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일 정부는 윤석열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국군의 날 기념 행사를 진행했다.
대한민국 국군은 국가 생존과 번영의 최후 보루인 만큼 국군의 날에 국군 장병을 특별히 치하하고 격려하는 행사는 꼭 필요하다. 그러나 국군의 날 시가행진에 대해 한편에서 군의 사기와 국군 위용을 과시했다고 칭송하는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시대착오적인 권위주의 행사였다고 비난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사람 사는 세상에서 무슨 일이든 찬성과 반대 의견은 갈리기 마련이지만, 국군의 날 시가행진 논란에 대해서는 시비곡직을 가리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 군의 사기, 우리 국민과 군의 신뢰, 그리고 우리나라의 국제 명성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필자가 어느 한쪽에서 토론하는 것보다는 객관적으로 득실 분석을 진행하는 것이 더 나은 대안을 모색하는 차원에서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득실 분석은 찬성론과 반대론의 주요 논점에 대해 점수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논점마다 기본 점수 70점을 부여하고, 맥락에 따라 점수를 더하거나 뺀 다음, 종합 평균 점수를 내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 시가행진 찬성론
국군의 날에 군의 사기를 높이고 우리 군대 위용을 과시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있다. 이 말은 당연한 말로 반대할 수 이는 논리가 없다. 다만 시가행진을 해야만 장병들의 사기가 높아진다고 볼 수는 없다. 성남 공항과 같이 일정한 장소에서 대통령 사열 행사를 진행하면서 텔레비전 중계를 통해 국민과 함께 할 수도 있다. 장병들 처지에서 보면 시가행진보다는 특별 휴식이나 특식 등을 선호할 수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기본 점수 70점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국민의 안보의식 고취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도 찬성론의 주요 논점이다. 우리 국민이 장병들의 늠름한 모습과 탱크와 자주포, 미사일 차량 등 첨단 장비를 직접 관찰할 수 있다면 든든한 마음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역시 시가행진이 가장 좋은 방법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오히려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 전반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더 핵심적인 요소가 될 것이다. 안보의식 고취 부분에서도 70점에서 더하거나 뺄 것은 없다.
대통령이 군 통수권을 확인하는 절차라는 점도 시가행진이 주는 장점이 될 수 있다. 대한민국 대통령에게 부여된 가장 중요한 역할과 권한이 바로 군을 통수하는 것이다. 대통령은 군의 충성과 훈련 상황을 주기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시가행진은 대통령 취향에 따라 개인적 만족감을 극대화하고 군에 대한 관심과 신뢰를 높이는 행사가 될 수 있다. 그런 행사를 원하는 대통령의 경우에 장점이 있다는 점에서 20점을 더해서 90점을 부여한다.
정부에서는 시가행진이 방산 물자 홍보 기회라고 설명한다. 그럴 듯 하지만, 민주주의 국가에서 방산 물자 홍보는 대형 국제 전시회을 통해 진행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구매자들과 판매자, 전문가들이 한 장소에 모여서 방산 물자를 직접 보면서 무기 성능이나 가격, 사후 관리 프로그램 등 관심사를 협의하는 것이 중요하다. 시가행진이 방산물자 홍보에 도움을 줄 가능성이 없지는 않겠지만, 많지는 않을 것이다. 기본 점수 70점을 유지한다. 이렇게 되면 시가행진 찬성론 점수는 총점 300점에 평균 75점이다.
◇시가행진 반대론
가장 먼저 지적할 부분은 예산 낭비다. 대통령이 주재하는 사열 정도면 적절한 텐데, 필요 이상으로 대규모 행사를 진행함으로써 국가 예산을 낭비한다는 것이다. 이미 국회에서 지난해 국군의 날 시가행진에서 100억 원 정도의 예산을 사용한 것과 관련해 예산 낭비 우려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기본 70점에서 10점을 감해서 60점을 부여한다.
군의 시가행진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과거 군부 독재를 떠올리게 하는 시대착오적인 행사라는 비난이다. 실제로 자유민주주의 국가, 특히 선진국 중에 군사 퍼레이드를 하는 나라는 거의 없다. 전세계 200개 정도 나라 중에서 군사 퍼레이드를 하는 나라는 50개 미만이고, 대부분 권위주의 국가들이다. 프랑스가 예외적인데, 프랑스 대혁명을 기념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선진 강대국들이 군사 퍼레이드를 하지 않는 이유는 군사 퍼레이드를 통해 정당성을 확인할 필요가 없고, 권위주의 시절 권력자들의 위력 과시 수단으로 사용됐고, 여전히 권위주의나 독재의 상징으로 보이며, 국민과 장병들의 불편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이번에 한국이 2년 연속으로 시가행진을 진행한 것은 선진국 추세에 역행한다는 차원에서 창피한 노릇이다. 그런 의미에서 30점을 감해서 40줌을 부여한다.
시가행진이 국군 사기 진작을 위해서 기획됐다고 하는데, 실제로 시가행진은 전쟁 대비와는 직접 관련이 없다는 점에서 오히려 사기를 추락시킬 수 있다. 군 통수권자 사열 정도는 필요하지만 시가행진은 필요한 범위를 벗어난 것이다. 오히려 대통령의 개인 취향에 맞춰 신성한 국방 의무를 수행하는 군대가 동원됐다는 평가도 무시할 수 없다. 다만, 명령에 의해 움직이는 군대 조직에서 노골적인 불만 표출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군의 사기 저하 가능성에 대해서는 70점을 부여한다.
시가행진은 명백하게 교통 통제와 소음, 과잉 검색에 따른 불쾌감을 유발한다. 국가 차원의 공공 행사라고 해도 자유민주주의 수준이 높은 나라일수록 국민 자유를 침해하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 이번에 시가행진으로 불편을 호소하는 국민이 많았다는 점에서 20점을 감점해서 50점을 부여한다. 군의 시가행진에는 첨단 무기가 등장하기 마련이다.
이번에도 세계 최대 벙커버스터 탄도 미사일인 현무-5가 등장해 국내외적으로 많은 주목을 받았다. 현무-5는 핵무기가 없는 대한민국에서 북한 침공을 받을 경우 북한 지휘부를 제거하기 위해 특별히 제작한 것으로 북한을 과도하게 자극할 수 있는 무기 체계다. 북한은 군사력 과시를 통해 정권 정당성을 확인하는 체제여서 군사 퍼레이드를 자주 진행한다. 남쪽까지 군사 퍼레이드를 자주 진행하면서 상대방을 자극하는 경쟁을 한다면서 한반도 군사 긴장은 고조되고, 한반도 평화 관리는 실패하게 된다. 이 부분에서도 20점을 감점한다.
◇시가행진 종합점수는?
종합하면 시가행진 반대론에서 보면 총점 270점에 평균은 54점이다. 시가행진 찬성론 점수는 75점이었다. 감점 16점에 가점 5점이므로 결국 11점이 빠져서 종합 평균은 59점이다. 59점은 기본 점수 70점에서 많이 미달하므로 단점이 훨씬 많다는 것을 보여준다.
권위주의 지도자들이 선호하는 행사인 만큼 자유민주주의 선도국가로서 창피하다는 지적이 뼈아프다. 국민 불편이나 전쟁 분위기 유발도 문제점이다. 다만 장점도 부분적으로 존재한다. 군의 사기를 진작하거나 대통령의 군 통수권 확인, 군과 국민의 교감을 확대하는 점 등은 긍정적이다. 그렇다면 완전 폐지보다는 절충안이 좋을 것이다.
시가행진은 폐지하고 대신 대통령 연례 사열 행사를 확대하거나, 시가행진을 살리되 대통령 임기 5년에 한 차례만 실시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시가행진을 할 경우 국민 불편을 최소화하도록 제한된 장소에서 최소 예산으로 실시하고, 권위주의 관련 요소와 호전적 요소는 모두 폐기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