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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인류의 마지막 기회

지구 대멸종을 다룬 소설은 대체로 지구가 멸망했거나 멸망하는 중으로 묘사되고 있다. 알 수 없는 재난으로 지구상의 거의 모든 생명체와 문명이 사라진 몇 년 후, 종말을 맞은 땅을 지나 바다를 향해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여행을 하는 코맥 매카시의 소설 《로드, The Road》가 그렇고, 핵 전쟁이후 바이러스에 감염된 인류가 흡혈귀가 되고 유일하게 인간으로 살아남은 주인공이 사투를 벌이는 좀비의 고전, 스티브 킹의 《나는 전설이다》까지 만신창이가 되어 언제든 대멸종을 맞이하게 될 거라는 암울한 현실에 바탕을 두고 있다. 지구가 물에 잠기는 대재앙을 다룬 소설 한편을 뉴욕타임스 서평을 통해 소개한다.


 

홍수에 잠긴 지구, 『The Deluge』

 

“우리가 죽은 뒤엔 무슨 일이 일어나든 나와 상관없다”며 내일 일은 내일 걱정하라는 투로 루이 15세가 그의 애첩 겸 정치고문인 마담 드 퐁파두르에게 재담을 던졌다.

 

왕이 왕실의 특권인 사방의 벽이 거울로 장식된 홀에서 그런 말을 하며 손을 흔드는 모습을 우리는 상상할 수 있다.

 

왕이 말한 그런 비유(比喩)는 틈새로 흘러나오는 물처럼 마치 우리가 죽은 뒤에 지구가 기후재앙으로 파멸하든 말든이라는 뉘앙스의 전조(前兆)인 듯하다.

 

홍수나 북극의 얼음이 녹아 서서히 전 지구적으로 불어난 물은 우리 자신의 무관심과 무지로 인해 곧바로 들이닥칠 것 같다.

 

기록적인 더위가 엄청난 충격을 주면서 북극의 빙원(氷原)이 녹고, 바닷물이 불어나고 내륙 해안으로 물이 스멀스멀 연체동물처럼 올라오고 있다.

 

우리는 분명 지구의 역사상 6번째 대멸종이라는 위험 앞에 서 있다. 이번에야말로 우리는 무지하게 큰 노아의 방주(方舟)가 필요할 것이다.

 

상쾌하면서도 묘한 매력을 풍기며, 경쟁상대가 없을것 같은 스테판 마클리(Stephen Markley)의 새로운 소설, 『The Deluge』는 급진화한 과학자들과 핵심적인 환경운동가들이 오바마 대통령 때부터 시작된 점점 심해지는 폭풍에서부터 앞으로 2040년대에 있을 슈퍼 태풍까지 모든 기후 이상을 추적하는 활동을 담고 있다.

 

저자가 이야기하는 반이상향(反理想鄕)은 우리의 현실에 부합하는, 사소하고 미묘한 부분까지 다루고 있어서 최근 들어 쓰나미처럼 쏟아져 나오고 있는 기후 변화와 관련한 상상력이 넘치는 문학작품과는 거리를 두고 있는 것 같다.

 

저자는 우리에게「Cecil B DeMille(1881~1959, 미국의 영화감독 겸 배우)」의 영화에 나온 출연자를 마치 자신의 책에 나오는 주인공처럼 소개하고 있다.

 

토니 피에트루스(Tony Pietrus)는 개성이 강하고 사물의 이치를 꿰뚫어 보는 예지(叡智)를 가진 연구원이다.

 

그리고 그의 상대역인 카리스마가 넘치는 케이트 모리스(Kate Morris)는 아주 재미있고 개성이 강한 젊은 여성으로, 성에 대해 적극적이면서 세련된 정치공작원이다.

 

그녀의 파트너인 매트(Matt)는 조용한 성격으로 케이트와 갈등을 겪고 있는 관계다. 미혼모인 세인(Shane)은 환경-테러주의를 선동한다.

 

키퍼(Keeper)는 옥시코틴 중독에서 회복 중이다. 그런데 그를 다룬 절(節)은 2인칭 서술형식을 취하고 있다. 그리고 이전에 마케팅 신동(神童)으로 불린 재키(Jackie), 아쉬라고 불리는 아쉬르 알 핫삼(Ashir al-hasam)은 게이로 신경발달 장애가 있는 수학자이다.

 

바다 속에서 나오는 메탄가스, 경제위기와 계엄령

 

Markley는 지구가 보통 온도에서 6도가 급등하는 바람에 어마어마한 파괴력을 가진 대재앙이 일어날 것이라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는 많은 조연자(助演者)를 통해 위에 언급한 자신의 주인공들을 돋보이게 하고, 완벽한 인물로 만들고 있다.

 

주인공들은 조연(助演)자들이 방향을 잡고 있는 재앙을 알아내기 위해 준비를 한 사람들이다.

 

소설속에 표현된 것처럼 그들은 가는 곳마다 먼지투성이에다 새카맣게 그을려 지난 2020년대의 풍경을 연상시키는 구불구불한 길을 가로 질러 간다.

 

그들이 이동하는 중에 흑인 공화당원인 여성이 대통령 선서를 하며 탄소배출 규제에 대해 서약을 한다.

 

그런 풍경 묘사는 Markley가 저자만의 세계를 만들어가는 데 최고 기량을 가진 작가라는 것을 보여주기라도 하듯 그의 언어에서 현장의 촉감이 느껴진다.

 

주인공인 피에트르스(Pieturus) 박사는 해저 메탄을 보고 “바위틈에서 뿜어져 나오는, 어둠 속에서 작은 방귀를 뀌는 듯한, 조약돌 크기만 한 거품 무더기가 물 위로 올라가고 있다”고 묘사한다.

 

그렇지 않으면 “해저의 침전물 속에서 보이지 않는 여러 구멍에서 꾸르륵 소리를 내며 꿈틀거리다가 때로는 순간적으로 구슬처럼 둥글게 뭉치고 서로 붙어 있다가 부드러운 모래 카펫 위에서 고통으로 온몸을 뒤트는 듯하다.

 

메탄 물방울은 몹시 차가운 물을 지나 표면 위를 향해 올라간다”고 썼다. 끔찍한 바다속의 모습이 그런데도 누군가 말도 안 되는 시 한수를 바다가 보이지 않는 한 구석에 휘갈겨 놓았다.

 

바다속에서 처럼 지상에서도 사회적 대변혁이 분출하고 있다. 경제 위기가 닥치고, 계엄령이 선포되는 그런 모든 내용을 다룬 『The Deluge』는 야심만만하다.

 

책의 길이 또한, 길고 길어 거의 900페이지를 끼어 넣었다. 마치 헐렁한 바지 같고, 지루해 몸을 가만히 두지 못하게 만들고, 독자를 팔로 에워싸고 있는 듯하다.

 

책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의 원심력은 이 책을 찢어버리고 말듯이 협박한다. 그러나 저자는 독자가 그러든 말든 초현실적 모드로 계속 앞으로 진격한다.

 

이념화 되고 타성에 젖은 정치제도

 

책 표면 위로 일종의 이념이 떠다닌다.

 

타블로이드판의 헤드라인을 모으고,『Vanity Fair』의 개요(槪要)와 앨 고어(Al Gore) 부통령 같은 인사들이 쓴 글을 펼쳐놓은, 조 클라인(1946~ 미국 정치 칼럼리스트)의 『The Colors』에 대해 동의하지 못하겠다는 듯 저자는 풍자적인 매우 어두운 평가를 여러 장(章)사이 사이에 배치시켜 놓고 있다.

 

저자는 마치 소시지 제조법에 매료된 것처럼 온실 가스가 만들어지는 상황에 빠져있는 듯하다.

 

케이트(Kate)와 그녀의 풀뿌리 조직인 「A Fierce Blue Fire」는 상하원 의원 선거에서 일을 잘 하는 사람들로 등장한다.

 

당연히 민주, 공화 양당은 그들의 환심을 사보려고 한다. 저자는 재미있는 말을 던져놓는다.

 

케이트는 자신의 동료에게 “난 스웨덴의 환경운동가 Greta (Thunberg)에게 질렸다니까! 원산지 명칭 통제(AOC)가 뭔 소리야”라고 말한 것을 인정하게 한다.

 

그러나 저자가 만든 캐리커처(caricature, 戱畵)는 시간이 갈수록 효과가 떨어지고 그의 농담은 점차 이해가 되지 않는다.

 

 

지구 대재앙에 대처하는 인간의 유형들

 

이런 것이 책의 후반에 들어와 문제가 된다. 후반으로 갈수록 Markley의 유머의 솜씨는 심각성을 의도한 그의 목적에 묻혀 평이하게 된다.

 

첨단기술 장난감으로 가는 「le Workisme」에서부터 화상서비스를 제공하는 「Zoom」과 같은 특색을 가졌고 도움, 정보 등을 찾는 사회적 플랫폼인 「Slapdish」에 이르기까지 온라인 문화를 풍자하는 한편 타성에 젖어있는 우리 시대의 정치제도를 공격 목표로 삼고 있기 때문에 그럴 것이다.

 

Markley의 눈은 가까운 미래에 두고 있으면서도 충격적인 최근 경험과 입씨름을 하는 등 가까운 과거에 집착하고 있다.

 

이를테면, 봉쇄에 들어간 워싱턴, 맨해튼 남쪽에 쫙 깔린 뉴욕 경찰과 행동이 특이한 사람들을 공원에서 어슬렁거리는 사람들과 비슷하게 만드는 트럼프 2.0. 그리고 코로나19-팬데믹은 ‘오래 전’의 일처럼 보인다.

 

이 책은 불가능할 정도로 엄청난 규모의 소설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이 소설을 두 팔로 껴안으려 노력하게 된다.

 

Markley는 지구 환경 위기라는 거대한 무대에서 물러나 그가 등장시킨 사람들의 삶의 친숙한 모형(模型)에 초점을 맞출 때 그가 가진 최고 수준의 실력을 보여준다.

 

아쉬(Ash)는 그의 성(性)적 정체성을 해결하려 노력하고 있지만 행복에 대해 혐오감을 가지고 있다.

 

키퍼(Keeper)는 약물 중독과 ‘예수께서 오신다(Come to Jesus)’는 이름이 붙은 눈보라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비틀거린다.

 

케이트(Kate)는 그녀를 따르는 추종자들이 과연 자기에게 충성심이 있는지 의심한다.

 

고도의 예술적 기교를 발휘해 Markleys는 테러-환경주의자인 세인(Shane)을 몇 개의 장(章)에 입체적 초상화로 등장시켜 다른 관점에서 그녀에 대해 숙고하고 판단할 수 있도록 해 주고 있다.

 

이런 점에서 그의 문학적 재능은 돋보인다.

 

그의 문장은 운율이 담겨 있고, 비단같이 부드러우며, 정교한 이야기를 배경으로 만들어 내는데 리처드 파워스(Richard Powers 1957~ 미국 소설가)와 Annie Proulx(1935~, 미국 소설가),그리고 아마도 Junot Diaz(1968~도미니카출신의 미국 소설가)와 Mark Z. Danielewski(1966~미국 픽션 작가)의 주석에 경의(敬意)를 표할만 하다.

 

더러운 삼각주가 된 도로, 뼈의 골짜기에 묻힌 인간들

 

약자와 하찮은 존재로 취급받는 사람들에 대한 저자의 애정은 우리로 하여금 책을 계속 보게 만든다.

 

“너의 심장은 두근두근 방망이질 치면서 땀을 흘리고 있어” Markley는 키퍼(Keeper)가 어떻게 아편 중독 상태에서 이탈하고 있는지 묘사하고 있다.

 

“모든 것은 너무 삭막하고, 삭막함이 너무나 선명해 마치 밑이 캄캄한 음울한 구덩이를 집에서 처음 발견했을 때와 같다.

 

사방의 슬픈 벽들이 눈물을 흘리고, 찬장은 비었으며, 패스트푸드가 흩어져 있는 가운데 오래된 주전자는 담배 냄새를 풍긴다.

 

비로소 이때 우리는 처음으로 삶의 어느 지점에 와 있는지를 알게 된다.

 

우리는 펌프로 퍼 올린 급수(給水)대의 물 한 방울에 불과하다. 우리 자신을 전당포(典當鋪)에 맡기고 홀로 뼈의 골짜기에 묻힌 신세가 된 사실을 알게 된다.”

 

그러나 이 책은 질질 끄는 바람에 임팩트를 잃고 있다.

 

기후소설의 고전으로 남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내용은 가술 변화로 초래된 여러 지구적 증상의 집합에 불과하다.

 

스토리가 길고 미로 같아서, 임팩트가 약해지는 건 확실하다.

 

지구의 대멸종에 대한 경고를 하기 보다는 눈을 떼기 힘들 정도의 비주얼한 문장력에 의해 그나마 구제(救濟)를 받고 있어서 내용이 어떤때는 만화처럼 보이기도 한다.

 

“물러가는 물은 바람에 훼손된 상처의 딱지처럼 쓰레기를 쌓아 놓고 도로와 인도(人道)에 배설물을 눌어붙게 해, 그 지역을 더러운 삼각주로 만들었다.”

 

Markley의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영웅적인 노력을 하지만 (이따금 범죄를 저지르기도 한다), 지구를 잠기게 하는 대홍수 앞에서는 속수무책이다.

 

결과는 참담하다. 아쉬(Ash)는 스타트렉의 스포크(Spock)처럼 한 보고서의 서문을 쓴다.

 

“나는 후세를 위해 그 어떤 것도 기록하지 않았다. 그게 바로 내 입장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의 나를 찾았다.

 

국가가 제대로 기능하고 다스려질 수 있는 사회의 광범위한 붕괴를 보게 될 가능성은 매우 현실적이다.

 

이 같은 위기를 저지하지 못한 실패에 대한 책임을 누군가가 져야 하듯이 나 또한 책임을 지고 있다.”

 

뜨거워지는 지구, 살아갈 날이 얼마 없다면?

 

이 책을 쓴 저자, Markley의 힘은 앞을 내다보는 것이다. 사람들의 믿음을 얻지 못하면서 불길한 일을 예언하는 카산드라처럼 현실의 상황에 반항하며 공중에 대고 소리친다.

 

소설가들은 가끔 도덕주의자인 양 우쭐댄다. 사실 글을 쓰는 동안만큼은 진짜 그렇게 된다. 인간은 지금 지나칠 정도로 지구의 비극적 상황을 향해 돌진하고 있다.

 

권력을 가진 사람들은 자신의 책임이 아니라면 회피하고, 정보가 될 수 있는 원천(源泉)은 모두 흡수하여 규칙이란 규칙을 만들지만 얼마 못 가 지키지도 못해 흐지부지되고 없었던 일로 깨져 버린다.

 

그러는 사이에, 지구의 온도는 여기저기 모든 곳에서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동화작가 박현숙이 쓴 《실시간 검색어 1위》는 G1 행성이 빠른 속도로 지구를 향해 돌진하고 있는 사건부터 시작한다. 이 행성이 지구에 충돌하면 인류는 끝장이다.

 

그래서 우리가 살아남을 수 있는 시간은 3주 남짓. ‘지구 종말 D-20’ 카운트다운이 시작됐다. 그런데 놀랍게도 사람들은 그것을 믿지 않고 평소처럼 살아간다.

 

'지구 종말' 디데이는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서 시험지 유출 같은 사건에도 밀리고 있다.

 

그렇다면 기후 재앙으로 대홍수가 나서 지구가 물에 잠길때도 여유로울 수 있을까? 물이 목까지 차오르는데도 말이다.

 

지구의 온도상승, 대홍수, 대가뭄, 흙속의 미생물의 소멸, 사라지는 지상의 동식물 등 대멸종을 향한 불길한 조짐에 별로 감각이 없는 우리는 과연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이 무엇일까?

 

지구 종말을 다룬 소설은 우리가 죽는 날까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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