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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엄청난 부끄러움이 분노로 바뀐 새만금 잼버리

 

집이 주인을 닮듯 잼버리 장소는 주최자의 얼굴 


서울 강서구 외발산동, 예전에 도계장(屠鷄場)이었던 건물 1층이 최근 빵과 커피를 파는 분 위기 있는 베이커리 가게로 바뀌었다. 필자의 지인인 H사장은 이 집을 소개하고 싶다면서 필자를 데리고 갔다. 역시 가게든 집이든 주인을 닮는가 보다. 이곳 사장님을 보니 예사롭지 않은 분 같았는데 인테리어 디자인이나 천연 발효 빵과 딱 어울렸다.   


당뇨가 있는 H 사장은 달지 않은 빵을 골라 쟁반에 담아 계산을 한 뒤 자리를 잡고 앉았다. “우아, 도계장이 이렇게 달라질 수 있나?” 내가 감탄하자, H 사장은 갑자기 화제를 새만금 잼버 리 대회로 돌렸다. 


“창피해 정말 부끄러운 일이야. 대회장 바닥에 물이 고여 플라스틱 팔레트를 깔고 텐트를 치라고 하다니, 그게 무슨 경우야” 하면서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었다.  “어느 나라 대원들인가 모르겠는데 플라스틱 팔레트를 리어카로 옮겨서 물이 흥건한 바닥에 까는 걸 사진으로 봤어요.... * 팔리는 일이더군요. 좀 심한 거지요?” 나도 은근히 동조했다.  


플라스틱 팔레트를 깔고 야영한다는 사진은 벨기에 대표단이 올린 것이었다. 그들은 자기 야 영 대지로 리어카에 플라스틱 팔레트를 싣고 옮기는 사진까지 실었는데 그 사진을 본 사람 들은 놀랐고 충격을 받았다. 한두 개도 아니고 10만 개의 플라스틱 팔레트가 그런 식으로 공 급됐으니 야영장 바닥은 물바다였단 말인가.    


“그러니까 말이요. 예산을 주는데도 저 모양이요. 그 예산을 내게 줘 보슈, 몇 달 만에 새만금 대회 장을 세계에서 가장 멋진 곳으로 만들어 놓을 수 있다니까!” 


매립지의 핵심은 우리말의 ‘물매’, 구배(句配)와 배수시설 


H 사장은 매립(埋立)공사에 이골이 난 사람이었다. 수십 년 동안 땅을 메워 공간을 확보한 뒤 공장 건물을 수없이 지어왔고, 지금도 어느 강변에 매 립작업을 통해 얻은 만 3천여 평이 넘는 땅 위에 자신이 꿈 꿔왔던 시설을 설계하고 있다. 그런 H 사장이었으므로 새 만금 잼버리 대회를 보는 눈이 보통 사람들과 같을 수는 없었다.  


“그런 엉터리 같은 *들이 일을 안 한 거고, 뭘 몰라도 한참 모 르는 *들인 거야. 염불보다 잿밥에만 관심이 있어 가지고...” “만약 사장님에게 새만금 잼버리 대회장 준비를 맡겼다면 어땠을까요?” 

 

“가장 멋지게 만들 수 있죠. 갯벌 매립에서 가장 중요한 게 뭐 냐면 배수(排水, 물 빼기) 시설입니다.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 로 흐르는 게 물이잖소. 그런데 갯벌은 해수면(海水面), 그러니 까 해발이 ‘영(0)’입니다. 그러니까 경사가 지도록 매립하지 않 으면 빗물이 바다로 흘러갈 수가 없잖아요? 그렇지요. 그런 기 본적인 사실을 무시하고 매립만 했으니 비가 내리면 물웅덩이 가 생기고 흙탕물이 되거나 늪이 되는 겁니다. 그런 곳에서 야영대회를 한다니 말이 되는 소리입니까?”


H 사장은 주최 측이 이미 그런 정황을 알고 있었음에도 설마 했다가-요행을 바랐다가 엄청난 실패를 자초했다는 것이었다. 매립지에서 야영대회를 열겠다면 매립단계에서 부터 디테일하게 준비해야 하는데 너무 안이한 탓이었다.   


 H 사장은 네덜란드의 예를 들었다. “국토 면적이 4만㎢인 화란이 국토의 40%의 땅을 얻기 위해 제방을 쌓고 해발 마 이너스 6m의 저지대로 고이는 물을 풍차(風車)와 펌프로 물 을 빼내고 있다”면서 “새만금을 매립을 할 때 네덜란드의 간 척지(干拓地, 간척공사로 얻은 땅)가 모델이었고 물을 퍼 올려 치수(治水)를 하고 있는 방식 등을 배웠을 터인데 도대체 뭘 보고 왔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우리나라의 간척지는 일제강점기 때부터 이루어져 노하우도 꽤 축적되어 있는데도 저 모양이라면 필시 말 못할 무슨 사달이 벌어진 게 틀림없을 것이라고도 했다.   


“새만금 잼버리 대회 장소를 네덜란드처럼 시설을 준비했다면 문제가 없었을 것이란 말씀이지요?” 내가 물었다.  “그렇소. 8년 전 일본에서 개최된 잼버리도 새만금과 같은 간 척지에서 열렸지만 그런 문제는 극복할 수 있었소.” H 사장은 화가 난다는 듯이 아이스 라떼를 빨대로 마셨다. 


배수시설은 커녕 구배가 없는 대회장은 엉망진창 



H 사장의 말대로였다. 배수시설이 안 된 새만금 잼버리 대 회장은 엉망진창이었다. 성인 지도자 자격으로 이번 잼버 리에 참여했다는 한 네티즌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이렇게 말했다. 
“보통 이런 대회에서는 텐트를 치고 자야 하는데, 땅이 엄청나 게 무르다. 텐트를 고정하려면 대못 같은 걸 땅에 박아야 하는 데 땅이 물러 쉽게 뽑힌다,” 


이 네티즌은 “주최 측에서 대형 창고형 매장에서 상품 밑에 받치는 플라스틱 팔레트 10만 개를 나눠주면서 이거랑 텐트 를 케이블타이로 고정하면 된다고 한다”고 했다며 “장담하는 데 비 오면 팔레트째로 흘러내릴 게 뻔하다”고 어이없어했다. 


간척지라서 지반이 엄청 불안정하다고 우려도 했다. 소셜 미디어에는 대회전에 쏟아진 장맛비로 생긴 물구덩이가 한낮 더위에 데워져 야영장이 한증막을 떠올리게 한다는 경험담이 쏟아졌다.


H 사장은 “잼버리 야영장이 애초 농업용지로 조성된 탓에 물 빠짐이 원활하지 않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면서 “어떻게 그 런 사람이 조직위원회에서 일하고 있는지 무식해도 한참 무식 한 소리를 한다”고 혀를 내 둘렀다. 


농사를 지으려 해도 물이 들어왔다 빠지는 게 원활하게 배수로의 구배(句配)를 맞추는 게 매립의 기본 중의 기본 이다. 구배란 수평을 기준으로 한 경사도를 말한다. 다시 말해서 위에서 아래로 갈수록 최소한 1mm씩 낮아지게 해서 물이 자연스럽게 흐르도록 만들어야 한다. 이를 우리 말로 ‘물매’라고 한다. 


대회장은 그런 ‘물매’를 검토하기는커녕 배수로조차 파지 않았으니 물웅덩이가 생기고 질펀한 흙이 되는 것은 너무 나 뻔한 일이었다. 대회전부터 이미 그런 현상이 일어나고 있었다. 
 KBS가 대회 3개월 전인 5월 14일 「물웅덩이에 텐트 치라 고요? 국제적 망신 우려」라는 제목의 보도에 따르면 취재 기자가 현장에서 대회장이 온통 흙탕으로 변한 늪에 발이 푹푹 빠지는 모습을 보여주며 발을 내딛기도 버겁다고 했다. 


기자는 이 보도에서 3일 전에 내린 140mm의 비에도 물웅 덩이 깊이가 자기 발목까지 올랐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대회에서 이런 상태라면 국제적 망신을 살까 걱정이라고 한탄했다. 조직위원회 시설본부장은 이에 대해 “아직 배수 로가 안 돼 현장이 침수되는 지역이 많이 있다”고 인정했다. 


대회장에 운하를 파고 해바라기 5백만 그루를 심어 기후 위 기 대응 잼버리였다면  


하지만 배수로만 판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었다. 물매를 맞 추지 않으면 물은 절대로 빠지지 않기 때문이다. 갯벌이라 물이 안 빠진다고? 그건 정신 나간 소리다.  2015년 7월 28일~8월 8일 일본에서 열린 잼버리는 일본 야마구치현 키라라하마 간척지에서 열렸다. 당시 일본의 

낮 기온은 35~40도에 육박했고, 습도도 80%까지 치솟았다.

 

열사병과 탈수, 피부 화상 등의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 들도 다수 발생했다. 그곳에서도 배수 문제가 지적되었는 데 곧바로 대회장 땅을 주변보다 높게 올리는 등 구배를 맞춤으로써 해결했다.  새만금은 전북 군산과 김제·부안 앞바다를 메워 생긴 간 척지다. 1991년 11월 착공해 19년의 공사 기간을 거쳐 2010년 4월 준공됐다. 이번 잼버리가 열린 장소는 2020년 2월부터 2022년 12월까지 새롭게 매립한 곳이다.  


배수시설은커녕 폭염을 피할 쉼터도 형편없었다며, 그렇 게 만들라고 해도 만들기 어렵다고 H 사장은 비꼬았다. 그 는 새만금 잼버리 공식 홈페이지에 물매를 맞추지 못한 잘 못을 인정하지 않고 간척지 특성상 지면이 고르지 않다고 책임을 농어촌공사 측에 돌리려고 하는 게 아니냐고도 했다. 


“나 같으면 말이요. 잼버리 대회장을 네덜란드처럼 작은 여러 운하를 파고 풍차 대신 풍력발전기를 돌려 물을 순환시키겠습 니다. 그리고 대회장 전체를 해바라기 5백 만 그루를 심어 새 와 꿀벌을 모으고 보송보송한 땅 위에 인조 잔디를 깔아 놓겠 습니다. 그거 어려운 일 아닙니다. 네덜란드도 했는데 왜 우리가 못합니까?”라고 H 사장은 라떼 잔을 내려놓으면서 한탄 했다.  


잼버리는 세계스카우트연맹에서 4년마다 여는 청소년들 의 야영대회다. 올해 참가자 수는 청소년 스카우트 대원 3 만 50명, 지도자 3,496명, 운영요원 9,709명 등 역대 최다인 158개국 4만 3,000여 명에 달했다. 전라북도는 2017년 행 사를 유치한 뒤 여의도 면적 3배에 달하는 8.84㎢ 규모의 새만금 부지를 새로 확보해 텐트 2만 2,000여 개 설치했다.


인생이 그렇듯이 국제 행사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우리들 이 저지른 실수로부터 배우겠다는 자세다. 그런 과정은 “내가 잘못했습니다”라는 주문(呪文)을 입에 담을 때 비로 소 시작된다. 내가 잘못했다고 말하는 순간 우리들 자신은 산에서 해 온 나뭇짐을 마당에 부려놓을 때처럼 우리 어 깨를 짓눌렀던 부끄러움으로부터 자유롭게 되고, 왜 내가 잘못을 저질렀는지를 스스로에게 물을 수 있게 되어 다음 번에 더 잘할 수 있도록 해줄 것이다.   


새만금 잼버리 대회는 준비부터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그 사실을 인정하는 책임자가 나오지 않고 있다.  

 

MeCONOMY magazine September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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