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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농산물 가격 핵심은 기후변화…. "30년 전 소득이 더 많았어요"

강선희 위원장 “양파 의무자조금 후 4년간 양파 가격 폭락없어”
이춘수 교수 “法 근거 미흡, 기준가격·지원비율 적절성 검토 필요”
박수현 “한국농업 위기, 수해·폭염, 벼멸구 피해까지 고통 가중”

한국 농업의 위기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소득이 보장되지 않는 농산물 수급 불안은 고향을 떠나게 만드는 농산어촌의 소멸 위기와도 맥을 같이 한다. 기후 위기에 대응하면서 지속 가능한 농업을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

 

지난 10월 4일 국회에서는 ‘농산물 가격안정 정책에 대한 합리적 개선 방안은?’이라는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박수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의 공동주최로 열린 이날 토론회 개회사에서 박수현 의원(더불어민주당)은 “한국 농업의 위기는 최근 수해와 폭염 등으로 현재진행형”이라며 “여기에 최근에는 벼멸구 피해까지 더해지며 농업인들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고 걱정했다.

 

박 의원은 “농산물 가격폭락은 고스란히 생산자에게 전가되고 있어 구조적 문제가 반드시 개선돼야 할 과제”라며 “수급 안정에 투입되는 예산만 1조 원에 달한다. 막대한 재정 투입에도 기존 제도의 효과가 미미하다면 정책 대전환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는 이춘수 국립순천대학교 농업경제학과 교수가 발제했다. 또 강선희 양파 생산협회 정책위원장, 신지연 충남 부여 여성 농민, 송원규 농정전환실천네트워크 정책실장, 김원태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전문위원, 강혜영 농림축산식품부 유통정책과장 등이 열띤 토론을 벌였다.

 

◇정부 정책 중 ‘가격안정화’ 목적으로 제시하는 건 문제

 

김호 단국대 교수(전 경실련 상임집행위원장)가 좌장을 맡아 진행된 이날 토론회에서 이춘수 교수는 지자체에서 가격안정제를 운영하고는 있지만, 지자체 조례 근거로 운영돼 법적 근거가 미흡하고 지자체 재정 여건상 지원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기준가격이나 지원 비율 등의 적절성 검토가 필요하다"며 “헌법 제123조 제4항에서 ‘농·어민의 이익 보호’를 규정한 취지 등을 고려할 때, 다수의 정부 정책에서 ‘가격안정화’만을 목적으로 제시하는 것은 문제”라고 분석했다.

 

 

그는 또 “시장 왜곡을 최소화하는 노력과 함께 ‘농가소득 안정’이 중요하다”며 “가격 문제의 핵심은 기후변화로 대응이 아주 중요하다. 기후변화는 국가도 대응하기 어려운 만큼 정부 차원의 여러 보상이 필요하고, 특히 중요한 것은 농가의 재생산 활동이 가능한 범위까지 보상 수준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농민들 "최저생계 보장 안되는데 계속 농사를 지어야 하나..."

 

이어진 토론에서 강선희 양파 생산협회 정책위원장은 “농민들이 원하는 건 생산비 지원”이라며 “생산비를 낮추면 농산물 가격을 잡을 수 있다. 2020년 양파 의무 자조금 출범한 이후 4년간 양파 가격이 폭락하는 상황을 겪은 적이 없었다. 자조금 규모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생산자인 농민에게는 생산비를 보장하고 소비자인 국민에게는 합리적으로 구입할 수 있는 가격을 제공해야 한다”며 쌀을 포함한 주요 농산물과 김치 자급률 법제화를 주장했다.

 

 

신지연 씨(충남 부여군 농민)는 “대한민국에 농산물 가격보장 정책이 있는가?”라고 따져 물었다. 신 씨는 “얼마 전 한국고용정보원 발표에 따르면 전국 228개 지역 중 118곳이 인구소멸 위험지역이라고 한다”며 “전체 인구의 4%인 200만 농민은 30년 전 소득보다 낮은 최저생계도 보장되지 않은 농사를 짓고 있다”고 농촌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기후변화 대응한 품종개량과 주산지 이동 필요

 

송원규 농정전환실천네트워크 정책실장은 “정부가 한국형 소득·경영 안전망을 이야기하고 경영위험 관리, 공익 보상, 재해 대응, 세대 전환, 수급 안정 등 분산적인 농업정책을 하나의 틀 안에서 종합화하고자 한 시도에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직불금 5조 원 공약’을 사실상 포기한 것으로 보이는 현시점에서 현장의 불신이 커지는 것은 당연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야당의 가격안정제에 대응하기 위해 너무 성급하게 논의하고 시행을 강행하려고 한다는 의구심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정부는 ‘한국형 농업인 소득·경영 안전망 구축 방안’의 확장된 사회적 논의와 합의를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원태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전문위원은 “농산물 수급 안정이 필요하고, 농민의 소득 안정과 소비자 물가 안정 모두에 중요한 과제”라고 짚었다. 정부는 수매비축, 방출, 채소가격안정제 운영, 계약재배 등 여러 수급 안정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고 설명한 그는 “생산비 급등, 이상기후에 따른 생산량 감소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농산물 가격 불안정성은 심화되고 있다”며 “기후변화에 대응한 품종개량과 주산지 이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고랭지 배추의 경우 매년 반복되는 폭우와 폭염의 영향으로 생육이 불안정하다”며 “연작피해로 병충해가 빈번히 발생해 생산량이 감소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상이변이나 연작피해에 강한 품종을 육성할 필요가 있으며 새로운 주산지 발굴이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강혜영 농림축산식품부 유통정책과장은 “수입 안정 보험 대상 품목 중 원예농산물(21개) 중심으로 민·관 협력 현장 중심 수급 관리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21개 품목은 5대 채소, 6대 과수, 대파, 양배추, 시설채소(8대(수박, 딸기, 토마토, 풋고추, 오이, 파프리카, 호박, 참외) 등이다.

 

양옥희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회장은 “가격 문제는 농민들의 생존권과 연결된 문제이며 길게는 우리나라 식량 자급률과도 연결된 문제다. 당장 수입 농산물로 밥상 물가를 낮추는 일은 쉽다”고 지적했다. 양 회장은 “수입 농산물로 우리 밥상을 차지하게 되면 한국 농업은 소멸하고 말 것이다. 농산물 가격이 문제가 아니라 식량 주권의 문제가 생겨난다. 농산물 가격 안정은 농민들의 가격 결정권과도 연결돼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모든 생산자는 자신의 생산물에 대한 가격을 자신이 매기지만 농민은 그렇지 않다. 농업은 시장의 논리로 적용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단순히 생산에 따라 가격을 결정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바로 국민의 먹거리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공공수급제’ 확대 필요

 

이날 토론회에서는 농산물 가격보장 제도에서 국가의 역할 강화가 매우 중요하다는 점과, 제조업 생산자와 마찬가지로 농민이 농산물 가격을 결정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또 농산물 가격안정과 농민 소득 보장을 동시에 잡으려면 ‘공공수급제’의 확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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