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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잘 가시게 2023년, 여러분이나 나도 누룽지 커피 사업을 할 수 있었는데.....

 

태울수록 몸에 좋은 가마솥 누룽지 커피를 아시나요?

“현미누룽지 커피 있어요?”

 

지난 10월 서울 aT센터. 제15회 대한민국 식품대전에 나온 농업회사 법인 ㈜쌍금의 ‘씹어먹는 통현미’ 부스 앞에서 내가 물었다. 부스 마감을 하던 장년의 여 사장이 허리를 펴고 되물었다. “그런 것도 있어요?” “그럼요.” 나는 그녀에게 잠시 앉아서 이야기를 나눠도 좋으냐고 양해를 구했다. “그럼요. 들어오세요. 지금 막 마감하려고 했는데...아직 고속버스 시간이 있으니까요.”

 

그녀는 몇 개 남지 않았다면서 ‘씹어 먹는 통현미’와 ‘씹어 먹는 통오트밀’ 1개 36g짜리 3개가 들어간 작은 박스를 내게 내밀었다. “이거 100% 유기농 통현미와 통귀리로 만든 거랍니다. 간편하게 든든한 한 끼가 되죠. 드셔보세 요.

 

그런데 누룽지로 어떻게 커피를 만들어요?” “누룽지를 태워서 만든 까만 숭늉처럼 만드는 것이지요” 내가 웃으면서 말했다. “밥을 태우면 건강에 안 좋지 않나요?” 의심하는 그녀의 눈초리가 나를 향했다. “그건 커피도 마찬가지예요. 태울 때 아크릴 아마이드, 벤조피렌 같은 발암물질이 나오지요. 그래 서 몇 년 전에 미국 캘리포니아 주 법원은 커피에 발암물질이 함유되어 있다는 경고문을 붙이도록 명령했었지요. 참깨, 들깨도 볶을 때 발암물질이 나오지요. 대개의 식물이 태우면 그렇지만 누룽지 는 안심해도 됩니다.

 

“왜 그렇지요?” “(태울 때 생성되는)누룽지 속의 탄소 자체가 생명의 근원을 이루는 물질이거든요. 이게 몸의 면역력을 높이고 몸속에 있 는 해로운 독소 분자를 끌어당겨 몸 밖으로 배출시켜요. 물론 100% 태운 누룽지는 누룽지가 아니라 숯이겠지요. 숯은 탄소 덩어리입니다. 예전에 어머님들이 간장 항아리에 숯을 띄워 나쁜 독소를 잡아냈어요. 그러나 사람이 숯을 먹을 수 없으니 80%~90%로 태운 누룽지를 쓰는 겁니다.

 

누룽지를 만들 때 사장님의 통 현미나 보리 등 오곡을 섞어 만들면 그 효과는 배 가 되고요. 그런데 쌀은 오래 묵은 것일수록 누룽지의 효과가 좋다고 하네요.” 거름망으로 커피처럼 내려 마시는 누룽지 커피 “......” 그녀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누룽지의 반쯤 탄화된 탄소 분자 구조가 날카롭지 않다며 허공에 그려 보이며 이런 구조를 한 누룽지의 탄소 는 우리 몸속에 들어와 세포에 상처를 입히지 않으면서도 온갖 독소를 흡착하고 분해하여 씻어낸다고 설명했다,

 

“아, 누룽지가 몸에 좋다는 방송을 들어본 것 같네요. 그런데 누룽지커피를 어떻게 만들지요?” 그녀가 관심을 가졌다. “까맣게 태운 누룽지를 분쇄하여 거름망으로 커피처럼 걸러 마시면 되는 겁니다,” “선생님도 그렇게 만들어 드시나요?” “아뇨, 가끔 누룽지를 사다가 숭늉을 해 먹는 정도지요. 이제 부터 제대로 만들어 보려고 전시장에 들렀어요. 그런데 여기 모인 160개 업체들을 둘러봤지만 제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은 이곳 뿐인 것 같네요” ”어쩌지요? 저는 오빠 대신 잠깐 봐 주러 나왔거든요. 저는 이 분야 전문가가 아니라서...

 

“아, 그러셨군요.” 나는 그녀에게 내 명함을 주면서 오빠와 연락을 할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혹시 나를 의심할 까 봐 네이버에서 나를 찾아보도록 도와줬다. “유명한 분이시네요” 그녀가 내 얼굴을 확인하며 자기 명함을 내밀었다. 원예 테라피 연구소, 힐림 원예 꿈의 학교 대표였다.

 

나는 다시 누룽지 이야기로 돌아와 그녀에게 우리 가 평소에 산성 식품을 많이 먹기 때문에 알칼리성 식품 을 소중하게 여겨야 한다고 했다. 우리 조상들이 마시는 숭늉은 약 알칼리성, 산성인 쌀밥을 중화시켜 쌀밥은 산성 식품인데 반해 누룽지는 약알칼리성 식품이 었다. 그래서 예로부터 우리 조상님들은 식후 구수한 맛으 로 숭늉을 드셨고, 본의 아니게 누룽지나 눌은밥을 많이 드시던 어머님들이 아버지보다 장수하는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그때가 좋았는지 몰라. 식구들이 도란도란 둘러 앉아 누룽지 밥을 먹었고, 누나가 챙겨주던 가마솥 누룽지가 맛있던 시절. “우리나라 사람들은 거의 다 그런 추억이 있을 겁니다. 여기에 참가한 업체들의 푸드테크를 이용해 누룽지 커피를 만들어 전 국민에게 아니 전 세계에 K-푸드로 공급하면 우리 건강은 말 할 것도 없고, 쌀 소비를 크게 늘리고 커피 수입을 줄일 수 있 을 것 같아요.” 나는 그녀의 오빠에게 연락하기로 하고 부스를 떠났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커피 사랑, 지난해 13억 달러 어치 수입 2022년 한해 우리나라가 전 세계로부터 수입한 커피 원두 와 생두는 총 13억 달러로 우리 돈으로 2조원에 가까웠다. 이는 전년보다 무려 42.4%가 늘어난 규모로 20만 톤에 달했다. 생두는 주요 커피 산지인 브라질, 베트남, 콜롬비아, 에티오피아 등의 나라에서 수입했고, 해외 커피 브랜드를 통해 공급되는 원두는 주로 스위스, 미국, 이탈리아 등의 국가에서 대부분 수입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뜨거운 커피 열정이 어디에서 오는지 모르겠지만 여하튼 커피 음료점은 2017년 4만4천여 개에 서 2021년 8만3천여 개로 늘어났다. 편의점 수보다 3만4천 여 개가 더 많은 숫자다. 이디야 커피점은 작년 3천500호 점을 돌파했고 신세계가 인수한 국내 스타벅스 매장은 작년 말 현재 1,639개였다.

 

커피에 비해 우리나라 사람들의 주식인 쌀 소비량은 지난해 역대 최소인 1인당 연간 56.7kg에 그쳤다. 38년 째 연속 감소한 것으로 30년 전의 절반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나는 전시장의 160여 개 부스를 돌아보면서 인조 콩고기 가 들어간 샌드위치, 쌀이 원료로 들어간 국산맥주(이 가 운데 누룽지와 누룽지 향을 첨가한 누룽지 맥주도 있다), 쌀가루로 각종 빵, 외국에서 대박을 친 냉동 김밥, 흙이 아닌 물로 키운 새싹인삼 등등을 조금씩 시식한 터였다.

 

내가 먹어 본 푸드테크 기반의 음식들은 그런대로 먹을만 했으나 반찬 없이도 먹을 수 있었던 맛있고 구수한 밥맛의 기억을 되찾을 수는 없었다. 그래서 나는 커피 수입이 늘고 쌀 소비가 줄어든 것은 식생활의 습관이 바뀐 탓도 있겠지 만 푸드테크에 들어가는 음식재료에 문제가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소일-테크(soil-tech, 흙을 살리는 기술이란 의미로 필자가 만든 조어)냐 푸드테크냐.

 

실제로 식품대전에 참여한 160여개 푸드테크 업체들은 식 재료의 출처를 밝히지 않고 있었다. 다시 말해 소일-테크 (soil-tech, 흙을 살리는 기술이란 의미로 필자가 만든 조 어)를 활용한 업체가 한 군데도 없었다. 건강한 흙에서 나 온 좋은 원재료를 투입하지 못한다면 훌륭한 푸드테크를 가지고 있더라도 식재료 본래의 맛을 가진 몸에 좋은 건강 한 음식을 지속해서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어쩌면 누룽지가 그런 운명이었는지 모른다. 전기밥솥의 등장으로 종적을 감춘 데다 관행 농업과 논으로 돌아가야 할 볏짚들이 공룡 알처럼 비닐로 포장해 축산사료로 수거 해가는 바람에 지금 우리나라 논은 흙이 산성화되어 쌀 맛을 잃고 있다. 그러니 소비자들이 구수한 누룽지 맛을 잃어버리고 달고 자극적인 밀가루 음식을 좋아하게 된 것 만 같았다.

 

누룽지의 효능은 눈부시다. 탄소 함유량이 많아서 인체의 면역력을 강화할 뿐 아니라 우리 몸속에 있는 유해한 성 분들을 해독시켜 각종 혈관질환에서 오는 성인병을 예방 하고 면역력을 길러 주는 게 대표적이다. 입안은 물론이고 위장내벽이 헐어서 음식을 제대로 먹지 못하고, 밥 냄새를 못 견디는 암환자도 먹을 수 있는 누룽지, 숭늉을 대신 할 누룽지커피를 사업화 했다면.... 그런 생각을 하면서 전시장을 나오는 데 겨울바람이 얼굴을 때린다.

 

새들은 바람이 가장 강하게 부는 날 집을 짓는다지, 어쩌면 커피 수입량이 최고에 달한 지금이 누룽지커피사 업의 기회가 아닐지 모른다. “그래, 내일부터 당장 나부터 묵은 쌀을 사다가 누룽지커피를 만들어 마셔보자. 그래야 다가오는 새해에 누룽지커피프랜차이즈 사업안을 만들 거 아닌가.”

 

나는 거리를 걸으면서 누룽 지 커피점 700개를 가진 사업가가 된 상상을 했다. 그리고 나를 위로하며 중얼거렸다 “달팽이도 마음만 먹으면 바다를 건널 수 있다는데... 누룽지커 피를 알 게 해준 2023년, 정말 고마웠다. 잘 가시게,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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