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며 내년에 착공 예정이었던 충청남도 보령 블루수소 생산 플랜트가 수요 미확보에 따라 생산 목표를 절반으로 줄인 것으로 드러났다.
11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김성환∙김한규 의원실이 한국중부발전으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보령 블루수소 생산 플랜트의 생산 목표가 기존 연간 25만 톤에서 절반 수준인 12.5만톤으로 축소됐으며 이 마저도 실제 필요량은 10만톤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부족한 수소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광양에 소재한 SK이노베이션 E&S 소유의 LNG복합 발전소를 보령으로 이전하려는 계획마저 드러나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해당 계획은 기존에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 등 정부 계획을 통해 앞서 알려진 바도 없는 사안이다.
보령 블루수소 생산 플랜트는 한국 중부발전과 SK이노베이션 E&S가 함께 추진하고 있는 사업으로 총 사업비 2조 1000억 원에 달하는 대형 프로젝트다. 양사는 11월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청정수소발전 입찰시장 낙찰 이후 내년 3월 플랜트 착공에 들어가 2028년부터 플랜트를 운영할 계획임을 밝힌 바 있다.
블루수소는 생산에 화석연료를 이용하지만 탄소 포집 및 저장(CCS) 기술을 활용해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서 생산한 수소로 정부 등에선 “친환경”을 강조하지만 실상 온실가스 배출 저감 효과는 미미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번에 드러난 대로 적절한 수요가 없어 생산 목표 절반이나 줄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보령 블루수소 플랜트는 수요가 없는 사업을 무리해서 추진하고 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현재 계획하고 있는 수요도 전부 가스발전 혼소(가스와 수소를 섞어 태워서 발전함) 용도로 구성돼 온실가스 감축 측면에선 실효성이 없고 기업의 RE100(수요전력 100% 재생에너지 전환) 목표에 부합하는 에너지원으로 인정도 되지 않아 수요 기업 입장에서 반드시 필요한 에너지원이라고 보기 어렵다.
실제로 중부발전은 올해 국정감사에서 보령 블루수소로 생산한 전기를 한전(한국전력공사) 외에는 구매할 기업이 없다고 인정한 바 있다. 불필요한 수요에 의한 재무적 부담을 결국 한전이 지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김한규 의원은 “중부발전이 블루수소의 수요가 없음을 스스로 인정하면서도 무리하게 블루수소 플랜트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공기업으로서의 책임을 방기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문제는 현재 블루수소 생산 플랜트 수요의 75%를 차지하는 광양 LNG 복합발전소의 보령 이전 계획은 정부 계획 등을 통해 알려진 바 없고 이번에 처음 드러난 사안으로 지역 주민의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는 점이다.
중부발전은 과거에도 이미 수명이 끝나가는 보령 1-3호기 가스복합발전에 대해 수명 연장과 수소 혼소 발전을 시도하려 했다가 언론의 지적을 받은 바 있다. 이번에 확인된 자료에선 해당 계획이 사라지고 광양 LNG 복합발전소의 이전 및 수소 혼소 계획이 새롭게 드러난 것이다.
이선숙 기후위기에너지전환보령행동 대표는 “기후위기에 악영향을 미치는 블루수소 공장을 가동하기 위해 다른 지역의 노후 가스발전을 유치하려는 시도를 지역사회가 받아들일 수 없다”며 “블루수소나 혼소 같은 거짓 명분으로 화석연료 연장을 시도하지 말라”고 지적했다.
블루수소 플랜트 건설 및 운영, 가스발전 혼소에 들어가는 막대한 비용을 재생에너지에 투자해야 한다는 지적도 존재한다.
정석환 기후솔루션 가스팀 연구원은 “공기업인 중부발전이 재생에너지 전환에 집중하지 않고 지금처럼 가스 의존을 고착화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전 세계적인 에너지 전환 흐름에 맞춰 공기업부터 책임감 있게 재생에너지를 빠르게 늘려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동재 기후솔루션 가스팀 팀장은 “배터리·소재를 비롯한 미래 먹거리 산업 경쟁력 확보에도 시간이 부족한 SK이노베이션 E&S가 처치 곤란의 호주 바로사 가스전 생산 LNG·블루수소 수요처 확보에 천문학적인 재원을 추가로 투입해야 할 상황이 우려된다“며 “합병과 함께 제시된 기업 가치 제고를 위해선 과거와 과감히 단절하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