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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기획]윤석열 정부 공 들이는 원전, 정말 사양 산업일까

반원전 주의자들 "원전은 이미 사양 산업" 주장
정부 "원전 경쟁 갈수록 치열, 더 공 들여야" 반박

 

윤석열 정부는 ‘원전 정부’라 해도 반론을 제기할 수 없을 정도로 친 원전 정책을 쓰고 있다.

RE100으로 대변되는 탈 탄소 정책의 상당 부분을 원전에 의존하려 하고 있으며, 전세계를 향한 원전 수출에도 큰 공을 들이고 있다.

 

그러나 원전은 이미 한물 간 에너지원이라는 지적도 있다. 원전 자체가 갖고 있는 위험성이 대단히 크고 비용 투자도 많아야 한다. 원전이 전세계적으로 사양 산업이 되고 있다는 주장도 여전히 힘을 얻고 있다. 과연 원전은 이미 폐기된 옛 이야기일까. 아니면 탈탄소 시대, 각 국의 부담을 줄여 줄 휼륭한 대체제일까. 정파에 따라 다른 말을 하고 있는 상황. 과연 정답은 무엇일까.

 

◇원전은 이미 사양 산업?

 

최근 한겨례 신문은 원전이 전세계적으로 사양 산업이 되고 있다는 보도를 했다. 유럽을 중심으로 한 선진국들에서 원전에 대한 움직임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실제 원전 건설로 이어지는 경우는 극히 드물며 원전 건설이 정치적 의도가 담긴 논란 거리라고 주장했다.

 

한겨레에 따르면 국내에서 ‘원자력발전 회귀국’으로 언급되는 스웨덴이 마지막으로 신규 원전을 가동한 건 1985년이다. 스웨덴은 2022년 국가 에너지 정책의 목표를 ‘100% 재생에너지’에서 ‘100% (원전을 포함한) 탈화석’으로 변경한 ‘티도협정’을 체결했지만, 40여년간 원전을 지은 경험이 없다.

 

지금까지 7기의 원전을 폐쇄했고 6기 가동에 그치고 있다. 원전의 전력생산 비중은 2004년 50.4%에서 30.8%(2021년)까지 떨어졌다. 스웨덴 정부의 최근 ‘원전 회귀’를 두고 “스웨덴에 더 이상 자체 원전 산업이 없다는 사실을 무시한 것처럼 보인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국제 에너지·핵 정책 전문가 마이클 슈나이더 등 유럽의 에너지·기후 전문가들이 독일 녹색당 계열 하인리히뵐재단·맥아더재단 등과 함께 해마다 발간하는 보고서에 언급된 스웨덴 상황은 최근 유럽 일부 국가 중심의 ‘원전 회귀’ 흐름에 정치적 배경이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 했다.

 

흔히 보수 세력은 원전 건설이 탄소 중립에 힘이 된다는 입장이지만 진보 진영은 반 원전론자들과 뜻을 합쳐 원전 건설에 반대하는 경우가 많다. 

 

보고서를 보면 옛 소련의 세계 최초 상업원전인 ‘오브닌스크’가 가동된 1954년 이후 올해 7월까지 전 세계에서 계획됐거나 건설됐던 원전이 807기나 된다. 이 가운데 취소되거나 무기한 연기된 사례가 11.5%인 93건이다. 충분히 검토·계획된 것도 10건 중 1건꼴로 무산됐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세계원자력협회 같은 기관은 이런 현실을 무시하고 원전의 미래 수요를 최대한 부풀린다는 것이 반 원전 주의자들의 주장이다. 이 협회는 지난 8월 기준으로 전 세계 원전 현황을 ‘가동 중’(439기), ‘건설 중’(64기), ‘계획된’(88기) 등으로 집계했는데, ‘제안된’(proposed) 원전은 무려 344기로 집계했다.

 

협회 스스로도 ‘제안된’의 분류 기준을 “특정 프로그램 또는 부지 제안, 시기가 매우 불확실함”이라 설명하고 있는 수준이다. ‘원전 회귀’ 전망은 이런 장밋빛 기대에 주로 기댄다. 국내 보수언론과 정부·여당도 이 불확실한 수치를 앞세워 “원전 르네상스”라 호도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원전, 거품 걷어내고 보자

 

세계 원전 산업은 이미 오래 전 사양길에 접어들었음이 확인된다는 것이 반 원전론자들의 주장이다. 보고서를 보면, 지난 7월1일 현재 전 세계 32개국에서 장기가동중단(Long-Term Outage) 원전을 제외한 총 408기 원자로가 가동 중이다. 이는 2023년보다 1기가 많을 뿐 2002년보다 30기가 적고 1989년보다 10기가 적다고 했다.

 

발전량으로도 정점은 2006년(2660TWh)이었다. 2012년 이후 반등 흐름이 있지만 거의 중국 중심일 뿐이다. 중국을 제외하면 전 세계 원전 발전량은 1990년대 중반 수준으로 돌아갔다. 

 

원전에는 심각한 공사 지연 사례들이 많다고도 주장 했다. 지난해 브라질 정부가 포기하고 만 앙그라 3호기를 대표적 사례로 꼽았다. 1984년에 시작된 건설 프로젝트가 30년째 이어오다 지난해 4월 다시 중단됐다. 독일 지멘스가 설계했는데,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사고 이후 원전 사업에서 철수하며 프랑스 전력공사(EDF)로 넘어갔다.

 

브라질 정부 재원만으론 감당이 안 돼 국제 민자투자를 유치하는 등의 방법으로 2027년 준공할 계획이었다. ‘세계원전산업현황보고서 2024’는 이 프로젝트를 사실상 중단된 것으로 간주한다고 밝혔다.

 

한 번 중대사고가 발생하면 국가 차원에서도 감당할 수 없는 피해가 발생하기 때문에 원전은 중대사고가 날 때마다 안전 규제가 늘면서 공사기간과 비용이 늘어난다고 원전 반대론자들은 주장하고 있다. 원전 산업 쇠락의 핵심에는 이런 고질적인 경제성 문제가 있다고 지적 했다.

 

◇원전, 탄소 중립 시대 또 다른 희망

 

그러나 산업자원부는 이 같은 지적에 조목 조목 반박을 했다. 원전은 탄소 중립 시대의 중요 에너지원이며 세계적으로도 큰 변화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산업부는 정부를 대신해 한겨레 보도 등 진보 세력의 원전 반대 움직임에 강력 대응을 하고 있다.

 

우선 산업부는 한겨레가 인용한 보고서가 탈원전 학자 및 탈원전 단체가 작성한 것이라고 격을 낮췄다. 산업부는 “대표 저자인 마이클 슈나이더는 오랫동안 원전의 위험성에 대한 분석과 반핵 운동에 참여해 왔으며 1990년대부터 2000년대초반까지 독일, 프랑스 등의 탈원전정책 자문을 맡아왔다”고 했다. 마이클 슈나이더가 이미 한 쪽으로 기울어 있는 전문가라는 뜻이다.

 

산업부는 “한겨레가 인용한 WNISR은 탈원전 학자 및 탈원전 단체가 작성한 것으로 IAEA(국제원자력기구) 같은 각국 정부나 발전 사업자들의 공식 참여와 활동을 하는 국제기구에서 발행한 자료가 아니다”라며 보고서의 신빙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이어 “세계 주요국은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에너지 안보 중요성 증대, 탄소 중립요구 강화, 첨단 산업 발전에 따른 전력 수요 급증에 따라 원전 활용 확대 정책을 쓰고 있다”며 “특히 세계 주요국들은 이를 지원하기 위해 신규 원전 건설 및 계속 운전 추진 등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발표함과 동시에 적극적인 재정 투입을 추진 중인 바, 원전 회귀에 대한 장및빛 기대라는 지적은 옳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선진국 및 세계 동향은?

 

산업부가 정리한 선진국 및 주요국들의 원전 발전 현황은 다음과 같다.

 

■미국 : 원전 배치 가속화를 위한 원자력 발전법 제정(2024년 7월), SMR(소형 모듈 원자로) 개발 실증에 46억 달러 지원(2020년 10월부터), 원자로 계속 운전에 60억 달러 지원(2021년 11월부터) 등의 사업을 하고 있다.

 

■프랑스 : 2050년까지 신규 원전 최대 14기 건설계획을 담은 에너지 주권법안 초안 발표(2024년 1월), 신규 원전, SMR 등 인.허가 가속화 방안을 담은 원전건설 가속화 법안 제정(2023년 4월)

 

■일본 : 원전 재가동(계속 운전 포함) 촉진을 위한 60년 초과 계속 운전 허용 등 내용을 포함하는 녹색전환법 제정(2023년 6월)

 

■영국 : 2050년까지 신규 원전 최대 8기 추가 건설(2024년 1월 영국 정부 원전 로드맵)

 

■스웨덴 : 바텐폴(국영 원자력 기업) 주도 신규 SMR 2기 입찰 절차 진행 중(2023년 6월부터) 2045년까지 최소 10기 원전 신규 건설 검토 중(2023년 8월)

 

■체코 : 신규 원전 최대 4기 추가 건설 공식화(2024년 1월, 체코 총리 내각회의 결과 발표). 2기 입찰 절차 진행중(2022년 3월부터)

 

■네덜란드 : 2035년까지 신규 원전 2기 추가 건설 공식화(2022년 12월)

 

■이탈리아 : 35년만에 원전 재도입 추진 공식화, 2050년까지 원전 비중 11% 목표(2024년 7월, 환경에너지부 장관 발표)

 

◇원전 경쟁 갈수록 치열, 살아 남으려는 노력 필요해

 

산업부는 “WNA는 엄격한 분류 기준에 따라 건설중 원전, 계획 된 원전, 제안된 원전 통계를 분류하고 있다”며 “WNA 분류 기준 원문에 따르면 ‘건설중’ 원전은 콘크리트 타설이 진행된 원전, ‘계획된’ 원전은 자금 지원 약속이 이뤄졌으며 향후 15년 내 준공이 예상되는 원전, ‘제안된’ 원전은 특정 프로그램이나 부지는 제안 됐으나 준공 시기만 불확실한 원전을 의미한다”고 정리했다.

 

특히 WNA는 프랑스(최대 14기 건설), 스웨덴(최소 10기 건설)의 경우 정부가 공식 발표했음에도 ‘제안된’ 원전에도 포함시키지 않을 정도로 엄격한 분류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원전 사업이 하향길에 접어들었다는 지적에도 동의하지 않았다. 세계 원전 수주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는 것이 그 이유다.

 

산업부는 “영국 신규 SMR 건설 사업(2023년부터) 입찰 시 영국, 프랑스, 미국 등 6개사가 참여했으며 스웨덴 신규 건설 사업(2023년부터)은 영국, 프랑스, 미국, 한국 등 역시 6개사가, 체코 신규 건설 사업에는 한국, 프랑스, 미국 3개사가 입찰에 참여하는 등 세계 원전 산업은 오히려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향후에는 재생에너지와 조화를 제고할 수 있는 탄력성을 갖춘 소형모듈원전(SMR)을 중심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산업부는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주요국들은 SMR 개발에 민관역량을 집중하고 있으며 2020년대 후반에서 2030년대 초반 상용화를 목표로하는 비즈니스 모델 개발도 동시 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힘주어 주장했다.

 

원전에 대한 경쟁은 날이 갈수록 치열해 지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 정부의 주장이다. 이 정글 같은 경쟁 속에서 살아남으려면 민관이 힘을 모아 원전에 집중할 때라는 것이다. 

 

현 정부의 원전 정책은 바뀔 가능성이 0%에 수렴한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하지 않으면 성과를 거두기 힘든 것이 원전 산업이다. 문제는 다음 정부다. 윤석열 정부의 원전 정책을 이어 받으려 하지 않는다면 그동안 들인 공은 모두 헛수고가 될 수 있다. 

 

과연 윤석열 정부의 원전 정책은 연속성을 가지고 발전해 나갈 것인가. 아니면 이제라도 잘못 된 선택을 바로 잡고 제대로 된 탈탄소 시대로 나아갈 것인가. 아직은 누구도 결과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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