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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흙의 반란이 시작됐다 5-1』 ...기후위기는 흙의 저주다

윤영무가 간다

 

지난달, 전남 구례군에서 필자는 ‘유기농업의 원조는 한반도’라는 강의를 했다. 요지는 “흙이 살아야 대기 중의 거대한 잉여탄소를 흙 속에 저장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강의가 끝나자 참석자들 몇 분으로부터 질문이 있었다. 그 중 한 분은 “죽어가는 흙을 살려야 하는 건 알겠는데 어떻게 살리는가?”라고 물었다. 이에 대해 필자는 “우리 조상들이 4천년 이어온 자연농법의 데이터를 수집해 오늘날의 과학 기술과 접목시켜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그런 내 답변이 시답지 않았나 보다. 흙을 살려 어떻게 탄소를 저장하겠다는 말인지 도무지 모르겠다는 눈치였다. 그래서 흙이 살아야 탄소를 저장할 수 있는 이유를 생물학적으로 접근해 미래의 농법(農法)이 어떻게 변해 갈 것인지를 3회에 걸쳐 알아보고자 한다.

 

살아있는 거대한 음(陰)의 세계

 

흙은 살아 있는 거대한 음의 세계다. 우리 눈에 보이지 않지만 30cm 깊이에 1㎡의 건강한 흙 속에는 6백억 개의 박테리아를 비롯해 10억 개의 곰팡이, 5천 마리의 원생동물, 천만마리의 선충류, 그리고 15만 마리의 진드기, 10만 마리의 톡토기, 200마리의 지렁이 등 이루 다 헤아릴 수 없는 온갖 생명체로 가득하다. 이들 또한 탄소를 기반으로 살아가는 생명체이기 때문에 인간이나 동물처럼 탄소를 함유한 유기물을 먹어야 하고 산소도 필요하다.

 

유기물(有機物)이란 “동물, 식물, 그리고 미생물의 몸통이고, 이들이 생산한 화합물”을 말한다. 각종 탄수화물, 지방질, 단백질, 섬유소, 호르몬, 효소, 비타민 등을 대표적인 유기물이라고 할 수 있는데 흙속에서 100% 분해된다. 약 58%가 탄소로 이루어져 있는 유기물들은 자신의 몸, 이를 테면, 탄수화물의 가장 기본 단위인 단당(單糖)이나 셀룰로오스(cellulose, 수백에서 수천 개의 포도당이 결합된 다당류) 같은 액체를 안에서 밖으로 삼출(滲出)한다. 이 때 흙속의 미생물들은 삼출액(滲出液)에 접근해서 먹이로 빠르게 흡수한다. 일례로, 단당이 흡수되는데 1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다.

 

식물은 흙속의 미생물이 살아가기 위해서 어떤 먹이를 원하고 있는지 알고 있다. 그래서 식물은 자신들만이 가진 능력, 즉 광합성(光合成)을 통해 탄소 화합물을 만들고 이를 뿌리를 통해 흙속에 사는 미생물들에게 공급해 준다. 물론 공짜가 아니다.

 

식물은 탄소화합물을 주는 대신, 흙속 미생물들의 먹이활동에서 나오는 각종 무기물(無機物, 무기물에는 칼슘, 인, 나트륨, 칼륨 등 우리 몸에 필수인 미네랄도 있지만 수은이나 카드뮴 같은 치명적인 것도 있다. 화학시간에 외웠던 모든 물질의 기본이 되는 원소(元素)를 무기물이라고 생각하자. 그렇다고 흙속의 미생물이 만들 수 있는 건 아니다. 원소는 흙이나 돌, 그리고 흙속에 들어온 유기물 속에 함유되어 있다가 미생물에 의해 분해됨으로써 최종적으로 식물이 흡수할 수 있는 물질이다)과 영양성분을 얻어서 살아가는 것이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15%를 흡수하는 광합성

 

식물이 탄수화합물을 만들기 위한 광합성의 첫 번째 단계는 식물의 녹색 잎에 들어 있는 클로로필(Chlorophyll, 엽록체 주머니에 들어 있는 엽록소) 분자가 햇빛에서 에너지를 흡수한다. 이 태양 에너지로 클로로필은 물 분자 (H₂0)를 수소 원자와 산소 원자로 분리하며, 이 때 식물은 산소 원자를 산소 분자(O₂)로 만들어 대기로 방출하고, 수소 원자를 저장한다. 이 수소 원자는 광합성의 두 번째 단계에서 이산화탄소 분자(CO₂)에 둘러싸여 포도당(C6H12O6)과 같은 탄수화물을 만든다.

 

식물이 광합성을 하려면 이산화탄소를 흡수해야 하는데 그 능력이 감동적이다. 1에이커(1224평)에 심은 밀은 1년에 8,900파운드(약 3560kg)의 탄소를 이산화탄소의 형태로 흡수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탄소가 대기 중에 떠 있어서 가벼운 줄 알았는데 탄소를 모은 무게가 그 정도라니 놀랍다. 하기야 탄소로 구성된 나무토막이 무거운 걸 보면 그럴 만도 하겠다는 생각은 든다.

 

여하튼 식물은 그렇게 흡수한 탄소를 물과 결합시켜 포도당으로 바꿀 수 있는 신비로운 능력을 가지고 있어서 위의 밭에서 자라는 밀들이 만드는 포도당을 무게로 환산하면 2,2000파운드(약 8800kg)이나 된다. 식물이 이렇게 광합성을 통해 전 세계 대기 중 존재하는 이산화탄소의 약 15%를 자신의 몸으로 빨아들인다.

 

 

흙 속 미생물로 가는 식물의 탄수화합물은 20~40%

 

식물은 이렇게 만든 탄소화합물 가운데 일부를 자신의 세포와 구조를 유지하기 위해, 일부는 자신의 생명 에너지를 얻기 위해 사용하지만 상당량을 “액체 탄소화합물”의 형태로 뿌리를 통해 흙속으로 흘려보낸다. 다양한 의견이 존재하나, 식물이 만든 탄소화합물의 약 20%~40%가 근권(根圈, 잔뿌리를 둘러싸고 있는 토양 부분)으로 전달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식물이 뿌리를 통해 흙속으로 흘려보내는 액체 탄소화합물-포도당이 들어 있는 수액(樹液)-은 위에서 말한 것처럼 흙속의 미생물을 불러 모으는 미끼라고 할 수 있다. 배가 고픈 박테리아, 균계(菌界, fungus, 곰팡이, 효모와 버섯 등이 포함된 진핵생물로 동물, 식물, 세균 등과는 구분됨)와 다른 흙속의 미생물들에게 있어서 이 같은 미끼는 탄소가 포함된 맛이 좋은 분비물이다. 이들은 이것을 먹기 위해 뿌리 주변으로 신속하게 나타난다.

 

하지만 미끼는 늘 충분하지 않다는 게 문제다. 그들은 뿌리의 분비물이 적다고 투정을 부리겠지만 그래봤자 소용이 없다는 걸 깨닫게 된다. 방법은 하나. 더 많은 분비물을 얻기 위해서는 식물의 성장을 도와줘야 한다는 걸 안다. 그들은 식물이 뿌리를 깊이 내려서 건강하게 자라도록 해 주면 식물이 광합성 활동을 더 활발하게 해서 탄소화합물 등의 분비물을 더 많이 생산할 것이고, 자신들에게 돌아올 몫도 커진다는 정보를 자신의 DNA에 가지고 있는 것이다.

 

토양생화학은 식물과 흙속 미생물의 그런 상생관계를 자세히 연구하는 학문이다. 이 학문에 의해 지금까지 밝혀진 바에 의하면, 흙속 미생물은 탄소화합물 같은 식물의 분비물을 더 얻어 내기 위해 식물이 스스로 병충해 등을 물리치는데 필요한 면역물질을 만들어 공급해 준다. 일종의 제약회사 노릇을 하는 셈이다.

 

식물 고유의 맛과 향은 식물과 흙속 미생물의 상생활동

 

식물마다 각기 다른 향과 맛을 지니고 있는데 이는 면역물질과 관련이 있다. 그러니까 흙속 미생물들은 식물이 원거리에서 공급해 주는 영양분을 “구입”하여 먹고 뿌리 주변에 있는 흙의 성분을 화학적으로나 물리적으로 변화시켜 식물에게 영양과 각종 약용물질을 공급함으로써 식물을 건강하게 키우고, 주변 경쟁 식물의 성장을 억제하는 대신에 식물로부터 탄수화합물을 얻어 살아간다.

 

흙의 미생물들이 면역 물질을 만들어 내는 이유는 단 하나다. 자신들에게 먹이를 공급해 주는 식물이 죽으면 자신들 역시 제대로 살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식물이 자생력을 가질 수 있도록 온갖 면역 물질을 만들어 부지런히 공급하는 것이다. 한편, 식물 또한, 이 같은 상부상조 관계를 파악하고 자신의 분비물을 조절함으로써 뿌리 주변에 모여드는 흙속 미생물 군집(群集)을 통제한다고 한다.

 

그런데 농약 등 살충제나 화학비료로 인해 흙속 미생물의 생태계가 파괴되면 식물과의 상호부조 관계는 끊어진다. 그래서 병충해를 막아 내는 자생력을 갖지 못한 식물은 또다시 병충해의 침입에 무방비가 되어 농약 등과 같은 살충제의 도움을 받지 못하면 살 수가 없다. 반복적으로 인공 약제를 쓰면 쓸수록 흙속의 유용한 미생물은 사멸(死滅)하고, 대신 유해한 미생물이 득세함으로써 식물의 잎이 누렇게 뜨거나 생장이 멈추는 등의 사막화 현상이 일어난다. 흙이 죽으면 식물이 죽고, 식물이 죽으면 사람이 죽는 연쇄반응으로 생명의 대멸종을 촉발하는 도화선이 된다.

 

흙의 미생물이 죽으면 식물이 죽고, 식물이 죽으면 사람도 죽는 생태의 고리

 

흙속 미생물의 군집(群集)은 정말이지 극단적으로 다양하다. 지금껏 0.1%만이 정체가 드러났고 나머지 99.9%는 연구실에서 배양조차 못하고 있다. 미생물이 사는 흙에 대한 연구가 끊임없이 이루어지고 있는데도 그렇다. 흙속 미생물의 군집은 90% 이상, 박테리아(세균)와 균계(菌界)가 차지한다.

 

이 두 종의 미생물이 분포된 비율은 장소와 흙의 건강정도에 따라 다양하다. 이 녀석들은 원자나 분자보다 크긴 하지만 전자현미경으로 보일까 말까한 바이러스보다 조금 큰 1마이크로미터~10마이크로미터의 몸통을 가졌다. 도대체 눈으로 볼 수가 없으니 실감이 나질 않는다. 그렇지 않은가?

 

그렇다면 여러분의 엄지와 집게손가락을 맞대고 꼭 누르고 계시라. 그럼, 두 손가락 사이의 틈이 보이는가? 녀석들은 그 틈에 끼어 들어가 살 수 있는 아주 극미한 몸통을 가졌다고 상상하면 된다. 그런 녀석들이 수억 만 마리가 사는 거다. 이들 역시 생명활동을 하고 자신의 유전자를 가지고 무한 번식을 할 수 있으니까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세력이다.

 

그 중에 박테리아라는 녀석들은 환상적인 화학자다. 군집 형태로 살아가면서 수많은 생화학적인 반응을 일으켜 식물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모든 물질을 생성하는 마술사 집단이기도 하다. 우리는 이들을 ‘식물생육촉진 근권세균(PGPR)’라 부를 정도다. 이들 중 일부는 대기 중의 질소를 포집해 식물의 뿌리혹에 ‘고정’시킨다.

 

흙 속의 식물 뿌리에 비료공장을 세워 영양분을 공급하는 것이다. 이들은 또, 식물 호르몬을 합성해 식물 성장을 촉진시키며 어떤 녀석들은 불용성 필수 영양소인 인산염의 용해를 촉진해 식물 성장, 특히 세포활동에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 성분인 인을 생성하고 있다. 이밖에도 앞서서 말한 것처럼 식물을 감염시키는 진균 침입을 막고, 사멸할 수 있는 항생물질의 원료를 식물에 제공하기도 한다.

 

 

또 다른 지하세계의 지배자, 균계 역시, 식물과 흙속의 미생물과의 공생 관계를 보여준다. 군계의 대표선수가 균근 곰팡이다. 이 녀석들은 식물의 뿌리와 주변 토양을 기다란 균사(菌絲)로 연결시켜 균사를 따라 전해지는 수분과 무기 영양소를 식물 뿌리가 잘 흡수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녀석들이 균사의 다리를 놓아 줌으로써 식물은 흙속의 녹아있는 인, 질소, 아연과 구리를 포함한 무기물과 영양분을 흡수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육상 식물의 90%는 균근 곰팡이가 자신의 뿌리에 모이는 것을 크게 환영한다. 이런 방식으로 식물은 자신이 필요한 영양분의 85%~90%를 얻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까지 읽으신 분은 여전히 이런 의문을 가질 것이다. “여하튼, 무슨 말인지 알겠는데 그래서 흙속에 사는 미생물이 탄소를 포집한다는 말이냐?”는 궁금증 말이다. 이에 대한 필자의 대답은 “그렇다”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식물이 광합성으로 탄소화합물을 만들어 이를 뿌리를 통해 흙속의 미생물에 공급하고 그 대가로 그들로부터 식물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영양물질과 약용물질을 얻는다고 하였다. 그게 바로 흙이 탄소를 흡수하는 과정이다. 이해가 가시면 고개를 끄덕여 주시라. (5-2 바로 가기 http://www.m-economynews.com/news/article.html?no=38363)

 

윤영무 보도본부장

윤영무 보도본부장

 

MeCONOMY magazine May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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