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도 집이 아닌 기차에서만 생활할 수 있을까? 거의 불가능 할 것 같은 이야기지만 독일의 소프트 웨어 개발자인 한 남성은 실제로 기차에서만 1년 5개월을 생활했다.
9일 독일 일간지 프랑크푸르터룬트샤우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독일 북부 소도시 포크베크 출신인 라세 슈톨라이(Lasse Stolley,17)는 고등학교를 막 졸업하자마자 5888유로(약 850만원)에 1년 동안 독일 철도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티켓을 구입해, 36L짜리 배낭을 메고 2022년 8월 집을 떠나 기차에서 먹고 자고 일하기 시작했다.
이 남성의 직업은 백수가 아니다. 쾰른에 본사를 둔 스타트업의 엄연한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일한다. 그는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일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안적 주거전략으로 기차를 택했다.”고 한다.
그는 “(자신의 직업이) 노트북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일할 수 있는 직종”이라며 “대안적 주거전략으로 기차를 택한 자신이야 말로 디지털 노마드’이자 ‘미니멀리스트’”라고 소개했다.
실제로 그가 기차에서 생활하는 데는 옷가지 몇 벌과 담요 정도가 전부다. “노트북과 노이즈 캔슬링(소음차단) 기능이 있는 헤드폰이 가장 중요하다”고 그는 말했다.
하지만 그의 기차 생활은 처음엔 생각대로 되지 않았다. 밤에는 거의 잠을 자지 못했고 낮에도 계속 졸았다. 기차를 놓치기도 하고 어둠 속 낯선 역에 발이 묶이기도 했다.
그는 인터뷰에서 “매일 야간열차를 타고 기차가 오지 않아 계획을 급히 변경해야 할 때도 있다”며 “계획을 정확히 세우는 게 중요하다는 점을 깨달았다”고 했다.
물론 24시간 내내 기차 안에서만 지내는 건 아니었다. 아침에 일어나 날씨와 기분에 따라 행선지를 정해 바닷가나 알프스의 휴양지로 떠나기도 했다.
그가 이런 식으로 기차에서 생활하며 이동한 거리는 1년 5개월 동안 57만㎞, 지구를 14바퀴 도는 거리다.
짐이라고는 옷가지 몇 벌과 담요 정도가 전부인 그는 “노트북과 노이즈 캔슬링(소음차단) 기능이 있는 헤드폰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기차 생활은 최근 몇 년 새 치솟은 주거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모제스멘델스존연구소(MMI)에 따르면 쾰른에서 공유주택의 방 한 칸을 임대하는 데 드는 평균 비용은 2022년 여름 월 475유로(약 69만원)에서 1년 만에 550유로(약 79만원)로 1년간 15.8% 올랐다.
그런데 슈톨라이 씨가 쓴 생활비는 기차 티켓 값 850만원을 포함해 1년에 1만유로(약 1440만원) 정도여서, 1년 월세가 우리나라 돈으로 948만원인 공유주택 한 칸에 사는 것보다 기차에서 생활하는 게 싸게 먹힌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