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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커피와 코카인, 남미 콜롬비아의 묘한 생물 다양성

[윤영무의 세계 일주]

그동안 모니터 앞에서 세계 기후, 환경 뉴스를 지켜본 환경저널리스트 윤영무 기자가 기차와 자전거 등 친환경 대중교통수단만을 이용한 세계 일주 탐험을 준비하고 있다. 항공편을 이용하지 않는 이른바, 노 플라이(No fly)를 통해 화석 연료 이후 미래 세계 경제의 모습을 앞당겨 보여주겠다는 그가 출발에 앞서 지금까지 수집해 놓은, 혹은 수집 중인 재생 에너지와 관련한 흥미진진한 경제 이야기를 시리즈물로 연재한다.

 

◇커피를 국가 브랜드화한 후안 발데스(Juan Baldez)의 나라

 

지난달 21일부터 이달 1일까지 UN 생물다양성협약(CBD) 제16차 당사국회의(COP16)를 연 남미의 콜롬비아. 커피와 코카인 마약이 떠오르는 그 나라에 대한 조언은 어디에나 널려 있지만, 우리가 그 나라에 가봐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한 이야기는 듣기 힘들다.

 

2002년 우리베 (Uribe) 정부 출범 이후 치안이 급속도로 안정되면서 콜롬비아는 국가 이미지 쇄신을 위해 세계 최고의 품질을 자랑하는 콜롬비아 커피를 전면에 내세워 자국을 브랜드화하는 데 힘썼고, 실제로 놀라운 성과를 거두었다.

 

차가 다니기 힘든 안데스산맥을 통해 커피를 나르기 때문에 당나귀는 지금까지도 콜롬비아 커피 농사에서 매우 중요한 운송수단으로 대접받고 있다. 챙 넓은 모자를 쓴 콧수염의 농부 아저씨가 자루를 맨 당나귀와 함께 서 있는 모습을 캐릭터로 한 커피 농부 (Cafetero)의 이름은 후안 발데스(Juan Valdez). 남미 전통의상 판초를 입은 콜롬비아 커피 농장의 농부가 모델이다. 당나귀의 자루 안에 들어있는 것은 커피콩이고 그 뒤로 펼쳐진 언덕은 새파랗게 울긋불긋한 커피 농장이다.

 

스타벅스가 감히 발 디디지 못한 곳, 자타공인 세계 최고 품질의 커피인 콜롬비아 수프리모(Supremo)를 수출하는 나라, 아라비카 커피의 본산, 그것이 콜롬비아로 여행을 떠나야 하는 이유의 하나가 아닐까.

 

콜롬비아 커피 생산자대표(FNC)의 캐릭터이기도 한 후안 발데스는 너무도 유명하여 얼마 전 미국에서 실시한 아이콘 인지도 조사에서 벅스, 바니 등을 제치고 1위를 했다. 후안 발데스는 1960년대에 탄생한 캐릭터로 지금이 3대째다. 후안 발데스는 단순한 커피 브랜드라기보다 멕시코, 칠레 등 중남미를 비롯하여 뉴욕, 스페인, 최근에는 일본과 우리나라에까지 세계 곳곳에 최고 품질의 커피를 상징하는 콜롬비아의 자존심이다.

 

최대 커피 생산지인 브라질이 기계를 이용하여 대량생산, 재배하는 것에 반해, 콜롬비아 커피 농장에서는 커피 열매를 일일이 손으로 따 정성스레 말리는 등 높은 품질의 싱싱한 커피를 솎아내는 데 주력한다.

 

 

◇고원지대에서 세계 최고 원두 재배, 반군(叛軍)에 상하원 의석을 배당

 

한편 후안 발데스는 농부들에게 타당한 수익을 보장하고 커피 농장을 비롯한 국내외 환경보호에 힘쓰며 다른 부분에서 거품을 뺀 적절한 가격을 고수하고 공정무역을 실행하는 몇 안 되는 세계적 커피 회사 중 하나이자 양심 기업으로써 콜롬비아 국내에서도 신뢰가 두텁다. 커피가 재배된 지역의 특징이나 솎아진 방법에 따라 원두에도 여러 이름이 붙여지는데, 대표적으로 볼칸Volcan, 쿰브레Cumbre, 콜리나Colina의 프리미엄 라인이 가장 유명하다.

 

콜롬비아에서 안데스산맥을 바라보면 깎아지른 듯 산봉우리들이 솟아 있고 산세가 험준해 붉게 노을이 질 때 바라보면 겁이 난다. 콜롬비아 아라비키 커피는 그러한 고원지대 화산 토양과 적당한 일교차 그리고 강우량이 딱 들어맞아서 탄생한 최고급 품질의 원두로 1년에 2번 수확한다. 그리고 콜롬비아는 자국 커피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동남아시아에서 주로 재배되는 로부스타(Robust) 품종의 재배를 금지하고 있다.

 

커피의 나라 콜롬비아는 반군으로 유명하다. 2016년 후안 미겔 산토스 대통령 집권 시절(2010~2018) 당시 최대 반군조직이었던 ‘콜롬비아무장혁명군’(FARC)과 평화협정을 맺었다. 이 협정으로 노벨 평화상을 받았고 민족 해방군과도 협상에 나섰다. 그러나 후임인 이반 두케 대통령 시절(2018~2022) 보고타 경찰학교에 차량폭탄 테러가 발생한 직후 중단됐다.

 

민족 해방군은 현재 전투원이 2,400명 남짓한 콜롬비아 최대 반군 세력이다. 그리고 콜롬비아무장혁명군 대다수는 2016년 협정에 따라 무기를 내려놓고 일상으로 돌아갔으나 일부는 평화협정에 반대하며 밀림에 남았다고 한다. 하지만 ‘좌파 게릴라 출신’ 구스타보 페트로 대통령이 취임한 뒤 변화가 일어나 3년 만에 반군과 평화 협상이 재개되었다. 그 결과 FARC는 총 108석의 상원에서 5석이 주어졌고, 188석의 하원에서 평화협정 체결에 따른 피해 특별지역대표로 16석이 배당되었다.

 

◇코카인의 원료 코카 잎 세계 1위 생산국, 코카콜라에 마약이 들었다고?

 

콜롬비아 하면 떠오르는 것은 코카인의 원료인 코카 재배지. 명탐정 셜록 홈스는 자신에 팔에 코카인 주사를 놓았다. 그것을 본 왓슨은 ‘이제, 그만하라!’ 고 지나치게 코카인 주사를 맞는 셜록 홈스를 나무란다. 셜록 홈스는 아랑곳하지 않고 사건을 해결하는데 코카인이 창의력에 도움이 된다면서 씩 웃어 넘긴다. 발명의 왕이라는 에디슨도 7%로 희석한 코카인 주사를 자양강장제로 애용했다고 한다.

 

코카콜라는 미국의 금주령 때문에 등장했다. 1886년 애틀랜타에 금주령이 내려지자, 알코올 대신 탄산수와 코카 잎을 넣어 판 것이 시초였다. 지금도 코카콜라에는 0,00037ppm이란 극미량의 코카인 성분이 있다고 하나 그 정도는 거의 들어있지 않다고 보아도 된다.

 

남미 원주민들은 코카 잎을 껌처럼 씹어 즙을 먹었다. 그러면 도파민이 활성화되고 기분이 좋아져 들뜨게 된다고 한다. 그런데 미국에서 압수되는 코카인 마약의 92%가 콜롬비아에서 재배되는 코카 잎으로 만들어진다. 콜롬비아 코카 재배면적은 서울시 3.8배 크기이고 연간 1,400톤이 생산된다. 콜롬비아가 세계 최대 코카인 생산국이란 오명을 안게 된 것도 그 때문이다. 콜롬비아 정부는 ‘마약과의 전쟁’을 선언하고 코카 재배지 박멸을 목표로 전쟁을 벌이다시피 하고 있지만 좋은 가격을 받을 수 있는 부가가치가 높은 코카 재배에서 농민들이 손을 떼기는 쉽지 않다.

 

콜롬비아 정부는 그동안 경찰과 군 병력을 투입해 드론과 항공기로 공중에 제초제를 살포하고 코카 작물을 물리적으로 뽑아내는 ‘마약과의 전쟁’ 작전을 수행해 왔다. 그러다가 몇 년 전부터는 코카 잎 재배지를 초토화했던 기존 정책을 포기하고 재배지 파괴 면적을 60% 줄이고, 농부들에게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 효과는 여전히 의문이다.

 

◇콜롬비아 전설의 마약왕 에스코바르, 세계 7위 부자에서 44살에 최후

 

그러하니 미국 법무부 산하 마약 단속국(DEA, Drug Enforcement Administration, 1973년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설립)과 콜롬비아 사이가 좋을 리가 없다. 마약과 관련해 전 세계 70개국을 위성으로 감시하고, 미국 특수부대에 맞먹는 유사 장비를 갖추고 수시로 작전을 수행하는 DEA가 콜롬비아의 주권을 무시할 때도 있을 테니까 말이다.

 

코카인의 제왕이라는 콜롬비아의 마약왕 에스코바르(Pablo Emilio Escobar Gaviria. 1949~1993) 역시 미국의 DEA로부터 감시받았다. 그는 가난한 마을에서 태어나 22살에 동네 마약 우두머리가 된 뒤 서로 싸우지 말자며 자신의 고향 마을 이름을 딴 ‘메데인 카르텔’을 전 세계 코카인 마약의 80%를 주도하는 세계 조직으로 키웠다. 그는 마약 사업으로 1년에 500억 달러(한화 약 55조)를 벌어들였다. 현금다발을 묶는 데 사용하는 고무줄 구매에만 매달 2,500달러(한화 약 270만 원)를 지출하기도 하였다고 할 정도로 돈을 벌었다.

 

한때 그는 콜롬비아에서 미국으로 마약을 들여올 때 보잉 727기를 개조해서 좌석을 전부 떼어낸 후에 마약을 운반한 적이 있으며, 심지어 자신이 보유한 잠수함으로 마약 밀수를 했다.

 

여러 업종의 회사도 경영한 그는 마약을 팔아 번 돈의 일부를 사회 인프라와 빈민들을 위하여 썼다. 학교와 병원을 설립하고 축구팀을 창설해 운영했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 지역 주민들의 열렬한 지지를 얻어 마약왕이 아닌 ‘가난한 자들의 로빈 후드’, ‘구원자’라는 칭송을 얻게 되었고, 1982년 콜롬비아 자유당 예비 국회의원에 선출되었으며 유력한 차기 대통령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 하지만 1983년 당시 법무부 장관이 그의 범죄행위와 경찰 매수 등 비리 행위를 폭로한 데다가 마약으로 골머리를 앓던 미국과 콜롬비아 정부의 합동 작전으로 국회의원직을 박탈당하고 수배자 신세로 전락하게 된다.

 

그때부터 그는 자신에게 비호의적인 대통령 후보 3명을 암살하고, 1989년 11월 27일 콜롬비아 보고타 엘도라도 국제공항을 출발해 이번에 UN 생물 다양성 회의가 열린 칼리로 향하던 아비앙카 항공 203편의 연료 탱크에 폭탄을 설치해 이륙 5분 만에 공중에서 폭파하는 반미치광이 짓을 했다. 이 사고로 승무원 6명을 포함해 탑승자 107명 전원이 사망했다. 당시 그가 살해한 사람이 거의 5천 명이 가깝다는 말이 돌 정도였다.

 

◇자신이 지은 교도소에서 복역 중 암살 위험에 유유히 탈옥(?)

 

그는 콜롬비아 정부가 내전과 오일 쇼크 등으로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300억 달러가 넘는 국가부채를 상환해 줄 터이니 자신을 사면해 달라고 했다. 정부가 이를 거절하자, 그는 40만 평 부지에 호텔 같은 교도소를 자신의 회사가 짓도록 한 다음 자수하여 스스로 교도소에 수감 되었다. 하지만 미국의 살해 압력이 계속되자 그는 교도소를 유유히 빠져나와 고향으로 돌아가 그를 지지하는 사람들 사이에 숨어들었다.

 

하지만 그의 도피행각은 오래가지 못했다. 보고타에 있던 아들과 통화하다가 자신의 위치가 노출돼 출동한 미국의 특수부대 델타포스와 콜롬비아 특수부대와의 총격전 끝에 수십 발의 총알을 맞고 44살에 사망했다. 당시 전 세계에 10억 달러 이상 재산 소유자가 겨우 226명이었다. 그의 재산은 250억 달러로 세계 7위였다. 1990년에 포브스지는 그의 재산을 300억 달러(약 33조 원)로 추산했다. 오늘날 시가로 따지면 60조 원 정도 된다고 한다. 참고로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재산이 14조 원 정도다.

 

 

◇남미의 유일한 6,25 참전 혈맹국, 콜롬비아의 생태 경제적 미래

 

그의 현금은 죽을 때 일부밖에 회수되지 않았다. 수천만 달러가 콜롬비아일 대에 묻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전 세계의 특수부대 출신들이 보물찾기에 나섰다고 한다. 오래전에 끝난 사건이지만 코카 재배가 계속되는 콜롬비아에서 그의 이름은 사라질 것 같지 않다.

 

여하튼 반군, 코카, 커피와 함께 왠지 묘한 느낌을 주고 있는 콜롬비아는 5,700m의 크리스토발 콜론(Cristóbal Colón) 산봉우리 등 안데스산맥을 가진 적도의 나라답게 고지(高地), 설산(雪山), 고원(高原), 열대우림과 평야가 골고루 분포하여 브라질과 인도네시아에 이어 세계에서 3번째로 생물 다양성이 풍부한 나라다.

 

나라 면적도 브라질, 아르헨티나 멕시코 페루에 이어 남미에서 5번째로 큰 나라로써 독일의 3배다. 재작년 '쿤밍-몬트리올 글로벌 생물 다양성 프레임워크(GBF)' 채택 후 처음 열린 이번 UN생물다양성회의에서 다뤄진 의제말고도 콜롬비아의 커피와 코카인에 대해 당사국들 사이에 서 어떤 말이 오갔는지가 더 궁금해진다.

 

커피 관련 사업자가 아니라면 가볼 기회가 적은 나라, 게다가 우리와 지구 반대편에 위치해 거리상으로도 가기가 좀처럼 쉽지 않은 남미에 있다. 하지만 콜롬비아는 6.25때 그 먼 거리에서 남미에서 유일하게 참전한 우리의 혈맹국이다. 그들의 참전비가 인천 서구 경명공원에 있다.

 

그들의 에너지 경제는 높은 산의 고도 차이를 이용한 수력발전으로 이루어진다고 한다. 그래서 남는 에너지인 자국산 석유를 수출하는, 제조업보다는 자연 생태 경제를 지향하는 나라가 콜롬비아인 듯하다. 고기잡이는 갈대를 꺾지 않는 법, 기회가 주어진다면 생물 다양성을 브랜드화하는 그들의 경제적 삶을 취재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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