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이 하루가 멀다 하고 치솟던 2020~2022년 사이에 2030 청년들은 자기 자금, 또는 부모로부터 거액을 지원받는 부모찬스로 주택을 매수한 경우가 ‘영끌족(영혼까지 끌어 대출)’보다 많았다는 실증분석이 나왔다.
이 같은 분석은 10일 한국부동산원이 발간한 학술지 ‘부동산분석’ 최신호에 실린 ‘2030세대 영끌에 대한 실증분석(홍정훈 한국도시연구소 연구원·임재만 세종대 교수)’에서 나왔다.
이 분석의 요지는 ‘영끌 매수자’의 기준을 DSR(총부채상환원리금상환 비율) 40%이상으로 잡았을 때, 서울에서 2030세대의 주택 매입 수단으로 지목됐던 ‘영끌족’이 과장됐다는 것이다.
DSR은 1년간 버는 소득에 비해 빚을 갚는 돈(상환액)이 얼마인지를 뜻한다. 예를 들어 DSR 40%라면 1년에 1억 원을 벌 때, 1년간 내는 대출 상환액이 4천만 원이라는 뜻이다.
연구진은 자기 자금과 함께 부모 등 가족의 지원금은 상환 의무가 낮다는 점에서 ‘영끌’로 분류하지 않았다. 다만 주택매수자가 공인중개사에게 제출하는 자금조달계획서에서는 매수자 소득을 집계할 수 없어 2030세대 순자산 5분위별 소득(가계금융복지조사)을 연계해 청년 세대의 ‘영끌 비중’을 추정했다.
이를 토대로 2020년부터 2022년 6월까지 서울 소재 3억 원 이상 본인 입주용 주택을 구입한 자금조달계획서 원자료(13만2511건, 제2금융권 대출 포함)를 분석한 결과, DSR 40% 이상인 영끌 규모는 20·30세대 매수자 전체(4만6473명)의 3.8%(1778명)에 불과했다.
여기에서 ‘영끌’ 기준을 DSR 30% 이상으로 잡으면 20·30세대 영끌 매수자는 14.7%(6822명)로 늘어났으나 DSR 기준을 50% 이상으로 잡으면 1.3%(620명)로 줄었다.
이에 비해 같은 기간 20·30세대 주택 구입자 가운데서 빚이 없거나 가족의 도움을 1억5000만 원 이상 받은 사례는 영끌족 대비 각각 2.8배, 5.1배 많았다.
차입금이 없는 비율(10.9%·5052명)과 원 가족으로부터 1억5000만 원 이상 지원받은 매수자 비율(19.7%·9143명)이 청년 영끌족(전체 3.8%)보다 3~6배가량 높게 나타난 것이다.
연구진은 “비교적 넓은 기준인 DSR 30% 기준을 적용해도 청년 영끌 매수자 비중은 10%대에 머물렀다”며, “주요 언론을 통해 제기된 영끌 담론은 2020년 이후 실제 주택시장에서 벌어진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020년 이후 우리 주택시장에서 ‘동일 세대 내 격차’가 크게 나타났고, 부모와 청년 세대 간에 비과세 한도를 넘어서는 자산 이전이 이뤄지고 있는데도 이런 측면과 현상은 ‘영끌’에 가려져 거의 논의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영끌의 정의와 조건을 고려하지 않고 2030세대의 주택구입 행위 자체를 영끌로 정의하는 경향이 잘못됐다는 의견이 나온다. 소득과 자산이 충분히 뒷받침되는 계층까지 영끌로 포함시켜, 결국 청년층의 주거정책에 대한 인식에 부정적인 영향으로 확산됐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 부동산 전문가는 “영끌은 특정 세대 혹은 시기에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다”라며 “지금은 영끌보다는 부모찬스로 인해 발생할 자산이전과 이것이 주택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전체 거래 가운데 증여거래 비율은 2011년 2.94%에서 2017년 3.68%, 2023년 5.37%로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올해 들어서도 1분기 전체 아파트 거래 18만8000여건 중 증여거래는 1만1000건으로 5.85%를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