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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전동킥보드 '무면허 운전' 여전...PM업체, 누가 관리 하나

최근 4년간 ‘개인형 이동장치’ 관련 민원만 약 38만 건에 달해
서울시 “견인 예산 자치구 소관... 대여업체가 금액 100% 보전”
안전 위협에도 법적제재 못해...런라니·자라니 등 사회문제 확산

 

서울시의 ‘킥보드’ 관련 민원이 매년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개인형 이동장치(PM, Personal Mobility)로 불리는 전동킥보드의 불법주차와 사고위험 문제, 견인 문제 등에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5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서울시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PM 관련 민원은 2021년 3만 1353건에서 2022년 9만 5776건으로 급증했고, 2023년에는 14만 1347건으로 2년 만에 약 4.5배 증가했다. 특히 올해 8월까지 11만 1211건이 추가로 접수되어, 최근 4년간 PM 관련 민원은 총 37만 9687건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사고도 크게 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개인형 이동장치 교통사고는 2020년 897건에서 2021년 1735건, 2022년 2402건으로 늘었다. 관련 사고 사망자만 55명에 달한다. 2022년 기준 전체 사고의 절반 가량인 1127건이 무면허 사고로 나타났다.

 

◇안전모 미착용 과속 불법주차...안전불감증의 대향연

 

서울 시내에 전동킥보드에 이어 전기자전거까지 개인형 이동장치가 급속도로 확대되면서 사고발생 건수도 많아지고 있다. 서울시에서는 미성년자 운전, 안전모 미착용 및 과속, 보호장구 착용 의무화, 동승자 탑승 금지, 불법 주차 등의 규제를 경찰의 협조하에 하고 있지만 인력상의 문제 등 행정적 한계에 부닥치고 있다.

 

2021년 7월부터 공유형 전동킥보드나 전기자전거 등 불법 주차된 ‘개인형 이동장치’를 견인하는 비용으로 올해 8월까지 서울시 자치구에서 투입된 4년간의 총 예산이 약 80억 원에 달한다는 기사가 일부 언론에서 지난 17일 보도됐다.

 

서울시는 즉각 “사실 무근”이라며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서울시 보행자전거과 양규석 개인형이동장치팀장은 “견인업무는 자치구 위임 사무로서 전액 자치구 예산이 투입되며, 견인된 개인형이동장치를 대여업체가 찾아갈 때 견인비용을 전부 납부한 뒤에 예산은 전액 보전되므로 서울시가 약 80억원을 투입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이동장치를 유예시간 없이 즉시 견인해 3,952만원을 반환한 것으로 조사됐다’는 보도와 관련해서도 “부당견인 방지를 위하여 견인 이의신청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며, 이의신청이 수용될 경우, 자치구는 대여업체가 납부한 견인료를 환급해주는 동시에, 견인업체에게 지급한 견인비도 반환받으므로 전액보전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전동 킥보드의 생명은 어디까지? 해외사례를 보니...

 

최근 학생들의 전동 킥보드 교통사고가 한 해 1000건 가깝게 발생하고 사망자도 나오고 있으나, 교육 당국의 학교 안전교육은 부실하게 운영되고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18일 진선미 의원이 경찰청에서 제출 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해 미성년자 전동킥보드 교통사고는 902건 발생했다. 사망자도 2명 나왔고, 부상자는 1013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같은 해 경찰청이 파악한 미성년자 전체 PM 교통사고(913건) 건수 대비 98.8%를 차지한다. 특히 미성년자 PM 교통사고는 지난 2019년 39건에 그치다 2020년 151건, 2021년 455건, 2022년 955건 등 매년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고 있다.

 

교육부는 ‘맞춤형 안전교육 내실화’ 명목으로 2022년 10억7000만원, 2023년 23억원, 그리고 올해 44억2000만원의 ‘국가 시책 특별교부금’을 투입하고 있다. 지난 2020년부터 초·중·고에서는 학기당 3회 이상 하는 교통안전교육에 ‘개인형 이동장치’ 교육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학교 측 입장에선 재량껏 선택을 할 수 있기 때문에 형식적인 안전 교육이 될 가능성이 크다. 안전교육에 들어가는 세금에 해 해마다 사고 건수가 늘어나는 이유 역시 여기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전동킥보드는 비단 국내만의 문제는 아니다. 이미 프랑스 파리, 호주 멜버른,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전동킥보드를 퇴출했다. 계속되는 교통안전 위협성이 해결되지 않자 결국 해당 교통수단을 해체하는 수순를 밟았다. 덴마크 코펜하겐의 경우엔 도시 중심부에 전동킥보드 주차를 금지했다. 노르웨이 오슬로는 전동킥보드 운영 대수를 제한하는 방식으로 규제한다.

 

서울시를 비롯한 국내 지자체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미 관련 제도와 범칙금, 교육 등 모든 수단을 동원 중이지만 정책의 빈틈이 많다. 이에 국내에서도 학부모와 시민단체 등에서 개인형 이동장치 대부분을 퇴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우선, 전동킥보드와 전기자전거 대여 후 인도나 도로 등에 반납하면서 보행자의 보행과 차량 통행을 막는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 서울시 공용자전거 ‘따릉이’는 지정된 장소에서만 대여와 반납이 가능한 반면, 전동킥보드와 전기자전거는 일부 금지 구역을 제외하면 반납이 가능하다.

 

서울시는 주차가 불가능한 구역에 개인형 이동장치를 주차할 경우 견인을 하고 있다. 그러나 즉각적인 견인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게 한계다.

 

한병도 의원은 “서울시는 권한이 없어 유관기관에 대여사업 등록제 도입과 과태료 부과를 건의하는 한편, 대여업체에 주차구역 설치를 촉구하겠다는 소극적인 대책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전동킥보드는 도로교통법에 따라 원동기 면허 이상을 소지한 운전자만 운행할 수 있다. 운전면허가 있어야 한다는 뜻이고, 만 16세 이상만 취득할 수 있다. 하지만 행정 당국의 시정 조치에도 법적 제재를 받지 않는 PM 대여업체는 안일하게 대처할 뿐이다.

 

◇무면허도 16세 미만 청소년도 전동킥보드 운전...구멍 뚫린 안전망

 

지난 2021년 5월, ‘도로교통법’을 개정하여 면허 소지와 안전모 착용 그리고 승차 인원 제한 등의 이용수칙을 마련하고 이를 위반하면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다. 하지만 규제가 강화되었음에도 2021년 대비 2022년의 ‘전국 개인형 이동장치 단속 건수’는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이처럼 조례를 통해 무분별한 개인형 이동장치 이용을 규제하는 명확한 기준이 없이는 법적 규제가 있어도 감시 사각지대와 이용자의 안전불감증 등으로 정책을 무력화시키기도 한다.

현재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PM 대여 과정에서 운전면허 인증절차를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이 상정되었으나 아직 계류 중이다.

 

지난 7월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은 ‘개인형 이동장치의 안전 및 편의 증진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PM 대여업체의 신고를 의무화하고 운전자의 운전자격을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국토교통부에서 구축해 PM 업체가 이를 이용하도록 하겠다는 게 골자였다.

 

법안의 주요 내용을 보면, 현재 신고제로 운영 중인 대여사업을 등록제로 전환하고 이용자에게 무단방치 금지 의무를 부여하도록 했다. 또 지방자치단체가 PM 도로를 지정하고 통행 금지 및 제한, 전용 구간을 지정할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학교에서 PM 안전교육을 의무화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지난달 19일 축구선수 제시 린가드(FC서울)는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데오역 인근에서 전동킥보드를 타는 영상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렸다가 무면허 운전, 안전모 미착용, 승차정원 위반, 역주행 혐의 등으로 경찰로부터 19만 원의 범칙금 부과 통고처분을 받았다.

 

황당한 건 지난해 9월 영국에서 음주운전으로 18개월 면허정지 처분을 받은 린가드가 원동기장치자전거 면허 이상을 취득해야 하는 공유 전동킥보드를 버젓이 빌려 탔다는 점이다. 면허를 즉각 등록하지 않아도 전동킥보드 대여엔 아무 제약이 없었기 때문이다.

 

실제 아직도 교복을 입은 청소년들 역시 헬멧도 없이 전동 킥보드를 타고 인도 위를 쌩쌩 활주하고 있다. 현행 법률에서는 16세 이상 원동기 면허를 보유한 자만 전동킥보드 등 개인형 이동장치 운전이 가능하다. 하지만 현장을 살펴본 결과, 청소년들이 손쉽게 대여해 사용하고 있었다.

 

 

기자가 PM 업체 대여 앱을 설치하고 결제수단을 등록한 후 전동 킥보드 QR코드를 인식하려 하자 ‘운전면허가 등록되지 않았어요’라고 경고 안내문이 떴다. 그러나 ‘다음에 등록하기’ 버튼을 누르면 전동킥보드 대여 절차가 완료됐다. 이렇게 운전면허가 없어도 킥보드 운전대를 잡는데 5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두달 전부터 논란이 됐지만 고쳐진 게 하나도 없었다.

 

최재원 도로교통공단 교수는 “PM은 24㎞/h까지 속도를 낼 수 있기 때문에 사고 위험성이 크다”며 “안전을 위해 사고에 책임을 질 수 있는 면허 소지자만 운행해야 하고, 이에 대한 인증 절차를 강화해야 한다”고 감시 강화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기자와 통화한 서울시 보행자전거과 관계자는 “민관업체 사업에 대해 관리 감독할 법적 권한이 없다”며 “서울시는 대여업체에 안전 문제나 미성년자 사용 실태 파악 후 인증 강화 등 수시로 시정 권고하고 있지만 강제적인 사항이 아니다 보니, 업체 측에서 소극적인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어쩌다 도로의 무법자? '런라니', '자라니' 신조어

 

앞에서 언급한 전동킥보드 여러가지 문제점들 지속적으로 나오면서 PM 기기를 이용하지 않는 일반시민에게는 두려움과 혐오의 대상이 되고 있어 우려스럽다.

 

나아가 이태원, 한강공원, 석촌호수 등 서울 도심을 무리 지어 달리는 러닝크루가 이른바 ‘길바닥 운동족’들의 민폐 캐릭터로 낙인찍히고 있다. 최근 러닝 동호회 커뮤니티 등에는 일부 러닝크루들이 수십 명씩 떼로 달리면서 보도를 점거하거나, 학교 운동장에 모여 달리기를 하면서 큰 소리로 고함치기, 음악 틀기 등의 비매너를 보여 논란이 되고 있다.

 

이에 일부 지자체는 ‘민폐 크루’ 차단에 나서기도 한다. 서울 서초구는 최근 반포종합운동장 내에서는 ‘5인 이상 단체 달리기를 제한’하는 내용의 이용 규칙을 시행했다. 서울 송파구도 석촌호수 산책로에 ‘3인 이상 러닝 자제’ 요청 현수막을 걸었고, 성북구는 공원 입구 곳곳에 ‘우측 보행, 한 줄 달리기’를 권고하고 있다.

 

‘자라니’도 킥라니와 ‘런라니’에 앞서 오랜 골칫거리였다. 인터넷 커뮤니티 ‘보배드림’ 등에는 요즘도 지하철 역사 내에서 자전거를 타거나 1차로에서 자전거를 타는 경우, 휴대폰을 보면서 자전거를 타다 뒤에서 자동차를 들이받는 사고 장면 등이 올라온다.

 

이처럼 현실은 교통경찰 인력이 한정돼 있어 전동킥보드만 집중 단속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하지만 현장 인력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세종경찰청의 경우, 기동순찰대 자전거순찰팀을 통해 중·고등학교 주변에 인력을 집중배치 한다. 학교 측과 연합한 ‘무면허 사고 예방’ 캠페인 형식으로, 선택과 집중을 통한 추가 순찰을 확대해 효과를 보고 있다.

 

아직 계류중인 ‘개인형 이동장치의 안전 및 편의 증진에 관한 법률안’의 국회 통과가 법적인 제재 기준이 강화되고 지자체에게 관리·감독 권한을 부여해 대여업체들이 불법적이고 안일한 PM 운영이 있다면 즉각적인 책임을 묻는 시스템을 정착시켜야 할 것이다.

 

만약 지금처럼 법안은 지지부진하고 업체의 무책임한 운영이 이어진다면 파리, 멜버른, 마드리드처럼 퇴출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시민들은 관리도 힘들고 내 주변을 위험하게 하는 ‘망나니’를 더 이상 방치할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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