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네덜란드의 반도체 노광장비 회사인 ASML이 중국인 직원이 자사의 기술 데이터를 훔쳐갔다고 발표했다. ASML사는 구체적인 사실에 대해선 언급을 하지 않았고 외신 기자들이 중국 외교부 대변인에게 논평을 요구했으나 아는 바가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ASML이란 어떤 회사인가. 삼성전자, TSMC, 인텔, SK하이닉스까지 이 회사의 노광장비를 공급받지 못하면 최고 수준의 반도체를 만들 수 없는 유일무이의 기업이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강하게 부인하지 않고 점잖게 아는 바가 없다고 하는 것을 보니, 그런 사실만은 분명 있었던 모양이다. 무슨 기술 데이터인지는 몰라도 한두 건의 기술을 가져간다고 ASML의 노광장비를 만들 수 있는 건 아닐 터이다. 원천기술이란 그 자체로는 소용없다. 그 기술이 일정한 생산량을 산출해내려면 모듈화된 공정기술로 전환돼야 한다. 또 그렇게 생산된 제품이나 서비스, SW는 생산비와 개발비를 커버하고 수익을 낼 정도로 판매되지 않으면 안 된다. 원천기술에서 공정기술이 된다고 하면 각 단계별로 부분화되고 그것들이 일관성 있게 연결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원천기술에서 공정기술로의 전환은 제2의 창조라고 이를 만큼 어렵기도 하지만 부분으
미국은 지금 중국과 반도체 전쟁을 벌이고 있다.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자국의 첨단 반도체 장비와 기술 제공을 제한함은 물론 한국과 일본, 대만, 네덜란드 등 동맹국들에 대해서도 협력을 요청했다. 동맹국의 입장에서는 미국의 요청을 거절하기 어렵다. 한국과 대만은 미국에 응답하여 미국 땅에 공장을 짓기로 결정했다. 일본은 이참에 자국 반도체 산업의 권토중래(捲土重來)를 노리고 있다. 미국 정부는 중국 반도체 산업을 옥죄기 위한 보다 강력한 조치로 미국 시민권자와 영주권자들이 중국 반도체 기업에 취업을 하고 있거나, 취업하려는 사람들에 대해서 상무부로 부터 허가를 받도록 했다. 우크라이나에 떨어진 러시아 미사일 파편에서 일제 가전품에서 뽑아낸 것으로 추정된 반도체 칩이 발견됐다. 반도체 칩은 핸드폰, 노트북뿐만 아니라 정밀 무기에도 사용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핵심 군수 부품으로 사용되는 이상, 주요 국가들의 군사용 반도체 자체 생산은 피하기 어려울 듯하다. 미국 전문가들은 미국 반도체 반출 금지 조처는 일시적 효과는 있을지언정 지속 가능성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이다. 반도체 산업은 미국과 유럽, 일본, 한국, 타이완, 중국 등으로 공급 망에서 특화된 역할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