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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DMZ 가는 길에 임진강 붕어빵 카페(1편)

<소설> 생태농업회사 이야기

(줄거리 요약) 외국인들이 우리나라에 오면 가장 가보고 싶어 한다는 DMZ. 그곳으로 가는 길에서 동쪽으로 1킬로(km) 정도 떨어진 임진강변에는 식물성 발효퇴비로 산속의 부엽토에 가까운 원시의 흙을 만들어 팥 농사를 짓는 생태농업회사가 있다. 팥은 몸의 부기(浮氣), 노폐물 제거, 항당뇨, 그리고 항산화 건강에 좋은 최고의 식품으로 이 회사는 자연산 팥을 원료로 건강 팥소를 만들어, 화덕에 구은 붕어빵 등 각종 K-food 팥 제품을 만들고, 이를 누룽지 커피와 함께 팔고 있는데 DMZ를 방문했던 외국인들에 의해 SNS에 소개되면서 이곳은 세계적인 ‘핫 플레이스’가 되어가고 있다. 더구나 이 회사는 도시 청년들을 직원으로 채용해 인건비 외에 다른 생산비용이 거의 들어가지 않는 ‘생태순환농업’을 완성해 가는 미래의 농업 현장으로서 방문객들로 넘치고 있다.   


 

 

말만 앞세우지 말고...”


임진강변의 건강한 흙에서 팥 농사를 지어, 붕어빵을 세계 최고의 간식으로 만들자는 내 제안에 운전대를 잡은 H 사장이 곧바로 행동으로 옮기라며 그렇게 말했다. H 사장은 뭔가 해 보겠다고 아이디어를 냈다가 포기하곤 했던 내가 미심쩍은 모양이다. 사실 장사건, 사업이건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라도 돈이 없으면 사장되고 마는 법이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돈이 많이 들지 않아도 될 사업이란 생각이었으니까. 


생태 농업회사란 ‘큰돈이 들이지 않고 오로지 자연의 생산 요소만을 투입해 최고의 농산물을 생산하는 시스템’이다. 나는 이 같은 방식으로 천연 팥 농사를 지어 ‘DMZ 가는 길에 임진강 붕어빵 카페’를 하는 생태 농업회사’를 구상했다. 가장 건강한 팥소로 만든 붕어빵을 거리 음식이 아닌 세계적인 한 끼 식사로 만들어보려는 것이었다.  

 
“선결 조건이 있어요.” 내가 H 사장에게 말했다. “가장 건강한 흙에서 재배한 팥이어야 한다는 겁니다. 그런 흙이 먼저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이죠.” 중학교 때까지 시골 농촌에서 농사를 지었던-농사짓기가 싫어 서울로 왔다는 H 사장이 조금 뜸을 들이다가 입을 열었다. “팥 농사를 직접 지을 필요가 있나? 주변 농가에서 얼마든지 구입할 수 있는 게 팥인데... 붕어빵 틀을 사다가 직접 구워 팔면 되는 거 아닌가?” H 사장은 번거롭게 팥 농사를 지으면서 장사를 할 수 없다는 생각인 듯했다.  


“하지만 그럴 경우 임진강 붕어빵이나 다른 붕어빵이 다른 게 없잖아요” 내가 반박했다. 커피와 같이 먹는 일반적인 붕어빵이라고 생각하면 H 사장의 말이 틀린 것도 아니다. 그러나 나는 세계인들이 우리나라에 오면 가장 가보고 싶어 하는 ‘DMZ 가는 길의 붕어빵 카페’에서 생산하고 판매하는 붕어빵은 전 세계에서 하나밖에 없는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를 위해 가장 먼저 건강한 흙을 만들어 팥을 수확하고, 이를 원료로 팥소를 만들어 붕어빵을 만드는 기술을 표준화해야 했다. 그래서 세상 누구도 모방할 수 없는 이곳만의 붕어빵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 것이었다. 


H 사장이 소유한 임진강변 땅은 강가의 잡종지였다. 예전에는 이 땅에다 농사를 지었는데 강바닥이 퇴적물로 높아지면서 홍수 때가 되면 물에 잠기곤 했다. 그래서 덤프트럭으로 흙을 실어와 낮은 지대를 메워 표고(標高)를 높인 다음, 주변의 임야를 차차로 매입해 만여 평의 규모로 확장했다. 표고가 높아진 땅은 시야가 확보돼 임진강 경치가 한눈에 들어왔으니, 누구나 이곳에 서보면 카페와 캠핑 장소로 딱 어울린다고 한마디씩 하는 것이었다.  


캠핑장을 하고 싶어 하는 H 사장으로서는 내가 뜬금없이 생태 농업회사를 세워 팥 농사를 짓자고 하니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야 싶었을 것이다. 더구나 식물성 발효퇴비로 100% 친환경 팥 농사 운운하며 팥소 가공공장을 세워 (캠핑장과 함께) 카페를 운영해 보자는 소리가 사업에 이골이 난 70대 H 사장의 귀에 들어올 리 만무했다.


“사장님, 길가에 코스모스 몇 그루가 피어 있으면 예쁘긴 하지만 그건 돈이 되지 않지요. 그렇지만 수백만 수천만 그루를 심어놓으면 완전히 코스모스 낙원이 되어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해요. 거기에서 사진을 찍으려고요. 많은 사람이 모이면 음식 장사도 되는 거잖아요. 그게 규모의 경제학 아닌가요?”

 
그렇게 나는 코스모스를 예로 들어 H 사장에게 규모의 경제학을 설명했다. 실제로 전북 고창의 청보리밭 축제장은 20만 평에 보리를 심어, 보리는 보리대로 수확해서 팔고, 그곳에 모여든 수십만 명에게 보리밥 비빔밥 등의 음식을 팔아 경제적 이익을 올리고 있었다. 


서울 마포구 상암동 하늘 공원 역시 같은 경제 논리다. 하늘 공원은 원래 한강 옆의 쓰레기 섬이었다. 그런데 공원 꼭대기 6만 평에 전국 8도의 억새를 옮겨 심어놓자 대규모의 억새밭을 보겠다면서 연간 1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찾아오고 있다. 자연을 대규모로 살려놓으면 그곳은 자연의 순환으로 생태공원이 만들어지고 그럼으로써 경제가 돌아가는 것이다.     


“임진강변의 만여 평에다 전부 팥을 심으면 굉장하지 않겠어요?” 나는 H 사장을 보면서 말했다. “그것도 말이지요. 오로지 풀, 짚 등으로 완벽하게 발효한 식물성 퇴비를 만들어 밭에 뿌리고 팥 농사를 짓는 겁니다. 그렇게 최고 품질의 자연산 팥을 얻지요. 이 팥을 원료로 해서 만든 팥소를 가지고 각종 붕어빵, 찐빵, 팥빵, 팥죽 등을 생산하자는 겁니다. 그러면 비료와 농약 등 농자재 투입 비용이 거의 들어가지 않으면서도 일반적인 관행 농업으 로 재배한 팥보다 맛과 향이 우수한 팥을 얻을 수 있어요.

 

돈 벌고 싶다면 흙부터 살려야

 

“흙을 살리면 돈이 된다는 거구만”

 

H 사장이 내 설명은 자기 생각과 다르다는 듯이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물론이죠. 돈을 벌고 싶다면 흙부터 살려야지요. 흙을 살리면 자연이 되살아나거든요. 게으른 농부가 돈을 버는 시대가 올 거라고요” 내가 맞장구를 치며 말했다. 하지만 H 사장의 표정은 바뀌지 않았다. 나는 화제를 돌릴 겸 H 사장에게 “당뇨가 없으시냐?”고 물었다. “만약 당뇨가 있으시다면, 혹은 예방을 하려면 팥을 드셔야 합니다. 


제대로 키운 팥이라야 하지만 팥은 항당뇨와 항산화 활성이 뛰어나 성인병 예방에 효능이 있다고 하니까요.” 특히 팥에는 우유보다 철분이 117배나 들어있다. 단백질은 6배나 많고 심장, 간, 혈관 등에 지방 성분의 축적을 막아 혈압도 내리게 해준다. “그러니 사장님, 임진강 붕어빵 생태 농업회사’에서 세계인이 먹는 약식(藥食) 붕어빵을 만들어 봅시다”라고 내가 말했다.

 

H 사장은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시간이 흘러도 마음이 따라가지 못하는 것처럼 임진강의 강물만 유유히 아래쪽으로 흘러가고 있다. 두 사람은 입을 다물고 흘러가는 강물만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때 H 사장이 내게 “팥에는 왜 어떤 지역에서 어떤 흙에서 자랐다는 표시가 왜 없는 거지?”라고 물었다.  


 나는 “팥뿐이 아니라 우리나라 모든 농산물이 생산지 표시만 되어 있지 농산물이 어떤 흙에서 자랐다는 재배이력서가 없어요. 팥도 예외가 아니어서 그럴 겁니다”라고 했다.


팥은 콩과 식물이기 때문에 다른 콩처럼 뿌리에 뿌리혹박테리아가 살고 있다. 이들 박테리아는 공기 중의 질소를 끌어당겨 스스로 질소비료를 만들어 식물에 공급하고, 대신 식물이 만든 탄수화물을 얻어 산다. 말하자면 공생관계인데 그래서 콩은 어디에서든 비료 없이도 스스로 잘 자라며 그렇기 때문에 농약을 치지 않아도 병충해에 대해 자생력도 가지고 있다.  
“그럼 식물성 퇴비로 기른 자연산 콩과 다른 곳에서 나는, 그리고 수입콩과 어떻게 구 분하지? 요즘 팥소는 설탕이 많이 들어가 맛을 구분하기 어려울 것 같은데 말이지...”

 

H 사장이 내게 물었다. “솔직히 말씀드려 국산 팥은 생산지를 가늠하기가 어려울 것 같네요. 뭐 우리나라 땅이 좁아서, 거기가 거긴데 다 같이 산성화되어 죽어가고 있어서 말이죠. 다만 수입산 팥과 국산은 확실히 구분할 수 있습니다.”


국산 팥은 숭늉처럼 구수하고 은은한 단맛이 깊고 진하다. 껍질도 수입산 보다 더 두껍다.  당연히 삶았을 때 차이가 난다. 그러나 수입산 팥은 얇은 풍선처럼 껍질이 빨리 터지고 색깔이나 크기, 생김새가 국산과 다르다. 그때였다. “음식 맛은 불 맛, 손맛, 칼맛에 좌우된다”는 어느 요리 전문가의 말이 머릿속을 스쳐 갔다. 


“사장님, 최고의 붕어빵을 만들려면 불 맛이 중요합니다. 제가 다니던 단골 피자집에 갈 때마다 에스키모 집 같은 이태리식 화덕에 피자를 구워냈거든요. 제가 오래전에 중국 실크로드 취재하러 갔을 때 신강성의 사막 한가운데 오아시스에서 사람들이 우리나라 항아리 같은 그릇을 거꾸로 세워 놓고 그 안에 불을 피워 뀀에 끼운 잉어를 굽는 모습을 봤어요. 윤 씨의 조상이라서 저는 먹지 않았지만, 임진강 붕어빵을 그렇게 굽는다면 어떨까요?”


H 사장이 내 말을 듣고 있다가 오랜만에 껄껄껄 웃으면서 내 얼굴을 쳐다보았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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