가는 것은 피하기 어렵다. 기술자의 전직도 있고 은퇴자가 경쟁사에 스카우트도 되기 때문이다.

 

첨단기술을 이전받지 않고서도 자력으로 개발할 수 있는가. 물론이다. 단 조건이 있다. 첨단기술을 이전받기 위해선 그와 관련된 주변기술을 충분히 숙달한 상태여야 하고 연구 개발자와 기술자들이 그것을 개발해내려는 강한 열망과 인내심, 집중력을 유지해야 한다. 한국의 반도체와 배터리 기술, 우주발사체 기술, 방산기술 등이 그런 사례라고 생각된다.

 

후발주자가 새로운 기술경로를 발견할 수도 있다. 중국이 ASML 기술에 접근하지 못할 경우에 새로운 공법을 발견하지 못하리라고 예단할 수 없다. 그렇게 놓고 본다면 첨단기술을 가진 자는 그것을 지키고자 하는 노력만 기울이면 굉장히 위험한 전략이다. 수성만 하지 말고 새로운 첨단기술로 더 나아가는 ‘공성’ 전략도 동시에 구사할 수 있어야 한다.

 

성을 지키고자 한다면 언젠가는 성을 뺏긴다. 성을 공격하는 군대는 수시로 공격해 수성하는 군대의 진을 빼기도 하고 여러 가지 공격 전술을 동원할 수도 있고 장기간 농성하는 등 여러 가지 전략을 사용할 수 있다. 반대로 수성하는 측은 수성만 하다가 점점 인내심은 고갈되고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자 하는 기운은 빠지게 되기 쉽다.

 

기술선진국은 이러한 점을 분명히 인식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한국은 보호해야 할 첨단기술이 많지 않지만 어떻든 뺏길까 초조해 하지 말고 그 이상의 신기술 개발에 노력해야 한다. 특정한 몇 가지 기술이 경쟁사와 경쟁국에게 유출된다고 해도 해당 제품을 생산해내거나 제품 수준을 쉽게 높일 수 없다. 그 이유는 기술 생태계 때문이다.

 

첨단기술보다 첨단기술 생태계 유지가 관건

 

기술 생태계는 서서히 형성되고 일단 내수 경쟁력이든 글로벌 경쟁력이든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지속되는 관성이 있다. 그러나 생태계에 속한 주요 플레이어들이 역할을 잘하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면 기술 생태계의 경쟁력은 하락하게 된다. 축구팀의 선수들이 각 포지션에서 제 몫을 충실히 하지 못하면 골을 허용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원천기술과 첨단기술과 제조기술은 원래는 하나의 생태계에서 존재했다. 그랬던 것이 임금 상승 등 코스트가 높아지고 현지 생산과 유통의 이점을 보고 첨단기술과 제조 기술의 분리가 이뤄져서 오늘날과 같은 글로벌 공급망 구조가 형성됐다. 현재 미-중 대결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공급망이 심하게 요동치고 있다.

 

공급망이 흔들리자 가장 위기에 빠진 곳이 인텔과 같이 첨단기술만 가지고 있는 기업들이다. 미국은 부랴부랴 타이완과 한국을 독려해 미국에 제조업 공장을 짓게 하고, 첨단기술을 가지고 있는 일본과 EU의 기업들이 중국으로 첨단기술 이전을 차단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중국은 현재 배터리와 전기차 부문에서는 위협적이다. 포드가 세계 1위 중국 배터리 기업인 CATL과 미국에 합작 공장을 세운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중국은 미국과 유럽, 일본 기업들이 투자를 소홀한 틈을 이용해 초기에 선점 투자를 하면서 성공적인 공정을 구축했다. 그러나 첨단기술이란 선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포인트는 시장에서 안정된 점유율을 유지하는 것이다.

 

전기차와 배터리 시장은 이제 시작이다. 테슬라를 빼놓고선 아직 기존 기술 강국인 미국과 유럽, 일본 등에서 변변한 경쟁자들이 나타나지 않았다. 이들 경쟁자들이 시장에 나와 본격적인 격전을 치르고 난 뒤에야 오늘날 반도체 시장에서 보는 것처럼 진정한 강자들이 가려진다.

 

중국 기업들은 세계 시장에서 제대로 싸워본 경험을 가지고 있지 않다. 미국과 유럽, 일본의 자동차 기업들은 백전노장들이다. 비록 전기차와 배터리의 시작이 늦었을 뿐 본격적인 경쟁에 들어가면 중국 기업들이 의외로 고전할 수도 있다. 한국의 전기차와 배터리 기업들은 중국 기업들처럼 세계 1위니 2위니 하다가 경쟁자들의 견제를 초래하지 말고 현재와 같이 적당한 점유율을 유지하면서 오히려 품질 향상에 주력하는 전략이 바람직하다.

 

 

‘보조금 퍼붓기’로는 경쟁력 지속은 한계

 

정부의 보조금과 남의 기술을 베끼는 것만으로는 초기 성장은 가능할지 몰라도 글로벌 플레이어가 되기는 쉽지 않다. 첨단기술은 벼락공부로는 안 된다. 기초를 다져나가면서 반복과 숙달 과정을 거치고 수많은 시행착오와 실패의 고배를 마시며 처음으로 작은 것이라고 독창적인 창의성을 얻을 때라야 게임의 입문에 들어섰다고 할 수 있다.

 

중국과 미국이 반도체 등 첨단기술에 보조금 퍼붓기를 하고 있는데 우리도 안 할 수는 없다. 그 점은 인정한다고 해도 보조금 가지고는 지속적인 기술우위를 가져가는 것은 안 된다. 미국의 경우 기존 민간투자금융이 굉장히 발달돼 있는 상태에서 그간 취약했던 제조업을 살리기 위해 막대한 보조금을 풀고 있다. 우리나라는 보조금 지원보다는 민간투자 활성화를 위한 각종 금융제도를 손보고 민간투자 기관을 안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힘을 쏟으면 미국과 비슷한 투자 환경이 된다고 본다.

 

중국식 보조금으로만 기술개발을 하고 기업을 살리는 데 주력하면 그만큼 사회적 약자를 위한 복지 지출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기업은 살찌는 데 반해, 중간층과 빈곤층은 점차 확대되고 소외되는 빈곤화 현상이 벌어지게 된다. 정부 보조금은 모든 기업에게는 줄 수 없기 때문에 특정 기업들에게 집중된다. 정부 보조금이란 하늘에서 떨어지는 게 아니고 세금으로 충당하다가 조세 저항으로 여의치 않으면 일본처럼 막대한 국채를 발행하게 된다.

 

국가부채가 증가하면 국가신용도가 떨어져 국가의 이자 부담이 증가되고 이는 국가재정을 악화시킨다. 국가재정이 악화되면 보조금이나 사회복지를 줄일 것이냐 하는 고민에 봉착한다. 세금이 주로 걷히는 곳이 기업인데, 법인세와 소득세를 마구 올리면 외국인 투자는 줄고 경쟁력 있는 기업들과 인재들은 다른 나라로 떠난다.

 

어느 정책이 절대 선이고 악이란 없다. 다양한 정책과 제도를 적절히 적기에 채용하는 정치인과 그것들을 유연하게 잘 시행해내는 유능한 관료들이 필요한 것이다. 기술 기업이 경쟁력을 유지해가려면 당장의 기술개발에 매몰되지 말고, 핵심 인력을 붙잡아 두고 유인하는 공정하고 높은 수준의 인센티브와 고용 안정성을 보장하는 인사정책이 중요하다. 인사가 기술보다 더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건강한 기술 생태계의 요건

 

현재의 경쟁력 있는 대기업이 50년, 100년을 가면 좋겠지만, 그리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그러므로 M&A와 벤처 기술창업이 늘 활발하게 일어나야 건강한 기술생태계를 이어 나갈 수 있다. 경영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기술 트렌드를 놓쳐 쳐져버린 대기업들은 다른 야심찬 기업에게 인수·합병됨으로써 기존 기술을 활용할 수 있고 종업원들도 상당 부분 구제될 수 있다.

 

벤처기업들이 많이 창업하는 것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그들의 좋은 기술들이 대기업에게 뺏기지 않고 잘 보호되는 공정한 법치와 기업윤리가 뿌리내려야 한다. 한국 기술 생태계가 이 부분에서는 후진성을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벤처기업들에게 충분한 자금을 공급하는 금융 산업의 선진화도 시급하다.

 

한국 금융 산업의 가장 큰 골치 덩어리는 그저 이자 따먹기에 안주하는 대형은행들이다. 일반인들이 근래 주식 투자와 부동산 투자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데, 이들 민간 개미 자금들이 벤처기술창업들에게 투자하는 통로를 열어주는 금융 제도와 상품의 개발이 필요해 보인다.

 

실리콘밸리에서는 요즘 유망 벤처기업들에게 1만 달러의 소액 투자가 성행한다고 블룸버그 뉴스가 전한다. 일종의 소액 앤젤 투자가 실리콘밸리의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는 얘기다. 성공한 벤처기업가가 운영하는 거액 앤젤 투자에서 ‘투자의 대중화’로의 변화라고 할 수 있다. 부동산 투자로 일확천금을 노리는 것보다는 벤처창업기업가에 투자하는 것은 리스크는 있지만 그만큼 적지 않은 투자금의 회수를 꾀할 수도 있고 기술개발에 기여한다는 작은 보람도 얻을 수 있다.

 

이를 테면 앤젤리스트(AngelList)라는 테크 전문 투자기업은 소프트웨어 도구를 이용해 투자자들과 창업자들, 구직자들을 상호연결하고, 더불어 소액투자에 따른 페이퍼 작업도 편리하게 처리해주는 기업이다. 소액투자라고 해도 많은 사람들로부터 투자자금을 모은다는 것은 실제로 많은 부수업무가 따른다. 그것을 소프트웨어 도구로 빠르게 진행할 수 있게 됐다는 얘기다.

 

핀테크 기업들이 그와 같은 마이크로 투자업무 또는 마이크로 펀딩 업무를 우리나라에서 개발한다면, 시중의 여윳돈을 투자금융 시장으로 유도한다는 점에서 사회 공리적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벤처기업을 하고 기술 개발하는 데는 막대한 자금이 필요할 것 같지만 기술창업기업이 기술개발을 하는 초기에 큰돈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이미 시작한 기술개발을 일정 기간 계속할 수 있을 정도만큼 수혈돼도 된다. 누가 봐도 크게 돈이 되는 기술이라고 확실시되면 그때부터는 서로 투자하겠다는 금융기관들이 앞 다퉈 나타난다.

 

삼성과 SK하이닉스 중국공장 생산 제한 여파 어디까지

 

앨런 에스테베스 미 상무부 차관이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 업체들이 중국 내 생산하는 제품 수준을 규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작년 10월부터 18나노 이하 D램, 128단 이상 낸드플래시 등 첨단 반도체 생산을 위한 기술과 장비의 중국 수출을 금지하는 규제에 들어갔는데 한국 기업에 대해서는 1년간 유예조치를 취한 바 있다. 한국 기업들에 대한 유예조치를 해제하면 한국 기업들은 큰 타격을 받는다.

 

현재 미국은 중국에 대해 우크라이나 전쟁에 무기를 지원하지 말라는 경고를 하고 있다. 중국의 무기 지원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한국 기업의 반도체 생산 제한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삼성과 SK하이닉스는 중국 공장에서 D램과 낸드를 20-40% 생산하고 있다.

 

올 초 중국경제가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도 점차 어두워지고 있다. 이는 단기적으로는 다소 반등될 수 있어도 중장기적으로는 중국경제가 예전처럼 고성장 하던 시대는 끝났다고 보는 게 합리적인 판단이다. 한국은 수출 다변화를 심각하게 모색하지 않으면 안 될 위기 상황이다.

 

미국과 유럽, 일본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세계 공급망을 재편하고자 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중국에 대한 의존을 최대한 줄이고 동남아시아를 키우는 한편 동구권 경제를 집중적으로 육성함으로써 쪼그라드는 중국 공장과 소비 수요를 만회하려고 할 것이다. 자원을 비롯해 중남미 경제에 대한 네크워크도 강화될 전망이다. 기로에 선 한국경제는 커다란 변화와 혁신의 시점에 서 있다.

 

MeCONOMY magazine March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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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지역 독거 노인들에게 기력을 전하는 '사랑의 밥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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